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의 이야기

SF
글쓰다 날라갔다. -_- 벽에 등을 기대고 이불위에 발뻗고 앉아 허벅지에 놋북을 올려놓고 쓰고 있는데, 마우스를 이불위에서 움직였더니 막 지맘대로 움직이더니 갑자기 옛날에 내가 쓴 글이 떠버린다. -_-


지각생은 책을 읽을때 우선 끝까지 한 번 다 읽은 후 나중에 재밌는 부분을 또 본다던가 한다. 하지만 이 단편SF를 읽고는 뒤에 담긴 것은 제쳐 놓고 바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테드 창의 SF단편집 - <네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네 인생의 이야기" 네오스크럼이 책을 추천하고, 그 중 저 이야기가 특히 좋다고 달군이 말해줬다.

갑자기 제목을 보니 "네 인생의 이야기"란 주인공 네명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맞을까? 아닐까? 네오와 달군에게 지각생이 맞는다. -_- 요즘 뻔뻔해지는 연습중. 너그럽게 봐주시라.


아무 것도 알려진 바 없는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난다. 어떤 목적인지 어떻게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언어학자와 물리학자들이 현장에 투입된다. 주인공 언어학자는 그들의 문자를 연구하다가 그것에 담긴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습득하게 된다. 그것은 지구인이 갖게 되는 순차적이고 인과론적인 사고 방식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언어학자는 과거와 미래의 "기억"을 딸에게 말해준다. 딸은 25살때 사고로 죽는다.




빛은 왜 굴절할까? 그냥 가다보니 물질이 변해 속력이 변해서 그렇다... 뭐 이렇게 말하면 인과론적, 순차적인 해석이고, 빛이 가장 빨리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경로를 따라 가는 것이다..라고 하면 목적론적, 동시적인 해석이라고 한다. 두번째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빛은 출발지를 떠나기 전에 벌써 목적지와 그곳에 이르는 최단 경로를 알고, 그 다음에 실제로 그걸 수행한다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보는 지구인의 시간관념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과거와 미래는 모두 현재와 동시에 존재하는 "기억"이다. 원인과 결과의 사슬에 묶여 끌려가며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 지구인이라면 그 외계인은 미래를 "알고" 그것이 실제로 이뤄지도록 "수행"한다. 이들에게 자유와 강제는 지구인의 그것과 의미가 다르다.

이런 내용은 사실 여러 신비주의자들과 소수의 사람들이 말해왔던 것이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실제로 그들의 "동시적"으로 쓰여지는 문자언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계관을 습득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제대로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한다..고 하겠다.


이 얘기를 읽고 생각한다. 그럼 미래란 어떻게 만들어질까? 주인공은 미래의 "기억"을 만들었다. 만들었다기보단, "알고", "채워넣은" 것이 정확할까? 과거가 기억되듯 미래도 기억된다는 것에, 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은 "상상"이 아닐까 한다. 막연한, 잠깐의 무책임한 바램이 아니라 정말 스스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 그리고 그 중간 단계를 계속 구체적인 모습으로 상상해 가는 것. 그래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것이 정말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 되는 건 아닐지. 경애하는 마스터 네오스크럼선배 달군을 만나면 한번 얘기해보고 싶군아...

"동시적"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개념은 아주 맘에 든다. 같은 현상을 관점을 달리해 본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 아닌가. "네 인생의 이야기"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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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04:44 2007/06/12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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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10:58 URL EDIT REPLY
마지막 문장은 TV에서 뭐 끝날때 외치는 느낌인데-_-
지각생 2007/06/12 11:36 URL EDIT REPLY
다음 이시간에 만나요~
달군 2007/06/12 11:43 URL EDIT REPLY
빼앗긴자들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횡설 수설했던거 이제 이해 되죠?
이드 2007/06/12 12:45 URL EDIT REPLY
지각생이 지각생에게가 날라간거군요.. 흑 제목에 이끌렸는데..
지각생 2007/06/12 13:37 URL EDIT REPLY
달군// ㅋ 횡설수설은 틀림없고 :D 지금 생각해보니 앤서블이 그런 거로군요. 과거-현재-미래와 소통하는 장치! 오늘 미문동 회의 꼭 와욧!!

이드// 아.. 그건 비밀글입니다 ^^;; 지금 이걸 처음 쓴게 날라갔어요. 이 이야기를 읽고 살짝 형식을 따서, 제 자신에게 "지각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시도를 한거였는데.. 영 이상하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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