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님의 [달린다 ] 에 관련된 글.
이제 다음주에 새만금 가는데, 저번 여행 후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뭐 미뤄 안될 껀 없는데 아무래도 그때되면 쓸말이 워낙 많아지지 않겠어.
뭐 다들 잘 아시겠지만 한달 전쯤 새만금 자전거 여행을 댕겨 왔습니다. 혼자서.
아는 사람도 없는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 물의를 일으키고
뻘쭘하게 하루 묵고는 올라왔지만, 그래도 계화도에서 보낸 하루는 아주 좋았다.
여기서 새만금 자전거 여행 후기를 마칩니다. (어이)
제 갤러리에, 못다 올린 사진들을 올려놨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계화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와요.
이제, "나홀로 자전거 여행"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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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여럿이서 꽤 다녔는데, 그때마다 "선수"들이 있어 의지하며 맘편하게 달렸다. 자전거 여행.. 생각만 하면 낭만이지만 실제 다녀보면 힘들고 때론 위험하다. 그래도 또 가고 싶어지는 자전거 여행의 매력. 이번 솔로 자전거 여행하며 절절히 느꼈다.
1. 자신감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거대 교통수단이 아닌, 내 두 다리로, 온몸으로 동력을 내서 달리는 "내 여행". 좁으면 좁다고 하는 한국땅이지만 자전거로 달리면 넓다. 지금껏 도망치듯 휙휙 지나야했던 (빠른 차로) 그 길을 모조리 직접 밟아가는 느낌. 내 스스로 뭔가 넓어진 느낌이다. 내가 확장되는 느낌이랄까. 나중에 우연히 지도를 보면, 내가 지나간 곳을, 그게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그리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홀로 자전거 여행을 하면 그 느낌이 더하다. 정말 어디든 마음 먹으면 당장 갈 수 있을 것 같다.
2. 고독
그럼 그렇지 이걸 얘기 안하겠어 할 수 있지만 사실 자전거는 언제나 고독한 교통수단이다. 커플 자전거가 있고, 짐칸에 사람을 태워 달릴 수 있지만, 대개 자전거는 결국 혼자 달리는 것. 여럿이 간다고 해도 서로 거리를 지키며 자신의 공간 속에서, 자기 스스로 밟아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물론 함께 달릴때, 서로 많은 힘을 주고 받는다.
홀로 자전거 여행을 하면 그 고독이 극에 달한다. 이래봤자 소용없다, 결국엔 내가 계속 달려 거기에 도착해야 끝난다. 닥치고 페달을 밟자.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물론 홀로 자전거 여행을 야간 주행으로 시작해서 더 그랬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 머리 속에, 잡념이 그동안은 사라진다. 뭔가 혼자 새로운 걸 터득해서 좋은게 아니라 잡념이 사라지는게 좋았다.
3. 견디기
동네를 설렁설렁 다니고, 한강에서 여유롭게 타다 적당히 아무곳에나 머물러 쉬고 즐기고 하는게 아니라 여행을 떠나면, 처음에는 마냥 신나 힘든지 몰라도, 결국엔 (그 날의 혹은 그 여행의)한계에 부닥친다. 기분내다 오버해서 몸을 축내면 안되지만, 목적지를 정하고 일정을 잡은 이상, 때로는 힘들어도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여럿이 갈때는 서로 페이스 조절이 되고, 얘기도 하며 이런저런 힘이 되주지만, 혼자 갈때는 그런게 없다.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혼자 다니다보면 그동안 같이 다닌 사람들이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느낀다. 그게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엔 이겨내게 된다. 안되면 뻗는거지 뭐.
4. 자유
이것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 정해진 길. 예정된 시간. 이런 저런 제한들. 어떤 교통수단이 자전거보다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버스, 지하철은 빠르게 우리를 목적지로 제공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에 얼마나 묶여지내는지 자전거 타고 다니다보면 금방 알게된다. 자전거를 타면, 우선 내가 직접 길을 찾게 되고, 매 순간 깨어있게 된다. 마음 드는 대로 매번 다른 길로 갈 수 있고, 내가 다니는 길이 머리속에 지도로 자리잡게 되면, 왠만한 거리는 어떤 교통 수단보다 빨리 갈 수 있다. 유연하기 때문에 "정체"가 없고,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지하철역까지 걸어 다니는 길. 그게 작게 보여도 매번 반복하며 버리는게 얼마인가?
아. 여행 얘기중이었지. 어떤 교통 수단으로 여행할때보다도 자전거로 여행할때가 훨씬 자유롭다. 기차보다 다양한 경로로 갈 수 있고, 차로 갈때보다 자유롭게 길과, 가고 멈춤을 결정한다. 스쳐가는 주변의 풍경을 더 자세히, 가까이서 보고, 냄새도 맡을 수 있다. 끌리는 게 있으면 코스를 수정하고, 얼마든지 머물다 갈 수 있다. 사람들과 얘기하고, 지나는 곳의 사는 모습도 구석구석 볼 수 있다. 몸으로 느끼며 지나간다.
홀로 자전거 여행은 그 자유가 극이다. 여럿이 갈때는 힘이 되긴 하지만 그만큼 여러 부담이 되서, 미리 정한 길로, 계획한 대로 일정을 맞춰 계속 가게 된다. (2~3명 정도까진 그래도 괜찮다). 살짝 맘에 드는 걸 가까이서 보고 느끼기엔, 그리고 머무르기엔 부자유스럽다. 얼마든지 길을 잃어도 좋다는 것. 머무르고 싶으면 머물러도 좋다는 것. 그게 혼자 여행의 좋은 점이 아닐까.
5. 조화
여행은 계속되는 지나침, 스쳐감이다. 사람을 편리하게 해주는, 빠른 교통 수단들은 그런 스침을 충분히 느낄 수 없게 해준다. 그때는 그냥 말그대로 지나칠 뿐이다. 내가 빠른 차를 타고 휙 지나갈때, 난 그것들과 공간적으로 가까이 접근했다가 멀어졌지만, 그뿐이다. 편리한 내부 시설과 기능은, 지금 스쳐가고 있는 것과 하나가 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한다. 스쳐감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없게 한다. 난 여전히 출발 전의 무엇이다. 그것의 연장이다. 출발지와 도착지 외에, 모든 것은 나와 무관하다.
하지만, 역시 자전거는 그렇지 않다. 아주 느리지도 않지만, 지나치는 것들을 몸으로 느끼며 어울릴 수 있는 적당한 속도와 구조이다. 특히 혼자갈때는, 더 자유로운 만큼, 더 많은 것들을 부대끼며 다닐 수 있다. 하나가 됐다가, 다시 떨어져 다른 것을 만나러 간다.
좋지? 자전거가 있다면, 당장 이번 주말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살짝 멀리 나갔다 오는게 어떨지.
간식거리 좀 챙겨서 꾸준히 먹고, 중간 중간 쉬면서 천천히 달려도 좋다. 너무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이 악물고, 주변 돌아보지 않고 막 달릴 필요도 없다. 그냥 가다가 좋은데 있으면 머물고, 그러다가 만족하면 적당히 돌아와도 좋다.
주변을 어느정도 달리면 좀 멀리 가보고픈 마음이 생길건데, 몇가지 맘에 걸려 못 떠날 것 같다.
어디가 아프거나, 이런 저런 사고의 위험, 길을 잃거나, 자전거 고장났을때 어쩔 수 없는 것등 여러가지가 있을건데.
생각보단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자전거 여행은 너무너무 즐겁다. 혼자 여행은 힘들긴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더해지고. 나중에 언젠가 또 혼자서 한번 더 가볼 생각이다. 그때는 더 편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겠지. 이번엔 뭔가 "가는 김 미션"을 맡는 바람에 반쪽의 즐거움만 제대로 느꼈다. 갈때는 악착같이, 올때는 자유롭게.
결. 여러분도, 떠나보세요 자전거 홀로 여행 :)
p.s. 자전거 여행갈때는 짐은 최대한 가볍게 가삼. 많이 가져가도 필요가 없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