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비법 개정 반대 일인시위 진행중이다. 돌아가면서 하지만 내가 물품 담당인데다 은근히 일인시위를 좋아하는지라 매일 나가고 있다. 어차피 혼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11시반까지 가면 되는 건데, 이걸 하다 보니 아침을 일찍 시작하게 됐다. 사무실 잘 안나가게 되고 나서는 실컷 퍼자고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다 12시 넘어 나오기 일쑤였는데, 이젠 늦어도 9시에 일어나 밥먹고 씻고, 메일 체크하고, 뉴스 보고 10시에 집을 나선다 꼬박꼬박. 통비법이 아슬아슬한 상황만 아니라면 좀 더 이렇게 가도 나로선 좋겠다는.. ㅡ,.ㅡ;;
오늘 모처럼 다른 일정이 없어 오후 시간이 펑펑 남았다. 오늘 일인시위 나와 수고한 쥬느와 밥먹고 한강 돌아 사무실 근처까지 태워쥬~고 미문동 방에 오니 대략 4시. 날씨는 따뜻하고, 햇살은 은근히 눈을 따갑게 하고, 요즘 들어 삐걱거리는 자전거에 오랫만에 사람을 태우고 한참 달렸더니 살짝 피곤이 몰려오겠다. 인터넷 조금 하다 자리에 누워 그대로 잠에 빠져 든다. 거의 상주하던 사람이 출국하고 다들 저마다 바빠 미문동 방은 모처럼 조용~하다. 밖에서 뭔가 토론하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깬다. 뭘 깔고 잘껄, 살이 배였다. 2시간 정도 잔 것 같은데, 몸이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눈은 여전히 감긴다. 지난주 토요일 MWTV2주년 때 너무 많이 마신 후로 장염 증상이 있는데 그 탓에 피로가 은근히 쌓여 있는 모양이다. 정말 지사제를 먹어볼까.. 그래도 설사끼는 많이 없어졌다.
밥 먹고 와서 잠시 앉아 있다 멍한 상태로 컴 앞에 앉아 이것 저것을 한다.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행동들이 몇개 있는데, 파일과 디렉토리 정리하고, 이것저것 검사해주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한다거나 하는 "컴퓨터 관리". 이 습관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으나 내겐 꼭 좋지 많은 않다. 이것만 하다보면 시간이 솔찮이 지나가는데다, 까딱 잘못하면 말려들기도 한다. 오늘도 살짝 말렸다.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건 안 좋아.. 어쩌다 보니 게임을 시작해서 또 하다 보니 벌써 밤이다.
자료를 찾을 게 있어 뒤지다보니 Sustainable 이란 말이 나온다. "지속 가능한". 노동운동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좀 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평소에 달고 사는데 오늘따라 저 말이 왠지 끌려 메모해둔다. 그러고는 피곤하고 여전히 멍한 상태에서 저 단어를 그냥 들여다본다. 이럴때 늘 그렇듯 내 관심은 또 내 자신에게 쏠리는데, "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고 있나"고 물었다. 이젠 정말 나이를 느낀다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진다. 나랑 같이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게지. 나도 아직까진 괜찮은데, 자신있긴 한데, 살짝 불안요소랄까? 소화기 계통에 무리를 좀 해와서 아슬아슬하다. 뭐 그렇게 따져보면 기관지도 안 좋고, 머리쪽에 있는 기관도 전체적으로 상태가 안 좋고, 으우어어~ 그만 생각. -_- 여튼. 좀 관리를 해야겠다. 내 자신, 운동, 정보통신.. "지속가능성"을 위해.
체력 관리. 피로 회복. 스트레스 해소. 재미꺼리 준비, 갱신해 놓기. 취미 생활. 흠흠. 이것 자체만도 만만치 않은 일이구나. 재생산 노동.
내 스스로 컨트롤을 해야겠는데, 나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방식 말고, 아끼는 마음으로. 그러려면 어찌해야 할까. 나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고.. "습관"을 바꿔야 겠다. 내가 어찌 항상 깨어 있어 스스로를 완벽히 제어할 수 있겠나. 그냥 하나씩 낡아가는 습관을 새로 바꿔가야지. 일단 하루를 마감할때와 시작할때의 습관만이라도 좀 바꿔보자. 자기전에 그날 한 것과, 내일로 이어갈 것들을 정리하는데, 이곳저곳에 하지 말고, 노트 한 곳에만 해두고, 가능하면 웹에 정리. 위키는 자료 정리, 드루팔에는 글쓰고 생각 발전시킬 것들의 초안. 기술적인 내용. 이곳 블로그에는 이 생각 저생각, 개인적인 내용. 그리고 공감, 확산될만한 정책적인 내용에 대한 메모.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 노트 확인하고, 메일 열어보고, 이 블로그 누가 덧글 달았나 확인하고..(어차피 일어나면 이것먼저 하니 아예 고정 패턴으로 명시 ㅎㅎ)
자, 그리고 중요한 건 일단 한번 쭉 훑기 전엔 너무 옆으로 새지 않기. 사실 이것만 잘해도 하루가 계획대로 갈거야. :)
스스로 컨트롤 못하면 더 쫓기고 끌려 다니게 된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자유롭게 생각을 거의 못한다. 계속 뭔가 일하거나 돌아다니고 같은 말 반복하지 않으면, 멍한채로 있거나 한다. 창의적인 생각과 남다른 관점, 엮어 생각하기, 뻗어나가 보기... 옛날에 했던 것들,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후~ 설마 이것도 나이 먹어가는 증상인건 아니겠지? 여행 갔다오고 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을거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