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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 그러나 직관.느낌.상상 그리고 박종태

 

법과 제도 그러나 직관.느낌.상상 그리고 박종태



하나.  법과 제도 그러나 직관.느낌.상상


내가 하는 일 중 하나가 노동법을 다루는 일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 일이 너무 싫을 때가 있다.  사람의 인성이 성장을 하는 데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느낌·상상 이런 것이 큰 몫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논리는 그 다음의 문제다.  논리는 직관이나 느낌이나 상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데 혹은 잘못 된 직관을 나중에 수정하는데 그 역할이 있는 것이지 결코 직관·느낌·상상 이런 것을 대신하거나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과 제도는 사람의 직관·느낌·상상이 작동하기도 전에 이미 답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오로지 그 법과 제도가 수용할 논리를 내놓을 것을 강제한다.  내가 싫은 것이 바로 이 것이다.  사람의 직관과 느낌과 상상을 주눅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법과 제도에 의해서 지금 수많은 사람이 내몰리고 있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적법하게 계약 해지되고,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적법하게 노동조합 조합원임을 부정당하거나 또 계약 해지되고, 파견노동자들은 사용사업주로부터 적법하게 직접 고용되지 못하고 그 밖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용역, 도급, 위탁이라 해서 또 적법하게 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한다.  모두가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직관과 느낌과 상상이 작동하기도 전에.


인간스럽지 못 한 이 법과 제도 속에서 우리가 내놓을 논리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피눈물을 쏟거나 죽거나 극렬하게 저항하는 것 빼고는.  그런데 이놈의 법과 제도는 그 저항을 또 법과 제도의 이름을 앞세워 불법으로 내몰고 감옥으로 내몬다. 


그러나 천만 다행스럽게도 이 완고한 법과 제도가 사람이 노동 속에서 일군 뜨거운 직관과 느낌과 상상을 이기지 못 했다.  나라님의 법으로 효수되었던 전봉준은 하다못해 박정희도 기념비를 세우는 장군이 되었다.  테러범이고 범법자이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 유공자가 되었다.  총을 탈취하였던 광주의 “폭도”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유공자가 되었다.  70년대와 80년대에 사형되고 투옥되었던 수많은 민중과 학생들이 역시 민주화운동의 유공자가 되었다.  모두가 당시의 법과 제도를 가지고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다.


둘.  그리고 박종태


그러니 우리는 한 시대를 앞서 헌신하였던 선배들 덕에 적어도 이 정도의 직관과 느낌과 상상은 가지게 되었다.  지금 시대를 헌신하였던 많은 열사들이 나중에는 "열사"이자 동시에 "유공자"의 칭호를 갖게 되리라는.


박종태 열사여!

당신이야말로 이 인간스럽지 않은 탐욕의 시절을 끝내는 데에 목숨을 헌납한 "유공자"입니다.  그것이 법과 제도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로지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직관과 느낌과 상상입니다.  누구도 막지 못 해서 눈앞에 다가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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