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망원 한강공원-소개팅:-)
- 금자
- 2009
-
- [포럼]젠더, 욕망, 자본주의...
- 금자
- 2009
-
- 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2)
- 금자
- 2009
-
- 밀란쿤데라, 농담
- 금자
- 2009
-
- 대한늬우스 상영전 극장예절 (1)
- 금자
- 2009
2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대한늬우스 "대화가 필요해-4대강 살리기" 소식에 아침 나절 사무실이 뒤숭숭했다.
극장 앞에서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 타면 패키지로 나눠주는 수면 안대와 3M의 주황색 귀마개를 무료로 나눠주는
보급투쟁을 결연히 펼쳐야 한다는 의견부터, 영화 보러 온 것처럼 극장에 잠복해있다가 대한늬우스가 상영되는 1분 30초 동안 '1분 1초'도 쉬지 않고 쇼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말로 스트레스를 잘근잘근 씹었다.
점심에 밥 먹다가 말고 명동조와 종로조가 급히 결성되어 "4대강 정비사업 반대 산책"이나 하자고 나섰다.
3M 귀마개와 퍼스트클래스 수면 안대를 후원받을 곳도 없고, 세상에 극장은 너무 많고, 컴컴한 극장에서 쇼를 하기도
쉽지 않고, 뭐 이래저래 '점심도 다 못먹게 만든 이맹박이, 언젠간 복수할거야 치토스'라는 마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이번주 토욜, 늦은 4시에 시청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도 알릴겸 보드와 전단을 들고 자전거 명동 마실 고고씽!
보드를 들고 서 있기도 하고 몇몇은 주변에서 찌라시를 나눠주고, 좀 팔이 아프면 자전거 타고 산책도 하고,
그러다가 밀레오레에서 딴데 가보라고 내쫓김도 당하고(밀레오레 안도 아니고 명동역 근처였는데 다 밀리오레 땅이라면서 쫓아냈다),
'좌빨 아줌마'라느니, '학생, 세뇌된거야, 젊은 학생들이 불쌍해서 어쨔" 라느니 따위의 심기 불편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보드를 들고 서 있는데 일본 관광객이 음식점 안내하는 판을 들고 있는 줄 알았는지
먹는 시늉을 하면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화장품 샘플이 들어있는 홍보물 및 영어학원 찌라시와 경쟁관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했고,
그렇게 고민하면서 한 명의 손에 들어간 찌라시가 맥아리 없이 축 늘어진 채 눈길 한 번 못 받으면
아아 서러워 -_-
(이제부터 찌라시 받으면 '그 어떤 베스트셀러보다 더 자세히' 읽어볼테얌 )
그런데 명동 거리에서 4개 국어를 '플루언틀리' 발음하시면서 우리의 컨셉, 자전거 산책을 하고 있는 강력한 경쟁자를 떡, 하니 만났는데 그는 바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아저씨였다. 자전거에 매달린 "예수 천국, 불신 지옥" 프랑카드는 우리보다 훨씬 알흠답고 기골이 장대했으며, 뒷자석에는 확성기도 자리잡고 있었다.
운동하고 캠페인 하는 것, 미친 짓이다. 누군가에게는.
우리도 "예신 천국, 불신 지옥" 처럼 냉턱없고 어처구니 없고 들어도 알 수 없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중국어, 영어, 일본어 쯤이 될 것이다.
손이 무안해지는 찌라시 거부라던가, "좌빨 아줌마" 라던가, 한심하다고 광선을 쏟아대던 눈빛들을
뭐, 그래서 용서하기로 했다. (누가 누굴 용서한다는게냐~~ 몰러, 암튼 제너러스~~하게 용서해부러)
용서하는 만큼 끈질지게 찌라시를 건네고, 와서 호통하는 할아버지들 넉두리도 넉넉하게 들어드리고
도대체 왜, 왜, 왜 이케 관심이 없는 거야, 라며 안달볶달하는 마음도 다잡기로 했다.
27일(토) 늦은 4시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4대강 정비사업 반대 대국민대회'에 나와주세요. :-)
누군가에게는 미친 짓이 아니다, 라는 것, 그 누군가가 이렇게나 많이 있다, 라는 것을 함께 확인했으면 합니다.
환경운동과 안티 맹박의 대부흥집회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거의 삼일에 한 번씩 가는 망원시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민중의 집 http://jinbohouse.net/index.html 에
처음 놀러갔다.
함께 저녁 밥상을 나누는 화요밥상, 토요저녁에 모여 뒹글면서 영화보기, 천원강좌, 기타 배우기,
일본어, 중국어 배우기, 자투리 공방 등 호시탐탐 노릴 것들이 있음에도 이사온지 세 달이 다 되어가는 오늘에야
룸메들과 놀러갔다 왔다. :-)
<민중의 집 - 화요밥상 모습>
밥도 맛나고, 자투리 공방도 멋지고, 마포구 성산동 근처의 취미이자 특징인 '애 딸린 4인 가족' 구성원 (특히 마포두레생협 및 작은 나무라는 카페에 포진해있음 -_-;;) 도 거의 없는 분위기!!
내친 김에 8월 1일부터 룸메들과 함께 '생활 밀착형 비혼 자력갱생 워크샵'을 진행하기로 했다.
천연비누, 화장품 만들기,
재활용 종이만들기,
약손 마사지와 쑥뜸 뜨기,
콩왁스와 밀납으로 초만들기,
숯 모빌과 솔방울 걸개 만들기 등등
블로그에 How to 가 넘쳐나지만 정작 혼자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관련된 도구도 없고 재료도 많이 사야 싸고
뭐 이런 것들을 토요일 오후에 모여 동네비혼들과 함께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조금 자력갱생과 멀게 느껴질 수도. 초와 숯 모빌은 없어도 어찌됐든 살아지는데 말이다.
그래서 35세 이하 무직 (두둥) 비혼여성이 '영세민 특별대우 연 2% 이율로 전세자금 2,000만원'을 대출받은 필살기와
그를 지도했던 마포구 진양부동산 측의 노하우, 그리고 가격별, 사연별 실전 개별상담 코너도 프로그램에 넣을까 하고 있다.
비록 열화와 같은 수강생의 신청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아직 홍보 전인 상태 -_-)
후속 프로그램도 민중의 집 화요밥상에서 이미 다 정해부렀다.
<모아보았더니 재봉틀도 4개나 있겠다, 뭐가 무서우라, 옷 만들기> 라던가,
<퍼블릭 아트 고물상 http://cafe.naver.com/artrecycling.cafe 과 함께하는 아무 거나 모아지는대로 다 만들어불자> 라던가
이런 프로그램이 예정에 있다.
8월에 할 프로그램도 신나고, 아직까지 한 번도 못 가봤지만 동네에서 하는 재활용 벼룩 시장도 신난다.
특히 '다정한 시장'에서 고물상 팀이 진행하는 자투리 나무들에 도장을 새길 수 있는 '행복을 파드려요'가 젤젤
하고 싶다. 요새 중학교 이학년 여학생처럼 다이어리에 나뭇잎, 알파벳 스템프 찍고 뭐시고 하는 취향에 빠져있다가
급기야 명함까지 스탬프로 제작하고 말았는데, 아흐, 좀만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
마포구에 사시는 분들은 놀러오세요. :-)
팔월에 하는 워크샵에도 놀러오시구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 (buy nothing day)
올해 11월 25일은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이었다.
이 캠페인은 1992년 캐나다의 벤쿠버(Vancouver)에서 테브 데이브(Ted Dave)가 시작하여,
나이키에 버금가는 '대항 상표'를 만들겠다며 스니커즈 예약판매도 했었던
애드버스터지(Adbuster)가 국제적으로 띄웠으니, 벌써 15년이 넘었다.
이 단체는 무더기로 빈 카트를 끌고서 대형 매장을 빈둥빈둥 돌아다니면서
돈 한푼, 찌라시 종이 한장, 플랑카드 한장, 안 쓰면서 '바이 나씽 데이'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그 뒤에는 벽보 붙이니라 전단지를 찍어댔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라스 러미스, 녹색평론사)를 밑줄 치면서 읽어왔던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마저
겨울은 춥고, 단체 기부금은 영 끊기고, 월급은 간당간당해지고,
하여, 마음이 스산해지는 80년 만의 경제 위기에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이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전셋값이 안 오르는 것과 자동차가 안 팔리는 것 외에는 위로할 코딱지도 없습니다요.
게다가 경제위기가 소비 위축을 가져와 일자리가 사라지는 이 그악스러운 상황에서
호주 총리는 보너스를 주고 우리의 명박씨는 유가 환급금이라는 돈을 풀어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려 한다.
낭비는 안 좋은 것이라고 성경에도 나와있는데, 이제는 개신교 장로님도 돈을 쓰라신다.
'저축해야 나라가 산다'는 새마을 정신은 '소비해야 일자리가 생긴다'라는 믿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올해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모두들 경제가 성장하니 않으니, 정말이지 풍요롭지 않다고 대답하는 시기에 '안 사야 한다고' 스스로를, 그리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
또한, 어쨌든 강요로라도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 시기야말로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을 '덜 우아' 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좀 덜 쌈박하되, 겉멋은 소금에 절인 배춧잎처럼 푹 죽어버린.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자발적 소박함을 외치는 것마저도
부러울만치 쿨한 '문화 청조자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대개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블라, 블라, 블라 들이었다.
기술발달로 인해 1950년 이후 지금까지 생산성은 400% 이상 향상되었다. 50년대에 40시간 일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는 11시간만 일해도 가질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40시간 씩 일한다. 바꾸어 말하면, 50년대보다 400%씩 더 많이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도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경제학'에 나온 것처럼 만성 질병으로 병상에 누워 고액의 이혼청구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400%의 효율로 경제성장률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 더 많이 써서 이 속도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지구와 건강을 망치는 수밖에 없다.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환경친화적인 기술이 60억 인구의 욕구와, 총 에너지의 80%를 사용하는 선진국 인구의 400% 늘어난 소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버다. 기술이 다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친환경 기술로 전환하는 과정마저도 많은 에너지가 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이 필요하고 불면증을 달랠 약을 산다. 마구 생산되는 유해물질로 인해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간성화를 낳고, 일상생활 속 유해물질들이 암 발병률을 높인다. 농약도 많이 생산되고 제초제도 많이 뿌려지고 PCB도 많이 버려진다. 우리는 이것들을 다 몸으로 앓아야 한다.
내수 진작을 위해 당선되자마자 명박씨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없앴다. 커피숖마다 일회용컵이 마구 쓰이고 이런 일회용 플라스틱들은 태평양을 떠돌다가 폴리머로 광분해된 다음, 유해물질을 흡착한다. 플라스틱 폴리머를 먹이로 착각한 바다 생물들은 그것을 먹고 죽어서 발견되거나, 오염된 채로 시장에서 팔린다.
반면 경제위기가 닥치자 '본때없는' 근본적 생태주의자가 쌍수들어 환영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택 건설이 줄어들어 캐나다의 곰 열대우림 숲(the Ancient Bear Rain Forest)에서 벌목이 줄어들고 있다.
회색곰 (grizzly), 엘크, 늑대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카풀, 자동차 공동소유,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경제위기의 시기에 삼천리 자전거의 주가가 오른다는 소식이 있는데 확인은 못 해 보았다.우리의 삼천리, 달려라~ 룰루) 아르헨티나에서는 노천굴(strip mining) 광산이 문을 닫았고, 캐나다의 알버트(Alberta) 주에서는 타르 샌드 개발계획이 보류되었다.
경제성장이 되면 우리는 풍요로워 지는 것 같은데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고 말이다. 소득 1만 5천불이 넘으면 그 이상의 소득은 행복지수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구는 망가지고 취약자들은 환경성질환과 암으로 고통받는다.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1933년,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50시간의 노동 시간을 40 시간으로 단축하였다.
행복지수를 측정하면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불행하게 나오는 실업자들이 득시글한 시기에, 주당 10시간의 노동시간을 줄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도록 했다. 그리고 노동자는 40시간의 노동을 통해, 돈이 아니라 인생을 채우는 수많은 '쓰잘데기없는 것들'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결국 효율성이라고 절대 없는 사랑, 관계, 슬로우 푸드, 추운 겨울 이불 속 게으름 같은 것들이 인생을 사금파리처럼 반짝반짝하게 해준다.
대공황의 삼엄한 시대에 하루 10시간의 노동이 8시간의 노동으로 대체되었다.
2008년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 단 하루의 쇼가 아니라 8시간의 노동을 6시간의 노동으로 대체하는 운동을 통해서
반소비를 통한 행복한 날들을 맞았으면 좋겠다.
물론 물가가 요로코롬 오르는데 최저임금을 낮추려는 황당 시츄에이션 속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이 그 단어 자체로 잔인하지만서도 말이다.
이 글은
http://www.theecologist.org/pages/archive_detail.asp?content_id=2005 을 번역한 후, 조금 의견을 더한 것이어유.
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하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제일 자전거 타기를 좋아라 할 때는
한적한 일요일 아침, 집에서 마포 서강도서관까지 마구마구 달려갈 때이다.
음하하, 마구마구라고 해봤자 10분거리.
햇빛은 반짝, 일요일 아침 일찍 거리엔 나 홀로 자전거,
깨끗하고 친근한 도서관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귀여운 책님들.
그런데 우리집에서 서강도서관을 거쳐 상수역까지 가는 거리의 물리적 환경이 좋지 않다.
언덕은 물론이고 계단과 육교가 첩첩.
차도를 무서워하여 웬만하면 차도로 안 나가는 나지만
계단이 가로막은 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가야만 한다.
옆으로는 차들이 씽씽, 너무 무섭다.
'즐거운 불편'이란 책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교통사고가 크게 난 지은이 아저씨가 생각나서 불안하고 초초하다.
그런데 한참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나처럼 차도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척하니 만났다.
아무래도 다리가 힘드셔서 가파른 계단은 못 올라가시고 좀 위험해도 차도를 택하셨나보다.
자전거쟁이도 안심하고 달릴 수 있고 노약자도 마음껏 걸어다닐 수 있도록 보행자 도로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나의 한 가지 소원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가늘고 길게 이 서울의 여기저기 곳곳에 물꼬를 트는 것!!
옆의 차도는 별로 언덕이 심하지 않은데 인도의 계단은 마구 가파르다. 도로 쪽에 할아버지가 가만히 걸어오시고 계신다.
그 가파른 계단을 지나오면 코 앞에 육교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앞 뒤로 첩첩산중이다. 차들은 씽씽 잘만 지나간다.
차가 없는 나는 조금 억울한 기분.
반짝반짝한 날씨, 친구들과 서울 성곽길을 걸었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이라는 책 제목처럼
그 다음날 근육통으로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마저도 뭐 어때, 가 될 만큼 행복했다.
모두들 일요일 아침
한성대 입구역에서 만나서
오르막길에서도 친구들과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천천히, 의 속도로 서울 성곽길을 걸어보시아요!
(물병, 편한 신발, 사과 한 알 ㅋㅋ, 신분증-들어갈 때 필요해요)
‘오후가 흐르는 숲’이 성곽길 앞뒤, 안팍에 솔솔 녹아있다.
부암동 쪽으로 내려와 맛난 만두집도 들리고(콩국물에 들어있는 채식만두도 있어요:-)
환기미술관에 들려도 좋아요.
우리가 갔을 때에는 김환기씨가 부인에 보낸 그림편지가 한가득 있어서 마음도 너무 따뜻했다.
서울의 아름다운 길들, 이렇게라도 오롯이 남아있어 좋다.
내 전 룸메 휴지와
빈집의 채식모임에서 만난 스웨덴인 이다와, 이다의 친구 일본인 료우타
모두 인류학 전공이라서 우리들끼리도 별일이람시롱 깜딱 놀랐다.ㅎㅎ
성곽길을 둘러보고 있다.
성곽길 주변의 작은 집
사진 찍는니라 모두들 바쁘다.
돌계단에 둘러싸인 크은 나무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N타워, 그리고 옹리종기 건물 너무 많은 서울
가운데 훵하니 난 도로는 광화문, 그 곳
부암동 쪽으로 내려와 만두집 가는 길
Life is suddenly...
한적한 환기미술관, 그 카페.
토론토도 지금 한참 여름,
햇빛은 한국과 비슷하게 뜨거운데 좀 덜 찝찝하고 끈적끈적해서
바람이 휘익, 불면 기분이 마구 좋아져.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서 나무들의 잎파리가 싸그락 거리는 소리가 귀를 채워.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작은 나무들과 큰 나무들, 알록달록한 꽃송이들.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는 그 식물들이 가진 '인간'다운 얼굴.
그 식물들이 ‘인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알록달록한 색깔이나 시간의 결을 촘촘히 묻고 있는 그 큰 나무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야.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선물이랍시고 꽃 사들고나타나는'로맨티스트'들을
책장에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로다가 꽂아놓은 사람들과 쌤쌤으로 치는인간. -_-
캐나다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날마다 가만히 앉아서 혼자 생각할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대답했는데,
그 시간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들을 나무를 키우고 집을 가꾸고 하는 시간들로 채울 수 있는 삶, 그런 것들.
그리고 한국의 '저부가가치' 노동자가 갖는 시간.
7월 1일은 캐나다 데이였어.
잘은 모르지만 아마 영국에서 독립한 날을 기념하는 듯.
그 날은 나와 엄이 스페인에서 돌아온 날이였고 칠월의 첫째 토요일이었어.
주 5일 근무를 하는 캐나다에서는 7월 3일, 그러니까 그 다음 월요일날 따로 날을 잡아서 하루를 쉬더구먼.
그 때 나는 완전 눈 시뻘겋게 뜨고 마치 ‘반공반핵 김정일 타도’에 참여한 교회사람들이 미국을 받들어모시는 마음가짐으로 캐나다의 이 멘털리티에 빠졌지.
이 사람들은 그 시간들을 가지고 ‘인간의 얼굴’을 한 나무들을 만들고 가꾸고, 그런 거겠지.
태국의 한 벽돌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마시는 물에 암페타민 (각성제)을 넣어서 잠도 안 자고 일하게 만들려는 수작을 폈고 (1998년 방콕 포스트에 난 기사)
언젠가 본 다큐먼터리에서는 한국 여성노동자들이 눈에 이쑤시게를 끼우고 재봉틀을 돌리는 모습이 나오더군.
자신마저 돌볼 수 없는 삶에서 나무를 키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나무와 함께 삶이 커가는 므흣한 기분,
그런 게 바로 사회 책에 나오는 삶의 질이 아닐까. 시간이 조용히 흐르는 길을 걸으면서 남의 집 정원들을 찬찬히 보았어.
그러고 여기와서, 포스코, 에 대해서 읽었어.
그들이 가졌을 시간의 양, 하루 중 혼자서 가만히 앉아 생각하고
누군가와 나무를 키우고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았을 시간의 양을 생각하니,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이요원이 저부가가치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고
화장실에서 울었던 그 장면이 생각났지.
건설 노동자의 삶와 골프 캐디를 액면가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전전했던 몇 ‘저부가가치’의 직업 중 가장 ‘육체 노동’군에 속했던 골프 캐디로서의 몇 달간을 생각해보니, 마음이 찌르르했어.
정말이지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멍하게 텔레비젼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
특히 새벽 5시 티업이 있고 저녁 7시가 넘어 경기가 끝나는 여름 시즌에는,
'날 잡아 잡순다'고 해도 암 것도 할 수가 없었어.
‘콧구멍에 파를 끼운다고 해도’ 나무에 물을 줄 시간이나 여력이라곤 없었어.
건설노동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사실 잘 몰라.
‘노가다’를 해서 학비를 번 것도 아니었고
가까이 건설노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가졌을 시간의 양, 이런 것은
공사 현장에 옷을 갈아입는 곳이나 화장실처럼 기본적인 시설조차 없다는
신문기사만으로도 충분히, 잘 알 것만 같았다.
느자구없게도 그런 기사들은 캐디 생활을 떠올리게 헸어.
오늘 동네를 산책하면서 몇몇 정원을 찍었어.
부디, 부디 므흣하게 나무와 함께 커갈 수 있는 삶,
그런 것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기를.
댓글 목록
적린
관리 메뉴
본문
안대+귀마개 좋아요! 근데 마련하려면 돈 좀 들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