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생각만 하고 발전을 못시키고 있어서 블로그에 씀.
일요일마다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정보통신교육. 여기서 "드루팔Drupal"을 소개했는데 반응이 괜찮다. 사람들이 축제도 안가고 교육받겠다고 할 정도. 이번주는 무산되긴 했지만서도.
하지만 H는 여전히 나만 보면 "드루팔 나뻐. 난 그누보드가 좋아~" 그런다. 서로 갈구느라 정신 없는 사이라 더 그럴테지만, 이렇게 말하는데는 두 사람의 입장과 관점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HTML, CSS를 알고, 웹 디자인/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 PHP 나 ASP 등을 아는 사람. 웹 서버를 직접 구축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 혹은 기본적인 개념과 사용법을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식인 제로보드, 그누보드 등을 활용한 개발 방식이 좀 짜증나긴 해도 아주 나쁘진 않다. 버그가 있거나, 기능이 한정되어 있거나 해서 직접 코드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해도, 이미 그걸 활용한 개발방식이 많이 보편화됐고, 참고할 문서와 경험들이 많으며, 그런 결과물에 사람들이 익숙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써오고 "...따라하기" 매뉴얼이 완벽해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내가 드루팔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이 위에서 열거한 "웹 관련 기술"을 거의 몰라도, 자신만의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는 거다. 전에 얘기했던 "민중적인" CMS의 한 기본 요소랄까? 일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면(이 과정도 무지 단순하다) 그 다음에는 다른 도구, 지식, 기술이 필요없이 그냥 웹 브라우저에서 클릭 클릭 입력으로 사이트를 설정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고급 활용을 위해선 그런 도구와 추가 기술을 알아야 좋긴 하지만, 기본적인 사용에는 큰 지장이 없다.
이제는 웹 사이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 될 단계는 지나야하는게 아닐까 싶다. 웹 사이트를 갖는 건 보편화됐고, 이제 웹의 컨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건가에 좀 더 많은 관심이 쏠려야 하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 (특히 돈과 기술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 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거나 아예 포기하고 우회해버린다. 웹 사이트를 만들고 컨텐츠를 올리는 것은 이제 손에 잡히는 단순한 기기를 쓰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 그누보드와 제로보드가 요즘 엄청 발전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을 완전히 자유롭게 할 것 같지는 않다.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너무 많으면, 그런 걸 잘 모르는 사람이 괜히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 상상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도 "난 잘 모르니까.." 하면서 넘겨버린다. 그러면 기술을 갖고 실제 만드는 사람이 정작 그 운영 주체가 해야할 고민까지 대신 하며 사이트를 만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실제 사용자의 관점이 아닌 기술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게 되고, 그러면 정말 중요한게 빠지거나 색깔이 없는 사이트가 되기 십상이다. 그럼 당연히 활력도 안 생기지.
노동운동단체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며, 계속 바라게 되는 것은 이제 왠만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것. 적어도 사이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원칙 정도는 스스로 세워갈 수 있는 것. 그래서 정말 어떻게 제대로 웹을 활용해 운동을 할건지, 소통을 할건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하지만 지금껏 내가 속한 단체가 주로 상대할 수 밖에 없었던 곳들은 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웹 사이트를 갖는 것 자체에 여전히 비중을 두고,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아주 얕은 수준에서 떠오르는 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냥 일방적인 전달과 독점 소프트웨어로 작성한 문서의 저장소. 표현의 자유란 자유게시판 하나를 다는 걸 말하고, "불온한" 글을 쓰는 사람은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색출, 처벌해야한다고 쉽게 생각한다. 아... 이러다 보면 또 샌다. 이게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니깐.
여튼, 아직까진 드루팔을 쓰는데 어려움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그 어려움은 제로보드, 그누보드를 쓸때의 그런 어려움과는 다르다. 순수히 기술적인 용어와 개념이라기 보단 다른 형태에서도 만나게 되는 그런, 운영에 관계된 용어와 개념이다. 드루팔을 잘 쓰고 못 쓰고가 아니라 지금껏 소홀히 했거나 떠넘겼던 사이트 기획과 운영에 대한 고민. 앞으로 웹 활용에 대한 스터디나 워크샵을 계속 꾸준히 가져가 볼 생각인데, 기술적인 내용은 드루팔을 어떻게 쓰는지만 다루고, 정말 중요한 부분들에 집중을 해 볼 생각이다.
홈페이지 제작은, 이제 정말 쉬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