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하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제일 자전거 타기를 좋아라 할 때는
한적한 일요일 아침, 집에서 마포 서강도서관까지 마구마구 달려갈 때이다.
음하하, 마구마구라고 해봤자 10분거리.
햇빛은 반짝, 일요일 아침 일찍 거리엔 나 홀로 자전거,
깨끗하고 친근한 도서관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귀여운 책님들.
그런데 우리집에서 서강도서관을 거쳐 상수역까지 가는 거리의 물리적 환경이 좋지 않다.
언덕은 물론이고 계단과 육교가 첩첩.
차도를 무서워하여 웬만하면 차도로 안 나가는 나지만
계단이 가로막은 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가야만 한다.
옆으로는 차들이 씽씽, 너무 무섭다.
'즐거운 불편'이란 책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교통사고가 크게 난 지은이 아저씨가 생각나서 불안하고 초초하다.
그런데 한참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나처럼 차도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척하니 만났다.
아무래도 다리가 힘드셔서 가파른 계단은 못 올라가시고 좀 위험해도 차도를 택하셨나보다.
자전거쟁이도 안심하고 달릴 수 있고 노약자도 마음껏 걸어다닐 수 있도록 보행자 도로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나의 한 가지 소원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가늘고 길게 이 서울의 여기저기 곳곳에 물꼬를 트는 것!!

옆의 차도는 별로 언덕이 심하지 않은데 인도의 계단은 마구 가파르다. 도로 쪽에 할아버지가 가만히 걸어오시고 계신다.


그 가파른 계단을 지나오면 코 앞에 육교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앞 뒤로 첩첩산중이다. 차들은 씽씽 잘만 지나간다.
차가 없는 나는 조금 억울한 기분.
"소설가 까뮈가 좋아하는 풍경은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전철 안, 노석미의 스프링 고양이,194쪽, 바로 이 부분을 읽다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마음 속에서, 쿵 소리가 났다.
정다운 무관심,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 잠시 서울에 올라오신 부모님을 역시 '잠시'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잠시'가 그저 영겁의 시간이었다.
나는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그 사이사이 언제 갈 수 있을지 시계를 보고 속으로부터 치미는 짜증을 참다가 조금 내어도 보았다가, '이러면 안되지'쯤의 마음으로 짬짬히 감정노동도 하였다.
아빠는 내게 이력서를 좀 써 보라고 하였다.
나는 언짢은 표정으로 "전 지금 다니는 곳이 좋아요"라고 했다.
친척들의 결혼식에서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는 자식이라고 해서
내 직장을 내가 계속 다닐지 말지 간섭받아야 하냐구요.
엄마는 "아, 너보다 4살 어린 **도 결혼했는데 우리 딸은 언제나 결혼할랑가"
라고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중얼거렸다.
엄마, 엄만 도대체 미적 감각이 있냔 말이요,
6쌍의 쌍쌍구리가 동시에 한 예식장에서 찍어내듯이 결혼하는, 이 촌스럽고 공장같은 곳을 보면
하루쯤은 결혼식 생각이 진절머리 날텐데.
엄마와 아빠는 의젓하게 취직해서 자기 몫의 차를 몰고온 어린 친척들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언젠가 아빠는 말했었다.
"내가 너한테 바라는 바는 단지 부모가 서울나들이라도 오면 니가 니 자동차를 끌고 나와 부모한테 서울 귀경을 시켜주는 것이다"
서울로 대학과 대학원을 꼬박 보내준 부모에게 참 미안했다.
그래도 새삼스럽게 무슨 서울 귀경이란 말이더냐.
부모님이 젊은 언니, 오빠 시절에 오랫동안 서울에 사셨던 것을 내 다 알고 있다
.
내가 힘든 것은,
집으로 혼자 돌아오는 길에 '정다운 무관심'을 보고 눈물이 났던 것은,
그들이 그저 짠, 해서였다.
그것조차 못 해주는 자식으로 미안해서였다.
자식의 '그것'조차 인정해주지 않고 끝까지 자기 식대로만 사랑하려는 부모가 미워서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단지 그들의 허영심 때문이 아니란 것을 알아서였다.
엄마는 잠시 입원해있을 때
죽을 병도 절대 아닌데 괜시리 죽을 사람처럼
자기가 죽으면 내가 자식 중에 제일 불쌍해서 어쩌냐고 했다.
반지하방에 사는 부동산 제 6계급의 막내딸이자 아파도 (돈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서적으로 돌봐줄 '남편'이 없는 '노처녀'.
우리는 잘못 사랑하고 있다.
이토록 사랑받고 사랑하는데 우리 사이에는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의, 이해받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투성이, 난무난무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의 투성이가 그저 '레밍턴 스틸'과 '전국노래자랑' 같은 것이면 좋겠다.
내가 어릴 적 우리집은 텔레비가 한 대였는데 같은 시간에 하던 레밍턴 스틸과 전국노래자랑 때문에
엄마 단독 전선 vs 언니와 나의 연합 전선이 치열하게 맞붙었었다. 난 지금도 전국노래자랑 BMG가 싫다.
'정다운 무관심'이 우리 사이에 조금이라도 흘렀다면,
엄마의 '객기부리기용' 자식은 될 수 없다해도
내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나 얼마나 행복한지 말할 수 있을텐데.
아플 때 누구보다 날 잘 돌봐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난 많이 사랑받고 있고 많이 사랑하고 있다, 는 것을 알면
엄마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테니까.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보다는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의 투성인채로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고 오는 길은
쌍팔년도 신파극처럼 나도 짠헸고 그들도 짠했다.
반짝반짝한 날씨, 친구들과 서울 성곽길을 걸었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이라는 책 제목처럼
그 다음날 근육통으로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마저도 뭐 어때, 가 될 만큼 행복했다.
모두들 일요일 아침
한성대 입구역에서 만나서
오르막길에서도 친구들과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천천히, 의 속도로 서울 성곽길을 걸어보시아요!
(물병, 편한 신발, 사과 한 알 ㅋㅋ, 신분증-들어갈 때 필요해요)
‘오후가 흐르는 숲’이 성곽길 앞뒤, 안팍에 솔솔 녹아있다.
부암동 쪽으로 내려와 맛난 만두집도 들리고(콩국물에 들어있는 채식만두도 있어요:-)
환기미술관에 들려도 좋아요.
우리가 갔을 때에는 김환기씨가 부인에 보낸 그림편지가 한가득 있어서 마음도 너무 따뜻했다.
서울의 아름다운 길들, 이렇게라도 오롯이 남아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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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던, 김상희 의원측 주최의 '환경과 어린이 건강 토론회'에 다녀왔다.
센스있게 2시에 시작해서 4시 반에 끝난 관계로
거기서 바로 퇴근했더니 집에 도착해서도 6시 전이었다.
아아, 좋아라
일찍 퇴근하여 듣는 빗소리, 오롯이 아름답구나~~ 에헤라디야.
비야, 세차게 내려도 좋다구나. 얼씨구.:-)
타르 색소나 아질산나트륨 등의 식품첨가물 제한, 이런 것들도 다 좋았지만
환경정의 다지사 박명숙 국장이 잠깐 스치며 했던 말이 콕 마음에 박힌다.
환경오염이나 개발로 인해 미래세대의 건강권이 위협받는다고 하면서
아토피 지원센터를 만들고, 아토피 예방 지침서니 뭐니를 뿌리고 보건소에서 교육 백날 하는 것이 뭔 소용이란 말인가.
사회 전체가 개발 안 하면 다 망해버리는 것처럼 벌벌 떨고
시멘트가 세워지기만 하면 다들 환장하는 이 시츄에이션에서 말이다.
새만금도 '지속가능한 개발'이고 '친환경 개발'이라는데
이런 '친환경'의 물결 속에서 아토피 예방은 언감생심.
그래서 한번쯤 잠깐 일하다가,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 제로운동'은 어디다 써야 하는 물건인고, 하는 심정이 되버린다.
우석훈 말대로 생태적 미학이나 감수성이라고는 눈꼽마치도 없는 이 사회에서,
'땅값'으로 말해야 소통이 되는 이 세상에서,
이런 것들이 '까탈'스러운 몇몇 개인의 기호나 실천이 아니라 사회적 감수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