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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9
    연애랑 정치는 다른 것일까?(7)
    금자

연애랑 정치는 다른 것일까?

근 2달간 출근하자마자 MB 욕 하면서 하루가 시작했고 회의 시작 전에 과일 깎거나 간식 놓으면서 MB 욕을 한 번 더 했을 정도로 우리 단체 사람들은 MB라면 여름철 겨드랑이에 부글부글 솟아난 털처럼 여겼는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취향이지만 난 여름철 겨 털을 뽑고서 민소매를 입는다고) 그들의 남편과 남친들은 MB를 찍었던 모양이었다. 내 자리의 전임자는 여성학 공부를 한 사람이었고, 생태팀의 은영샘도 평소에는 시민단체가 서비스 회사인가를 의심할 만큼 친절한 사람임에도 no라고 해야 할 때 yes라고 대답하지 않는 인간형이고, 라연샘의 남친 통통이는 친환경상품전시회를 하건, 태안을 가건, 라봉 옆에 붙어 사무실 짐을 척척 나르면서 '남자'를 사귀는 것의 보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전임자의 남편도, 은영샘의 남편도, 통통이도 MB를 찍었다고 했다. 선거날에는 일일 '논개'가 되어 그를 껴안고서 저녁 6시까지 쇼핑몰을 돌던 교외를 나가던, 한 표라도 수장시키라는 우리의 지령도 지키지 못한 채. 도대체 어떻게 MB를 찍는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실존주의적 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앞자리에 앉은 펭귄이 말했다. "전에 현희 샘(내 자리 전임자)도 그랬는데, 결국 MB를 찍을 만한 사람과 만난지 몇 달 만에 바로 결혼했어요" 흠. 살짝꿍 비웃으면서 우리 시네마는 만원 준다고 꼬드김시롱 온 가족이 MB 찍을 것을 강요하고 선거 다음날 뉴스를 보면서 "온 국민 마음이 다 내 마음 같구나"하면서 므훗해하는 아빠를 두고 있음에도, MB를 안 찍었다고 자족했다. 나름 나도 므흣, 이 정도는 되야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웬지 모르게 이겼다, 라는 뿌듯한 마음까지. -_- 근데 같이 밥 묵다가 시네마가 떡 하니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나서서 운동하는 동성애자들 이해가 안 가, 얼굴 팔리고 손해보고 그럴 필요가 뭐 있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두. 둥. 아니, 이것이. 나는 이해가 가고도 남아서 시간있으면 같이 운동이라고 할 태세다! 음, 그런데도, 그런 말을 잘도 쳐 하시는데도 저렇게 잘 먹고 있는 것을 보니 웬지 모르게 시네마 아빠가 선거 다음날 므흣한 것보다 더 므훗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잘 먹으니 예쁘더라고. 정치적으로 삑사리 나는 말을 들으면 횡경막처럼 뭔가 가슴 속에 그런 말들을 거르는 체가 있어서 딱, 걸리고 마는데 너한테는 체가 다 뚫려버렸는지 거름망에 남는 것도 없었어. 이렇게 벨도 없다니. 연애는 정치랑 이렇게 다른 걸까? 무방비 상태, 소용없는 거름망, 그냥 예뻐. 그리고 밥 먹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다 나처럼 취약해서 명박이가 대통령 되는 세상이 왔구나, 라는 생각으로 잠시 우울. 대통령 선거도 끝났고 차별금지법은 국회 통과를 남기고 있고 니가 밥 먹는 모습으로 나까지도 배부르지만 (미쳤지 참말로), 그래도 계속 이야기해보고 이야기해야겠다. 어차피 진보넷에 블로그를 만드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끼리만 살 세상은 아니고 그런 사람들과만 연애를 하자는 것도 아니니. 그리고 너 역시 날 좋아하니까 나만큼 취약하잖아. 그러니까 잘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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