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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05
    캐나다의 정원(6)
    금자
  2. 2006/07/14
    고추 심기(2)
    금자

캐나다의 정원

토론토도 지금 한참 여름,  

햇빛은 한국과 비슷하게 뜨거운데 좀 덜 찝찝하고 끈적끈적해서

바람이 휘익, 불면 기분이 마구 좋아져.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서 나무들의 잎파리가 싸그락 거리는 소리가 귀를 채워.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작은 나무들과 큰 나무들알록달록한 꽃송이들.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는 그 식물들이 가진 '인간'다운 얼굴

 

그 식물들이 ‘인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알록달록한 색깔이나 시간의 결을 촘촘히 묻고 있는 그 큰 나무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야.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선물이랍시고 꽃 사들고나타나는'로맨티스트'들을

책장에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로다가 꽂아놓은 사람들과 쌤쌤으로 치는인간. -_-




캐나다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날마다 가만히 앉아서 혼자 생각할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대답했는데,

그 시간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들을 나무를 키우고 집을 가꾸고 하는 시간들로 채울 수 있는 삶, 그런 것들.

 

그리고 한국의 '저부가가치' 노동자가 갖는 시간.  

         

7 1일은 캐나다 데이였어.

잘은 모르지만 아마 영국에서 독립한 날을 기념하는 듯.

그 날은 나와 엄이 스페인에서 돌아온 날이였고 칠월의 첫째 토요일이었어.

5일 근무를 하는 캐나다에서는 7 3, 그러니까 그 다음 월요일날 따로 날을 잡아서 하루를 쉬더구먼.

그 때 나는 완전 눈 시뻘겋게 뜨고 마치 반공반핵 김정일 타도에 참여한 교회사람들이 미국을 받들어모시는 마음가짐으로 캐나다의 이 멘털리티에 빠졌지. 

이 사람들은 그 시간들을 가지고 인간의 얼굴을 한 나무들을 만들고 가꾸고, 그런 거겠지.

         

태국의 한 벽돌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마시는 물에 암페타민 (각성제)을 넣어서 잠도 안 자고 일하게 만들려는 수작을 폈고 (1998년 방콕 포스트에 난 기사)

언젠가 본 다큐먼터리에서는 한국 여성노동자들이 눈에 이쑤시게를 끼우고 재봉틀을 돌리는 모습이 나오더군.

         

자신마저 돌볼 수 없는 삶에서 나무를 키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나무와 함께 삶이 커가는 므흣한 기분,

런 게 바로 사회 책에 나오는 삶의 질이 아닐까. 시간이 조용히 흐르는 길을 걸으면서 남의 집 정원들을 찬찬히 보았어.

 

그러고 여기와서, 포스코, 에 대해서 읽었어.

그들이 가졌을 시간의 양, 하루 중 혼자서 가만히 앉아 생각하고

누군가와 나무를 키우고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았을 시간의 양을 생각하니,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이요원이 저부가가치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고 

화장실에서 울었던 그 장면이 생각났지. 

 

건설 노동자의 삶와 골프 캐디를 액면가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전전했던 몇 저부가가치의 직업 중 가장 육체 노동군에 속했던 골프 캐디로서의 몇 달간을 생각해보니, 마음이 찌르르했어.

 

 

정말이지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멍하게 텔레비젼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 

특히 새벽 5시 티업이 있고 저녁 7시가 넘어 경기가 끝나는 여름 시즌에는,

'날 잡아 잡순다'고 해도 암 것도 할 수가 없었어.

콧구멍에 파를 끼운다고 해도나무에 물을 줄 시간이나 여력이라곤 없었어. 

 

건설노동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사실 잘 몰라.

노가다를 해서 학비를 번 것도 아니었고

가까이 건설노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가졌을 시간의 양, 이런 것은

공사 현장에 옷을 갈아입는 곳이나 화장실처럼 기본적인 시설조차 없다는

신문기사만으로도 충분히, 잘 알 것만 같았다.

느자구없게도 그런 기사들은 캐디 생활을 떠올리게 헸어.

 

오늘 동네를 산책하면서 몇몇 정원을 찍었어. 

부디, 부디 므흣하게 나무와 함께 커갈 수 있는 삶,

그런 것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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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심기

도자기를 만드는 내 룸메이트 선주가

'흙을 만지는 기분' 어쩌고 저쩌고 했을 때는 별 실감도 안 났는데

난생 처음으로 작은 나무를 땅에 심고 고이고이 물을 주고 탱탱 영글어가는

고추를 보니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면서 마구 좋아.

 

반육식주의자라고 떠들고다닌지 (그래야 비자발적으로라도 안 먹을 수 있으니까 -_-;;)

까무룩할만큼 오래되었지만

둘둘치킨 앞에서 '컹컹' 코를 낼름낼름거리고

미리 만들어진 1000원 김밥을 사 먹음시롱 '어쩔 수 없이' 햄을 먹는다고 하면서

(버리는 건 더 큰 환경오염이여, 뭐 이런 식으로)

'구공탄 굴뚝 연기에 향수를 느끼는' 비둘기처럼 햄 향기를 느끼던

나이지만,

 

내가 먹을 고추를 땅에 심고 바라보고 애정을 듬뿍 주고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자니

채식이 더 큰 기쁨!!

 

<체리 고추> 동그란 고추 속에 씨앗이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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