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 급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자리에 갔어야 했다.
얼마 전 결성된 이대,연대분회 청소미화용역/경비직 노조 조합원분들을 대상으로 컴퓨터/한글교육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교육 준비와 진행, 강사 역할을 이대,연대,서강대 등의 학생들이 맡고 있는데, 컴퓨터 교육을 한 번 구경갔더니 분위기가 훈훈하더라. 아주 기초부터 (알파벳 읽는 것부터) 가르치고 있고, 어느 정도 노동자 아주머니, 아저씨들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학교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있던 학교의 운영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은가.
학생들이 움직이니 컴퓨터 교육실을 빌려 4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와글와글 컴퓨터를 배울 수 있었는데, 빈 자리가 없다.
그래도 그 만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컴퓨터 교육장을 구해 맘편히 쓸 수 있는게 어디인가. 아주 좋은 케이스.
그런데 서부비정규노동센터(준) 활동가가 알려준 것은, 그 밖에도 다른 노조들, 영세한, 지역의 신생 노조들도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원하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
열의가 있고, 넉넉하진 않아도 협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교육을 진행할 순 있을 건데
내 관심은 어쩔 수 없이 특히 컴퓨터 교육에, 그것도 환경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에 쏠린다.
그래서 최근 6달째 하고 있는 "사회단체 무료 IT지원서비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컴퓨터 교육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6달째 이곳 저곳 다니다보니, 각 단체가 보유한 비품 상황을 대략 알게되고
미루어 짐작해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곳도 어느 정도 그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단체들이 가난하지만 그래도 PC 업그레이드를 간간히 하다 보니
몇년 이상된 단체들은 좀 낡은 (물론 고치면 쌩쌩할) PC, 그리고 가끔 노트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엔 한 지역 공부방에 모니터가 흐릿해서 트위터에 "누구 모니터좀 주삼" 그랬더니
전혀 모르는 한 분이 차에 모니터를 싣고 와 전해주시고, 바쁘셔서 인사도 잘 못하고 휘릭 가신 사례들이 있다 보니
맘 먹고 곳곳에 있는 "놀고 있는, 쉬고 있는" 컴퓨터와 노트북을 모으면 열 몇개는 그냥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거기다 약간 더해서 필요한 만큼 중고 노트북을 구입하면, 어디서나 그걸 옮겨 펼치면 움직이는 컴퓨터 교육장을 만들 수 있잖은가.
컴퓨터 관리야 나랑(나랑님 말고 with me :D) "길" 아이들이나 IT노조에서 맡으면 되고,
이동 수단만 확보되면, 그리고 만약을 위해 약간의 재정만 확보하면 연세대분회처럼 좋은 PC교육실을 구하기 어려운 어떤 노조나, 단체들, 가난하고 소수인 사람들이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과 워드 프로세서 활용법은 배울 수 있을 거다.
이 얘길 했더니 서부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가 (연대 PC교육 날 데려간) 여러 단위에 홍보하며 힘을 모아 필요한 것들 - 남는 PC/노트북이나 기금을 모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오늘 원래 그 자리에 가서 썰을 좀 풀어야했던 것인데...
뭐 사실 어떻게든 혼자서라도 곧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힘을 모아볼 생각이고, 기회는 또 만들면 되겠지.
일단 한 주 정도는 밀린 일하고, 연락 끊고 쉬었다가, 돌아와서는 이걸 비롯한 몇개의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할 예정.
집에 남는 컴퓨터나 노트북, 부품들 있으면 버리지 말고 잘 간직했다가 지각생에게 제보해주심 감사.
이건 나중에 다시 또 포스팅할거임.
것보다 우선, 내일 동대입구에 "길" 아이들과 지각생이 출몰합니다. 컴퓨터 수리나 홈페이지 등 문제 상담이 필요한 분은 연락주삼
덧. 며칠 전 하드 포맷을 했는데 연대 PC교육 장면 찍은 사진이 없어졌다 오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