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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6
    스타일
    금자

스타일

스타일,을 읽고 주발에게 빌려주면서 말했다.

 

"이거 읽고 너도 칙릿소설 한 번 써봐, 1억원 벌어서 나 좀 호강시켜줘봐"

 

그래도 스타일의 작가 '백영옥' 에게 가혹하다든가,

혹은 난 작가를 너무 우습게 봐, 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나만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나 보다.

주발이가 미용실에서 본 '싱글즈'라는 잡지에서도 이번 여름 휴가에

'젊은 언니들이여, 칙릿 소설을 한번 써보자'라고 부추겼다고 한다.

 

이 책이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전시 코너에 보무도 당당하게 전시되어 있고,

신문에 대문짝하게 광고되는 것도 좋다.

나도 ‘서른 하나, 홈쇼핑에서 파는 옥돌매트가 필요한 나이’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지갑을 열었다.

 

서른 하나, ‘마놀로 블라닉’ 때문이 아니라

브런치를 함께 하고 생일을 챙기는 단 하나의 특별한 그놈 대신,

서로를 소울메이트로 챙기는 여자들 때문에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는 나이,

내 경우 겉멋만 부리고 내용은 별 것 없다고 생각되는 칙릿에 환장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흠, 그런데 이 소설은 중고등학생용 100% 하이틴 로맨스였던 것이다.

우석훈이 ‘직선들의 대한민국’에서 이명박 시대를 미학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시대라고 하던데,

이명박 시대에는 '하이틴 로맨스'도 문학상에 당선되는가?, 하고 교육감 선거 이후 좌절이시다.

공교육감도 대략 난감하시고 '1억원 짜리 하이틴 로맨스'도 난독증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체 게바라의 혁명 정신도 스타벅스의 카페라떼처럼 테이크 아웃할 수 있다고 믿는 이 시대에

혁명이란 몸 사이즈가 66에서 44로 줄어들거나, 키가 160에서 170으로 늘어나는 일 뿐‘

이라는 초반의 경쾌한 문구도

나중에는 뭐 작가가 이런 수사학 정도는 쓰셔야지 쯤으로 변했다.

‘제대로 된 수트를 입거나 완벽한 구드를 신는 일에도 진정성이 있다’고 믿으며

패션지 기사로 일해 온 여주인공 이서정의 그 진정성을 나는 찾지 못했다.

그저 '수석에 수석을 거듭한 수재'에서 외과의사로 (당빵 S출신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그리고

최고의 이태리 요리 전문가가 되어서 원 테이블 레스토랑를 차리는 남주인공에 홀렸다.

그래, 잘난 놈들은 가지가지 하는구나, 니가 '스탈'나는 직업은 혼자 다 하시라, 쯤의

못난 인간의 되둥그라진 열등감까지 발로하였던 것이다. 흠흠 

 

나 역시 그 진정성을 좋아라하는 서른 한 살이라고 생각한다.

허영덩어리가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다.

이 놈이 좀더 크면 종양보다 더 무섭게 삶을 망가뜨릴 것이다.

스타벅스에 너무 자주 가서 스스로를 된장녀라고 한탄하면서도

스타벅스의 초록간판만 봐도 위로받는다. 그리고 '히말라야 커피' 같은 공정무역 커피에 열광한다.

사실 사회과학 서적보다 보그나 엘르의 핫 아이템이 훨 재미있지만 들고다니는 책은 '한겨레21'같은 시사잡지다.

 

여 주인공은 ‘왜 그 사람들이 되먹지 못한 불편한 옷을 만들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기에

(잡지사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내가 소설에서 기대했던 것은 도레스 레싱의 문학성 같은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욕망이 가진 두 가지 진정성이었다.

‘되먹지 못한 진정성’이 있다고 마구 우기는 이 시대 칙릭들의 욕망.

그런데 소설은 ‘프라다에 끌리는 눈길과 굶어주는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 이 상반된 욕망’에 대한 이야기 아니라

‘이제 무엇이 윤리인지 고민하지 않겠다’라는 결론만을 반복한다.

그러니까 여주인공 이서정과 서른 하나의 여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스키니진 체험기’나 살 빼기 다이어트 약의 부작용인 ‘뿡뿡 방귀’ 밖에 없단 말이더냐?

 

모르겠다,

이서정처럼 결국 그런 남자를 만나지 못할 팔자의 서른 한살이라서

이 책을 산 만원이 이렇게 고까운지.

공정무역과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 마저도 요새는 가장 '스타일리쉬'한 소설에 등장해야 하나보다.

그게 세상의 진보이고 윤리라니,

갈 길이 너무 멀다.

고작 나는 서른 하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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