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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부천지역 4.15 동맹파업과 지역연대투쟁의 전통

1989년 부천지역 4.15 동맹파업과 지역연대투쟁의 전통

 

 

노동자역사 한내 뉴스레터 40호
<이달의 역사> 기고글

 


들어가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황사와 꽃샘추위는 유난스러운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 이렇게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김창우의 <전노협 청산과 한국 노동운동>을 다시금 펼쳐 보니, "그처럼 뜨거웠던 '연대의 정신'이 10년 남짓만에 이렇게 싸늘하게 죽어버린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눈에 띤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전노협 청산과 민주노총 건설과정에서의 금속산업노조 조직 재편, 보다 구체적으로는 조선노협(전국조선업종노동조합협의회) 사례에 대한 평가 속에서 "지역연대투쟁을 활발하게 벌여낼 수 있는 조직형태를 중심으로 산별노조를 모색하지 않으면, 결국 산업별이든 업종별이든 상층 중심의 분파조직으로 왜소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다시 말해 "지역의 중소노조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조직형태로 나아가지 않는 한, 대공장이 주도하는 상급조직 중심의 세 불리기 식 분파활동으로 빠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중소사업장들의 지역연대투쟁"의 '오래된 미래'를 한국 노동운동의 흐름 속에서 찾아보고자 한다면, 많은 이들이 1985년의 구로동맹파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구로동맹파업은 단지 1987년 대투쟁의 서막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거대 산업지역 외에도 이들 지역의 하청공장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소사업장 밀집지역에서는 1987년 대투쟁 이후 다양한 지역연대투쟁이 이어졌고, 지역노동조합협의회(지노협)와 이들을 기반으로 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건설로 이어지는 전통을 이루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지역연대투쟁이 바로 1989년 부천지역 4.15 동맹파업이다. 4.15 동맹파업은 개별 사업장 단위의 임금인상투쟁을 넘어 지역차원에서 구속자 석방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앞세운 정치적 동맹파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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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89년 3월 10일, 부천지역 노동절 기념행사에 참여한 조합원들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4.15 동맹파업의 배경

 

1989년 봄, 당시 노태우 정권은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구실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었고,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제3자 개입금지 등을 내세우며 풍산금속, 현대중공업 등 주요 투쟁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었다. 또한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노동법 개정안이 다루어지고 있었으나,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주44시간 노동을 중심으로 한 근로기준법만 통과되고 노동조합법 등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하였다. 노태우 정권은 1989년부터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가면서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법 개악을 시도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수원지검이 수원, 안산, 안양 등 지역 노동단체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며 탄압을 가하였는데, 당시 종교 및 사회운동 진영 등에서 운영하던 노동상담소가 주요 탄압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1987년의 흐름을 이어받아 대중투쟁으로 자본과 정권에 맞서고 있었다. 경기지역의 대학생들도 학내투쟁과 노학연대의 전통 속에서 29주년 4.19 행사를 계기로 공안정국에 맞서는 투쟁을 벌였다.

 

부천지역에서는 중소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1988년 89개 노동조합이 신규 결성되었고, 이들은 1988년 초 임금인상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1988년 여름에는 부천지역 민주노조들이 위원단장 수련회를 거쳐 부천지역 금속노동조합연합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그해 전국노동자대회를 거쳐 1989년 2월에는 부천지역 임금인상투쟁본부(부천투본)을 결성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총(한국노총) 민주화론과 민주노조 건설론 등의 의견대립이 불거지고, 결국 부천투본 결성에도 지역 내 일부 대공장 민주노조가 참여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1987년을 거치면서도 임금인상이 억제되어 고통에 시달리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임금인상 요구가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1989년 3월 부천투본의 무노동무임금 정책 및 노동운동탄압 분쇄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부천지역의 파업투쟁 물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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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89년 3월 10일, 부천지역 노동절 기념행사에서의 노동탄압 사례 소개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4.15 동맹파업의 전개과정
 

부천지역 노동자들이 부천 곳곳의 거리를 가득 메우게 되는 흐름은 1989년 4월 9일 부천투본의 임금인상투쟁 결의대회 직후 2천여명이 참여한 가두투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부천지역 노동자들은 부천역에서 성심여대(현 가톨릭대 성심교정)로 행진하였으나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수십 명이 연행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흩어지지 않고 성심여대로 재집결하여 격전을 벌였다. 이틑날 부천투본 노동자들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부천경찰서 점거농성에 돌입하였고, 4월 11일 당시 부천투본 본부장이었던 한경석과 상황실장 임동섭이 '제3자 개입'을 이유로 구속되자,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투쟁을 계속하다가 4월 15일 신광전자, 대흥기계, 우일 등 50여개 사업장의 노동조합들이 동맹파업에 돌입하였다. 이날 가두투쟁에 나선 4천여명의 노동자들은 가두투쟁을 벌이며 현대자동차 영업소와 현대증권 부천지점을 대상으로 타격투쟁을 벌였고, 또 11명이 연행되고 2명이 구속되었다. 임금인상투쟁을 시작으로 거리에 나선 노동자들이 부천 시내 현대 영업점으로 진격한 것은 언뜻 보면 의아하지만, 당시 3-4월 동안 현대중공업 투쟁이 한국사회 노동자투쟁의 중심에 있었음을 돌이켜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또한 4.15 동맹파업은 단기간의 격렬한 투쟁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투쟁의 결과, 6월부터 9월에 걸쳐 다수의 구속자들이 석방되었고, 이를 배경으로 지역연대투쟁의 흐름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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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15 동맹파업 당시 신광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농성
출처: 경향신문

 

 

4.15 동맹파업 이후의 지역노동운동 흐름

 

부천지역 동맹파업은 단발성 파업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는 부노협 결성으로, 전국적으로는 주요 지역단위 투쟁을 배경으로 한 전노협 결성과 1990년 5월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일어난 파업이었다. 1989년 4월 18일에는 계속해서 파업을 벌이던 우일, 새론기계, 대흥로크, 영풍공업사의 4개사업장에 경찰병력 2,200명이 투입되어 178명이 연행되고 5명이 구속되었고, 이튿날인 19일에는 외국자본 철수에 맞서 투쟁하고 있던 한국피코에서 1천5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외국자본 철수 저지 및 노동운동 탄압 규탄대회가 개최되었다. 특히 한국피코의 외자철수 저지 투쟁은 부천뿐만 아니라 마산, 성남 등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던 외국자본 철수 저지 투쟁의 맥락 속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띤다. 더구나 한국피코 투쟁은 최근의 기륭전자 투쟁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1985년에 설립된 한국피코는 케이블 및 TV 부품을 생산하던 100% 미국자본 투자회사로서 1988년에서 1989년 사이 노동자들의 납중독 등 안전보건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1988년 6월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으나, 이듬해 3월 사측은 위장폐업 후 자본철수를 감행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1989년 4월 1일 한국피코 노동조합은 지멘스, 슈어프로덕츠, 모토로라, TC전자 노동조합과 함께 공동투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4월 12일에는 한국피코 노동조합 간부들이 미국 본사 원정투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부천노동조합협의회(부노협)의 결성

 

1989년 4월 내내 계속된 동맹파업의 흐름을 이어받아 5월 1일에는 3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부천투본 주최로 세계노동절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이날에는 부천지역 외에서도 성남노련, 마창노련, 광노협, 전북투본 등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가두투쟁이 전개되었다. 5월 12일에는 당시 파업중이던 부천지역 8개 노조가 공동투쟁위원회를 결성하였고, 18일에는 파업중이던 반도스포츠에서 구속자 석방 및 임투 완전승리 쟁취 결의대회가 열렸다. 6월에는 파업 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며 부천지역 위원장단이 4일간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투쟁의 물결이 계속되었다.

 

한편, 부천투본의 동맹파업을 주도했던 한경석과 임동석이 1989년 6월 22일 석방되자, 지도부를 구심으로 부노협 결성 추진이 본격화되었고, 7월 22일 한경석을 초대 의장으로 당시 43개 노조 5,117명 조합원의 참여로 부노협이 결성되었다. 이처럼 부노협, 마창노련 등 지역에서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힘입어 1990년 전노협이 결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전노협은 결성 직후부터 지속적인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전노협은 KBS투쟁과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 등을 배경으로 1990년 5월 1일에는 전국적 총파업투쟁을 통해 강력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지역사회의 변화와 지역노동운동의 운명

 

당연한 말이지만, 지역 수준의 동맹파업 배경에는 지역사회구조의 특성이 놓여 있었다. 부천지역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은 지역으로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7-1991)과 수도권정비계획 및 경기도 종합개발계획(1982-1991)이라는 도시계획에 따라 압축적 도시화가 이루어지며 1973년부터 1988년까지 인구가 10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특징적인 것은 부천 거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일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았던 데 반해, 부천 거주 생산직 노동자들은 주로 부천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금속, 기계,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경인공업지역의 부품 하청공장들이 북부지역 공단에 밀집되어 있었는데, 199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중소업체 종사자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중소사업장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조건이 생산영역과 재생산영역을 긴밀하게 연결시켜 주는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사회 전반의 지역 재구조화 맥락 속에서 부천지역 또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중동 신도시 건설 등 부천지역의 베드타운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주요 대공장들의 사업장 이전이 시작된 동시에 북부지역의 공단 확대가 중소사업장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배경 아래 동양엘리베이터, 유성기업 등의 주요 사업장이 충남 아산 등지로 이전하였고, 1989년 하반기부터 1991년 상반기까지 20여개 사업장에서 고용조정이 이루어졌다. 부천지역 노동조합 조직률도 하락하기 시작하였는데, 노동조합 수도 감소하여 1989년 200여개에 이르던 노동조합이 1992년에는 80여개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중소사업장들의 경영악화까지 더해 임금인상 요구 또한 위축되었다.

 

이후 부천지역에서는 도시 재구조화가 이루어지며 화이트칼라와 중간계급 비중이 더욱 증대하였고, 이에 따라 지역 사회운동 또한 시민운동이 주도하게 되었다. 지방자치 또한 민선 5기에 이르며 주민참여의 폭이 넓어진 듯하다. 반면, 여전히 중소사업장이 밀집된 부천 북부의 공단지역에서는 다수의 이주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처럼 보인다. 거대 산업지역의 대공장 노동자들이 '벌 수 있을 때 벌어놓자'며 작업장 내에서의 이해관계에 '갇혀' 있다면, 중소사업장 공단지역 노동자들은 열악한 고용조건이라는 다른 이유로 작업장 내에 갇혀버리는 듯하다. 일터이자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오늘날 지역연대 전통의 새로운 복원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열어낼 필요성은 더욱 켜져만 가는 듯하다. 물론 그것은 노동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들의 지역적 연대 속에서, 작은 변화들의 축적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참고문헌

 

<부노협 백서>
<전노협 백서>
<부천시 상공연감>
<경인일보> 1989. 4. 12 - 4. 22
김창우. 2007, <전노협 청산과 한국 노동운동: 전노협은 왜 청산되었는가>, 후마니타스.
박양희. 1995, "4.15 부천지역 총파업의 역사적 의의", <현장에서 미래를> 5호. 1995.12.
부천지역금속노동조합. 1989, 기업별 노조의 벽을 넘어, 좋은책.
이혜선. 2003, "부천지역, 지역 노동운동의 전통을 이어 나간다", <노동자의 힘>, 200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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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재 선생님, 편히 잠드시길

이일재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발인이 오늘인데, 멀리 대구라서 참석은 어렵겠지만

멀리서나마 편히 잠드시길 기원해본다.

아, 좀더 독하게, 독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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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와 자기 땅에서 쫓겨난 자들

마리화나님의 [강철의 연금술사와 자율적 기술]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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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시리즈의 새로운 극장판 "슬픔의 계곡의 성스러운 별"은 극장판 전편의 배경인 평행우주 세계의 저쪽 나치스 독일로부터 다시금 이쪽 세계로 돌아오지만, 엘릭 형제가 속한 아메스트리스의 국경을 넘어서는 영역이 무대가 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에도 크레타, 밀로스와 같은 지명이 쓰이면서 나치스의 지배와 내전을 겪은 그리스가 오버랩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건담 더블오 시리즈를 연출했던 전편 감독 미즈시마 세이지로부터 무라타 카즈야라는 사람으로 감독이 바뀌어서인지, 작화나 스토리 전개에서의 세심함은 좀 떨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제작사인 본즈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가 밑받침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된다.

 

"하나가 있음으로 전체가 있고, 또 그 전체 속에 하나가 있다. 문을 열어젖힌 연금술사는 악마와 다름없다."

 

연금술(과학기술)은 '괴물'을 만들어낸다. 그 괴물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으로서, 우리 시대에도 거대한 도시경관이나 산업경관은 종종 초자연적인 무엇처럼 다가오곤 한다. 연금술은 일견 그 내적 논리에 따라 그러한 초자연적인 힘을 산출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그렇게 보인다는 것 때문에) 연금술을 둘러싼 인간들 사이의 투쟁이 벌어진다. 물론 연금술도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영역 앞에서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불안한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 시리즈에서는 그 불안한 지점이 선혈의 별(현자의 돌)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연금술의 세계를 지배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인간은 희생 없이 무언가를 얻을 수 없다."(새로운 극장판 포스터에 삽입된 문구이기도 하다.) 연금술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지에 따라 질료를 특정한 형상으로 빚어내는 힘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등가교환'이 작용하는 지점은 '생명의 영역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극장판의 기본 설정은 아메스트리스와 크레타의 경계에서 자신들의 땅을 잃고 두 대국에 종속된 채 살아가는 밀로스 사람들이다. 이번 이야기는 결국 밀로스인들의 국민국가 건설로 이어지는데, 이들의 삶은 그러한 서사(국민국가 건설의 서사)가 갖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땅에서 쫒겨난 피식민자들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한편, 침략과 전쟁의 시대에 이산을 경험한 과학자(연금술사)의 자녀 애쉴리와 줄리아 남매의 개인사와 밀로스인들의 독립전쟁의 서사가 겹쳐지며 흥미를 자아낸다.

 

극중 줄리아의 동료 바타넨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다고 말하는데, 이처럼 목숨을 건다는 것은 자신의 종족이 추방당한 삶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삶 속에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현자의 돌을 손에 넣기 위해 목숨을 건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흐름 중 하나인 현자의 돌을 둘러싼 억압자와 피억압자, 그리고 망명자쯤 될 엘릭 형제의 사투는 새로운 극장판에서도 이처럼 핵심 줄기를 이룬다.

 

결국 현자의 돌은 살아 있는 인간 생명, 더 직접적으로는 피의 결정체인데, 이 인간 생명의 결정체를 손에 쥔 자는 지배력을 얻는다. 대신에 그는 인간의 마음을 잃게 된다.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이처럼 다소 낭만적(퇴행적인 측면도 물론 있음)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리즈 원작자의 세계관이 다분히 반영된 것이다. 또 특이한 점은 새로운 극장판에서 밀로스인들의 생존과 독립의 과정에서 현자의 돌이 사용됨에도 일정한 선에서 정당화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이 끝끝내 보는 이를 찝찝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것은 밀로스인들이 겪어온 식민화의 과정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측면도 지닌다. 물론 줄리아는 진리의 문을 열어젖히지는 않았다. 그 앞에서 되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엘릭 형제는 그 시도를 인정할 수 없었고, 또 어딘가로 끝모를 여행길을 떠난다.

 

결국 다시금 확인되는 유일한 진리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역시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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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마냥 흘러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어느덧 2012년도 첫 두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올해엔 이런저런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이 줄을 잇는 모양이다. 뭐, 얼마 전엔 주다스 할배들도 다녀갔고 ... 면면들을 살펴보면 래니 크래비츠도 눈에 띠지만, 특히나 듀란 듀란(Duran Duran)이라는 밴드의 이름이 애틋함을 준다.

 

시골에 살았던 터라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1988년 그들의 내한공연이 큰 화제였다는 기억은 선명하다. 잘나가던 수려한 외모의 밴드. 사실 듀란듀란은 80년대 초 MTV가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꽃미남 아이돌 밴드의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실력 있는 밴드임엔 틀림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TV피플들은 이 꽃미남들을 들었다 놨다 했고, 이들은 얼마간 고독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90년대 시애틀 밴드들이 애초에 밑바닥에서부터 실력을 갈고 닦으며 주류가 되어서도 밑바닥 정서를 진하게 고수함으로써 어떤 진정성을 보여주었다면,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등장했던 아이돌 밴드인 듀란 듀란은 사라져가는 듯 했으나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많은 팬들에게 '재발견'의 기회를 주었다.

 

훗날 이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곡이 바로 Ordinary World인 듯하다. 1993년 발표된 곡이니까 ... 근 십여년 만에 다시금 새롭게 주목받았던 셈이다. 섬세한 멜로디와 탄탄한 연주실력, 무엇보다 깊이 있는 가사가 마음을 끈다. 내용을 언뜻 보면 실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다짐인 듯하지만, 팬들의 주목과 사랑으로부터 잠시 멀어졌던 시기 동안의 내면적 성찰이 담겨 있는 듯하기도 하다. 노랫말을 좀더 음미해 보면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이 노래를 듣다 보면 ... 아, 시간은 마냥 흘러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80년대의 한 단편이 90년대에게 조심스럽게 돌려주는 하나의 답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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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제도 개선방안 및 정책방향

학교비정규직 제도 개선방안 및 정책방향

 

 

"강원도 학교계약직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2012. 2. 24) 발표문

 

 

1. 학교비정규직 노동조건의 문제점


1) 고용불안


일부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과거보다 고용이 안정된 것은 사실이나, 학생 수나 학급 수 감소에 따른 해고, 영양교사 임용에 따른 해고 등의 고용불안이 여전히 존재한다. 해당직무의 특성에 따라서는 직무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에도 고용안정이 보장될 수 없다. 학교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여전히 고용불안이 존재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교장, 행정실장, 영양사 등에 의한 해고 위협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공무원으로의 전환이나, 우선 현실적으로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가 형식상 학교장으로 되어 있음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들을 교육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료하게 함으로써 일정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2) 임금 및 노동조건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근무일수에 따른 복잡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경력에 따른 호봉승급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10년 이상 근무한 회계직원과 1개월 근무한 회계직원은 동일 근무일수의 직군인 경우 임금이 동일하다는 차별 현상이 나타난다. 각종 휴가나 휴일의 자유로운 활용도 제약을 받는다. 특히 조리종사자의 경우 산재에 노출되어 있어 수시로 발생되는 병가발생 사유에도 불구하고 휴가 및 휴일의 자유로운 이용 정도는 매우 낮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근속에 따른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심화이다. 일부 교육청에서 장기근속가산수당을 도입하였지만, 정규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여 근속에 따라 임금격차가 심화됨. 1년 후 임금차이는 크지 않지만, 10넌 후에는 정규직 공무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게 된다.


[표 1] 정규직(일반직공무원 9급) 대비 학교비정규직 급여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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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각종 상여금과 수당, 맞춤형 복지제도, 휴가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이 존재한다. 이를 간접적인 임금으로 고려하면 임금격차는 더욱 커진다. 그밖에도 높은 노동강도의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조리원의 경우 1인당 급식인원이 120명에서 200명에 이르는 등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 각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부당한 대체 인력 책임 부여 또한 문제다. 병가 등의 휴가 시 대체 인력에 대한 책임을 당사자에 부여하는 부당한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임금격차와 관련하여 교육과학기술부, 광역시도 교육청 등에서 시도된 기존의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 중에서 주목할 것은 장기근무 가산금의 신설이다. 학교비정규직은 정규직인 공무원과 달리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고 연봉제가 적용되어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체계가 없었다.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근속이 늘어날수록 커지는 격차를 적게나마 보완할 수는 있게 되었다.


이처럼 2011년부터 충남, 강원 등 일부 교육청에서 장기근속가산수당이 신설되었지만, 근속연수 산정 시 전임지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 계속근로연수 산정 기준에서 방학기간이 제외되는 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단계적으로 연봉기준일수가 전 직종에서 365일 기준으로 상향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전남교육청의 경우 245일 기준은 265일로, 275일 기준은 300일로 상향조정 하는 등 단계적 상향조정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저임금 직종을 고려하여 4인 가족 기준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그밖에도 다수의 교육청에서 맞춤형복지 인상, 공무원 기준으로 정년연장(60세) 권고, 비정규직정책협의회 구성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정규직 차별이 과도하고 합리성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여러 측면에서 인정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도한 차별을 완화할 장치의 마련이 시도교육청별로 이루어지고 있어 교육부, 행안부, 노동부 등 관계부처의 통합적 대안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3) 기타 노동여건

 

임금 및 복지와 같은 노동조건과 별개로 학교비정규직은 학교 내 인간적 관계에서도 소외감을 호소한다. 특히 신분차별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잡무 부담, 학교비정규직 평가체계에 대한 문제, 직무교육에 관한 문제 등에 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2. 노동조건 개선 방안


1) 제도 개선의 기본방향


학교 학교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일차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비정규직 신분이다. 따라서 먼저 정규직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회계직 정규직화 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김선동 의원 대표발의 특별법안을 살펴보면, 먼저 영양사, 사서와 같이 정규직에 교사, 공무원이 있는 직종의 경우 학교에서는 교사로, 교육청 및 직속기관에는 일반직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방안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무보조 등의 직종의 경우 기능직공무원 9급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방학 중 비근무자의 급여 및 복무 등에 대한 대책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6조(휴업수당)에 의거하여, 방학 기간에 대한 임금은 70% 지급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무원 정원과 인사관리와 직결되는 만큼 정규직 전환은 더 복잡한 과정이다. 무엇보다 비공무원에서 공무원으로 전환에는 큰 비용이 소요되며, 관계법령을 정비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 공무원 수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므로 사회적 논란도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육청 단위의 점진적 노동조건 개선책만으로는 만연된 차별구조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학교 학교비정규직의 차별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조건 격차를 줄이고 고용안정성과 교섭구조를 담보할 핵심장치로서 교육감 직고용을 우선 해결과제로 삼아서 업무와 기능의 차이만을 반영하는 비차별적 기능구조로 전환하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독자적 호봉체계와 수당체계, 직급 승진체계 등 독자적 인사제도를 구축함으로써 차별구조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학교 학교비정규직 차별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기존의 대안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먼저 고용안정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상용 인력인 기간제 고용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되,

  무기계약 전환 예외직종에 대해서는 단계적인 고용안정 및 노동조건 개선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함.

 

- 임금지급 비교대상은 2012년 5월부터 기능직 10급이 폐지됨에 따라 기본급을

  기능직 공무원 9급 기준으로, 영양사, 사서, 체육코치 등에 대해서는

  8급을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

 

- 경력이 존중되는 호봉제가 인정되어야 함.

 

- 공무원과 동일 수준의 각종 수당 및 성과급 지급이 필요함.

 

- 퇴직금 중산정산과 같은 불법적 관행이 근절되어야 함.

 

- 호봉제 도입 이전까지 방학중 휴업수당 지급되어야 함.

 

- 노동조합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면제한도 기준을 학교별 조합원수가 아닌

  교육청 전체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해야 할 것.

 

- 단체교섭이 용권 위임에 따른 사용자 구분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함.

 

- 학교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할 필요.

 

- 교사 직무연수(교장, 교감 과정 포함)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할 필요.


 

[표 2] 학교비정규직 임금 및 노동조건 문제점과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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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학교비정규직 호봉제 적용방안


근속에 따른 임금격차 심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봉제 도입만이 의미 있는 대안이라는 데에 학교비정규직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이 2011년 5월부터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논란 속에 현재까지 연구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교육개발원의 연구용역 중간보고 내용(비공개)에 따른 호봉제 적용안은 한편으로 직군을 영양사와 사서 등을 ‘가’군, 사무보조 등을 ‘나’군으로 구분하고, 다른 한편으로 방학중 근무자와 비근무자를 구분하여 1호봉 기본급을 ‘가’군의 경우 150만원으로, ‘나’군의 경우 135만으로 책정하되, 방학중 비근무자에게는 해당 금액의 75%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호봉승급에 따른 기본급 인상안은 1안의 경우 호봉체계를 20호봉으로 구성한 뒤 호봉에 따라 15,000원 인상 또는 1%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2안의 경우 근속가산금을 2년에 2만원씩 최대 18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안(교육과학기술부 및 고용노동부에 제출된 호봉제 도입 관련 노동조합 의견)은 현행 근무일수기준 연봉제를 폐지하고 방학중 근무자의 경우 기능직 9급의 호봉제를 적용하되 방학중 비근무자의 경우 방학중 근무자의 80%를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학교비정규직의 실질적인 차별구조 해소와 처우개선에 있어서는 최소한 방학중 근무자에게 일반직/기능직 9급과 동일한 호봉제를 적용하고, 방학중 비근무자에 대해서는 방학중 근무자의 80% 수준을 적용하는 노동계안이 그나마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교육청의 정책 방향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방안에는 교육청으로의 임용권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의 신분차별이 차별적 처우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임용권 전환에는 전직종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임용권 변경에 따른 근로계약 변경시에는 교육청 담당자를 배치하여 근속 인정과 같은 근로계약서 내용 등 근로계약 과정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계약서상의 해고조항을 삭제하여 고용불안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


취업규칙 또한 개정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 수, 학급 수 감소에 따른 해고 가능 조항은 삭제되어야 하며, 무기계약직 해고 가능 조항은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최소한의 수준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청이 주체가 되어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임용권 위임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학교비정규직 권익보호를 위한 내용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취업규칙 개정시 학교비정규직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학교 및 학생 수 감소, 직종해소는 사회적 여건과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므로 학교비정규직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폐교와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관내 학교 인사발령 등의 형태로 재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기존 무기계약직의 경우에는 무기계약 신분을 유지하고 재배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 또한 전직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물론 관련 법제들의 정비를 필요로 하나, 교육청의 처우개선 계획에는 한시 사업 직종이더라도 내용적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있는 경우 무기계약 전환 대상으로 간주할 것을 원칙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상용 업무에 종사할 경우 자격 기준이 무기계약 전환 요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컨대 사서직의 경우 사서자격증이 없더라도 계속 근무하였으면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 포함시키고 각종 수당 또한 정규직과 동등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호봉제 도입을 기본방향으로 하여 구체적인 도입방안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할 것이다. 호봉제 도입 이전까지는 우선 현행 연봉기준일수를 245일의 경우 265일로, 275일의 경우 300일로 연장하는 방안이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바람직하다.


현행 장기근속가산금 적용에 있어서는 전임지 경력을 인정하고, 계속근로년수 산정시 방학기간을 포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엄격히 금지하고 각종 수당 또한 정규직과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밖에 명시되어 있는 업무 외의 관례적 잡무 또는 사적인 요구가 근절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 부당 업무 요구 및 성차별 사례로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들이 직종별 고유 업무를 가진 교직원보다 보조적 직원으로 간주되어 각종 단순 업무를 맡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에게 관례적으로 부과되었던 업무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재배치할 필요가 있음. 자체 업무 외 타직종 학교비정규직의 업무 역할을 맡기는 경우 또한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3. 주요 직종별 처우개선 방향


1) 조리종사원


학교비정규직 가운데 가장 큰 비정을 차지하는 조리사와 조리종사원들에서 고용불안과 저임금, 높은 노동강도 등 열악한 조건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먼저 연봉기준일수를 확대하고 토요일 근무를 유급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법적 관행인 퇴직금 중간정산을 강력히 금지해야 함. 통상적으로 조리사․조리원은 1년 단위로 퇴직금을 받아왔으나, 이는 고용조정을 염두에 두고 강요해 온 잘못된 관행이다.


조리종사원은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급식실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화상, 자상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 정기검진이 필수적이며, 이에 앞서 작업장 유해요인 조사가 요구된다.


병가 및 연가 사용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의 부담 또한 조리사․조리원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대다수의 조리종사원원들의 병가, 연가 사용이 적은 것은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우선 휴가 사용시 본인에게 대체인력비나 대체인력 알선 배치를 하도록 하는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교육지원청 차원에서 대체인력을 확보 하도록 하고 대체인력의 사용 비용을 학교에서 예산에 편성하여 충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리종사원의 높은 노동강도의 배경에는 불합리한 인력배치기준 또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력배치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나타난다. 학생수가 같음에도 근무하는 조리사․조리원의 수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력배치기준을 하향조정하되, 학생수와 식수를 고려하여 통일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의 높은 노동강도를 고려하여 시간제 조리원 사용을 금지하고 각급학교에 추가 인력 1인씩을 우선 배치할 것이 요구된다.


2) 교무행정


교무행정, 전산, 과학실험실무원 등 학교 내 교무지원인력의 직군통합 및 무기계약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도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학교별로 추가업무를 부가하여 업무량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업무 외의 업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학교별 교무행정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조사 등 후속조치를 통해 업무표준화를 시행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규모별 배치인원 재고 또한 필요하다.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과학실험실무원과 전산실무원의 업무가 상대적으로 많아 기존업무와 교무행정사의 업무를 병행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교원행정업무 경감의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현실적인 배치기준을 마련 한 뒤 추가 인원배치를 할 필요가 있다.


교무행정사 전환대상에게 사전에 교무행정사 연수를 참가하고 해당업무를 수행 할 것을 요구하는 것 또한 근절되어야 한다. 공문상으로 선시행을 금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이다. 따라서 교장 또는 교감의 지시사항으로 선시행 금지를 명문화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교무행정사 전환과 관련하여 더욱 중요한 것은 대상 3개 직종의 교무행정사 전환 시까지 고용을 보장 하는 것이다. 교무행정사 전환을 이유로 고용불안을 느껴 강제 전환하거나 학교에서 구조조정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은 내용을 ‘교무행정사 전환’ 공문에 명시해 학교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특수교육보조원


특수교육보조원은 특수교육의 현장에서 담당교사를 도와 특수교육대상자의 학습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특수교육보조원은 특수교육보조 사업이 한시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직종임에도 불구하고 대상학생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여 2년씩 학교를 순환하도록 강제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불안은 물론 각종 비정규직 처우개선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그러나 2년 단위 학교순환근무는 한시적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결국에는 무기계약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다. 특수교육보조원의 고용주체는 각 시도 교육청의 교육감인 만큼, 이전학교 근무경력을 무기계약 전환 근무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특수교육보조원은 학생의 교외 활동 시 초과근로수당, 휴일근무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다. 이 또한 불법적인 관행으로, 특수교육보조원이 배치된 학교 예산 편성시 초과근로수당 및 휴일근무 수당을 반드시 편성하고 지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체육코치


체육코치는 무기계약 전환대상 예외직종의 주요 사례이다. 체육코치들은 시도 교육청 내지는 학교장과 계약기간 1년 단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시도  교육청은 코치들과의 근로계약 체결시 활용하는 표준화된 근로계약서에서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년 단위 계약 체결로 인하여 매년 고용불안 속에 놓이게 된다.


각 시도 교육청이 일정기간 내에 전국(소년)체전 입상실적을 요구하고 이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고용불안이 입상실적과 연동되어 있다. 무엇보다 체육코치들은 기간제법의 이와 같은 2년 후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의 보호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관련 법제의 정비에 따라 체육코치의 고용안정성 제고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 1월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경기교사 자격증(교과부)을 별도로 신설하여 정교사로서 근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처우개선을 추진하는 시행령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교육청 차원에서도 적극 반영하여 우선 무기계약 전환 예외 대상직종에 대해서도 임금 및 노동조건 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체육코치의 경우 대회성적을 계약조건에 반영하는 등 부당한 근로계약 조건을 없애 나가되, 다른 무기계약 전환 예외 직종에 대해서도 현행의 근로계약 관행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부당한 사항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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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멈추고 기타는 썩었지만

빛 바랜 사진 한장 ... 고교 시절 밴드 공연 사진이닷!

 

과감히 사진을 공개하는 이유는 ... 이 사진을 보고서

지금의 내 모습과의 연결지점을 찾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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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지역에 카지노를 세운 한국에서 배운 것일까?

폐광지역에 카지노를 세운 한국에서 배운 것일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또 한번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2011년 12월 20일자의 한 기사에 따르면, "1984-5년 파업이라는 '도박'을 감행했던 아서 스카길과 관련된 곳이 '도박장'으로 변모한다"나 어쩐다나.

 

한때 영국탄광노조(NUM)의 본부로 사용되었던 셰필드의 한 건물이 노동당이 주도하는 셰필드 시 의회의 승인하에 카지노로 바뀐다고 한다. 1984-5년 광부파업 패배 이후 탄광노조 본부는 1988년 런던에서 셰필드의 이 건물로 옮겨와서 얼마 후 요크셔의 일명 '아서 왕의 성(King Arthur's Castle)'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이 건물을 본부로 삼았다고 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카지노가 들어서면 130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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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984-5년 광부파업 당시 탄광노조 위원장 아서 스카길(Arthur Scargill)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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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가능점수'와 결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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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 K사 홈페이지에서 결혼가능점수를 산출해 주고 있어 흥미삼아 테스트해 보았다. 일단 결혼점수가 “매우 낮음”은 아닌 것 까지는 그렇다 쳐도 69점이라는 구체적인 점수까지 나오니 기분이 묘해진다. 점수를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문항들은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성별은?
 남성
 여성

 

자신의 결혼경력을 선택하세요.
(정확한 점수 산출을 위하여 정확하게 선택 바랍니다.)
 초혼
 재혼

 

현재 자신의 연봉을 선택해 주세요.
 3천만원 이하
 3-5천만원
 5-8천만원
 8천만원 이상

 

현재 자신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졸 이상
 서울소재 4년제
 4년제
 전문대
 고졸

 

1주일에 가장 많이 할애하는 여가 종목을 선택하세요.
 골프
 구기종목
 헬스/요가/수영
 걷기
 기타

 

영화나 뮤지컬 등의 문화공연 관람 횟수를 선택해 주세요.
 월 1회
 월 2회
 월 3회
 잘 안본다

 

월평균 독서량을 선택해 주세요.
 월 1-2권
 월 3-4권
 월 5권 이상
 잘 안본다

 

자신의 키를 선택해주세요.
(연령대의 평균키로 값을 정하니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160cm이하
 161cm-170cm
 171cm-180cm
 180cm이상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달 평균 품위유지비(의류,식비, 잡화등)는 얼마인가요?
 30만원 이하
 30-50만원
 50-80만원
 80만원 이상

.............................................................................................

 

이상의 문항들을 통해 초혼/재혼 여부, 연봉수준, 학력, 신체조건, 여가활동, 소비수준 등이 결혼시장의 주요 스펙이겠거니 추측해 볼 수 있다. K사가 유료 회원가입 없이 애매모호한 수준에서 결혼가능 점수를 산출해 주는 배경은 결혼시장 참여자들의 흥미를 자극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해 공세적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료 회원가입 없이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결혼가능 점수 산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수 조회시 성명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나는 가명과 가짜 연락처를 제공하고 점수를 조회해 보았다. K사는 결혼정보업계 빅3(D사, C사, S사)를 따라잡으려 애쓰는 중인데, 최근에는 “업계 1위”라는 광고 홍보문구 때문에 D사로부터 소송에 걸리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결혼시장, 보다 구체적으로는 결혼정보업 시장의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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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혼인 및 이혼 건수 추이를 살펴보자. 혼인 건수는 2000년대 내내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고 있으나 꾸준히 30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혼 건수는 2003년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여 최근에는 12만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 관련은 없지만 매년 10만건을 넘는 이혼이 어떤 이유로 이루어지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혼사유

2000

2010

증감

배우자의 부정

9.4%

10.9%

+1.4%p

정신적,육체적 학대

5.1%

6.0%

+1.0%p

가족간 불화

25.4%

9.3%

-16.1%p

경제문제

12.4%

15.2%

+2.8%p

성격차이

46.7%

57.7%

+11.0%p

건강문제

1.0%

0.9%

-0.2%p

100.0%

100.0%

±0.0%p

 

지난 10여년 사이 이혼사유 통계치를 비교해 보면 배우자의 부정(이른바 ‘불륜’), 학대,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 비율은 소폭 증가했고, 가족간 불화(고부갈등 등)로 인한 이혼 비율은 크게 감소한 가운데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어찌되었든 성격차이, 경제문제, 배우자의 부정, 가족간 불화가 이혼의 주된 이유라는 점을 통해 결혼의 경우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중시될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성격이 좋은지, 웬만큼 사는지, 바람기는 없는지, 부모는 어떠한지 등등 흔히들 말하는 그런 것들이다.
 

 

사업체 현황

2006

2007

2008

2009

사업체수

1,213

1,210

1,150

1,125

종사자수

3,075

2,827

3,160

3,097

매출액

68,131

77,999

96,378

91,548

 

한편, 통계청의 서비스업조사는 2006년 이후 7차 개정 산업분류에 따라 ‘맞선주선 및 결혼 상담업’ 분류의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결혼정보업의 전체 매출액은 900억원 수준으로 2006년의 680억 수준에서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체 수는 1,000개가 넘는데 전체 종사자수는 3,000여명 수준이다. 눈에 띠는 것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그간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전체 매출액 규모도 50억원 가량 감소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혼인 및 이혼

2006

2007

2008

2009

혼인

330,634

343,559

327,715

309,759

이혼

124,524

124,072

116,535

123,999

 

같은 기간 혼인 및 이혼 건수를 보면 앞서 살펴본 경향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나, 2007년 이후 혼인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결혼정보업체들의 경쟁은 중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형업체 비중

2006

2007

2008

2009

사업체수 기준

0.3%

1.5%

3.1%

2.5%

종사자수 기준

6.4%

10.7%

27.4%

23.2%

매출액 기준

17.7%

29.9%

46.7%

43.9%

 

결혼정보업계는 대형 업체로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는 부문이다. 매출액 5억원 이상 규모 업체를 대형업체로 분류해 볼 때, 업체수 기준으로 대형업체 비중은 2.5% 수준인데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액은 전체의 약44%이다. 더구나 업체수 기준 대형업체 비중 2006년 0.3%에서 2009년 2.5%로 변화하는 동안 매출액 기준 대형업체 비중은 2006년 17.7%에서 2009년 43.9%로 증가했다. 중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는 매출액 10억원 이상 규모 업체가 22개에서 11개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결혼 건수는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대략 추정해 보면 매년 혼인건수의 3%에서 5% 사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결혼정보업체 전체 회원수 역시 정확하지는 않지만 10만명이 조금 안 된다고 한다. 다만 업계 빅3중 하나인 D사의 경우 누적 성혼건수가 약23,000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중대형 결혼정보업체들은 대중적인 중매사업보다는 수익성 높은 ‘노블레스’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닥치고 결론은 ... 눈만 돌리면 결혼정보업체 광고를 접할 수 있는 배경에는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는 결혼정보업계의 중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경쟁 심화가 놓여 있다는 점, 그러므로 ‘결혼가능점수’ 같은 것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점 정도일까나. 사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자극적인 문구로 뒤덮인 결혼정보업체 광고판을 보고 있자면 확 쥐어뜯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고는 한다. 어쨌든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라기보다는 (‘미친 짓’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즈니스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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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및 대선 국면과 비개혁주의적 개혁전략

다음은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에서 곧 출판될 책의 서문의 일부다. 지난 해 출판된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의 후속판이라 할 수 있다. 학단협 공동대표인 조돈문 교수가 집필한 서문의 핵심은 '비개혁주의적 개혁전략'이다. 선거 국면과 같이 시민사회의 여론이 활성화되는 시기에 사회변혁 세력의 관건은 어떻게 '큰 그림'을 구체적인 정책방안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는 논의가 핵심적인 듯하다. 분명, 2012년 선거국면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신뢰할 만한 진보정당이 있었던 이전 선거들과 다르다. '보수세력 대 중도 자유주의 세력 구도' 속에서 사회변혁을 고민하는 이들은 무기력함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서문은 그런 무기력을 경계하며 일침을 놓는다. 책의 제목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출간되면 꼭 챙겨서 꼼꼼히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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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우리는 다른 세상을 원한다. 물론 세상은 구호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며 치밀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문제제기 집단을 넘어서

 

민주항쟁과 노동자투쟁으로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지 4반세기를 거치며 민주화는 다소 진전되었지만 민중의 삶은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수반되지 않음으로써 민주주의 심화는 발목 잡히게 되었고, 뒤이은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민주화의 성과마저 되돌려 놓았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3대에 걸친 신자유주의 패권은 자본계급의 시장독재 이데올로기를 우리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게 했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사회적 부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신자유주의 15년은 시민들의 정치사회적 보수화를 가져왔다.

 

신자유주의 패권에 맞서 민중은 가열찬 투쟁을 전개했지만 사회적 고립을 면하지 못했다. 진보진영은 민중투쟁과 함께 사회변혁을 시도했지만 세상은 변화되지 않았다. 그것은 사회문제가 부각되어 의제화되는 데는 진보진영이 크게 기여했지만 문제 해결을 둘러싼 담론에서 진보진영의 대안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진보진영은 문제제기 집단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웠고 정책대안은 보수주의와 중도 자유주의의 양분 구도 속에서 선택되어왔다.

 

지금도 외적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권력은 여전히 보수주의 세력과 중도 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분점되고 있고, 그들이 구축한 신자유주의 대동맹과 보수 언론은 진보적 대안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거부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정치세력화에 실패했고 사회적 고립 속에서 민중투쟁을 주도했던 대중조직들은 이제 투쟁 동력마저 상실해 가고 있다. 정치사회의 역학관계에 걸맞지 않은 거대 변혁담론은 국민적 설득력은 고사하고 내적 동원에도 한계를 보이게 되었다.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

 

민중들조차 변혁적 대안을 수용하기 꺼리는 것은 의식의 보수화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현실적 조건과 대안의 유효성에 대한 합리적 판단에도 기인하는 것이다.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 유일체제 이데올로기의 공세와 뒤이은 신자유주의 패권 하에서 현실적 준거를 상실한 대안체제 구호는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되었다. 진보진영은 거대 변혁프로젝트를 추진․실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사회체제는 구체성과 이행 프로그램을 결여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과 함께 위험부담을 증대시켜 상당한 이행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는 비개혁주의적 개혁(non-reformist reform)전략을 제안한다.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은 사회변혁을 지향하되 작은 변화들을 축적하며 지배질서의 근간을 타격하고 변혁 주체의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는 전략이다. 대안체제에 대한 신뢰와 동의는 구조적으로 결정되거나 지배질서에 대한 불만에 의해 자동적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에 대한 신뢰와 동의가 축적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브라질 노동자당이 지역사회 수준에서 작은 실천들의 성과를 통해 변화에 대한 신뢰와 동의를 축적한 다음 참여예산제를 실행하면서 진보적 통치모델과 진보진영의 통치역량에 대한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노동자당의 집권을 이루어낸 경험은 좋은 귀감이 된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좌파집권 붐의 경우 민중들의 계급투표가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한 불만보다 집권 좌파정권의 실천 속에서 실현될 수 있었다는 점은 민중들의 신뢰와 동의를 얻는 것이 지난한 실천의 결과로 가능함을 잘 보여준다.

 

2012년 선거 국면과 진보적 의제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을 시도하는데 2012년의 선거 국면과 이후 시기는 더 없이 좋은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선거 국면은 거의 모든 정치세력들이 대중주의 레토릭을 차용함으로써 담론의 급진화가 진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진보적 과제들을 정치적 의제화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된다.

 

특히 중도 자유주의 세력의 이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집권한 자유주의 세력은 신자유주의의 전도사가 되고 민중의 세력화 및 직접민주주의 진전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실권한 보수주의 세력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권한 자유주의 세력은 민중과 서민의 대변자인양 진보적 레토릭을 사용하며 집권 보수세력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집권한 보수주의 세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된다.

 

2012년 4월 총선은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의회내 다수당 세력인 보수주의 세력에 도전하는 구도로서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야당인 동시에 소수파 정당으로서 진보적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급진적 담론을 전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복지제도, 재벌규제 및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상당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의회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유주의 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권력을 탈환하려고 박차를 가할 것이며, 이를 위해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총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경주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중도 자유주의 진영 내에도 진정성을 지닌 인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도 자유주의 정당 자체는 집권을 향한 집합적 권력의지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압박과 견인이 요구된다. 그 점에서 진보진영은 양대 선거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도 자유주의 세력은 보수주의 세력에 맞서 총선과, 특히,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를 절실히 갈구할 것이다. 도전하는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는 선거 국면에서 의제의 급진화에 힘을 더하게 되고, 진보정치세력이 19대 국회 내 진보적 의제들의 법제화 공약을 실천하게 한다면 진보진영의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며 진전될 수 있다.

 

이렇게 2012년 양대 선거와 뒤이은 정치사회의 동학은 의제의 급진화와 진보적 과제의 실현을 통해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이 현실세계에 뿌리를 내리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양대선거에서 드러날 진보정치세력의 위력과 차기 정권하 민중진영의 동원역량과 ‘영향의 정치’ 능력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촛불과 박원순․안철수 현상은 시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으며 보수정당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정당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과 불신을 지니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진보적 레토릭으로 집권한 다음 보수화되며 공약을 저버린다면 국민적 불신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등하며 자유주의 정권에 맞서 촛불이 점화하고 시민사회가 더욱 급진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단계적 접근과 중단기적 의제

 

이 책은 사회변혁의 즉각적 실현이 아니라 사회변혁을 지향하되 선거국면에서부터 의제화할 수 있는 중단기적 과제들을 중심으로 현재적 조건과 함께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진보학계 연구자들이 이제껏 주로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학술저술의 집필에 치중해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세상을 지향하는 사회변화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며 그 실천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왜 그러한 변화에 신뢰를 보내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의 논의들이 어쩌면 필자들이 지향하는 다른 세상의 모습과 일견 배치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기반한 모순 투성이의 자본주의 체제 위에서 사회변혁의 로드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체제는 평등사회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계급없는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자본계급의 존재를 인정하며 재벌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소유체계의 변혁을 지향하면서도 자본지배의 생산관계 속에서 복지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보험제도를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는 이러한 작지만 유의미한 변화들을 통해 지배질서의 근간을 조금씩 허물어가는 동시에 주체형성을 위한 조건을 조성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렇게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을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왜소한 진보정당의 존재감, 낮은 노동조합 조직율과 민주노조운동의 취약한 영향력 등 현실적 조건은 비개혁주의적 개혁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데도 더욱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예컨대 민주노총은 파견노동 철폐를 구호로 외치고 있지만, 계급적 역학관계와 정치사회 구도에 비추어 보면 파견노동 철폐의 실현은 요원한 과제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 책은 파견노동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활용을 특정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되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간접고용의 경우 사용 인센티브를 최소화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비록 작고 미흡한 변화로 보이지만, 그러한 변화를 통해서 민중들의 삶의 조건은 유의미하게 개선되며 더 큰 사회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사회적 동의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사회변혁의 주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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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의 주관적 행복도

비정규노동자의 주관적 행복도

 


쿠메 코이치, 오오타케 후미오,
오쿠다이라 히로코, 츠루 코타로

 


1. 들어가며

 

1) 주관적 행복도 연구와 정책입안

 

개인의 복리(well-being)나 행복은 어떻게 정의되고 측정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복리나 행복은 다양한 측면에서 성립되며, 엄밀한 수치화 또한 당연히 쉽지 않다. 따라서 사회학, 경제학 등 분야의 실증분석에서는 각종 앙케이트 조사를 활용하여 개인들에 대해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 5점 척도나 10점 척도로 물어 그 응답을 행복의 정도, 즉 행복도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자신의 행복도를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이기에 보다 정확하게는 주관적 행복도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최근 주관적 행복도에 관한 실증분석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앙케이트 조사를 통해 행복도의 결정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행복도의 결정요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소득수준으로서, 개인 수준의 행복도와 소득수준 간의 관계에 관한 분석에서도 양자 간의 정(+)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나타난다.
한편, 국가 수준에서 집계된 자료들을 살펴보면, 행복도와 1인당 GDP수준은 국가간 비교를 실시할 경우 명확히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예컨대 블랜치플라워와 오스왈드(Blanchflower and Oswald, 2004)는 미국인의 행복도가 1970년대 초기부터 꾸준히 하락해 온 데 반해, 영국인들의 생활만족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프레이와 스터쳐(Frey and Stutzer, 2002)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의 1인당 실질GDP는 약6배 증가하였으나 생활만족도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행복의 역설’이라 불리는데,(주1) 이를 해명하기 위해 다수의 행복도 연구가 이루어졌다.(주2) ‘행복의 역설’에 대한 주된 설명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행복도는 소득의 절대수준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수준에 의존한다. 둘째, 소득이나 자산 등의 상승에 적응하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향상이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행복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셋째, 사람들의 행복도는 경제적인 풍요로움만이 아니라 그 밖의 심리적인 요인에 강하게 의존한다. 디너와 셀리그만(Diener and Seligman, 2004)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가면 금전적 보수보다도 사회적인 관계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중요해진다는 주장을 폈다. 디 텔과 맥컬록(Di Tell and MacCulloch, 2008)은 행복도가 소득과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긴 하나, 범죄, 인플레율, 실업률 등과의 부(-)의 상관관계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함을 보여주었다. 이상의 연구들은 사람들의 행복도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 경제적 지표를 고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상의 연구들은 주관적 행복도를 정책입안 및 기획에 반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의 둔화, 사회적 유대의 붕괴, 기후변화, 자원고갈과 같은 문제가 긴박한 과제가 되면서 행복도 지표를 포함한 사회발전의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그것을 정책입안에 활용하는 데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일본에서도 행복도에 관한 연구성과가 축적되어 왔다. 일본의 주요 행복도 조사로는 내각부의 ‘국민생활에 관한 여론조사’와 ‘국민생활선호도조사’, 오사카 상업대학의 ‘전일본일반사회조사(JGSS)’, 생명보험문화센터의 ‘생활인 가치관에 관한 조사’, 오사카대학의 ‘생활 선호 및 만족도 앙케이트 조사’ 등이 있다. 여기서 행복도는 앙케이트 조사대상으로 하여금 전반적인 생활이나 행복감에 대해 만족하는지 만족하지 않는지를 수치로 평가하게 한 것이다.
행복도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내각부(2008)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 자녀를 둔 기혼자, 일정 수준의 연간 가구소득, 대학 및 대학원졸업, 학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행복도가 높고, 고령, 실업상태, 스트레스가 큰 사람들은 행복도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 츠츠이 요시로 등의 연구(筒井・大竹・池田, 2009)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행복도가 낮아진다는 점,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행복도 향상에는 포화지점이 있다는 점, (풀타임 정규직에 비해) 파트타임 노동자의 행복도가 낮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또한 행복도의 지역간 격차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행복도의 지역간 격차는 지역간 소득격차보다 작으며, 개인적 속성을 통제하면 행복도의 지역간 격차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야마네 치사코 외, 2008). 또 다른 연구는 지역간 행복도의 차이에 대한 소득수준의 영향이 제한적임을 보여주었다(모리카와 마사유키, 2010).
이상의 연구들과 병행하여 행복도를 정책입안에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2010년 6월 내각회의에서 채택된 ‘신성장전략’에는 새로운 성장 및 행복도에 대한 조사연구를 추진할 것이 명시되었다.(주3) 이에 따라 내각부는 행복도에 관한 연구회를 설치하였다. 또한 시즈오카현, 후쿠이현, 쿠마모토현, 도쿄도 아라카와구, 오사카부 카시와바라시 등 지역정책에 행복도를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2) 행복도와 노동정책

 

앞서 살펴본 연구나 정책적 논의의 대부분은 애초부터 행복도의 결정요인이나 지역간 격차에 관한 일반적 논의 제공을 통해 정책형성에 기여하고자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복도의 결정요인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행복 증진을 위한 유효한 정책(경제적 지원 이외의 지원방안을 포함한)의 윤곽(대상과 수준)을 파악하여 현실의 정책입안에 행복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정책적 과제로서 비정규노동자의 행복도를 분석하여 비정규노동자의 행복도 향상을 위한 정책방안 및 제도적 지원에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90년대 이후 비정규직 비율이 급속히 확대되어 소득 및 대우의 격차문제에 주목하는 논의들이 폭넓게 이루어져 왔으나, 비정규노동자의 주관적 행복도의 시점으로부터 세부적인 논의를 전개한 연구들은 거의 없다. 그간의 행복도 연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좁은 의미의 소득수준 향상보다도 효과가 큰 방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에서 노동과 행복도에 관한 선행연구로는 오오타케 후미오(2006), 사노 신페이․오오타케 후미오(2007) 등의 연구가 있다. 이 연구들은 노동자의 행복를 분석하여 실업, 장시간노동, 원하는 노동시간과 실노동시간 간의 괴리 등이 노동자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들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노동조건과 주관적 행복도 간의 관계를 탐구함에 있어 고용형태, 고용계약기간 또는 취업사유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지는 못하였다.
본 연구는 웹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일본의 비정규노동자의 행복도와 그 결정요인을 가족환경, 고용형태, 노동조건, 고용형태 선택 이유, 과거의 경험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분석함으로써 비정규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적 대응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비정규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고용계약기간의 차이에 주목한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 구분되는 본 연구의 특징이다. 또한 행복도에 관한 기존 연구들의 다수가 횡단조사 분석인 데 비해, 본 연구는 패널 자료를 분석하였다.

 

2. 행복도와 노동자의 속성의 관계

 

1) 경제산업연구소의 조사

 

경제산업연구소가 2009년 1월 실시한 ‘파견노동자의 생활과 구직행동에 관한 앙케이트 조사’(이하 경제산업연구소 조사)는 파견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노동자의 취업실태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무작위 추출한 일본 전역의 2,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 설문조사이다.
일용파견, 제조업파견, 기타 파견, 고용계약기간 1개월 미만의 직접고용(아르바이트, 파트타임), 고용계약기간 1개월 이상의 직접고용(아르바이트, 파트타임), 고용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접고용(아르바이트, 직접고용), 계약직, 실업자, 프리랜서 등 9개 집단으로부터 응답이 회수되었다. 사전에 실시한 예비조사와의 정합성을 확인하여 2,208명의 데이터가 이용가능하게 되었다. 더욱이 이 조사는 2009년 1월 실시 이후 6개월마다 동일인을 대상으로 계속 조사가 이루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이 계속조사를 포함한 전체 4회분의 조사결과 가운데 취업상태에 있었던 파견노동자,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자료의 기본적인 속성은 다음과 같다. 표본크기는 1,585명, 남성이 약30%, 평균연령은 41세, 기혼자 비율은 약60%, 독신세대가 약20%로 나타났다. 애초에 특히 일용파견에 중점을 두었던 조사설계로부터 일용파견노동자 그룹이 306명 포함되어 파견노동자가 샘플의 전체 60%를 점하였다.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는 343명, 계약직은 241명이었다. 총무성 노동력조사의 2008년 10-12월 평균 자료에 의하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은 약 1,639만명인 데 반해, 파견노동자는 146만명으로 전체 비정규노동자 가운데 9% 수준이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는 비정규노동자 전체를 고르게 대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파견노동자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주4)


2) 주관적 행복도의 정의

 

경제사회연구소 조사는 주관적 행복도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체적으로 당신은 평소 어느 정도 행복하다고 느끼나요?”라는 물음에 “매우 행복” 10점, “매우 불행” 0점 사이에서 1점 단위로 선택하도록 하였다.
제1회 조사의 유효응답 1,577명의 주관적 행복도 평균값은 5.77이었다. 본 연구와 동일한 척도를 활용하여 주관적 행복도를 측정한 조사로는 내각부의 ‘국민생활선호도조사’(1978-1999 각년도), 오사카대학의 ‘생활 선호 및 만족도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2004-2009 각년도)가 있다. 각 조사의 표본 속성은 상이하다. 정규직도 표본에 포함되어 평균적인 노동력 구성과 유사하게 나타나는 내각부 조사, 오사카대학 2009년 조사와 비교하면 경제산업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적으로 행복도가 낮게 나타나 0점부터 4점 사이에 집중되는 양상을 띤다. 이는 경제산업연구소 조사 대상인 비정규노동자의 행복도가 정규직을 포함한 다른 조사 표본과 비교할 때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3) 행복도와 개인적 속성 간의 관계

 

이하에서는 경제산업연구소 조사로부터 파악된 행복도와 각종 개인적 속성 간의 관계에 대해 기존 연구결과를 참고하며 기본속성, 가족환경, 고용형태, 노동조건, 고용형태 선택 이유, 과거의 경험 순으로 소개한다.

 

① 기본속성

 

<성별>

남성

여성

4.45

6.18

<연령계층>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5.63

5.74

5.87

5.92

6.17

<학력>

중졸

고졸

전문학교졸

단기대졸

대졸

대학원졸

4.43

5.52

5.68

6.51

5.89

6.10

 

성별: 선행연구들에서는 남성이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도 남성 4.45에 비해 여성이 6.18로 행복도가 높았다. 남성의 상대적으로 낮은 행복도에 대해 오오타케 후미오(2004)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남성에게 부과되는 책임과 긴장이 크다는 점을 들어 설명한다.

 

연령: 연령과 행복도는 일반적으로 U자형의 관계를 보인다. 츠츠이 요시로 등의 연구(筒井・大竹・池田, 2009)에서는 30대에서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는 평균적으로 고령으로 갈수록 행복도가 높아져 60대 이상에서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 학력은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와 연결되기 때문에 학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랜치플라워와 오스왈드(Blanchflower and Oswald, 2004)는 교육과 행복도 간의 정(+)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나, 중간 수준의 교육수준을 지닌 사람의 생활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Stutzer, 2004).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도 대체로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나, 단기대학 졸업자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② 가족환경

 

<혼인상태>

기혼

미혼

이혼

사별

6.70

4.90

5.40

7.00

<자녀수>

없음

1명

2명

3명

4명이상

5.60

6.40

6.40

6.10

5.30

 

혼인상태: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 표본수가 작은 ‘사별’을 제하면 기혼자의 주관적 행복도가 가장 높았고 미혼자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가족형태(표 생략): 기존 연구들에서 가족형태별 행복도는 독신이 낮고 기혼자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는 부부로만 이루어진 가족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고, 본인과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 독신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응답자의 주관적 행복도가 높았다.

 

자녀수: 홀러와 해들러(Haller and Hadler, 2006)는 자녀수와 주관적 행복도 간에 정(+)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으나, 한부모의 경우(Frey and Stutzer, 2000)나 이혼한 모친을 둔 경우(Schoon et al., 2005), 혹은 가족이 가난한 경우(Alesina et al., 2004)에는 자녀수와 행복도 간에 부(-)의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는 자녀가 없는 응답자의 행복도가 낮았고, 1자녀 또는 2자녀의 행복도가 높았다. 그러나 자녀가 많아지면 행복도가 낮아 교육부담가설(자녀수가 늘어날수록 육아에 드는 시간이나 교육비 부담이 중가하여 주관적 행복도를 낮춘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③ 고용형태, 노동조건

 

<월수입>

5만엔 미만

8만엔 미만

10만엔 미만

15만엔 미만

 

5.98

6.29

6.18

5.55

 

18만엔 미만

20만엔 미만

25만엔 미만

30만엔 미만

30만엔 이상

5.41

5.84

5.56

5.92

5.57

<고용형태>

파견

일용파견

제조업파견

그밖의 등록형 파견

5.80

5.60

5.50

6.00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1개월 미만의 파트타임

1개월 이상의 파트타임

계약직

6.00

5.70

6.00

5.50

<고용계약기간>

1일

1주

1개월

2개월

4.87

5.50

5.63

5.49

3개월

6개월

1년

2년 이상

5.97

6.05

6.15

6.18

<노동시간>

10시간 미만

20시간 미만

30시간 미만

5.75

6.45

6.23

40시간 미만

50시간 미만

50시간 이상

5.78

5.44

5.11

 

월수입: 소득은 주관적 행복도에 정(+)의 영향을 미치나, 소득의 증가에 따라 그 영향의 정도는 체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lark, Frijters and Shields, 2007).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는 월수입 15만엔 이상 18만엔 미만의 행복도가 5.41로 가장 낮았고, 10만엔 이상 15만엔 미만이 5.55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5만엔 이상 8만엔 미만은 6.29로, 8만엔 이상 10만엔 미만은 6.1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월수입과 주관적 행복도 간의 관계는 U자형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주5)

 

고용형태: 경제산업연구소 조사 결과 행복도는 1개월 이상의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가 6.04로, 기타 등록형파견이 6.03으로 높았고, 제조업파견이 5.49로, 계약직이 5.51로 낮게 나타났다.

 

고용계약기간: 고용계약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주관적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이상 계약기간의 행복도가 6.11로 가장 높았고, 1일계약이 4.87로 가장 낮았다. 파견노동자와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 간의 차이에 주목하면 1일 또는 1주간의 고용계약기간에서는 앞서 살펴본 평균치 결과와 달리 파견노동자의 주관적 행복도가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보다 높게 나타났다.(주6)

 

노동시간: 루트머(Luttmer, 2005)는 노동시간이 주관적 행복도에 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고, 마이어와 스터쳐(Meier and Stutzer, 2006)는 노동시간과 생활만족도가 역U자 관계를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에서는 주당 노동시간이 10시간 이상 20시간 미만인 경우 주관적 행복도가 높았고, 노동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행복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④ 고용형태 선택 이유

 

<정규직 취업희망>

정규직 취업을 희망함

정규직 취업을 희망하지 않음

4.87

6.35

 

현재의 취업형태 선택이유(표 생략): 현재의 취업형태를 선택한 이유를 통해 본 주관적 행복도는 ‘원하는 일하는 시간에 일하고 싶어서’, ‘수입이나 노동시간 조정이 용이해서’, ‘가사나 육아 등으로 정규직으로 일하기 어려워서’ 등의 경우에는 비교적 높게 나타났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기존 정규직 일자리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어서’, ‘정규직으로 일할 회사가 없어서’ 등에서는 낮게 나타났다.

 

정규직 취업 희망: 정규직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 비해 정규직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의 주관적 행복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⑤ 과거의 경험

 

<산재, 해고 등의 경험>

산재경험 없음

산재경험 있음

해고경험 없음

해고경험 있음

5.87

4.84

5.98

5.28

 

산업재해, 해고 등의 경험: 산업재해나 해고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주관적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 행복도의 결정요인 추계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주관적 행복도가 기본속성, 가족환경, 고용형태, 노동조건, 취업의식, 과거의 경험 등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특정 속성이 주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밖의 속성들의 영향을 통제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관적 행복도의 결정요인에 대해 기본속성 등을 설명변수로 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분석에는 제1회 조사부터 제4회 조사까지의 자료를 패널자료화 하여 활용하였다.
총표본수는 1585명으로, 파견노동자 951명, 파트 및 아르바이트 393명, 계약직 241명으로, 주관적 행복도의 평균값은 5.81로 나타났다. 패널데이터 분석에 적합하도록 행복도의 평균값이 6이상과 5이하의 2개 범주를 갖는 변수DHappiness를 만들었다.
기본속성X(성별, 연령, 학력, 소득, 자산, 주거지)에서 성별은 남성이 약 20%, 평균연령은 41.4세, 학력은 고졸이하 비율이 37%로 나타났다. 평균 가구소득과 고정자산(가족 1인당)은 각각 231만엔, 410만엔이었다. 가족환경F에서는 미혼자 비율이 35%, 파견노동자 비율이 43%로 나타났고,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자녀수는 평균 0.9명이었다.
고용형태L에 있어서는 파견노동자 가운데 제조업 비율이 26%로 높게 나타났고, 고용계약기간은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가 151.3일, 파견노동자가 76.2일로 나타났다. 파견 더미변수와 제조업 더미변수의 교차항을 제조업파견 더미변수로, 파견 더미변수와 고용계약기간 1개월 미만 더미변수의 교차항을 일용파견 더미변수로 만들어 활용하였다.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32.5시간이었다.
고용형태 선택이유INV 가운데 ‘정규직으로 일할 회사가 없어서’, ‘정규직 일자리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어서’(비정규직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라 응답한 경우를 비자발적 비정규직 더미변수로 활용하였으며, 분석에 활용한 표본수의 약50% 정도가 이에 해당하였다. 끝으로 과거의 경험EX(산재, 해고)에 관해서는 산재경험 더미변수와 해고경험 더미변수를 만들어 활용하였다.
이상의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가구소득, 고정자산, 자녀수, 파견여부, 고용계약기간은 행복도와 정(+)의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고, 그밖의 변수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들 속성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그밖의 속성들의 영향을 통제하여 다음과 같은 추계식에 따라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만, 추계에 있어 제조업파견 더미변수와 일용파견 더미변수는 상관관계가 커서 다중공선성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이들을 개별적으로 설명변수로 활용하였다.

 

4. 분석결과와 함의: 비정규노동자의 행복도 결정요인

 

분석결과를 보면, 우선 기본속성 관련 변수들 가운데에서는 남성, 저학력(고졸 이하), 저소득의 경우 주관적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환경 관련 변수들에서는 미혼자의 행복도가 낮았다. 더욱이 고용형태 관련 변수들에서는 파견 등 특정 고용형태가 주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계약기간의 길이가 행복도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과거에 산재를 경험한 이들의 주관적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로부터 정책적 함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행복은 돈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소득이나 자산을 통제해도 고용이나 가족의 상황은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바람직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것이나 가족을 가지는 것에 의한 기쁨이나 충만감도 중요하다. 특히 가족을 가지는 것은 고정비 삭감, 상호협력, 위험분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비정규고용을 특징짓는 (1) 고용관계의 축(직접고용/간접고용), (2) 계약기간(유기/무기), (3) 노동시간의 축(풀타임/파트타임) 가운데 주관적 행복도와 관련되는 것은 계약기간의 축인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비자발적 비정규고용의 주관적 행복도에 대한 부(-)의 영향이 현저하다.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 노동자보다는 제조업파견이나 계약직에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는 고용기간의 장기화나 정규직 취업에의 희망 실현을 통한 고용의 안정이 주관적 행복도를 향상시킬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후의 비정규고용문제에 대한 정책대응은 유기계약 고용의 문제로 초점을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소득, 자산, 고용계약기간을 통제해도 고졸 이하 저학력의 주관적 행복도에 대한 부(-)의 영향이 나타난다. 이 결과는 지속적인 교육이수가 역량이나 지식을 향상시켜 소득수준을 높임으로써 주관적 행복도를 높이는 경로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주관적 행복도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취학의욕의 조성, 취학 및 생애학습에의 지원 등은 취업목적과는 다른 시점에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과거의 산재 경험이 현재의 주관적 만족도에 유의미한 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안전대책, 안전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산재경험이 이후의 노동자의 취업이나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후속조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5. 결론

 

본 연구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일본의 비정규노동자에 대해 필요한 정책대응을 모색함에 있어 비정규노동자의 주관적 행복도 결정요인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여 검증해 보았다. 구체적으로는 인적 속성은 물론 파견, 파트타임 등의 고용형태, 그리고 그 선택이유, 고용계약기간, 과거의 경험 차이에 주목하였다.
분석 결과 미혼, 짧은 고용계약기간, 비자발적 비정규직, 고졸이하 저학력, 과거 산재경험과 같은 노동자 속성이 주관적 행복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나타났다. 이는 이후의 비정규직 문제에의 정책대응으로서 가족정책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책, 고용계약기간의 연장, 비자발적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및 경력경로 조정, 교육기회 제공 및 취학지원, 산업재해예방 및 산재 후속조치 등이 비정규노동자의 주관적 행복도를 증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단기계약을 금지하는 것보다는 단기계약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고용보장 수준의 차이를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본 조사결과에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일용파견노동자를 중심으로 추출되어 표본에 편의가 있다. 표본의 크기도 충분하지 못하여 조사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대규모의 조사가 요구된다. 또한 비정규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규직과의 비교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 글은 일본의 독립행정법인 경제산업연구소 산하 노동시장제도개혁연구회의 연구결과를 요약․번역한 것이다. 원문은 다음의 웹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www.rieti.go.jp/jp/publications/dp/11j061.pdf

 

주1) 이스털린(Easterlin, 1974)은 일국 시점에서는 사람들의 소득과 행복도 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나, 국가간 비교를 실시하면 각국의 소득수준과 사람들의 평균적인 행복도가 반드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편, ‘행복의 역설’을 부정하는 연구로는 스티븐슨과 울퍼스의 연구(Stevenson and Wolfers, 2008)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평균적인 생활만족도와 1인당 GDP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주2) 행복도의 측정상 정밀도 제고를 추구한 연구로는 카네만 등의 연구(Kahneman et al., 2004)와 크루거(Krueger, 2009)의 연구가 있다. 이들은 행복도나 생활만족도가 그날그날의 심리적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중시하여 일일 활동시간과 심리적 경험의 흐름을 기록해 사람들의 복리를 측정하는 국민시간계정(National Time Account, NTA)을 제안하였다.

 

주3) ‘신성장전략’의 제4장 ‘새로운 성장과 정책실현의 확보’에는 “세계 각국이 세계동시불황을 계기로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성장에 대해 본질적인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행복도로 직결되는 경제, 환경 사회가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심화하여 전파한다. 또한 각국정부 및 국제기구와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및 행복도에 대해 조사연구를 추진하고 관련지표의 통계를 정비하고 확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주4) 경제산업연구소 조사의 상세집계 보고서 전문은 다음의 웹에서 볼 수 있다.

http://www.rieti.go.jp/jp/projects/research_activity/temporary-worker/01.html

 

주5) 다만, 가구소득과 행복도 간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주6) 고용계약기간은 유기계약근로자에 대해서만 질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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