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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5
    비오는 금요일,그리고 민희.(11)
    금자

비오는 금요일,그리고 민희.

지도교수님이랑 지도교수 학생들이랑 함께 회식 자료에 앉아있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비는 주룩주룩 오고 우산은 없어서 지도교수 학생들 중 한명한테 우산 신세지고 밑단부터 빗물에 젖어든 청바지는 기름종이가 기름을 빨아먹듯이 척척해지면서 무거워가고 고깃집에 들어앉아 (하필 자리도 고기 굽기 딱 좋은데 잡아서) 고기를 불판에 올리고 가위로 척척 자르고 그러면서도 바보같기는, 마음이 둥둥둥 드림 울리듯이, 뇌수에 콜라가 들어가 머릿속을 탄산방울로 톡톡 쏘듯이 기대감에 가득차 행복했다. 고깃집 시계를 흘끔흘끔 보면서 시간이 왜 이리 안 가~ 라고 생각했다. 밤 10시 30분 약속, 내일은 더군다나 토요일이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금요일 밤. 내 자전거를 회사 앞에 세워둬서 비를 꼬박 맞고 있을 자전거한테는 미안했지만 비, 너도 오고 싶으면 맘대로 해, 쯤의 관대한 나. 10시 20분, 모임이 늦어져서 어쩌지, 라는 문자가 왔고 나도 모임은 더 늦어질 기세였지만 이미 콜라는 김 샜고 드림은 여전히 울렸지만 그건 아까와는 다른, 기대감이 아니라 실망감에서 오는 둥둥둥. 다음에 보자, 늦었어. 라는 답문자를 보내자 그러자, 하는 기다렸다는 식의 대답에 나 참, 내가 잡은 약속도 아니었고 말이지, 억하심정이 되었다. 왜냐면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었고 회사동료들과 함께 한 자리라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어떻게든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왜냐면, 왜냐면, 나는 교수님과 있어도 빠지고 갈 생각이었거든. 모임에 엉덩이 붙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비오는 금요일, 민희에게 문자를 쳤다. "늦게 끝날 것 같아, 재워줘, 자기" 그런데 문자를 받기도 전에 그녀가 전화를 했다. "언니, 학교 근처서 모임 하고 있으면 우리집서 자고 가." ㅎㅎㅎ.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온 민희를 위해 따뜻한 찐빵을 사고 그네 집에서 둘러앉아 따뜻한 구기자 차를 마시는데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다. 고맙다는 말보다는 홀짝거리며 구기자 차 정말 맛있어, 라고 했다. 알겠지, 문자를 보기 전에 바로 그 시간에 전화를 날려준 친구니까. 친구와 빗 소리를 듣고 불 끄고 누워있으니 비오는 금요일 밤도, 네가 없는 이 시간도 충분히, 볶은 구기자 차보다 따뜻하고 구수했어. 니가 예의가 그렇게 계속 없으시면 안 봐도 될 만큼. <친구와의 차,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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