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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읽은 후 단상.

  • 등록일
    2007/02/07 00:34
  • 수정일
    2007/02/07 00:34
*
왜, 가끔 물에 불린 미역을 흐르는 물에 씻으면,
흐물흐물-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잖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뇌가 흐르는 물에 씻겨지면서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을 받았어.


#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었고.
정말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머리말에서 한 남성 장애인과의 에피소드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에 여성주의는 사실상 '외부로부터의 도입'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은 소위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트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기존 운동의 딱딱하고 난해한 만연체 문장과 달리
정희진은 깔끔하고 톡톡 튀면서도 쉽게 얘기를 하고 있다.


&
우리는 일상적으로 '부정적' 표현들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특히 우리자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일단 '한계'부터 짚고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사회주의자들이 좀더 넓게, 유연하게 세상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하는데,(이게 지나친 열등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고민과 차이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참 좋았다.
하나의 인간은 다양한 정체성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인정한다.
그리 딱딱한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


*
3부로 가면서는 조금 어렵기도 했다.
내가 많이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라.
특히 연령주의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운동 내부의 차이와 고민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볼 만 했다.
개인적인 상태 때문인지 "군사주의와 남성성" 파트를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적 차원의 실천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온당히 정당하다.
한편으론 나에 대해 비통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함께 읽고 같이 얘기해 보면 건질 게 좀 있을 것 같다.


$
나는 얼마전에  '여성주의'란 표현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한 적 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조건 속에서 전술적으로 '여성주의'란 개념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도 얘기했다.

지금도 추상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습관적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보지만,

정희진에 대한 어느 남성의 충고 - "페미니즘은 자기 주장을 하기 전에, 남자는 불쌍하다, 남자도 피해자다.... 이렇게 남자들을 달래고 위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는 부분을 읽고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했던 생각이 저런 태도 - "그 '효율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분석이 필요한 논리"와 맞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여성'에 대한 나의 의식은 한참 퇴보하다가
이 책 덕분에 겨우 각성의 실마리를 다시 부여잡은 듯 한데,
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퇴보하겠구나 +.+


"앞으로 딸들은 아버지의 검은 잉크를 엎어버리고 어머니의 젖이라는 흰색 잉크로 어머니에 대해 다시 써야 한다. 이제 아들은 어머니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식욕, 성욕, 수면욕은 인간의 3대 욕구가 아니라 남성의 3대 욕구인 셈이다."

"'북핵 문제'라는 말은 조지 부시의 언어다."

한국에 여관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한국인들이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있다"여서? ^^

"가부장제 사회의 관습대로 남자는 늑대이고 여자는 여우라면, 늑대는 늑대끼리, 여우는 여우끼리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이 '정상'이다. 늑대랑 여우랑 섹스를 하다니!"

"마르크시스트든 파시스트든 집에서 설거지 안 하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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