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에 사로잡힌

잡기장
엄청 부끄러운 짓을 하나 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많이 잘못했다.

그 전날엔 기분이 좋았다. 하려고 했던 것들을 했고, 원하는대로 방향이 잡혀갔다.
그래서 맘이 푸근해진 탓일까? 그만 잘못된 선택을 하고,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먹혀버렸다.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하늘은 온통 흐리다.

이게 뭐야. 이건 아냐. 나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 어떡하지. 뭐라 말하지, 어떻게 만회하지. 이 참에 이걸 확! 죄의식에 사로잡혀 가며 그게 날 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아마 다시금 나를 강하게 움켜지고 지금껏 그랬듯 당분간 날 괴롭게 하며 마구 어떤 행동들을 하게끔 몰아갈거다. 일을 더 하게 되거나, 상기되어 외치게 하거나, 쫓기는 심정으로 마구 달리거나, 혼자 있을 곳으로 도망가게 하거나 그럴 것이다. 합리화는 하지 마라. 이 참에 바로잡아라...

뚝.

젠장.

욕 먹을 짓 했으면 먹어야지. 뭘 만회해. 그리고 이미 지난게 만회가 돼? 괜히 죄의식이 날 갉아먹게 하며 지금껏 그랬듯 더 외롭게, 힘들게 하겠지. 그만. 이것이 이후 내 어떤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겠어. 이것으로 인한 생각과 행동은 하지 않겠어. 그냥 이걸로 끝내. 비난 받을만 하니, 받으면 되겠지 감추려거나 비난을 돌리고, 줄이려 하지 말자.

그동안 계속 느꼈던 찜찜함, 불안함의 원인이 이거야. 늘 죄의식에 나를 내던져 움직였기에, 늘 쫓기고, 내 반쪽 모습을 늘 두려워하고, 내 그림자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숨기느라 힘들었던거야. 그러면서 나조차 그런걸 보지 못하고, 속아왔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도덕적인 삶을 살았다고.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는 "속죄"의 긴 과정으로.

무슨 일을 하던 그래서 결과, "보이는 것"에 신경을 써야 했지. 하고 싶은 마음과 열정을 갉아먹고, 덮어버린 더 큰 힘이 있었어. 매 순간, 모든 말, 생각, 행동을 검열하고, 어떻게 보이는지만 신경쓰고 정작 내 의지는 그런것들을 통과해 실제로 "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지. 사람들과 터 놓고 자연스럽게 대화한 적이 거의 없지. 누군가와 진정으로, 편하게 사랑을 해본적이 없지.

쫓기는 느낌, 답답한 느낌. 그러나 어쩌면 29년의 삶동안 난 이미 그것들, 그런 느낌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 벗어던지고 싶다고,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미 그 어두운 보호막에 익숙해져버린 거야. 따뜻해지고 싶다면 벗어던져야 하는 그 추운 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거야.

자, 이제 좀 더 분명히 알게 됐어. 이제 어떻게 바꿔나갈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이미 알고 있는, 혹은 너무 당연하거나, 아주 단순한 것들일 거야. 밖으로 나가는거야. 뻗어나가는 거야. 뒤섞인걸 정리하고, 가지를 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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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17:25 2007/03/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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