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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1
    결혼식 대신 스윙댄스!(12)
    금자
  2. 2008/05/03
    불편한 관계, JIFF(3)
    금자
  3. 2008/01/14
    청약저축(9)
    금자
  4. 2008/01/09
    연애랑 정치는 다른 것일까?(7)
    금자

결혼식 대신 스윙댄스!

31살,

결혼식에 불려나가고 결혼 안하냐고 채근당하고 결혼하는 친구들과 거리가 생기고.

비혼일지라도 결혼, 결혼에 연루되는 나이.

 

중국에서 공부하는 기묘가 친구 결혼식 때문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공무원 결혼이 젤 좋더라, 아주 둘 다 공무원인데 초 간단 식으로 빨랑 끝내더라고, 공무원 그거 하나 좋드라"

공무원과 초간단 결혼과의 상관성은 모르겠지만

친구 결혼식마저 초간단해서 좋을만큼 결혼식은 대개 지루하고 지겹다.

주발이는 웬만하면 돈으로 때우고 정말 축하해주고 싶은 친구의 결혼식만 간다,고도 했다.(난 돈이니, 시간이니?)

나는 무쟈게 사랑해도 결혼식 야외촬영을 고집하는 인간이라면 그 결혼 물리고 말만큼 신혼부부 거실벽에 붙은

결혼식 사진이 싫다. 그리고 결혼식은 그 결혼사진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똥파리 쯤으로 여긴다.

차라리 일본처럼 하객들 모두 엄청 멋내고 드레스 입고가면 조금이라도 룰루랄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드레스 사려고 쇼핑구 다니면서 돈 쓸 생각을 하니 것도 손사래질 쳐진다.

 

또 어쩌고 저쩌고 남의 결혼식에 연루되는 일이 생겨서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 있었더니

"너라면 어떻게 결혼할건데?"라는 질문이 들어왔디.

"흠, 난 비혼으로 살건데" 가 답이지만 이러면 대안도 없이 무능한 꼴통페미 -_-로 오해받을까봐

 만약 파트너와 함께 동거식이라도 한다면, 라고 바꿔 생각해봤다.

 

결혼식 야외촬영 할 에너지와 시간과 돈으로

같이 살 사람이랑 친구들과 스윙댄스를 배워서 야외에서 춤추고 맛난거 먹고 싶다.

(살사, 탱고는 나한테 너무 느끼혀)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스윙 초보 '지터박'을 배우고 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지루박이냐고 물어보는 너에게

아냐, 지터박이야, 라고 했는데 인터넷 검색했더니 현장용어로는 '지루박'이 맞았다.

뭔들, 좋아, 우리는 지루박 차차차.

더 많이 배우거나 바에서 화려하게 춤추거나 간지가 안나도 좋아.

그냥 너랑 손잡고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따라서 스텝만 맞으면 돼.

유럽 여행이라도 같이 가게 되면

저녁식사 자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이 밥 먹다가 일어나

가볍게 춤추고 다시 앉아서 차 마시는 곳 같은 데서 나도  너랑 가볍게 스윙 저터박 한 번. 

 

 

너랑 같이 살든 못 살든, 고잉 온 하든 깨지든, 동거식을 하든 못 하든,

너와 함께 결혼식보다는 스윙댄스를 배우는 지금이 좋아.

 스텝 스텝 라아~ 스텝,  결혼하는 커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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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관계, JIFF

난 전주영화제에 놀러나와 있다. 자랑질이다.

썬그라스를 연신 쓰고 다녀도 '간지'보다는 햇빛을 피하려는 진정성이 더 느껴질만큼 날씨도 뜨겁다. 에헤라디야~~

('간지'용이다, 실은)

금요일 휴가내고 노동절인 목요일부터 내리 놀고 있다. 에헤라디야~~자진방아를 돌려라.

느껴지는 바대로, 팔자 좋은 년이다.

특히 기혼녀들에게는 정말 팔자 좋은 년이다.

 

나와 같은 팀의 혜진은 휴가내고 전주 간다는 내 옆에서 징징대면서 말했다.

"나는 한참 농사 바쁠 때라서 시댁인 전라도 고흥까지 내려가서 일해야 하는데"

그 말을 도돌이표 했다.

뭔가 조금 억울하고, 휴일에 놀러다니는 비혼이 좀 부럽기도 하고, 고흥은 너무 멀고, 그래서 가기는 진절머리 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의 체념도 약간 섞인 그런 표정이었다.

 

이봐, 나는 게이랑 위장결혼하지 않는 한,

받지도 못할 축의금을, 그리고 피같이 애지중지한 휴일을 털어서 니들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곤한다고, 이라는 말이 느자구없이 터져나올 뻔 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낮은 출산율이라는 거국적인 문제를 가져오는 주범에

수유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아서 유방암 걸릴 가능성이 더 많다는 기사에 두려워하고, 그런다고.

이렇게 국제영화제에 팔랑팔랑 놀러다니다보니 생명보험 하나 안 들었는디 말이쥐.

 

하지만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도 고흥 가기 싫은 한 기혼녀의 사정에 공감했으며

무엇보다도,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생각될만한 일말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싶었다.

혜진은 나보다 4살 어리다. 그리고 자알 결혼했다. 남편이 아파트도 샀다. (크헉, 이게 젤 부러) 

거기다대고 비혼녀 운운하면 남들이 나를 인생의 루저, 찌찔이처럼 여길 것이고, 진짜 '노처녀'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집에 놀러와

자기 친구 중 결혼도 잘하고, 남편도 잘 만나고, 재테크도 나름 성공하고, 아이들도 예쁘게 크고 있는데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친구 이야기를 하자,

'노처녀 히스테리'를 왕빵 부렸다.

그 이야기를 한 친구가 우울증에 걸린 결혼 잘 한 여자라도 된 듯 마구 삿대질까지 해 댔다. 

오바, 했다. 열내다가 갑자가 정신을 차리고 족팔려서 뻘쭘했다.  

"넌 애인이 있어도 어째 노처녀 히스테리가 걸리냐?"라고 내 친구가 수상스레 쳐다봤다.  

"배째라, 난 '꼴통 페미'에 노처녀 왕 히스테리야" 라고 대꾸했다.

뭐 꼴리는 대로 대답했지만

나도 궁금했다.

나, 노처녀 히스테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야?

내가 왜?

아파트 때문에??

믿을 건 차곡차곡 모아둔 돈 밖에 없는 비혼여자 주제에 골드미스는 커녕 실버미스도 감지덕지한

'친환경 스댕(steinless)' 미스라서???

 

나는 마치 부르조아를 타도하는 프로레타리아 독재의 투사가 된 것처럼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삼시롱 나름 생의 고통에 시달리고 자신의 자유가 메말라가고 있다고 비통해하는

모든 기혼녀들이 미웠다.

미워요, 미워. 것도 왕창으로다.

내가 남편이 사준 아파트와 가져다주는 월급을 포기하고  '도시 빈민'  비혼녀가 되는 삶을 선택했듯이

국제 영화제를 싸돌아다니고 인생에 대해서 심오하게 번민하는 이 거시기까지 차지하려 드는 것은,

너무 거시기했다.

하다못해 비혼인 나에게  기혼녀의 처지를 불평하는 것은 그렇다.

인생에는 싸가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억하심정까지 들었다.

요는 내가 남편이 없고 집도 없고 월급도 곱하기 1배이고 암이 걸리면 돌봐줄 인간과 돈도 없이

죽어야만 팔자라고, 불평하지 않듯이

적어도 기혼녀들은 내가 누리는 자유에 대해서 그렇게 팔자 좋겠다는 눈빛을 보내서는 안되는 거다.

 

그런데 어제 여기 전주에서  '불편한 관계'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다큐먼터리처럼 아이 둘을 가진 부부의 일상을 소소하게, 일상의 속도로 그려냈다.

베티 프리단이 1963년, '여성의 신비'라는 책에서 중산층 전업주부의 삶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드러냈다면

이 영화는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1980년대 헝가리 부부의 표정과 삶으로 그려냈다.

이 흑백영화 속의 삶을 보고 있자니, 고통스럽고 마음이 부딪껴서 

밖에 나가 초여름 바람에 부유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 마시고 싶었다. 

그래도 나는 알게 되었다.

미국이건, 헝가리건, 1960년대건, 1980년대건,

그리고 여기 2008년의 한국이건,

전업주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결혼해 본적이 없지만 

그들의 빈 곳과 불만과 허전함도 비혼녀의 그것과 형태가 다를 뿐임을.

기혼녀를 절절이 미워하면서 여기 내려와서 처음 본 영화가 그랬다.

 

남의 고통에 몰인정해지지 않기,

내 스스로 '친환경 스댕'  미스의 삶을 살갑게 껴 안기.

그리고 기혼녀를 내 불안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기,

결국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기혼녀를 적으로 만든다.

 

나는 전주에서 철이 조금 더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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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저축

주발양과 전화질 40분을 했다. 개같은 하루를 보낸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여자 혼자 사는 것. 여자로서 비혼으로 평생을 나면서 정신과에 들나들 확률은 테러당할 확률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아,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여자 혼자서 이사를 한 내 친구는 부동산 아저씨에게 데이고 수위실 아저씨와 한 판 싸우고 새로 산 버티칼을 달 못을 박다가 실패하고 이사한다고 무담시 신나서 산 밥통이 일주일만에 고장나고 그 와중에 스파게티 해 먹으려다가 소스 뚜껑이 안 열려서 결국 밥 사먹고 그러던 와중에 전화를 한 내게 정말이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이사 안 다니고 집세 걱정 안 하면서 "내 집이댜"라고 할 말한 공간이,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열심히 청약주택 들어서 은젠가는 국민임대주택에 입성하자고 토닥토닥했더니 "여자 혼자 단독 세대주로 들어있는 가구가 그런 곳에 당첨될 확률은 생선이 자전거를 탈 확률보다 낮다"고 일침을 놓았다. 된장맞을, 그런 거냐?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변호사 미란다가 집을 살 때 부동산 업자가 '여자 혼자 집 사는 것'을 츱츱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급기야 계약서에 'separted'라고 지 맘대로 작성해 놓은 것을 보면서 '아, 미국도 별 수 없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이것 저것 다 떠나서 집 살 돈만 있으면, 임대주택이라도 들어간다면야 "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라는 마음쯤이 되겠다. 좀 억울하다.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한 것이 죄도 아니고 둘이 되면 재산도 둘이 척척 합쳐서 집도 얻고 살림할 돈도 나눠쓰고 그러는 경제적 이득도 있을 것인데 (나 혼자만의 생각인겨?) 혼자 사는 비혼들이 왜 청약주택에서마저 뒤로 밀려야 하냐고. 혼자서 아장아장 살아갈 집은 비혼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은은 순전히 내가 비혼이라서 '이익집단'식으로 생각해서 그런걸까? 비혼으로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적 관계(serial relationship)에 에너지를 쏟는 것도 심들어 듁겠구만 말이쥐. 엄마는 본인이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 세 자식 중 내 생각이, 내 걱정이 젤로 앞섰다고 했다. 짝도 없고 혼자서 벌벌벌 살아야 할 막둥이 딸이 못 미더웠던 거겠지. 그치만 실은, 알아? 엄마가 그런 말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혼자 사는 여자들이 혼자서 행복해하면서 좋아라 할 겨를이 더 없어지는 것 같아. 엄마가 혼자 사는 딸도 자취가 아니라 결혼을 한 사람들처럼 '살림'을 하고 결혼을 한 사람들도 외로움에 부들부들 떨다가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고 그런 것들, 나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그런 척이라고 해 주면 좋겠어. 삼천포로 말이 샜는데 이렇게 심든 일들이 단지 개같은 날의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가 살아내야 할 삶이고 다시 반복될 거고 우리 모두 가엾은 것들, 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서른 한 살에 그래서, 연애를 해야 겠다고 죽자고 덤비는 우리에게 (이렇게 가엾은 데 옆에서 삶을 스캔해주고 토닥여주는 환각제가 필요해) 그런데 연애가 잘 안 되는 내 친구에게 -_- <자기 보살핌>의 한 구절 선사!


만약 혼자라는 사실로 인한 불안감과 소외감,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면 다음의 두 가지 글쓰기를 이용하라. 며칠 간 첫 번째를 연습한 다음 두 번째로 넘어가라. 1. 혼자라는 사실에 대한 당신의 가장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써라. 남녀 관계에 대해 당신에게 불안감이나 분노, 좌절감을 남긴 경험은 무엇인가? 당신에 그런 감정을 표현했는가 아니면 억누르거나 무시했는가? 그 경험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지금 당신의 기분을 말할 수 있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2. 글쓰기를 통해 다음의 질문을 탐색하라. 실패자라거나 소외되었다는 느낌 없이 싱글로 지낼 수 있는가? 이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자기 보살핌을 통해 외로움을 덜고자 하는 싱글 여성들, 그리고 내가 동반자와 분리되어 있는 독립된 자아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일깨워 줄 필요가 있을 때 혼자서 하는 자기 보살핌의 방법들. 이 목록을 발판으로 삼아 당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첨가하라. -빈둥거리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켜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황홀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서너 군데 찾아라. 들판이나 근처 공원의 해먹 위 혹은 다락의 은신처, 너덜너덜하지만 편안한 낡은 의자나 지하에 있는 소파 등 -동반자와 단절되었거나, 동반자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거나, 동반자가 없어 외롭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애정 공세를 퍼부어 주기를 기다리지 말라. 당신 자신을 위해 꽃다발이나 예쁜 화분을 사서 침실, 집안의 사무실에 두자. 그에게 생일 선물로 받고 싶었던 목걸이, 핸드백, 벨트, 브로치 등을 당신이 직접 사라. -당신이 선택한 영화를 보러 가라. 한낮에 가 보는 것은 어떨까. 관객이 적은 조용한 극장에서 앞자리에 발을 올리고 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라. -당신 자신을 위해 이국적인 목욕 소금을 사서 오랫동안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며 긴장을 풀어라. 불을 끄고 욕조 가장자리에 촛불을 켜라. -근처의 공원이나 벌판으로 혼자 산책을 나서라. 모든 감각이 주는 느낌에 완전히 빠져 들어 순간에 충실한 마음 보살피기 산책을 하라. 당신의 옛 꿈을 추억하거나 얽힌 감정을 푸는 시간으로 삼아도 좋다. 창조적인 프로젝트나 직업적 야망, 이성 혹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바라는 변화, 먼 곳으로의 여행 등 새로운 꿈을 구상해도 좋다. 아니면 모든 생각으로부터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시간이 되어도 좋다. 계속 움직이고, 계속 꿈꾸어라. -연을 사서 공원이나 벌판으로 향하라. 파란 하늘 위에서 알록달록한 연이 앞뒤,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관찰하라. 손가락에 와 닿는 실의 팽팽함을 느껴라. 멀리서 바람에 펄럭이는 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하지만 친구 및 형제자매와 따뜻한 시간을 갖는 것이 자기 보살핌의 극치라는 것, 그리고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이 풍족하게 누렸던 그런 유형의 우정을 재건하는 일이 여성들에게 최고의 자기 보살핌이라는 것! 그러니까 이렇게 스스로가 가엾고 개같은 일들이 마구잡이 연달방귀로 뿡뿡 터질때에는 언제든 전화하고 언제든 만나서 따뜻한 차를 홀짝이고 마구 이야기하자. 온전히 혼자, 를 이해하는 순간 친구가 더 애틋하게 다가왔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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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랑 정치는 다른 것일까?

근 2달간 출근하자마자 MB 욕 하면서 하루가 시작했고 회의 시작 전에 과일 깎거나 간식 놓으면서 MB 욕을 한 번 더 했을 정도로 우리 단체 사람들은 MB라면 여름철 겨드랑이에 부글부글 솟아난 털처럼 여겼는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취향이지만 난 여름철 겨 털을 뽑고서 민소매를 입는다고) 그들의 남편과 남친들은 MB를 찍었던 모양이었다. 내 자리의 전임자는 여성학 공부를 한 사람이었고, 생태팀의 은영샘도 평소에는 시민단체가 서비스 회사인가를 의심할 만큼 친절한 사람임에도 no라고 해야 할 때 yes라고 대답하지 않는 인간형이고, 라연샘의 남친 통통이는 친환경상품전시회를 하건, 태안을 가건, 라봉 옆에 붙어 사무실 짐을 척척 나르면서 '남자'를 사귀는 것의 보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전임자의 남편도, 은영샘의 남편도, 통통이도 MB를 찍었다고 했다. 선거날에는 일일 '논개'가 되어 그를 껴안고서 저녁 6시까지 쇼핑몰을 돌던 교외를 나가던, 한 표라도 수장시키라는 우리의 지령도 지키지 못한 채. 도대체 어떻게 MB를 찍는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실존주의적 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앞자리에 앉은 펭귄이 말했다. "전에 현희 샘(내 자리 전임자)도 그랬는데, 결국 MB를 찍을 만한 사람과 만난지 몇 달 만에 바로 결혼했어요" 흠. 살짝꿍 비웃으면서 우리 시네마는 만원 준다고 꼬드김시롱 온 가족이 MB 찍을 것을 강요하고 선거 다음날 뉴스를 보면서 "온 국민 마음이 다 내 마음 같구나"하면서 므훗해하는 아빠를 두고 있음에도, MB를 안 찍었다고 자족했다. 나름 나도 므흣, 이 정도는 되야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웬지 모르게 이겼다, 라는 뿌듯한 마음까지. -_- 근데 같이 밥 묵다가 시네마가 떡 하니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나서서 운동하는 동성애자들 이해가 안 가, 얼굴 팔리고 손해보고 그럴 필요가 뭐 있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두. 둥. 아니, 이것이. 나는 이해가 가고도 남아서 시간있으면 같이 운동이라고 할 태세다! 음, 그런데도, 그런 말을 잘도 쳐 하시는데도 저렇게 잘 먹고 있는 것을 보니 웬지 모르게 시네마 아빠가 선거 다음날 므흣한 것보다 더 므훗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잘 먹으니 예쁘더라고. 정치적으로 삑사리 나는 말을 들으면 횡경막처럼 뭔가 가슴 속에 그런 말들을 거르는 체가 있어서 딱, 걸리고 마는데 너한테는 체가 다 뚫려버렸는지 거름망에 남는 것도 없었어. 이렇게 벨도 없다니. 연애는 정치랑 이렇게 다른 걸까? 무방비 상태, 소용없는 거름망, 그냥 예뻐. 그리고 밥 먹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다 나처럼 취약해서 명박이가 대통령 되는 세상이 왔구나, 라는 생각으로 잠시 우울. 대통령 선거도 끝났고 차별금지법은 국회 통과를 남기고 있고 니가 밥 먹는 모습으로 나까지도 배부르지만 (미쳤지 참말로), 그래도 계속 이야기해보고 이야기해야겠다. 어차피 진보넷에 블로그를 만드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끼리만 살 세상은 아니고 그런 사람들과만 연애를 하자는 것도 아니니. 그리고 너 역시 날 좋아하니까 나만큼 취약하잖아. 그러니까 잘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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