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정서

잡기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정도 상황이 보이는 것 같고, 나라면 뭔가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에 대해서는.. 도저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내가 좋아하기 시작한 가치들이 아직 내게 온전히 자리잡지 못해서 힘들다.
선택을 포기할 마음은 없지만 잠깐 휴식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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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재미난 얘기들이 참 많다.
티비를 틀어 야심천만류의 쇼프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는지.
연예인들은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구나 싶을정도로.

나는 재미난 얘기를 잘 못한다.
어릴때부터 내 바닥에 깔리기 시작한 정서 때문일까? 같은 일도 얼마든지 재밌게 재구성할 수 있겠지만
그런건 아주 마음이 편할때라던가 특수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내 유머러스함은 오히려 약간 냉소적일때 발현된다.
도무지 어떤 사람도 재미난 얘기를 할 것 같지 않을때 불쑥 튀어나온다.

대신 재미난 얘기를 듣는건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난 살짝 지친다.

그렇다고 세상의 고통을 다 껴안아 우울한 얘기를 해야한다는 건 아니다. 나도 그런건 싫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재미난 얘기들만 넘치는 상황에서 난 부자유스러움을 느낀다.
이런 생각이 우스우면서도, 나도 뭔가 재미난 얘기를 해야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건가 한다.
정말 그런 얘기가 좋긴 한데, 계속 듣다보면 내 바닥에 깔린 정서, 바꿔 끼워 보려 노력중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그런 정서들이 날 외롭게 한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 못하고 분위기에 합류해 볼 생각만 하게 되지.


난 그래서 술마실때 왠만하면 끝까지 남는 편이다. 내 뒷다마깔까봐? ㅋ
보통,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하는 새벽 네다섯시가 되면 그래도 내 "바닥정서"에 맞는 얘기들이 조금씩 나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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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지 않다. 내가 참 쉽지 않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하고 싶은게 많다. 이런 저런 고민으로 하루를 다 보낸다. 하고 싶은걸 해야겠다.
지금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 포기하진 않지만 계속 붙잡고 있는건 좋지 않은 것 같다. 긴장을 좀 풀자.
그저 바라는 것은, 내가 노력중이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는 것.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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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14:14 2007/06/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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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지 2007/06/15 14:16 URL EDIT REPLY
바닥정서...너무 정확한 표현 같아요...^^;;
지각생 긴장 풀고 기운 내세요. 스트레스는 만악과 만병의 근원~ (더불어 변비도...- _ -;;;)
디디 2007/06/15 14:41 URL EDIT REPLY
이 싸람이 -ㅅ-); 재밌어재밌어! 라는 제목의 포스팅 위에 이런 글을 쓰다니 갑자기 자기 검열 시스템이 가동되잖아! ㅋㅋ 근데 사실은 다들 노력중일거라는 생각. 이 단단한 세계에서 어찌 재밌기만 하리오. 그러니까 기다릴 필요 없이 같이 가면 되지 뭐.
지각생 2007/06/15 14:52 URL EDIT REPLY
끝지// 고맙삼 :) 좋은 소식 기대할께요

디디// 다들 노력중이겠지. 그래서 종종 안타깝다는 거고.
케산/세르쥬 2007/06/15 18:30 URL EDIT REPLY
난 지각생같은 사람 좋던데? 근데 하고 싶은게 뭘까?^^
지각생 2007/06/15 19:32 URL EDIT REPLY
지금은 IT노동자 조직화여 -_-
쥬느 2007/06/15 19:33 URL EDIT REPLY
요듬 지각생 블로그에 덧글들이 많구나. 뭐 부럽다는 건 아니고..
지각생 2007/06/16 01:47 URL EDIT REPLY
부러운게 부러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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