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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

 

 

"나는 여태까지 황허와 창장의 물을 마셔본 적이 없다.

 나는 왕야쥔의 눈물을 마시며 자란 우루무치 놈이다. " 

 

신장위구르 자치구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오늘,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떠난 엑스 룸메이트 기묘도 걱정이지만,

언젠가는 꼬옥 가봐야지 했던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소식이 너무 암울해서 중국이 밉다. 

 

요 며칠 신장위구르, 우루무치, 텐산이라는 지명이 서울, 합정동, 안산 만큼이나 구체적인 얼굴을 띄었다.

자치구라는 이름이 갖는 함의나, 신장위구르의 중국 편입 역사나, 베이징에서 우루무치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지리 지식이 없이도, 나는 그랬다.

청소년 논술대비 권장도서를 말하는 투처럼 들리지만, 뭐, 그게 바로 문학의 힘이랄까. 

 

'황허와 창장의 물을 마셔본 적 없고' 

학교에서 러시아를 배우다가 중국어를 배우다가 어느 날 영어를 배우게 된, 

그리고  자연히 위구르어어를 아는 우루무치 소년이 문화대혁명기 동안 성장하는 이야기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멋지고 쿨하고 깔쌈한데 뭔가 헛헛하다는 느낌이 들면,

허삼관 매혈기처럼 안 웃기는 상황에서 눈물 쏙 나게 웃기고 마음 짠하고 진국이고 끈끈한 그런 중국 소설이 생각났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중국 소설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루무치 놈' 이 쓴 글에 중국 소설이라니, 실례일까.

 

 

출판사 서평을 보니 이 소설이 "패배자는 자신의 인간적인 고귀함을 어떻게 지켜나가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쓰여있다.

 

http://book.nate.com/detail.html?sbid=893822&sBinfo=pucritic#pretext

 

우루무치 땅에서 단 한 권뿐이었던 영어사전을 지니고 향수를 뿌리던 왕야쥔 선생도,

그 영어선생의 영어사전을,  프리덤을, 헤이트를, 러브를, 그리고 영어선생이자 친구인 왕야쥔의 인간적 품위를 흠오했던

우루무치 놈, 유아이도 모두 '배패자'가 되지만,

그래도 참으로 따뜻하다. 

이 소설, 따뜻하다. 

 

그래서 신장위구르 자치구 소식이 더욱 슬프다. 

참으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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