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문제

from 우울 2006/12/15 13:39

달군님의 [요즘 먹는것들] 에 관련된 글.

최근 거울보기가 민망하게 말라버렸다.

은근 구석구석 뭉친 살들이 있어서 보기 흉한 건 김상만 알지만

어쨌든 나는 겉보기 말라깽이라

조금만 말라도 무지 말라보인다.

어깨가 좁아서 그런거라고, 살이 없어 그런게 아니라고! 강변해봤자

비웃음만 당하니 그냥 참고 만다.

 

근데, 최근엔 내가 봐도 참 가관으로 말랐다.

이유는 한가지, 잘 안먹기 때문이다.

 

인생의 3분의 2정도는 익힌 야채를 먹지 않고 살아왔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편식에는 이유가 있는 게 이상한 거다.

남들과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사회생활도 유지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주 조금씩 먹게는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익힌 야채에 아주 익숙해질 수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신선한 음식들이다.

야채는 익히지 않은게 좋고,

아마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회인 듯 싶다.

 

고기를 많이 먹고 살아왔다.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냥 굽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해준 밥을 먹어본지 10년은 족히 넘었다.

그런데도 나는 음식에는 완전 젬병이다.

10년 가까이 내 부엌을 가지고 살았는데도 할 줄 아는 음식이 몇개 안되는데

그게 다 술안주들 뿐이다.

친구가 집에 와서 골뱅이 소면에 밥을 차려줬더니

비웃었던 기억이 난다.

잘 못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음식하는 걸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 거 같다.

아마, 싫어하는 편에 가까운 듯 싶다.

 

밥반찬으로 제일 많이 먹은 건 아마 삽겹살이거다.

그냥 굽기만 해서 쌈싸먹으면 되니까.

김상은 내가 조림음식은 싫어하는 줄 알았단다.

모든 생선, 모든 고기는 무조건 구워 먹으니까.

 

 

문제는,

최근에 내가 고기를 먹는게 싫어진 거다.

그냥 조금씩 싫어져서 대체 먹고 싶지가 않아졌다.

있으면야 먹지만 내 손으로 해 먹기는 내키지 않는다.

김상때문에 그냥 하기도 하지만 역시 당기지는 않는다.

 

그럼 나는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이게 당면 문제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매일 맛난 음식을 해먹는 삶과

매일 캡슐만 먹는 삶 둘 중에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없이 캡슐만 먹는 삶을 택할 타입이다.

죽을 때까지 맛난 것 못 먹고 살아도 좋다.

 

그리하여,

세상에 요리를 안해도 되는 먹을 음식이 진짜 없다.

연두부는 그냥 먹어도 된다기에 10봉이나 사서 밥대신 매일 먹었는데

먹고 나면 너무 추웠다.

데워 먹어야 하는데 집에 전자렌지도 없고

(사실 나는 전자렌지 기피증이 있다.

어린 시절에 '플라이'라는 영화를 본 다음부터 전자렌지에 음식이 들어갔다 나오면

분명 무언가 다른 존재로 변형되었을 것 같아서 못 먹는다.)

찜통에 찌자니 너무 거하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본 뒤부터는 아예 밥먹는 거 자체가 귀찮아졌다.

 

점심에는 밖에 나가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달군 글을 보고 나도 좀 번듯한 음식을 해먹어 볼까 했지만

역시나 압박이.....

 

에효...개토도 좀 상큼하고 발랄하고 성실해보이면 이상할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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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5 13:39 2006/12/15 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