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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7
    자본주의와 효도의 상관관계 (2)
    금자

자본주의와 효도의 상관관계

오랫만에 친구들, 만났다.

나의 전 룸메들, 전전 룸메들, 그리고 그들과 내가 함께 살았던 불광동과 상도동을 둘러싸고 자기들도 덩달아 '룸메'마냥

그 자장 안에 머물렀던 친구들이 모두 만났다.

 

달순의 말대로 '마음 속 안면' 이 있는 우리들,

휴지 말대로 '설명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설득시키려 진땀빼고, 그런 것들로부터 완전히 프리~'한 친구들,   

이혼 후에 홀로서기 하던 휴지와 (예전에는 혼자 죽는게 무섭다고 하드만,인쟈는 자기 환갑이 을매 안 남았다며

우리더러 그 날 재롱 좀 떨고, 자기 제삿날에 다들 모이라고 하네.) 

세상에는 자기 똥 닦을 줄 아는 인간과 그걸 남이 해결해줘야 하는 여섯살 이하, 이렇게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며

여섯살 날 성현이를 '이류 시민' 취급하던 철 없던 비혼, 금자와 기묘,

그런 금자와 기묘 VS 성현이 사이의 묘한 기류를 쿨하게 내버려 두던 성현이 엄마, 오정,

그들과 한 건물, 같은 층에 있는 옆 집에 기거하는 죄로 수시로 살림을 약탈당하던 '박사 부부' 미물과 앙,

(살림 뿐이냐, 여름에 그 집에서 어쩌다가 에어컨만 켰다 하면 우루루 몰려가 바로 거실 점령.) 

그리고 그 집의 게스트들, 조, 하영, 달순, 민영.   

 

아직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뇌 속에서 세르토닌이 마구 분비되면서 행복지수가 팍팍 올라간다.

 

휴지는 요새 미국의 미혼모 지원재단의 한국인 코디네이터로서 일한다.

이혼한지 5년도 넘은 휴지더러 매해 신년 덕담으로 "조신하게 *서방을 기다리면 곧 돌아온다"는 말로 휴지를 환장하게 만들고

"인류학이 학문이냐, 아들이냐 키워라"는 말로 휴지의 존재를 깔아뭉개던 그 아버지께서,

요새 그녀를 월남전에 나가 장렬하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역군의 용사' 취급을 하신다.

 

해외 재단에 고용되어 외쿡인과 솰라솰라 하면서 달러로 월급 받고,

'경박스런' 장사도 아니고 '학문'해서 그걸 바탕으로 '좋은' 일 하는 딸년이 마구 자랑스러워진 게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살아생전 한 번은 이럴 때도 있는 거지라고 넘어가기에는,

그렇기에는, 정말이지 촌스러워서 짜증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이혼하고, 보따리 시간 강사하고, 자투리 번역에 프로젝트 하고, 어린 친구들과 함께 살고, 그럴 때도 지금의 휴지였고, 하는 일은 까놓고 보면 다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인데,

버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니 이혼도 뭐고 다 정리된 거다. 역전.

그래서 요새 휴지는 '후지는' 효도 이빠이 하고 있다. 그래서 술 먹고 '마음 속 안면'이 있는 친구들 앞에서 부모에게 화 낸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라면 내가 또 휴지에게 질 쏘냐.

자식이 자기 삶을 감당하다면, 자유의지로 그것을 선택하고 책임진다면, (최저임금을 받아도 내가 받는 건데 왜 그러시는지,참)  

그 선택이 부모가 보기에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지지는 못해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인정하는 것이 

다 큰 자식과 부모 사이의, 어른과 어른의 관계이거늘,

나에게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자체를 부정하는 우리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집에 전화하는 것도 나에게는 부담 팍팍이다.

사랑한다는 말로 인간 사이의 예의가 사라진 관계, 가족.

나도 알고 있다,

이것을 뛰어넘어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하던지, 아니면 시장에서 인정받아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어오던지,   뭐 둘 중 하나다.

자기들 잘 먹고 살라고 그런거 아니고, 정말이지 나를 사랑하여 하도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 50% 이상인 것도 알겠다.

한데 그 감당, 당사자인 휴지와 내가 하는 거다. 독거노인 돼서 '그 때 부모 말 들을걸' 하는 것도 다 우리 몫이다. 

찌질한 인생보다 더 갑갑한 게, 그럴까봐 부모에 대한 죄책감에 짓눌려 하고 싶은 거 못하는 거다, 라고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

 

이런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를 다시 한번 못 박은 것은 휴지 아버지의 한 마디였다.

휴지가 너무 자랑스러운 나머지, 2009년 새해 덕담으로 휴지더러 정말 '좋은'일을 한다면서

"적어도 미혼모들은 깨끗하지 않는냐, 이혼한 사람들처럼 서류가 더럽지는 않다""라고 가라사대.

행정학 박사이신 휴지 아버지께서는 서류상 빨간 줄 없이 '깨끗한' 미혼모들은 충분히 도와줄만 하다고 판단하셨던 것.

그래서 엉겹결에 요새 효도하고 있는 휴지, 신년 밥상머리 앞에서 외쳤다.

"아버지, 저도 깨끗해요, 깨끗해!"

 

자본주의와 효도의 상관관계, 거 무섭다 해도

뛰어넘지 못한 선, 결국 있는 거였다.

그래서 신년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말씀에 '버럭'하면서 불효를 저지른 휴지처럼, 나도 부모가 원하는 효도는  어찌해도 도리 없다는 신념만 얻었다. 주발이는 '노친네들, 어쩔 수 없어, 니 맘대로 살어'라고 도장 팍팍 찍었다.

 

김어준 말대로,

부모의 기대가 정당하든 않든, 그에 부응치 못한 거, 미안해 하는 건, 옳다. (나도 충분히,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게 갖춰야 할 건,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애틋한 연민이다. (건투를 빈다_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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