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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8
    나이 서른을 견디는 것
    금자

나이 서른을 견디는 것

사랑마저도 '견뎌야 하는 타인'처럼 느껴지는 나이가 서른이라는데,

요새는 '나 자신'마저도 '견뎌야 하는 타인'처럼 느껴지지 않니? (나만 그런가?)

그래서 30대의 출발은 '견디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 견딤 속에 웃음과 울음과 냉소와 페이소스의 삶이 뚜벅뚜벅 걸어갈테고

그 길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

나의 친구friend이자, 내 언니 sister이자, 내 자신 self인 금숙.

- 07년 주발.



이런 말들과 함께 '서른 살의 강'이라는 소설집을 주다니,

주발이년, 센스는 어디서 고렇게 구비하고 내 친구로 이렇게 남아주다니.:-)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라는 싯구처럼

서른이 힘든 걸까, 아니면 서른 하나도, 서른 둘도, 마흔도 이런 걸까.

왜 너는 '카페 더 로스트'를 보면서

저렇게 잠 못들고 환장할 것 같은 밤들을 나도 온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고

'룸펜 프로레타리아' 계층을 잠식하고 있는 나의 그녀들이

보험도 안 되는 신경정신과에 드나들어야 하고

이제는 약도 안 들어서 약 먹고 자도 잠깐 자다 깬다, 는 말에 나도, 라고 한 친구가 또 응대하고

우리집이 4층 반인데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아스팔트가 뛰어내리라고 그래서

저번에 살던 11층 오피스텔에서 여기로 이사와서 다행, 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죽고 싶다는, 말 여기저기서 속사포처럼 터져나오고

우리가 서른이라서 그런걸까.

여자 서른,

그런 것을 다 알아도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거짓뿌렁을 읊으면서

자기기만하는 윤똑똑이가 아니라

나이가 서른이라서 그래, 나이탓 하면서 헛발질하는 것도 알고

누구한테 미쳐지지도 않아도 삽질하고 자빠져 있는 것도 알고

나이 서른이 지나도 이러코롬 또 힘들 것도 알고

결국 혼자라는 것, 을 사는 순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많은 것들을 능숙하게 받아들이는 얼굴,

까짓거 뭐, 하면서 그 자체를 인정하는 마음가짐.

서른 '견디는 것'으로 시작해 견딤에 담금질되고 결국 견디는 것을 따땃하게 보듬을 수 있을 나이를 준비하는 그 서른.

주발도 나도, 서른을 맞은 생일 축하.

내 곁에서 서른이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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