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잡기장
맘먹고 밤새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평소보다 더 졸린다. 끊다시피 한 커피를 마셔도 전혀 효험이 없다.

미문동 방에 오자마자 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두 목소리. 하나는 쥔집에서 회비가 이체될 계좌번호를 적어주라는 것이고, 하나는 새로나온 따끈따끈한 CD를 사라는 것. 이 얼마나 따뜻한 분위기인가.

돕헤드의 CD를 듣는다.
어? 점점 잘 부르네? 조약골의 노래를 처음 들은건 아나클랜 게시판. 몇년전이지? 모르겠다. 시간개념이 없다. 참.. 노래 좋고, 그 자체로 감동인데, 아무래도 역시 "조금만 더 잘 부르면 더 좋을텐데.. 흠흠 -_-" 하고 중얼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참 부럽다. 조약골이 노래 부르는 걸 보고 듣다 보면
쓸데 없는 생각만 하느라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잘하려다 정작 해얄 것을 놓치고 잘 못하는 건 말로 때우는 내 자신이 답답해질 때가 많았다. 하고 싶은 걸 하는게 아니라 잘하는거, 정확히는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거를 우선해서 하고 산다.

잘하려는거.. 그게 문제다. 잘하려다 안하는게 문제다. 왜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사는 걸까. 내가 하는 말, 행동, 심지어 꺼내지 않은 생각까지 왜 늘 외부의 평가에 끌려다니고 사는 걸까. 왜 이리 자신이 없는 걸까? 가끔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 안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러는게 오히려 멋있어 보이겠다고 미리 그려 본 경우가 많다.

블로그를 요즘 잘 안보고, 안쓰는 이유는
몸을 더 움직이고 오프라인 활동을 더 열심히 해보려는 건데, 별 상관은 없었던 듯 싶다. 괜히 핑계를 댄게지. 불편하니까. 도망치고 싶었고, 감추고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선지 최근에 쓰려고 했고, 실제로 써진 글에는 "잘 써야지"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잘 쓸 수 있겠다 싶은 글이 아니면 아예 안쓰려고 하나부다.

약해서 강해지려 하고, 외로워서 사랑받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약해지고, 더 외로워진다. 그렇게 생각한 지 오래됐지만 좀처럼 그런 걸 바꿀 수 없다.

뭔가 끄적거리고 있다 보니 졸음이 좀 가신다.
지금까지 하고 있던 거는 "미디어위키"의 사용법을 더 익히고 확장기능을 설치해보는 거였다. 얼마전에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가 죽었는데, 엄청난 스팸 탓이었던 듯하다. 대개 이런 것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무언가가 불을 당겨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참에 다른 것도 살펴보니 미문동 위키도 스팸에 엄청 시달리는 것 같아서.. 뭔가 방법이 있나 들여다 봤다.

StrongBerry 님이 언젠가 채팅하다 얘기해준 Confluence 도 찾아보고, 또 다른 위키는 어떤가 들여다 보다 보니 미디어위키에도 생각한 것 보다 많은 기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확장 기능들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을 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재밌는, 유용한 기능들에 눈이 휙휙 돌아가 딴 거를 써보는중이다. 이를테면 미디어위키에 게시판을 달 수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

잘 하는 걸 잘하는 줄 알고 그렇다고 말하고 행동하고, 잘 못하는걸 잘 못하는 줄 알고 그렇게 말하고 해보고 하면서 살면 참 좋을텐데.. 언제부터 시작된 자기 방어인지 모르지만 말로 정치로 때워가며 하루하루 때워가며 산다.

오픈웹 운동, 전자정부 사이트의 웹 표준 문제가 불거진 지 꽤 됐건만, 여전히 나는 소극적으로 추이나 살피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거의 안하고 있다. 전에 썼던 것만큼 간단히 기사 하나 써보라고 하는데 그러겠노라 해놓고 계속 안하고 있고, 부끄런 칼럼 써주는 곳에 그 주제로 쓰려고 맘먹었는데 역시 기한을 넘겨 세월아 하고, 그나마 이슈를 제기하려고 했던 것은 그것 외에는 별로 할 말도 없고 내 존재 가치가 약해진다고 느껴지는 자리.. 그리고 내가 그런 말을 할때 관심가져 줄 것 같다고 미리 판단한 자리.. 이런 좋은 기회가 사실 많지 않은 건데, 정부와 MS가 이렇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 차이에 있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문제이며, (ActiveX 가 안되면 인터넷 뱅킹도 거의 안될테니) 엮으려면 정책적 이슈들과도 얼마든지 엮을 수 있고..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함께하는 시민행동만 거의 유일하게 그 문제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아... 하(려)고 하나 못하고 있는 것들, 그 이유 나열하다가는 밤 새겠다.
잘 하려다 삑사리 내는건 추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정확히 그건 몰라도 그 시초랄까.. 어디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알것도 같다. 애정 결핍인게야 ..-_-;
그렇다해도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지. 이제 곧 슬럼프는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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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1 02:45 2007/02/2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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