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화

잡기장

쓴 글도 없지만 그나마 몇개 있던 것 비공개로 바꿨다.

걍 냅두고 갈려고 했는데 자꾸 거슬려서 ㅎㅎ

뭐 자꾸 이러는게 나도 좋지는 않지만 어쩌리오.

되돌릴 수 없다면 잊는 것도 한 방법이니. ㅋ 다시 시작하는 셈치자.

 

12월 30일부터 현실세상을 잠시 떠나있었다.

서버 이전 작업때문에 오늘 이시간까지 집에 안가고 작업 중이다. 작년에도 해킹때문에 큰집 내려가자마자 다시 올라와야 했는데 올 연말연초도 매트릭스에서 보냈다. 계획대로라면 2시간 전에 모든 걸 끝내고 지금쯤 홀가분한 마음으로 게임 좀 하다가 잠을 잘 것이었는데... 약속시간 30분전에 연락이 왔다. 오늘 서버 못 가져가겠단다... 집에 가는 차 끊겼는데 씨앙. 9시부터 계속 전화를 했다는데 차가 끊길 시간이 되서야 터지는 이유는 뭘까?

 

국수 한 그릇 먹고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 겨울에 왠 비람. 안 추운게 좋은 것보다 차 끊긴 시간에 집과 사무실 모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내 처지때문에 좀 그랬다. 택시를 탔다.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낼 택시비 부담이지만 오늘은 일때문에 그러니 영수증 처리 가능하다.

연말은 가족끼리, 친구끼리 오순도순, 다정하게 보내고 덕담 주고 받고 돈도 좀 주고 받고 ;-D 그렇게 정을 나누며 보내야 하건만 나는 오직 내 놋북과 사무실 컴, 서버와 정을 나누었으니... 얼마나 외로운 밤들이었는지.. 훌쩍. 피곤하긴 해도 사람이 반가워서 택시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왔다.

서버 땜시 며칠째 밤샜다. 집에 못들어갔다. 그랬더니 그래도 돈은 많이 받는줄로 아셨던지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니냐 하신다. 자... 내가 누군가 IT노조 조합원 아닌가. +_+ IT 종사자의 고충을 주저리 주저리.. 아저씨 고개 끄덕끄덕거리신다. 아들이 고2인데 겜만 해서 걱정이란다. IT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공부를 전혀 안 한다고... 동적인 취미 생활을 권하고, 이해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해줬다. IT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함께 의논해 보라고도 해줬다. 아저씨 아들걱정탓인지 자꾸만 길을 잘못 드시더군. ㅡㅡ^ 고의는 아닌게 내릴때 다 깎아주더라. :-) 어여튼 집까지는 돈이 간당간당해서 못가고 지금 여기 사무실에 왔다.

 

약간 허탈하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어찌됐던 일단 해야할 작업의 대강은 마쳐놨기에.

요즘 몇달 동안 정신 없이 바뻐 한 해를 정리할 시간도 없었다. 언뜻 돌이켜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미디어문화행동으로 홍콩 갔다온 것도 정리해야 하고, 이번 서버 작업하면서 얻은 교훈과 경험도 정리하고, 한 해 개인 평가 하고 올해 계획 세우고...

 

원래는, 홍콩 가서 짬짬이 여기에 글을 올리려고 했다. 사진도 올리고. 근데 생방송이 끝나면 12시(홍콩시각)가 다되고 회의 좀 하다보면 차 끊길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부랴부랴 이동하고, 숙소 근처에는 또 PC방도 못찾겠고, 피곤하고 뭐 그러다보니 한번도 못썼다. ㅡㅡ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에 열심히 올리긴 했지만 그건 내 스탈을 잘 반영할 수도 없는 거고, 또 그 시간은 기술적 업무를 수행하느라 바쁘니. 아이디어 내서 페이지에 반영하고 들어온 소식 취합해서 올리고.. 하다보면 금방 마지막 방송 시간 돼버리는 거다.

 

게다가 거기서 ADSL회선을 따로 못따고 그곳 선을 쪼개 쓰다보니 이거 사진 업로드조차 할 수 없었다. 사진 올리면 대번 방송 끊긴다고 난리나니깐. 그러니 뭐 나처럼 글발 안되는 사람이 별수 있나. 시간이 좀 있어도 결국 안쓰게 됐다. 또 17일 900명 연행되는, 정말 안 좋은 일이지만 블로그에 올리면 좋을 그럴 때는 또 디카가 딴 사람에게 있어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그나마 찍은 사진도 못 쓰고 ㅡㅡ 에휴... 겨우 조피디 카메라 빌려 몇장 찍고는 다 미문동 홈피에 올려버렸다.

늘 아슬아슬한 삶이다. 언제나 꽉꽉차서 여유없이 돌아가는 시간들. 이게 안좋은거 알고, 의식적으로 여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싶지만.. 모르겠다. 아직은 내가 더 많은 경험과 새로운 일들에 대한 욕심이 넘치기 때문일까 그게 도무지 되지가 않는다. 항상 늦게 퇴근하고, 공동으로 할일은 나서서 하고, 은행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바로 누굴 주거나 써버리고, 새로운 일이 생기면 지금 하는 일 내려놓지도 않으면서도 달려가서 시작하고. 그렇게 해서 힘들게 보낸 2005년이었다. 당근 배운거 엄청 많다. 만족스럽고. 하지만 2006년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면 그건 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가 늘 그렇게 "꽉 채운 시간"을 보내는 것, "새로운 일"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내 별명 마따나 늦게 시작한 활동, 늦게 시작한 "젊은이로서의 삶" 때문에 늘 쫒기는 마음이기 때문인 듯 싶다. 몸이 약해 집에만 있었던 어린 시절, 돈 없어서 항상 최소한의 수준에서 자족했던, 그리고 내 시간의 1/3은 노동, 1/3은 공부에 할당했던 20대 중반까지의 삶. 그래서 20대 중반이 넘어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제야 내가 원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자신도 가꿔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보니 지금 이 순간을 꽉꽉 채우고 싶은 생각은 당연하겠지.

 

그래도, 이젠 좀 한템포 늦출 필요는 있겠다. 아니, 반박자만 늦춰도 되겠다. 시작해놓고 끝을 보지 못한 일들, 구상만 하고 현실로 옮기지 못한 것들을 올해에는 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한 일을 그때그때 잘 정리하면서.... 보면 그 꽉 찬 시간중에 반복 삽질은 얼마만큼이며, 그 경험을 다음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은 또 얼마만큼이며, 선택을 잘못해서 잃은 것은 또 얼마만큼인지.. 내가 얻은 것을 사람들과 나눈 것은 또 얼마나 되는지.

 

일단 지금은 쉬어야겠다. 밤과 낮을 바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어떤 패턴도 없이 되는대로 잤더니 죽겄다. 외로움에 지쳐 사온 술과 과자도 없고 라면도 하나 밖에 안남았다. ㅡㅜ

자고 일어나서 나도 새해 기분좀 내야지. 문자와 메일에 답장도 좀 해주고. 작년에 나땜에 맘고생한 사람에게 좋은 말도 좀 하고 말야. 자, 올해는 빼앗기지 않고, 억눌리지 않는, 그리고 뺏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한해들 되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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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2 03:03 2006/01/0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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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네 2006/01/02 11:19 URL EDIT REPLY
아...서버가.. 고생하셨겠군요.

홍콩서 수고 참 많으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근데 지각생님 설치형 블로그 쓰시는거 아니었어요? :)
지각생 2006/01/02 21:14 URL EDIT REPLY
진보네/ 설치형 블로그를 설치만 하고 블로깅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D 게다가 혼자 노는것도 심심하고 ㅋ 여긴 사람들이 많아서 좋지요.
Dreamer_ 2006/01/05 18:57 URL EDIT REPLY
홍콩.+_+ 원츄.+_+
지각생 2007/06/08 13:02 URL EDIT REPLY
Dreamer// 1년 반만에 답글 ^^; 홍콩도 가보셨나요? 동유럽 여행 부럽던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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