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요즘 어떻게 지내냐
각: 돈 벌어야 되는데 잘 안 풀린다.
지: 뭐가 문제냐
각: 문제? 그냥 일자리 구하는 과정이 너무 맘에 안든다. 예전 포스팅을 참고해라. 몇군데 면접을 봤지만 다 떨어진것 같다.
지: 읽어보기 귀찮다. 너가 알아서 하고, 형식적인 인사는 끝내자.
각: -_-
지: 이런 포스팅은 왜 기획했냐. 또 왜 난 불러내고 그러냐
각: 혼자 말하면 너무 진지해지거나 재미없어질까봐 그렇다. 요즘 이것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내 경험이나 생각을 말하는게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런다.
지: 나중에 부끄럽지 않겠는가
각: 글쎄. 이렇게 글로 말하면 나중에 적당히 편집할 수도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근데 한번 말하기로 하니 이상하게 뻔뻔해진다.
지: 괜히 시덥잖은 얘기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그럼 시작하자.
지: 컴퓨터에 포르노 있지?
각: 흠. 없어. 난 보고 거의 바로 지워.
지: 주로 어디서 구하는데?
각: 인터넷에서. 보통 웹하드라고 부르는 자료공유 사이트에서 구해.
지: 유료?
각: 응.
지: 이야. 돈까지 버려가며 그러냐. 왜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는데 많잖아. 친구를 통해 구하진 않고?
각: 음. 원래는 영화나 음악, 프로그램들을 구하러 가입한 곳인데, 여기가 속도가 훨씬 빠르거든. 친구한테 구해달라고 적극적으로 하진 않아. 쪽팔려 -_-
지: 그래도 돈 아깝다. 쌓아두는 것도 아니고 보고 바로 지운다니.
각: 그래서 더 그래. 한꺼번에 많이 구했다면 생각날때 조금씩 보면 되니까 천천히 공짜로 다운받아 놓고 있어도 되지만, 다운받아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때는 급하잖어 ;; 빨리 받아 보고 싶은데 처~언천히 다운받아지는거 보면 못참지.
지: 슬슬 더워지는 모양이군.
각: 어 그래. -_-; 새벽인데 왜이리 덥지. 아 떡볶이를 먹고 있어서 그래.
지: 지롤한다. 그러려면 이거 당장 치워라. 그럼 그런 사이트 비싸지 않냐?
각: 생각보다 비싸진 않아. 다운받은 만큼 돈을 내는 "패킷"제가 있고, 일정 기간 동안 무한정 쓰는 정액제가 있다. 월 정액으로 끊어놓으면 용량 큰 영화 파일, 드라마, 애니메이션 마구 다운받을 수 있으니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어.
지: 눈에 선하군. 그럼 얼마나 자주 봐
각: 그게 뭐 일정치가 않아. 굳이 말하자면 한달에.. 평균 한두번?
*
지: 어쩔때 포르노를 보게 돼?
각: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어쩌다 눈에 걸리면 본다고 할까? 흠... 믿지 않겠군. -_- 근데 사실 그래. 컴퓨터를 같이 쓰는 사람이 다운받아놓고 몰래 숨겨놓은걸 가끔 파일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보곤하지. 아 보고 싶다.. 이래서 자료실을 적극적으로 뒤지는 경우가 없진 않은데 그리 많은 건 아니고, 또 그렇게 보고 싶어하기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자극을 받는게 보통이지. 이를테면 자료실 사이트에 들어왔는데 메인페이지에 뽑힌 최근글에 언뜻 성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제목의 글이 있거나, 살짝 야한 사진들이 떠 있으면 그걸 보는 걸로 시작해. 왜 거의 다 그렇잖아. 사실 지금은 어디가나 성적인 자극이 넘친다고. 물론 대부분 남자만을 겨냥하고 노골적으로. 여자는 아예 거기 없는것 마냥 취급하지. 있어도 상관없어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 그걸 조금씩 조금씩 멍하게 클릭하다보면 어느새 거기가 간질간질해질 때도 있어..
지: 흠. 드디어 민망한 표현이 나오는군. 계속해봐 -_-
각: 그래서 그런 글이나 사진을 아주 사알짝 클릭하면 거기엔 비슷한 글과 사진들이 모여 있지. 물론 여기까진 아주 노골적으로 야동과 야설이 나와 있진 않아. 보통 유머랍시고 남성들이 기분나쁘게 히히덕거리는 내용이지. 졸라 유치빤스한게 대부분이고 말야. 실제로 어린넘들이 많이 올릴것 같은데, 정말 그런진 알 턱이 없지. 그런게 아주 질이 안좋을때는 머냐.. 이러면서 원래 가던길을 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별 생각없이 한두번 더 클릭질하다 보면 원래 뭐하러 들어왔는지 잊어먹고는 계속 있기도 해.
지: 유치하다고 비웃으면서도 계속 클릭하게 된다고?
각: 그럴때가 많아. 으유.. 이넘들 입을 틀어막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한번 더 아래 글을 클릭하고 그럴때가 있어. 늘 그런건 아닌데 뭔가 욕구불만에 차 있거나 티비를 보다 이런 저런 자극을 받거나.. 케이블 TV를 보다 채널을 계속 돌리다 보면 시시때때로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자극을 받지. 심지어 요즘엔 게임방송을 보다가도 그래. 지금 주로 중계되는 게임들은 대개 남성 중심적인 것들이 많은데, 선수도 거의 남성이고, 게임 내용도 엄청난 체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며 마구 치고 받는 게임이 많잖아. 서로 공격하고 파괴하고 정복하고.. 게다가 전에는 게임 중계만 열 올려 하더니 아 얼마 전에 보니까 이런 저런 큰 이벤트에서 레이싱걸이 야하게 입고 나오더군. 방송이 너무 뻔한 수작을 부린다 싶어 심히 불쾌하더라. 근데 그게 어쩌다 한두번이 아니라 이런 저런 방송프로그램(게임방송)에서 여성 MC가 등장하는데 어쩔땐 거의 수영복 차림으로 진행을 하더군.
지: 잠깐. 너는 보수적인 사람인가?
각: 흠. 이 시점에서 그 말이 필요하겠군. 그래 사실 난 밑바탕에 보수적인 잔재가 많이 깔려 있어. 그래서 급진적인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이 처음엔 "지나치다"싶어 거부감 느끼기도 했는데.. 나중에 공부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 그 다음에는 "그래, 남자들이 나뻐. 무조건 반성해야해." 하면서 무조건 그런 주장에 동조하고.. 날 '갈아 엎으려'했었지. 그러다 보니 지금 난 뭐랄까 어정쩡하달까. 습관적으로 나오는 반응, 일차적인 생각은 보수적이지만 그걸 금방 뒤따라와 바로잡는 "이성"(?)이랄까 그런게 있지. 근데 내 변명하는게 되니까 일단 넘어가자.
지: 그래, 왠지 진행이 껄끄럽다. 자, 그래서 계속 그렇게 클릭클릭하다 야동 있는데까지 간다?
각: 그런 셈이지. 뭔가 생각으로는 "아 이거 안좋아. 이제 그만 그만" 하지만, 외로운 날이면 (사실 안 그럴때가 별로 없지만 -_-) 더 못이기고 점점 "강한" 걸 찾아가. 그런 게시판으로 들어가 보면 가관이야. 아마 그런 걸 처음 접하는 여성이 있다면, 제목들만 봐도 구역질 나고 화가 날지도 몰라.
지: 굳이 예는 들지 않기로 하자. 야동 게시판은 사람들이 자주 찾지?
각: 그럼. 내 생각에 웹 자료공유실이 운영될 수 있는 건 그런 것 덕분(?)일거 같어. 제일 업로드 많이 되고, 다운로드 수도 높아. 왠만한 시덥잖은 것도 금방 딱지가 붙어. (인기 자료라는 딱지) 들락날락거리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서 제목만 봐도 이게 어떤 건지 어느 정도 눈치가 쳐지는데도 다 인기자료래.
지: 그럼 넌 어떤 걸 클릭해 봐?
각: 흠... 때에 따라 다른데, 근친상간이나 강간하는 건 안보고 싶지. 에라 모르겠다. -_- 일단 여자 배우가 이뻐야돼. 그리고 뭔가 서로 정말 좋아서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거. 물론 그게 다 쑈겠지만 그래도.
지: 그것뿐?
각: 흠... -_-;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사정하는 장면이 꼭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 분명하게 보이는. 왜냐면 그거 보면서 남자 배우와 나를 동일시하게 마련이잖아. 근데 왠지 사정하는 장면이 약하면 좀 그렇지. 질외사정에, 묽지 않고 우윳빛으로 진한게 좋고. 더 말 못하겠다. 사실은 나 되게 강한걸 보는 편인가봐. 언젠가 며칠 노트북을 빌려 쓴 일이 있는데 습관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컴퓨터를 최적화시켜주며 이곳저곳 손보다가 또 우연히 야동 몇개를 발견했지머니. 근데.. 보니 아 되게 약한 거야. 얘만 그런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몇번 비슷한 경우를 통해 살짝 비교해보니 내가 확실히 강한 것에 자극을 받는 거 같대.
*
지: 흠. 넌 마지막으로 언제 섹스를 해봤냐.
각: 전혀 -_-
지: 죽는다. 정말이냐. 그 나이에.
각: 그렇다니까. 그래서 야동을 못 끊는게 아니겠냐고 생각하지. 사실 포르노는 포르노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 알지만, 어디까지나 다 들은 얘기일뿐 내가 직접 경험한 적이 없으니 그 환상을 끝내 못 떨치고 마는거 같어. 변명이겠지만 계속 성욕은 일고,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일상적으로 성적인 자극을 받다보니 자위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도 점점 갈수록 쾌감도 약해지고 오래걸려. 예전에 읽었던 야설의 주인공이 돼보고, 야동의 강한 장면들을 떠올리면 도움이 되지만, 그것도 점점 별 소용이 없지. 근데 사실 말야. 기왕 "해야겠다" 싶으면 빨리 사정 해버리고 내 할일을 하고 싶거든. 그럴땐 별 수 없이 직접 포르노를 구하러 가는 수밖에.
지: 좀 재미없게 가볼까. 그런 포르노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때?
각: 당근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하면 안 좋지. 지금 만들어지는 포르노란게 거의 전부 남성만을 위한 거잖아. 여성에 대한 모욕, 폭력이 대부분 바탕에 깔려 있고.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강간신화"라는게 전혀 일리 없는건 아니겠지. 대체로 포르노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여성들은 아프기만 하고 별 쾌감은 없다고 하는 것 같아. 뭐든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닌거 알면서도 계속 그런 거 보다보면, 정말 좋은건가 싶어할 수도 있잖겠어.
종종 내가 여성이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는데.. 포르노를 떠올리면 사실 끔찍해. 겁나고 싫어서 사람들 잘 안만나고 거의 틀어박혀 지낼지도 모르겠어.
지: 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어디서 주워들은대로 말하는거 아냐? 대답도 느려지고 있어.
각: 생각보다 재미없다. 내가 이거 왜 시작했을까.
지: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가 뭔데. 이제 그냥 말해봐
각: 요즘 다시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어. 내가 왜 수줍음을 많이 타는지 항상 생각하고, 바꾸고 싶거든. 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말야. 그래도 이것만큼은 바꾸고 싶다는게 있잖아. 난 내 수줍음이 성적 억압과 관련이 있다고 봐.
지: 계속하셔.
각: 물론 이성애자 젊은 남성이 받는 "억압"이란게 상대적으로 보면 "가볍다" 혹은 "다른 경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거야. 그렇다고 그 억압 자체를 부정할 순 없겠지. 그리고 일반적인 "이성애자 젊은 남성"이 아닌 구체적인 한 사람으로서, 내가 살아온 역사, 특수성이 또 있겠고.
아, 근데 정말 재미없는데, 1편을 여기서 마칠까?
지: 흠 근데 여기서 끝내면 너 분명히 2편 안쓸거 같어.
각: 그건 그런데... 벌써 쓰기 시작한지 1시간이나 됐다고. 읽는 사람은 금방 읽을텐데.
지: 조금만 더 해보자. 지금 하던 얘기는 2편에서 계속 하던지하고. 다른 질문. 아마 정말 대다수 남성들이 포르노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리고 보수적이던 아니던 일반적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거고. 근데 왜 실제로는 그런 내용의 포르노를 외면하지 못하고 보게 되는 걸까?
각: 여러 이유가 있겠지. 정말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또라이의 경우는 그런 걸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흠.. 뭐랄까 나도 몇번 그런 "강간 포르노"를 본적이 있는데 되게 혐오스럽고 이런 거 유포되게 냅둬도 되나 싶어하지만 종종 분명 강하게 자극을 받을때가 있긴 하단말야. 그런 나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싫어하고 그래. 다른 얘길 한가지 해 보면, 이건 지금껏 딱 한번 얘기해본건데, 김용의 소설 "영웅문" 2부에 보면 주인공인 양과와 소용녀가 나오는데, 소용녀가 윤지평이라는 도사에게 겁탈을 당하는 장면이 있어. 근데 소용녀가 사실 무공이 더 강한데, 공교로운 상황에 놓여 혈도가 눌려 움직일 수 없고 눈이 가려진 상황에서 그리 되는 거야. 그리고 소용녀는 자기를 겁탈하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양과인 줄 아는데 한참 나중에야 진실을 알게 되지. 결국 윤지평은 뒤져. 근데 말야. 난 이 장면을 상상하면 굉장히 자극을 많이 받았어. 왜 그럴까?
지: 난 묻는 사람이거든? -_-
각: 이런 생각을 하지. 결국 자극을 주는, 더 강하게 하는 건 "금기"라고. 위 소설에서 윤지평은 도사이고, 또 앞으로 중대한 책임을 맡게 되어 있었어. 그러니까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되고, 또 하지도 않을거라고 기대되는 놈이야. 그 짓 하기 전에는 나름 괜찮은 인물로 나오기도 하고. 게다가 원래는 무공이 딸려 강제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 그런데 어쩌다보니 몰래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게 되는거야. 여기서 윤지평의 심리를 현대의 이성애자 남자들의 심리와 어떻게 대입?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내 심리라고 해야지. 어쨌든 "감히 넘볼 수 없는", "평상시엔, 정상적으론 절대 그리 할수도, 하지도 않을" 짓을 하게 되는 경우, 그 쾌감이 있다는 거지. 아, 맞어. 그건 어떤 경우던 있는 거지. 금기를 넘을때의 쾌락. 거기에 성적인 쾌락이 더해지는 거지. 물론 남성만의 쾌락이겠지만. 많은 남자들이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이 담긴 포르노"를 보며 이성적으로는 거부하면서도 그걸 계속 즐기게 되는건, 그런 두 가닥의 쾌락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지: 사실은 "움츠려든 남성"들이 스스로의 어려움을 직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건가? 어쨌든... 옳지 않아.
각: 맞어. 그런데 정말 그런 걸 보고 느끼는 쾌락에 "금기"가 큰 역할을 한다면, 거꾸로 봐서, 이성이 혹은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해 어떤 "안 좋은 것"에 대한 금기가 강화될 수록 그런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간혹 그걸 넘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걸 피할 수 없게 되는게 아닐까 싶어. 흠. 약간 조심할 필요가 느껴지는데. 금기가 "이해할 수 없고", "선택한 것이 아닌 주어진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차단되는 욕망이 다른 길을 통해 순조롭게 발산 혹은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 금기는 정말 위험해진다고 생각해. 그 금기가 있음으로 인해 오히려 그걸 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거지. 근데 지금까지 이 사회는 너무나 많은 금기로 사람들을 옭죄고 있는데 그것들 대부분은 지금은 의미를 상실한게 아닌가 싶어.
지: 왠지 어렵게 말하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결국 이럴거였나.
각: 이봐. 사실 이런 얘기는 늘 조심스러운 거라고. -_- 잘못하면 남성들의 성적 자유만을 옹호하는 식으로 들릴 수 있잖아. 그니까 이런거지. 이제 많은 남성들이 조금씩이나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고, 일단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깊은 속마음이야 어쨌든 겉으로는 생각을 바꿔먹고 있긴 한데, 그게 아무래도 아직 정착이 안되고 부자연스러운 그런 위태위태한 상황이라는거야. 이런 상황에서 포르노가 그런 내용을 갖고 있는 걸 보면서 .. 흠 지금 생각난 건데 혹시 안도감? 그런것도 있을까? 여튼,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만 온전히 그러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그런 내용의 포르노는 일시적으로나마 불안을 해소시켜준다? 그래서 "금기를 넘는 쾌락"과 "어쨌든 성적 쾌락" 그리고 일종의 향수를 자극하는 어떤 것. 이런 세가지 요소가 있는게 아닐까해.
지: 그래서 니가 생각하는게 뭐야. 그런 포르노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각: 포르노가 원래는 정치적으로는 급진적인 면이 있었다고 하더군. 성직자와 국가권력에 대한 반발이랄까. 그런데 점점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되면서 지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들을 위한, 남성들의 관점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태로만 변해왔다는 거지. 포르노가 아예 없어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여성을 위한, 여성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포르노도 충분히 만들어지는게 좋을지하면 난 후자가 아닐까 싶어. 이 문명이란게 분명 어느정도는 성 억압을 바탕으로 하는 거고, 완전히 모든 성이 자유롭게 해방되는 세상이 되지 않는한, 성적 환상과 현실 사이에 차이는 존재할거고, 성적 환상은 어느 정도 현실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돼. 그러니 지금의 포르노가 혐오스럽고 문제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그걸 없애려하고 더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어가게 하기 보단, 지금 사회의 물적 구조를 변화시켜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포르노의 내용과 형태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겠다...는 주장이 있는것 같고, 난 지금까진 그것에 동의하는 편이지.
지: 흠. 이제 왠지 니 경험이라기 보단 책에서 읽고 생각한걸 정리해 쓰는 것 같으니 사람들이 실망하겠구나. 뭐 그러면 안되는건 아니지만.
각: 그래. 벌써 3시가 되다니. -_- 아. 여기서 일단 그만하자.
지: 전에 니가 살짝 흘린 "H room"이 떠오르는군. 이런 얘길 그런데서 할 수 있으려나.
각: 그러고 보니.. 흠. 이런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보단 그런데서 얘기하는 게 더 나을 수 있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