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더지와 화단

from 2006/12/07 08:20

두더지들이 내 골반뼈를 보고 있다.

내 뼈는 형광물질이라도 섞인듯 하얗다.

기형적으로 이지러진 오른쪽 골반에

관절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빈약한 굴곡이 있고 그곳에 내 오른쪽 다리뼈들이

슬쩍 기대어 있다.

그래도 나는 그 관절에 의지하여 오랫동안 걸어왔다.

두더지들은 내 오른쪽 골반뼈를 보고 있다.

그들은 울고 있다.

그들에게서 내 하얀 뼈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내뼈는 그래서 그렇게 하얗게 된걸까?

 

아니다.

그들은 나를 먹고 있다.

내 뼈위로 그들의 침이 흐르고 있다.

뼈위에는 살점 한조각 남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다 먹고도 그들은 내 위로 침을 흘린다.

그들은 그저 내게 등을 돌린채

마치 우는 것처럼 내 살점을 뜯어 먹었다.

 

 

 

베란다 화단에 놓여있던 큰 화분 하나가 깨졌다.

작은 화분들은 작아서 그랬는지 멀쩡한데.

깨진 조각에 오공본드를 발라 얼기설기 맞춰서 다시 흙을 담고

흙과 함께 덩이진 고무나무의 뿌리를 다시 숨겼다.

 

오늘은 베란다 문을 닫아놔야겠다고 생각한다.

화분이 깨지면 손이 많이 간다.

 

 

일어나려는데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다.

옷을 들춰 거울에 비춰보니 가로로 긴 멍이 들었다.

자다가 침대에 부딪친 걸까? 기분이 좋지 않다.

 

 

 

끔찍한 꿈을 꾸었다.

눈을 뜨니 내곁에 아버지가 누워있었다.

나는 내가 16살인 것 같다.

남편이 꿈인지 아버지가 꿈인지 모르겠다.

 

 

 

나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다.

회사생활을 2년 밖에 안해보긴 했지만, 나는 정말 집에만 있고 싶었다.

아이를 갖고 싶다.

남편은 왜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걸까?

나는 내가 임신을 한 장면을 상상한다.

그가 나를 소중히 다뤄주고 있다. 행복했다.

 

 

 

 

.... 나갔다 와서 다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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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7 08:20 2006/12/07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