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Sun Tech Day 2008 행사를 다녀왔다. 내일까지 참가하는 걸로 신청해 놨는데 오늘 꽤 피곤해서 내일은 아침에 일어날때 좀 더 망설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으니... 아침만해도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기분 전환을 위해 갔다. 모처럼 기술 관련 행사에 참가하면 지금 내가 번민하는 것으로부터 잠시 관심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역시 다 고만고만한 컨퍼런스. 피곤도 하고 재미도 없어 점심 먹고 나선 꾸벅꾸벅 졸았다. 뭔가 좀 있겠다 싶어 앞쪽에 앉았는데 신나게 헤드뱅잉을 해주시니 연사들께서 기분이 안좋으셨을지도 모르겠다.
6시 반쯤 행사가 끝나고 지하철을 탔다.
어디로 갈까. 오늘은 증산동 집에 갈 순서이긴 하지만 내일도 잠실에 갈 거라면 역시 빈집이 낫겠다. 그래도 왠지 바로 들어가고 싶진 않다.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조용한 장소를 찾아 블로그 포스팅이나 하고 싶다. 일단은 남산도서관에 갈 생각으로 2호선을 타고 와서 시청에 내렸다. 여기서 버스를 타면 남산도서관 앞까지 바로 간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파 시청역 앞에서 떡볶이를 먹고 나니 문득 생각이 바뀐다.
역시 기분전환을 위해 다시 보고 있던 "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의 블랙 유머는 정말 쵝오다 -_-) 영향도 있는데, 뭔가 잠시 날 확 사로잡고, 들었다 놓고, 막힌 코를 시원하게 일단 풀어줄 만한 게 뭐 있을까. 그래 영화나 보자. 오늘은 뭐든지 그냥 혼자 있고 싶다. 극장을 찾아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을 본다. 홀로 가는 사람, 커플들.
새삼 요즘 내 안에만 갇혀 지냈다는 걸 느끼고, 괜히 사람들의 모습을 갖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걷는다. 며칠 전 발뒤꿈치를 다친게 아직 낫지 않아 걷는게 불편하다.
하지만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 모습이 지루하지 않아 어느새 종로3가까지 왔다.
걷기 나쁘지 않은 날씨다.
생각해보면 요즘 혼자 있던 때가 거의 없었다.
빈집에 있을때는 말할 것도 없고, 증산동 집에 있을때는 혼자 있는 걸 적응 못해서 계속 게임을 한다던지 인터넷만 하면서 스스로 정신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달을 지내니 지친 모양이다. 속으로 곪아서 작은 일에도 심하게 요동친다.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 어제 같이 술 마신 사람이 얘기한 "이글 아이"가 생각나 그걸로 끊었다.
갑자기 마음 먹은것이기도 하고, 오늘만은 혼자서 계속 다니고 싶어 그냥 혼자 봤다. 영화를 극장에서 잘 안보고 다운받아 보는 편인데, 더구나 나 혼자서 온 건 첨이다.
이글 아이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