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

잡기장
내가 왜 지각생이냐면... 지각생이니까. 학교다닐때 지각 많이 했어요.
뭐 많이 늦은 건 아니고 이상하게 항상 아슬아슬 늦었습니다.

백마(일산부근)에서 기차타고 연희동에 있는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안늦었는데
서울와서 걸어서 동네 학교 다니면 늦는 이유가 뭘까나..

하여간 학교나 직장에서 지각하는 사람보면 대개 집이 가까운 사람인 경우가 많더군요. 왜그럴까요? :-)

평소에 가는데 걸린 시간을 어림 잡아 평균내고 그 시간만큼 일찍 출발하면 항상 늦습니다.
근데 1시간 일찍 가려고 하면 항상 제시간에 도착합니다.
또 근데 지나가다 들리거나 시간 안잡고 가면 그 평균 시간만큼 정확히 걸린단 말입니다. 도대체 뭔 조화일까요?

늦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요? 상황과 무관하게. 걍 제 시간관념이 안이해서? ㅋ

사실 지각생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이유는
뭐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늦었다는 생각때문입니다.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전에 경험한 것의 참 뜻을 모르다가 뒤늦게 알았을 때 드는 아쉬움.. 그런 것 때문이죠.

어릴때 몸이 약한 탓에 강자보다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죠.
근데 전 강함을, 힘을 추구하는 사람이 돼 있더란 말입니다?

지지리 가난해서 참된 삶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있었죠.
지금은 하루 하루 당장의 이익에 몰두하며 삽니다.

노동을 해야했기에 계급 의식을 갖출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다른 사람을 누르고 올라서면서 살아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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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이면 아직 이른 것이겠죠. 3, 40대의 수준을 넘보며 흉내내기보단
지금이라도 진짜 젊은 삶을 살아야겠죠. 하지만 보니 어린애의 칭얼거림을 포장하면서 말하고 있더군요. 주워들은 말들로..

너무 비관적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아니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지각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하나 하나 돌이켜보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남기 위해 밀어냈던, 밟고 올라섰던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식했던, 하지 못했던.
다시 만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 때문에 더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늦게 배운 값을 치르고 있는게 있습니다.
남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입니다.
이것만은... 정말 늦게 배우게 된게 후회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토록 괴롭지는 않겠죠. 이렇게 큰 잘못을 하지 않아도 됐었겠죠.

지각을 했다면 뛰어야 될까요 아님 천천히 걸어야 될까요
혹은 그 자리에 멈춰, 내가 지금 꼭 가야되는지 생각해야 되는 걸까요.
저는 지금 돌아가고 싶네요. 가서 잠을 더 자고 싶습니다.
그러면 내일은 지각하지 않을 수 있겠죠 :-)

모두 새해엔 사랑 많이 하고,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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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1 21:38 2006/01/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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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i~ 2006/01/15 11:16 URL EDIT REPLY
지각생! 방가워요^^
지각생 2006/01/15 18:19 URL EDIT REPLY
ㅋㅋ 어케 알고 오셨네욤 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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