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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술 뜨는 일

밥술 뜨는 일


밤 12시 다 되어 전화가 울렸다. 잘 못 보던 번호다.

“오빠 저 00예요.  그런데 오빠라고 해도 되나?”

“그럼 오빠라고 해야지. 근데 애가 다 컸으니 나도 ##엄마라고 해야겠네?”

00의 남편은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한 달 째 회사에서 철야농성 중이다.

“근데 제가 오랜만에 오빠한테 전화해서 이런 말하기가 그런데...”

“그러니까... 그게...”

“그게... 저... ##아빠가 위원장이니까 이번 정리해고 명단에 들어가지는 않겠죠?”

“##아빠가 위원장인데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것 알면서도 너무 걱정되어서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죠?”

나는 머뭇거리고, 위로랄 것도 격려랄 것도 없는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말을 꺼내놓고는

금방 후회하고 만다.

밥술 뜨는 일에 무슨 말이 찬밥 한 덩어리만 하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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