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9/02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2/03
    박원순강연회,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상상력(4)
    금자

박원순강연회,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상상력

오후 두시, 밖은 봄이 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핫초코를 가득 든 텀블러를 한 손에 들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평일, 오후의 거리를 걷기 위해 강연회에 갔다.

오후에 사뿐히 걷는 산책, 그런대로 기분좋은 매섭지 않은 2월의 바람, 강연회가 열리는 대학로의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들.

인간에게는,

나처럼 게으른 '고양이 형' 인간에게는 특히,

일주일에 하루쯤의 오후 산책과, 또 다른 하루쯤의 낮잠 시간(시에스타)이 필요하다.  (트에쟁!! 투에쟁!!! 쟁취!!!!)

 

오후 산책과는 비교도 안 되게 퀴퀴한 강의실이었으나,

강의를 들으면서 단체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라는 아이디어도 생겨나고 짱짱하게 힘도 나면서 

뇌수에서 콜라의 탄소 거품이 터지는 것처럼 시원했다.

강의가 끝나고 화장실 거울로 얼굴을 보니, '빨간 볼'이 되어 있었다. 또, 혼자 흥분하고 좋아라 하고 있었등가. -_-  

 

그것은 단지 박원순이라는 '잘난' (꼬운 의미가 아니라 진심으로) 분이 보여준 여러가지 사례들 때문은 아니었다.

그가 한 이야기는 주제가 투 머치 거시적인만큼 일반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NGO는 재정을 포함해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며, 80년대 운동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아젠다와 소통방식을 개발해야 하고, 담론투쟁과 동시에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나쁘다, 반대한다'에서 벗어나 영국의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사례처럼  지역 주민들 스스로 개발 회사를 차려 자기 지역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대항하기.         

또는 기업적 상상력으로 쌔끈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생협처럼 농촌과 도시의 살림을 이어가면서,
수출지향적인 경제체제를 우리들 사이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바꾸어가기.

이러한 노력을 '소호(소상인) 도시' 라는 프로젝트로 엮는 일본 지역처럼 지자체와 정부와 '적절한' 관계를 만들기.  

 

-처절하게 반성하고 지역으로 가는 것, 그리고 자본가 냥반처럼 말씀하자면 농촌은 '블루오션' -_-, 농촌과 접속하라.

전라도닷컴은 광주 대인동 재래시장으로 사무실을 옮겼으며, 최근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오학년 아이들이

'무조건' 일주일 정도 농촌에서 지내고 오는 것이 정규 교과과정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또한 젊고 아직 일이 정해지지 않은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가 마을조사사업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기록하기,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  

 

-'학생' 운동권이 사라진 시대에, 한탄하지 말고 모든 국민을 운동권으로 만들자는 선동.

그 동안 시민단체와 안 친하다고 여겨졌던 노년층, 은퇴자, 주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만들기.

능력있고 시간있고 조금 다가가면 마음까지 생길 듯한 은퇴자들을 시민단체 활동으로 엮기.

(예를 들어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는 단체에는 은퇴한 광고업계 종사자가 재취업하여 단체들이 잘 못하는 영역인

홍보를 이끌어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한강의 기적 세대들이 생을 정리하는 시기인 지금, 유산의 1% 기부받아서 공익활동에 쓰기.

 

이런 하나하나의 이야기보다는,

이런 것들을 함께 하고 이해하고 좀 더 나아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옹기종기 강의를 듣는 그 분위기,

그런 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박원순 아저씨의 '바닥을 모르는 낙관주의' 같은 것들이 좋았다.

"운동이 언제 쉬운적 있었는가.

나는 시민운동 하다가 밥 굶었다는 사람 못 봤다. 부부가 다 시민단체 활동가여도 '나름' 자알 살기도 한다.

그러니까, 바닥에서부터 운동을 하자. 대신 우리, 대안을 만들어서 이기는 운동을 하자."  

뭐, 변호사라는 자본을 가져서 그래,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운동을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만들어오고 하나의 사업을 궤도에 올리고 평생 좋아하고 자기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 온 사람만이 내뿜는 그 에너지가, 부럽고 좋았다.  

 

근본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시장' 체계 안에서의 용트림이라고 비판할 꺼리, 분명히 있다. 

지금의 환경건강운동이나 페어트레이드 운동이 결국 그것을 소비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구분 짓기'로, 

더 좋고 더 건강하고 게다가 윤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착한 소비'가 문화적 소양을 갖춘 부자들 위주의 트렌드가 되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래도 뭐, 오늘 강연, 나는 좋았다.

'저소득층도 유기농을 먹을 수 있는 권리' 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고, 쟁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운동이다, 혹은 공익과 자선은 다른 것인데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자선만을 생각하니 공익활동을 늘리는 운동을 하자, 같은 것들 말이다.     

 

오늘 강의는 한번씩 먹는 보양식이나 얼굴에 하는 마스크 팩처럼 마음에 영양소를 공급해줘서,

요새처럼 옮길 집을 찾으면서 복덕방에 걸려있는 방값에 시렸던 마음이, 뭐 어때, 쯤의 뚝심같은 것으로 돌아섰다.

물론 방값은 꼭 있어야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리고 운동과 시민단체에게는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