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잡기장
내일이 기한이라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기특한 출근을 했는데
술이 안 깬다 -_-
포스팅이나 하자 -_-

요즘 본 것 중 인상적인것 하나 소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동물농장", "1984"를 쓴 조지 오웰의 자전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그가 파리와 런던에서 접시닦이, 부랑자 생활을 하던 경험을 사실적이면서 재밌게 쓴 글이다.

다른 거 말고, 내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인용하고 싶다. 처음에 파리에서 조지 오웰이 서서히 돈이 떨어져 가는 시점. 아~ 이런 얘기하는거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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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가난에 들러붙는 비밀주의를 발견한다. 어쩌다 갑자기 하루에 6프랑의 수입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감히 그렇다는 인정은 못하니까 예전과 똑같이 생활한다는 시늉만은 해야 한다. 애초부터 거짓말의 그물에 얽혀드는 꼴이지만 그렇게 해서도 감당이 되지가 않는다. 빨랫감을 맡기던 세탁소에 발을 끊는데 그러면 세탁소 여자가 지나가는 당신을 보고 왜냐고 묻는다. 뭐라고 얼버무리면, 그 여자는 다른 데에 맡긴다고 여기고 평생토록 당신과 원수가 진다. 담뱃가게 주인도 볼 때마다 담배를 왜 줄였냐고 묻는다.
...

빵집에 빵 1파운드를 사러 가서 여점원이 다른 손님에게 1파운드를 잘라주는 동안 기다린다. 그녀가 서툴러서 1파운드보다 많이 자른다. 그녀는 "손님, 죄송하지만 2수를 더 내시겠어요?" 하고 말한다. 빵이 1파운드에 1프랑이고 당신이 가진 돈도 정확히 1프랑이다. 당신에게도 2수를 더 내라면 내지 못한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되자 질겁하여 내빼게 된다. 용기를 내어 빵집을 다시 찾을 때는 몇 시간이 흐른 뒤이다.
...

1프랑에 감자 1킬로그램을 사러 청과물 가게에 간다. 그런데 그 1프랑에는 벨기에 동전이 한 개 포함되어 있어 가게 주인이 받지를 않는다. 슬그머니 가게를 나오고 두 번 다시 거기에는 걸음을 못하게 된다.
길을 잃고 번듯한 구역으로 들어섰다가 부유한 친구가 눈에 띈다. 그를 피한다고 가장 가까운 카페로 몸을 숨긴다. 일단 카페에 들어오면 무엇이든 마셔야 하니까 마지막 남은 50상팀을 내고 블랙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거기에는 죽은 파리 한 마리가 들었다. 이런 재난이라면 몇 백가지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것이 돈에 쪼들려가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한다. 빵과 마가린만을 먹고 밖에 나와 가게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거대하게 쌓인 음식이 당신을 모욕한다. 그런 많은 음식을 보면 울먹거리는 자기연민이 몰아닥친다. 빵 한 덩이를 잡아채고 내달아 붙잡히기 전에 먹어치우자는 생각도 들지만 순전히 배짱이 없어서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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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역시 요런 얘기가 좋다. 사회를 바꾸자는 훌륭한 얘기도 좋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물론 개인차가 있다) 어떤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 친한 사람들끼리는 얘기할 수 있지만 여럿이 있는 공간에서 공공연히는 잘 말해지지 않는 얘기들. 아니, 심지어 자기 스스로도 좀처럼 떠올리지 않게 되는 얘기.

사람들이 움츠려들고, 찌질해지고, 그것이 계속되며 굳어지고 결국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그런 부끄러운 얘기 없는 사회 변혁은 불가능할 것 같아!

아침 굶었더니 배가 쥐어짜는 듯하다. 밥먹으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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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1:25 2008/12/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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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2008/12/09 21:48 URL EDIT REPLY
아~ 이 책 재밌겠네. 오가며 읽을 책으로 추천했다 생각할래요.ㅋ
지각 2008/12/10 19:45 URL EDIT REPLY
안 그래도 쓰고 보니 re가 글을 썼더구만요 ㅎㅎ 재밌으니 함보삼
공룡 2008/12/11 17:20 URL EDIT REPLY
응 이 책, 맨날 소파 위에서 누워있는거 봤는데 지각생이 읽고 있었구나. 나두 읽어봐야지. 설레인다.
지각 2008/12/12 19:44 URL EDIT REPLY
ㅋ 남산도서관에서 빌린 거라오. 한번 더 빌려볼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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