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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 등록일
    2005/12/02 10:21
  • 수정일
    2005/12/02 10:21

며칠 전에 한밤 중에 극장 가서 영화를 보았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아든 할인권을 꼭 쓰고야 말겠다는 불같은 의지 때문이었지. 동생이 간절하게 데려가 달라는 눈치여서 같이 갔다. "나의 결혼원정기" 어떤 이가 봤다고 하길래 그게 생각나서였다. 최근에 여성운동 내에서 이주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국제결혼이 주요한 통로가 되고 있어 사실 조금 걱정은 되었다. 안타까운 현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상업영화란 그렇다. 주체사상을 버리지 않고 60년을 감옥에서 버틴 양심수 이야기를 찍은 "선택"을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이런 것도 극장에서 틀게 해 주는구나 싶어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거대한 포섭력에 압도당했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감동적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그런 영화였다. 다만, 신기하게도 나는 영화보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있었다는 점이 좀 쑥스러울 뿐.

 

.확실히 정재영의 연기는 볼 만하다. 정재영이 내 기억에 깊이 남았던 것은 "아는 여자"에서였다.

 

.수애의 이북 말투도 인상깊었다.

 

.영화 보는 내내 간간히 내일 총파업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싸움은 잘 될까. 내일부터 싸우는데 영화보고 있어도 되나. 확실히 자본주의 대중문화는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는가란 생각.

 

.우즈베키스탄의 풍경. 그 이국적인 풍경들이 신선했다. 오랜만에 보는 진득한 농촌풍경도 그렇고. 사실 나는 우즈베키스탄이길래 동남아 시골 풍경을 떠올렸었는데, 그게 아니더군.

 

.극중에서 수애의 신분은 탈북자다. 사실 영화보면서 러브스토리보다 내가 더 신경썼던 건 이 부분이다. 마침 며칠 전에 친구녀석과 북한 핵 문제를 지지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술취한 상태에서 말도 안되게 한 5분 정도 입씨름을 했었다. 그리고는 영화 속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한국으로 가기 위해 기를 쓰는 탈북자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저 이북에 대해서 어떤 입장과 실천을 해야 할 지가 고민스러웠다. 솔직히 고민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생각해 봐야겠다.

 

.주인공이 남성들이다 보니 남성중심적인 시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맨 끝에 수애는 결국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만택에게 국정원 직원들이 찾아온다. 검은 승용차에 검은 양복들이 농촌마을에 도착하는 장면을 본 순간, 나는 저 새끼들이 분명히 외국에서 북한 사람과 접촉했다고 조사하러 나왔을테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실제로는 수애가 탈북했으니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주러 왔던 것 같다) 국가기관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 당연하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난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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