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도서관을 갔는데 휴관이더라. 다시 빈집으로 돌아갈까 하다
그래도 역시 혼자 있으면서 일기도 쓰고 블로그도 쓰고 간단한 기술적 헬프도 좀 해주기 위해
전에 일하던 영등포 사무실로 왔다.
무슨 간담회를 한다고 사무실 대청소를 했는데 깜짝 놀랄정도로 깨끗하다. 이틀간 세 분이 열심히 청소했다던데 정말 꼼꼼히, 그리고 과감히 청소를 했더라.
이전에 얼마나 더러웠는지 생생히 기억하기에 처음 들어갔을때 정말 어리둥절하고 이곳 저곳 뒤쳐볼수록 놀라서 결국 다 퇴근한 시간인데 한 명에게 전화해서 감탄을 늘어놨다.
내가 확실히 깔끔 떠는 인간은 아니지만, 주변을 정리하는 것, 아니 어쩌면 변화 자체를 좋아하는 건 분명해서, 솔직히 가끔 올때마다 정 떨어지던 이 사무실인데 왠지 종종 오고 싶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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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혼자 있고 싶은 밤이었는데, 증산동 집에 갈까 하다 그냥 빈집으로 갔다. 아랫집(빈집1)에 사람들이 MT를 와서 장기투숙객들이 다 윗집에 와 있다. 늘 바라던 풍경이긴 한데 하필 내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모임 뒷풀이에서 뜻하지 않게 술을 조금 마시게 됐는데 집에 오는 동안 슬슬 깨면서 살짝 가라앉던 참이었다. 그냥 하던대로 조금 어울려 놀다 보니 내 마음이 이상하다.
요즘 난 자기존중감을 높이는게 제일 관심사다. 대체로 쫓기듯 급하게 일을 해치우고, 뭔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하는 내 성격은 어쩌면 조건부 사랑이라도 받고자 하는 내 욕구일텐데, 역시 대체로 사는데 별 지장은 없으나 가끔, 특정 상황에서 난 지독한 질투심에 사로잡히며 힘들어 한다. 그 질투심이 날 휘어잡고 말아잡쉈을때 몇 번 사고도 쳤는데, 어제도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바닥에서 요동치더라.
오해받는건 싫으므로 내 질투가 혹 예전의 누군가와 연관된 질투는 아님을 밝히고 가련다. 좀 머쓱한 감은 있어도 이젠 그(들)로 인해 질투의 감정이 불붙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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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질투가 사랑의 증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가가진 못하면서 질투만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긴 해도
내가 저를 좋아하는 건 틀림이 없는데 지금 이 상황이 괴로우니 멀리 도망치거나 열폭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날 다그쳤더랜다. 그런 마음으로 부자연스럽게 마음을 표현하며 어색하고 서툴게 구니, 한명에겐 스토킹 짓을 했고, 한명에게도.. 지금 생각해보면 스토킹을 했다. 그리고 그 두번의 경험 이후로 난 더욱 특히 연애에 대핸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지금 좋아하고 있는 사람과도 비슷하다. 난 직접적으로 당당하게 표현 못하면서 쭈뼛쭈뼛, 주변 사람이 그에게 관심 있는 것 같으면 안절부절, 그가 나보다 다른 누군가와 더 즐겁게 얘기하고 노는 것 같으면 풀이 죽고, 이런 내 마음을 끝내 몰라주는 것 같으면 심통낸다. 그 밖에도 다양한 감정이 복잡하게 내 마음 속을 휘젓는데, 대개는 안정이 되지만 역시나 정신적 컨디션이 안 좋을테는 애시당초 뭔가 마음을 잡을 생각 포기하고 어디론가 내빼는게 낫다 싶어 휙 사라진다.
근데 최근에 읽은 여러 책들을 보면, 그리고 생각해보면
역시나 질투심이란 건 내 감정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열등감, 불안, 자존감 낮음 혹은 변동 심함. 등으로 인한 풍랑. 그런 건 사랑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자극이니 증거니 이런 것도 될 수 없다. 그것은 내 앞에 있는 어떤 사실을 빌미로 내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일어나 뭔가 형체를 이뤄 그 사실에 덧씌워진 것에 불과하다. 그런 것 같다. 내 속을 들여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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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질투가 날 삼키는 걸 놔두지 않고 바꾸고 싶은 생각 간절하다. 그래서 책에서 꼭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 것 중에서 간단한 것만 골랐지만, 어쨌던 따라해 보면서 약간의 일시적 효과는 거두는 것도 같은데...
마침 어제가 내 컨디션도 떨어져 있었고, 피하고 싶은 것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버리면서 마음이 심히 괴롭더라. 그래서 슬쩍 빠져나와 잠바도 안 걸치고 남산을 한참 산책해봤다. 추워 떨다 못 견디면 조금 뛰어 열을 내고.. 전에도 한번 술 먹고 달리다 발 다친 생각이 난다. 훗. 그때보다야 훨 안정된 심리긴 하지만 하여튼 답답하고, 어떤 면에서는 뛰어도 생각이 놓아 지지 않아 더 힘들기도 하다.
돌아와 책을 보려 했지만 집중은 전혀 안되고
자리에 누웠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온다.
어쩌면 처음으로 잠 좀 자자 투정하고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길 기다려 조용히 일어나
남아 있는 소주를 연거푸 몇 잔 들이키니
여전히 심장은 벌렁벌렁하긴 해도 몸과 의식은 노곤해지기 시작하여
결국 잠은 들었지만 강제로 종료시킨 내 감정은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때 여전히 내 옆에 있더라.
그래서 도서관에 가려고 나온 것. 근데 휴관인거다. 3월 1일은 휴관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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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엿들을 걸 알고 하는 독백이다.
엿듣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별로 말할 필요도 못 느낀다.
근데 언제부턴가 대놓고 듣는다는 느낌이 들어 한동안 블로그를 안 한 것인데
이제 뭐 어쩌냐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이 누구건, 날 알건 모르건, 어떻게 생각하건. 내가 아닌 내 글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던.
이 블로그는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고
절정이었을때, 비록 글은 찌질해도 난 그만큼 회복했고, 날 좋아할 수 있었다.
예전의 느낌을 다시 찾는 길은 그것인것 같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블로그를 쓴다고 생각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