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from 우울 2003/06/25 15:40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을 마다하고
차가운 달을 녹이겠다고
덤비는구나.

개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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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40 2003/06/25 15:40

94년 11월 26일 일요일

from 우울 2003/06/25 15:36
어느 날인가
담벼락에 기대어
초라하고 가느다란 가지가
흐느적거리고

5월이 되자
그 가지로부터
찬란한
흰 꽃이 피어올랐다.
내 얼굴만한 그 흰 장미는
바람이 불 때마다

큰, 커다란 꽃잎을 가차없이 흩뿌렸고,
가차없이 자신을 흩뿌렸고, 가차없이 --------

몇 안되는 그 큰 꽃송이들을 얼마나 동경했던지
그 가느다란 목과 나약함.
작은 고뇌에도 무한히 떨어지던 큰 꽃잎.

일상과 권태와 안주.
그것들에 대한 저항. 그것이 기본이다.
불안정의 추구.
안정과 불안정의 경계를 타고 다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것의 유지.

때로는, 한쪽에 잠시 쓰러질 수도 있는 여유?
그건 모르겠다.
작은 부조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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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36 2003/06/25 15:36
장마가 시작되어 어제는 비가 많이 왔다.
저녁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하여
오늘은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하늘이 무척 예뻤다.
적당히 바람이 불고 쓸쓸하다.

.
.
.
난 매우 힘들었다. 구석에 몰린 쥐같은 기분이었다.
더럽고 치사하고 무섭고 힘들고
영영 못쫓을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잡아먹혀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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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20 2003/06/25 15:20

1996년 6월 12일 수요일

from 우울 2003/06/25 15:16
다들 덥다고 한다.
더위는 추위만큼 뼈저리지 않아서,
사람들의 불평이 지저분하게 들린다.
지하철이 자꾸 싫어진다.
수많은 광고의 그림과 글자들, 그에 뒤따르는 생각들,
사람들, 목소리, 표정, 그에 뒤따르는 혐오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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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16 2003/06/25 15:16
'자유'를 보러가는 길이다.
그런데 난 매우 자유롭지 못하다.
뼛속까지 깊은 나의 빈곤감.
그 빈곤감은 나를 차갑고 메마른 구두쇠로 만들어버렸다.
물질적 풍족함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해 줄 수 있으리라
나는 누구를 만나야 하나?
나는 가난한 이를 만나야 한다.
나처럼, 가난해서 늘 분노해야 하고
열등의식으로 똘똘뭉친 울화를 가져야 한다.
세상에 적대감을 느끼고 세상에 겁을 먹어
표범처럼 날카롭게 경계하는 눈빛을 지닌 맹수여야 한다.
나는 가난해서 누구를 사랑할 수가 없다.
철저하게 물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인간이란 아무리 반항해도 세계의 일부분이다.
조건부 사랑이란 얼마나 위대한 물질의 힘인가.
누구나 다 조건부 사랑을 하고 있다.
극구 부인하더라도.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나도 행복하고 싶었다.
이제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부르주아지들의 언어이다.

결국은 내탓이다.
내가 바다처럼 넓고 깊지 못해서
세상에 적대감을 갖지 때문이다.
내가 못났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이 싫다.

나는 세상이 지겹다.
내겐 자유가 없다.
나는 빈곤한 자로써 열등한 자로써 세상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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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14 2003/06/25 15:14

책을 훔치다

from 우울 2003/06/25 15:09
비어즐리 삽화의 '살로메'를 갖고 싶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

책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아무것도 쓸 것이 없다.

1996년 5월 10일 금요일 맑음

....
글은 자신의 내면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쓴다할지라도 자신의 내면에 투영된 세계를 보는 것이므로.

자신의 내면을 분석하기.
따라서 그의 내면이 풍족하지 않다면
풍족하지 않은 글만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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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09 2003/06/25 15:09

익명의 힘을 빌어

from 우울 2003/06/25 14:31
이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외롭다.
이 곳에 온다는 것이 증명해 주는 것은 그것 뿐이다.
새벽 4시 46분,
외로움을 증명하고 있다.

의미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냐고 묻는다면
왜 그 무언가가 있지 않냐고 하고 싶지만
그 무언가는 없다고 다들 그러지 않는가

외로움의 농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농도 이상인 경우에
누군가가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자기검열에 대해서

허용치를 한참 밑도는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는 것은
검열이 부족한 탓이다.

이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자기검열이 부족한 고토는 허용치 이하의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힘을 빌어 외로움을 증명하고 있다.

혹은

살아있음을 인정받으려하는 것이다.
의미와 마찬가지로
내가 있다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고
내가 있음을 증명하는 인간들만이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의미의 부재와 같은 현상히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누군가 내가 있음을 진실로 증명해주지 않는다면
너무나 외로운 것이다.

'그가 매혹적이었고, 웃었고,
양 한마리를 갖고 싶어했다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야.
어떤 사람이 양을 갖고 싶어한다면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야.'

꺽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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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4:31 2003/06/25 14:31

참 하고 싶은 일이 많아

from 우울 2003/06/22 14:42
참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책도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고

글을 쓰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고

생각해 보니 그게 다다.

그런데, 나는 한 번에 한가지 밖에 못한다.
책을 읽을 때는 책만 읽어대고
영화를 볼 때는 영화만 줄창 봐대고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들어대고

그림을 그릴때는 글을 못쓰겠고
글을 쓸 때는 그림을 못그리겠고

몇 주, 혹은 몇 달 간격으로 그런 걸 반복하다보면
그 무엇도 제대로 한 것 같지가 않다.

게다가 중간중간 돈을 버는 일을 꽤 많이 해야하니까...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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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2 14:42 2003/06/22 14:42

오늘 작업

from 그림 2003/06/20 13:40

개토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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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0 13:40 2003/06/20 13:40
어제는 '환타스틱 소녀백서'를 보았다.
상당히 우울했다.

원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즐거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완전히 잘 못 고른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주인공은 완전히 나잖아.

우울하다.
그녀의 말마따나,
'내 입장을 설명할 수가 없다.'

입장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가
즉흥적이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기껏해야 투덜대고 비웃는 것 밖에는

이해를 요구할 생각도 없다
할 수 없으니까.

여기저기에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있지만
늘 그렇듯이 자기가 원할때만
뻔뻔스럽게 나타나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감정을 쏟아붇고 나면
너무 무서워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설명할 수 없지만 나는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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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1 23:50 2003/06/11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