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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01
    [살바도르 아옌데] 2편(3)
    hongsili
  2. 2007/03/18
    [살바도르 아옌데] 1편(7)
    hongsili
  3. 200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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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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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02/20
    예방과 연대 : 건강 민주화를 위한 베네수엘라의 처방(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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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5/01/26
    책 소개...
    hongsili

[살바도르 아옌데] 2편

홍실이님의 [살바도르 아옌데 1편] 에 관련된 글.

2. 인민전선에서 대통령 선출까지

 

아옌데는 인민전선이 무너지고 1970년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 여러 차례 유력한 정치적 관직을 역임했다. 그는 주로 유권자들 사이의 인기 덕분에 좌파 세력에게 전국적 중요성을 가진 인물이 되었다. 그는 3번에 걸쳐 상원의원에 출마했는데, 세 번 모두 각기 다른 곳에서, 매번 깜짝 승리를 이룸으로써 전국적 평판과 함께 믿을만한 대통령 후보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에서 두 번이나 출마하는 (1961년 발빠라이소Valparaiso, 1969년 아이센Aysen과 마가야네스Magallanes) 상당한 정치적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얻어낸 이 인상적인 승리는 좌파 인물들 중 그 누구도 하지 못할 방식으로 선거전에 진출하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었고, 1958년과 1964년에는 다시 활성화된 사회주의/공산주의 동맹의 명목상 대표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본다면, 그는 정치적으로 외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당내 많은 분파들로부터 유일하게 믿을만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마지못해 인정받았지만, 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의 사회당은 다양한 이념과 개인적 문제로 (종종 매우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었다. 당은 종종 온건 노선을, 때로는 매우 급진적인 노선을 선호했다. 당은 좌파 내 두 힘의 연합만이 권력 획득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음을 결국 인정했지만 공산당과의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아옌데는 수많은 사회주의 전사들의 시간을 잡아먹던 장시간에 걸친, 결론 나지 않는, 그리고 때로는 무의미한 논쟁들에 거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당의 동료들보다는 다른 당의 성원들과 개인적 친분이 더 두터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윤택한 삶, 두드러진 프리메이슨 활동, 엘리트 집단 사이를 쉽게 누비고 다니는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아옌데는 결코 사회주의 호사가는 아니었다. 그는 쿠바 혁명의 열렬한 옹호자였고,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며, 수많은 국제 혁명운동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었다. 그는 1969년에 베트남을 방문하여 호치민(Ho Chi Minh)을 만났고, 체 게바라의 게릴라 패잔병들이 쿠바로 피신할 수 있도록 볼리비아에서 칠레까지 상원의장으로서 그들을 호위해주었다. 급진적 사회주의에 대한 그의 믿음의 진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1960년대 칠레에는 빈곤과 박탈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었다. 1970년, 그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기회가 왔다. 그는 기독민주당, 우파 후보와 경합한 3각 경쟁에서 1/3을 약간 넘는 득표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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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아옌데] 1편

지난 연말,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학생 한 명에게 영문으로 된 논문 번역을 맡긴 적이 있다. 성적 때문에 추가 과제물을 해야 하는 학생도 괴롭겠지만, 없는 숙제 만들어서 줘야 하는 사람도 괴롭기는 하다. 그래도 학생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시키고자 머리를 짜내다 결국 논문 번역을 시키게 된 거다. 그것도 너무 기술적인 걸 맡기면 안 될 거 같아 포괄적이면서 뭔가 이 학생에게 공부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희망찬 논문...

마침 읽으려고 책상 위에 출력해 놓았던 논문을 건내주었는데,

며칠 후 그 번역본을 제출받고, 수정해서 블로그에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랬다. 그게 벌써 세 달 전인디... 까먹고 있다가 아까 책상정리하면서 발견했다.

2005년도 국제역학회지 (34권)에 실린 논문으로, 칠레 정치사에서 살바도르 아옌데의 역할, 라틴아메리카 사회의학의 탄생과 그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Muir R and Angell A. Commentary: Salvador Allende: his role in Chilean politics

Waitzkin H. Commentary: Salvador Allende and the birth of Latin American social medicine

학생의 초고를 많이(ㅡ.ㅡ) 수정해야 하는디, 내가 언제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진전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끊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1. 의학에서 정치로..



살바도르 아옌데 고센스(Salvador Allende Gossens)는 1908년 태어나 1973년 9월 11일에 일어난 반정부 쿠데타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는 네 차례에 걸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1952년, 1958년, 1964년에 낙선했다가 마침내 1970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1932년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학창시절부터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였고, 그가 졸업하던 해에 출범한 칠레 사회당 (Chile's Socialist Party)을 결성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는 1937년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지만,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38년에 인민전선(Popular Front) 정부를 수립한 급진주의자 대통령 뻬드로 아귀레 세르다(Pedro Aguirre Cerda) 정권에서 보건부 장관을 맡고 나면서부터이다.


칠레는 그 격동의 시기에 인민전선 정부를 수립했던 세계에서 유일한 3개국 중 하나였다 (다른 두 나라는 스페인과 프랑스). 이는 유럽으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국가에서 좌파 급진주의 정치의 중요성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칠레는 20세기 초반의 공산주의, 아나키스트 운동 이래 강력한 좌파 운동이 존재해왔다. 1912년에는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이 이뀌께(Iquique)의 탄광부두에서 결성되어 곧 칠레의 북부 탄광지역에 굳건한 뿌리를 내렸으며, 빠르게 성장하던 노동운동에서 급진적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칠레의 정치는 1917년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사회주의 노동자당은 1920년에 칠레 공산당(Chilean Communist Party)이라고 이름을 바꾼 후 제 3차 인터내셔널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칠레 공산당은 소비에트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감에 따라 스탈린의 숙청에 대해 부당한 지지를 보내야 했고, 중도 분파들과의 동맹을 회피하며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는 협소한 계급 지향 전략에 몰두하게 되었다.


공산주의 노선의 경직성은 대공황이 칠레를 강타했을 때 정치적 주도권이 다른 좌파 그룹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1932년, 정부는 좌파 군관이자 칠레에 100일간의 사회주의 공화국을 수립했던 마르마두께 그로베(Marmaduke Grove) 대령에 의해 전복되었다. 당시 그는 경제적 위기의 와중에서 민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일련의 조치들을 실행한 바 있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그러한 시도는 1년 후 젊은 살바도르 아옌데를 포함한 일군에 의해 건립된 사회당의 지도부 형성으로 이어졌다. 공산주의자들에 비해 이념적 측면에서 좀더 절충적이고 내적 규율이 덜 엄격했던 사회당은 스탈린주의 반대라는 목표를 공유한 토르츠키주의자, 아나키스트, 사민주의자들의 기묘한 연합의 본거지가 되었다. 그로베 자신의 인민주의자 스타일은 공황의 영향이 칠레를 강타하던 시기에 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도록 만들었다. 노동 계층과 하위 중간 계급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커다란 지지를 얻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1930년대 중반,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서유럽의 공산당, 사회당 구분과 유사한, 좌파 그룹 내 강력한 당파성이 발전하게 되었다.


칠레의 정치적 발달이 일정 부분 유럽과 닮아 있었다면, 사회 체계는 저개발 국가의 그것이라 할 수 있었다. 영아 사망률은 높았고 건강 수준은 낮았다. 의료 서비스는 불충분했고 영양실조가 빈번했으며 노동 환경은 안전이나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옌데 같은 급진적 의사라면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 이유가 얼마든지 있었다. 아옌데가 ‘칠레인의 의학적/사회적 현실 (La Realidad Medico-Social Chilena)’j이라는 책을 출판한 것은 그가 보건부 장관으로 취임한지 1년이 지나서였다. 이 책은 칠레 빈곤층을 향한 그의 인도주의적 관심은 물론 급진적인 구조적 변혁에 의해서만 이 나라에서 불건강의 사회적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그의 정치적 판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은 옷을 사 입고 가족들을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소득이 없고, 노동자들은 가혹한 상황과 고용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며, 노동계급 가정은 살만한 주거환경과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바로 이러한 조건들이 용납하기 어려울만큼 높은 영아 사망률과 불건강으로 직결된다는 것이었다.


아옌데는 이러한 상황들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즉각적인 조치들, 이를테면 더욱 잘 짜여진 보건의료 체계, 강제적인 고용주 부담의 산재보험 등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칠레의 사회 문제를 진정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구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토지 개혁과 국가의 천연 자원 판매에서 얻은 이윤이 사회복지에 쓰일 수 있도록 외국 기업의 국유화 같은 것들을 제시했다. 연정의 장관으로서 이러한 폭넓은 사회적/경제적 의제를 추진하는 그의 능력에는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그는 여러 가지의 창조적인 조치들의 도입을 이끌어냈다. 싼 가격으로 우유와 유제품을 가난한 이들에게 공급했단 산티아고의 일명 ‘우유 판매대 milk bars’ 등이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는 농촌 지역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내보이고 고발하기 위해 산티아고에서 열린 대중 박람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인민 전선이 국가 주도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공공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면서 정치/시민 생활의 많은 측면을 민주화시키는 데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정권의 타협은 좌파들에게 대가를 요구했다. 1941년 선거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독립적으로 경쟁했고, 분열적인 내부 논쟁 끝에 급기야 정부를 떠났다. 냉전의 시작과 함께 미국의 압력 속에서, 급진주의자 대통령 곤잘레스 비델라(Gonzalez Videla)는 1948년에 공산당을 금지시켰고,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당의 소수 분파에 의해 지지를 받았다. 이는 사회당이 다수 분파(살바도르 아옌데를 포함하는)와 결별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들 분파는 반(反) 공산주의 입법과 정부 내 급진주의자들과의 후속 협력을 반대하는 ‘인민 사회당(Popular Socialist Party)’을 형성하였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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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노예들 - 번역

지난 2001년 앰네스티 소식지 에 번역해서 올렸던 기획기사... 

다른 파일을 찾다가 우연히 열어보게 되었음...

작년인가 아동노동 착취에 의한 초콜렛 불매 운동이 벌어진다고 했을 때 이 기사를 떠올렸다가 까먹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여러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포스팅.

 

나름 21세기에 노예제도 반대 운동이 필요할 거라고 누가 상상 했을까?

 

 

" 이러한 신종 노예제도의 특징은 착취의 기본적인 경제 공식에 극적인 변동을 초래했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노예 가격은 인류 역사의 그 어느 시기보다 낮다. 1850년에 앨라바마에서 천 달러(현재 가치로 5만 달러) 했던 농장 노예를 오늘날에는 1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노예제도에서 얻는 이윤 뿐 아니라 노예와 주인 사이의 관계도 변화시켰다. 과거의 값비싼 노예는 보호해야할 투자대상이었지만 오늘날의 노예는 값싸면서 간단히 폐기해버릴 수 있다. "

 



노예노동은 세계 경제에 깔끔하게 들어맞는다. 케빈 베일즈(Kevin Bales)는 이제 비용-편익 분석 그 너머를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2001년) 4월, 전 세계 언론은 베닌의 ‘노예선’을 집중 조명했다. 그 배에는 200명의 어린이 노예들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봉과 카메룬에서 입항을 거부당했다. 그런데, 조사단이 배치되는 이틀 동안 배가 사라졌고, 이 어린이들의 운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침내 배가 다시 나타나 베닌에 정박했을 때, 거기에는 겨우 43명의 어린이들과 약 100여명의 어른들이 타고 있었다. 조사 끝에, 그 어린이들의 대부분이 가봉에서 일하기 위해 인신매매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선장은 어떠한 연루 가능성도 부인했다. 베닌 정부는 또 다른 어린이 노예선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하나도 찾을 수는 없었다. 또 다른 어린이 노예들이 있을까? 또 다른 노예선이 있을까?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혼란스러운 사건이 베닌과 가봉 사이에서 일어나는 통상적인 인신매매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제 언론에게는 뉴스거리가 될 만한 일이겠지만 이 곳 서아프리카 (한 때 노예 해안 Slave Coast라고 불렸던)에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 노예 교역은 지속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국경 안팎에서 매매되어 가정과 시장, 농장에서 값싼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유니세프는 매년 2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서/중부 아프리카에서 인신매매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린이 노예는 베닌과 토고 같은 국가에서 중요한 수입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들은 속임수에 현혹되어 아이들을 노예상에게 넘겨준다. 지역 유니세프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찾아와 가족들에게 돈을 쥐어 주면서 이야기해요. 아이들이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집에 돈을 부쳐줄 수 있다고... 그들이 가족들에 주는 돈은 겨우 15-30달러 정도에 불과한데, 그리고 나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요.’


아프리카 해안의 노예선이 21세기 벽두에 충격을 주고 있다지만, 그것은 1945년 이후 급속히 성장하면서 그 특성이 극적으로 변한 세계 노예 시장의 아주 작은 일면을 보여줄 뿐이다.
세 가지 요인이 이러한 급속한 변화를 촉발시켜왔다. 첫째, 세계 인구는 1945년 이래 Majority World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세 배나 증가했다. 둘째, 경제 변화와 세계화는 가난한 국가의 농촌 주민들을 도시로 끌어내고 이들을 빚더미에 앉혔다. 이렇게 가난에 빠져든 취약 계층으로 인해 잠재적인 노예들의 대풍년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부패 또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법과 질서를 책임져야 할 자들이 뇌물에 눈이 멀면서, 노예상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신종 노예제도의 특징은 착취의 기본적인 경제 공식에 극적인 변동을 초래했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노예 가격은 인류 역사의 그 어느 시기보다 낮다. 1850년에 앨라바마에서 천 달러(현재 가치로 5만 달러) 했던 농장 노예를 오늘날에는 1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노예제도에서 얻는 이윤 뿐 아니라 노예와 주인 사이의 관계도 변화시켰다. 과거의 값비싼 노예는 보호해야할 투자대상이었지만 오늘날의 노예는 값싸면서 간단히 폐기해버릴 수 있다.


 타이의 집창촌으로 팔려 간 14세 소녀의 경우는 그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소녀를 처음 사온 가격은 1천 달러가 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소녀가 그 곳을 빠져나가려면 그 네 배에 해당하는 돈과 집세, 식대, 의료비를 갚아야만 한다. 소녀가 하루 밤에 10-15명의 남자들을 상대한다고 해도 허위 장부를 통해 빚은 늘어만 가고, 그곳을 결코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주인’이 소녀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엄청난데, 심지어 800퍼센트에 이르기도 한다. 소녀의 연간 총 매출, 즉 남자들이 화대로 지불한 돈은 7만 5천 달러가 넘지만 그녀는 단돈 1페니도 볼 수가 없다. 포주들은 이러한 수익을 이용해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며, 사회지도층이나 자치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집창촌에는 에이즈 감염이 흔하기 때문에, 소녀를 5년 정도 부려먹으면 포주의 운이 좋은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녀들의 몸값이 매우 싸기 때문에 언제라도 쉽게 대체할 수 있다. 소녀가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혹은 성가신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저 처분해버리면 그만이다. 


타이의 집창촌은 새로운 노예제를 볼 수 있는 곳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노예들은 단순하고 기술이 필요 없는 전통 노동에 주로 쓰인다. 그래서 대부분이 농업 분야에서 일하지만, 벽돌 만들기, 채광/채석, 직물 짜기, 가죽 작업, 성 매매, 보석과 귀금속 가공, 옷이나 양탄자 제조 등에도 종사하고 있다. 혹은 집안 머슴으로 일하거나 벌목, 숯 굽기, 상점의 점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동의 대부분은 지역 수준에서의 판매와 소비를 목표로 하지만, 노예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세계화된 경제로 퍼져나가 서구의 가정에서 끝을 맺기도 한다.


 연구들은 양탄자, 설탕, 보석 같은 몇몇 국제적 생산물들이 노예 노동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왔다. 우리는 알지 못한 채로 노예가 만들어낸 상품을 사용하거나 노예제도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노예들이 수확한 코코아는 우리가 사먹는 초콜릿으로 변한다. 인도, 파키스탄, 네팔의 어린이 노예들이 만들어낸 양탄자는 주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된다. 전 세계적으로 노예 노동의 가치는, 노예 생산 상품의 엄청난 국제 교역량을 포함하여, 약 12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응 조처를 취하는 북구의 기업이나 조직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무역 단체들은 어떤 생상품의 근원까지 복잡한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거나, 퉁명스럽게 자신들의 책임이 아닐 뿐이라고 말한다. 세계무역기구는 강제 노동에 의한 생산을 금지하는 ‘사회적 조항’을 도입할 능력이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공정 무역(fair trade)’ 사업이 착취의 중요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노예 노동자들의 요구를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분명, 노예제도의 경제학과 노예제 근절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 답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인신매매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부는 연간 5만 명 이상이 미국으로 인신매매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엔 국제범죄 예방센터는 범죄조직들에게 인신매매가 마약과 무기 거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소득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믿을만한 자료가 없다는 것은, 정부들이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효과적인 금지 방안을 개발하며,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해방시키면서 재활의 방법을 마련하거나, 법률을 제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데서 난항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또한 최근에 폭로된 공급업자들의 노예 노동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코떼 디봐르 코코아 농장의 노예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초콜릿 불매 운동을 일으켰다. 코떼 디봐르는 전 세계 코코아의 약 절반을 생산한다. 일부 지역 활동가들은 전체 농장의 90퍼센트가 노예 노동을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콜릿 제조 회사들은 자체 조사를 약속해왔었다.


 코떼 디봐르의 상황은 현대 노예제도의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코코아 농장의 노예들은 대개 말리 출신이다. 일자리를 몹시도 원하던 데다,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에 속아 사람들은 마을 장터에서 1인당 40달러의 가격으로 팔려온다. 그들을 소유한 농장주들은 시장의 독과점 상태를 종식시키려는 세계은행의 압박 때문에 국제 코코아 가격의 심각한 하락에 직면해 있다. 한편, 코떼 디봐르는 세계은행과 다른 채권자들에게 135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국가 보건의료 예산의 다섯 배가 넘는 빚을 갚아야 하는 이 나라에, 주요한 현금 소득원인 이주 노예노동자들까지 보호할 수 있는 자원이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노예상들은 노예의 수입은 물론 잘 사는 나라들로 수출도 한다. 카메룬과 가나의 교육받은 젊은 여성들은 미국에서 좀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워싱턴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또한 많은 수의 나이지리아 여성들은 이태리에서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다. 아프리카 해안에서의 이러한 노예 수출입은 많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디아,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 걸쳐 2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보다 전통적인 채무 노역 방식의 노예로 일하고 있다. 3대나 4대째 노예 생활을 계속해온 이들은 노예 수출시장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강제 노역에 대한 법들은 엄격하지도 못한데다 집행도 잘 되지 않고 있다. 경찰들은 흔히 그런 법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브라질이나 타이에서처럼 노예 노동 그 자체에서 수익을 얻기도 한다.
 그 결과, 재원도 부족한 비정부 기구들이 종종 정부의 저항에 직면해가면서 노예 해방의 주력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해방은 노예들을 자유의 삶으로 돌려보내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베닌의 노예선에서 구조된 43명의 어린이들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자. 그들의 미래에 관한 질문은 그들의 최근 과거에 대한 것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많은 어린이 노예들은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아 왔으며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들 대부분은 자유에, 그리고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시련에 적응해야 한다. 다행히 재활프로그램들이 이들을 도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 관여하는 정부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대의 노예제도와 관련해서 좋은 소식이 있다면,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노예선의 사례가 국제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유엔은 유럽연합에서 했듯 노예와 인신매매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대책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노예 반대 운동 단체들이 급격한 관심을 끌고 있다. 노예 반대 국제기구의 한 대표자는 최근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수년 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이제 노예반대 국제 운동의 일부가 된다는 것에 기운이 납니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이 운동은 날마다 성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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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back spoof

홍실이님의 [[Brokeback Mountain] 감상] 에 관련된 글.

 

음악만 들어도 아직 가슴이 찡한데.....

 

이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ㅜ.ㅜ

 

1. Brokeback to the Future

 

http://youtube.com/watch?v=KBuja32jI-8&search=brokeback%20spoof

 

2. The Empire Brokeback 


http://youtube.com/watch?v=omB18oRsBYg&search=brokeback%20spoof

 

 

3. Broke Mac Mountain

 

http://youtube.com/watch?v=YiDHCVK2gsE&search=brokeback%20spoof

 

4. Brokeback Mount Doom

 

http://youtube.com/watch?v=CXVqdEQ2cY4&search=brokeback%20sp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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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둘만한...

Richard Levins

 

 

It is part of the pride of communists that as internationalists we can move anywhere in ther world, orient ourselves politically, and join in what we see as part of one world-wide struggle for a new society.

 

....

 

 

 During all  the years of participation in the struggle for independence I had very few personal encounters with anti-(North) Americianism.

 Independentistas had become quite sophisticated in seeing their enemy not as 'Americans" but as U.S. imperialism. Paradoxically, personal anti-Americanism was more likely to be expressed by supporters of the regime whose national feelings were suppressed in their politcal liives by personal and class interest and therefore came out in more individual 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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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슬픈 소설 [민지네 펌]

번호 5114 작성자 유니 작성일 2005-07-04 14:39:36 조회수 190
제목 박민규, 개판 5분 후  추천수 0


소설가 박민규의 글을 한 편 올립니다.
어떤 책에 들어간 원고이긴 한데, 그게 워낙에 팔리는 책도 아니고
솔직히 별로 팔 생각도 없는 책인지라..-O-;;
아까운 원고가 사장되는게 영 필자에게 미안해서 민지네에 올려봅니다.

책에 들어있는 원고를 인터넷으로 돌리는 건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뭐..필자에게 허락을 받은 것도 아니고..
발행인이 알면 화낼지도 모르지만...-O-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는게 또한 제 본분인 듯하야 ..

즐...^^

PS. 음..너무 돌아다니면 필자가 화낼지도 모르니.--;;;
퍼가진 마세요..에헤헤..^^:

 

개판 5분 후

 

기호 4번 : 무소속 테리우스.

처음에 그것은 장난이었다. 개주인은 무엇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신문에나 한 번 나볼까란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일은 쉬웠다. 늘 그랬듯 담당 공무원에게 적당량의 뇌물을 찔러주고선 자신의 개를 입후보시켰다. “왜 그랬나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전임자의 책임인데다, 지금은 담당자가 자릴 비웠어요”라고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확실히, 그래서 개주인은 방송을 탔다. <9시 뉴스>와 <생방송 아침마당>, <손석희의 시선집중>에까지 출연했으니 이젠 죽어도 좋아가 절로 터져 나왔다. 여한이 없습니까? 여한이 없습니다. 즉,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었다. 유권자 여러분, 우리 테리우스를 국회로 보내주셈! 마냥 기분이 삼삼하기도 해서, 오십줄의 개주인은 그런 깜찍을 떨기도 했다. 욱. 화가 치미는 일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정치에 관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일도 숱하게 보아온 터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과연 개판이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별 말씀을. 오히려 찬성을 하고 나선 건 정치인들이었다. 진보적 이미지 창출에 개를 사랑하는 유권자들의 표까지 흡수한다는 알뜰하고 다부진 계산이었다. 개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당은 이 땅의 모든 권리를 수호할 것입니다. 낼름, 5분 32초 만에 집권당은 개도 입후보가 가능한 정식 법안을, 쌩으로, 날치기로 통과시켜 버렸다, 늘 그랬듯. 늘 그랬던 일이라 국민들도 하나 놀라지 않았다. 반세기 국회의 활약상을 미뤄본다 하더라도 하나 놀랄 일이 아니었다. 불가능이 없는 정치, 우리 정치 좋은 정치.

간과한 사실 하나는, 그러나 정말이지 자신의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국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였다. 속속, 전국 곳곳에서 기호 5번, 기호 7번, 기호 8번의 이를테면 쫑에서 갸름이, 밍키, 청산에 살으리랏다, 코, 나비, 금강산호 등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했다. 나름대로 또 그것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신선한 양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포스터가 붙었다.

귀, 귀엽다!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테리우스를 예로 들자면, 우선 기호 1번의 집권당 후보(이대팔 포마드 가르마, 검버섯, 똥집 입술, 기름기, 범죄형), 기호 2번의 야당 후보(금테 안경, 매부리코, 포토샵 뺀질 피부, 하하 보시렵니까 환희 미소), 기호 3번의 무소속(사우나 방금 했음, 그래도 기미, 널 보면 내 마음 습도 80프로, 몽고 진간장 피부, 사시, 그렇게 보시니 쑥스럽지만 실은 저도 웃을 줄 안답니다 미소)에 이어 테리우스가, 품종이 요크셔테리어인 테리우스가 고개를 갸우뚱 얼굴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귀, 귀엽다. 다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지역의 선거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정치인이란 추물(醜物)에 비해, 개들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들이었다.

급격히, 민심은 개들에게 기울어졌다. 켈럽의 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너무 귀여워요! 김영선(가명 대학생 22세)양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깡총 뛰었고, 이성호(가명 자영업 39세)씨는 개라면 믿을 수 있어요라고 했으며, 조병호(가명 무직 82세) 옹은 그저 허허 웃으셨다. 이해합니다. 일시적인 반응이죠. 정당의 대표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정치는 그러나, 정책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들의 한 목소리에 일순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치열한 정책대결이 시작되었다. 집권당은 ‘22세기 초일류 국가 네오 한국 건설의 초석을 다지는 국책 사업과, 전국 시도 단위에 빠짐없이 동양 최대, 국내 최초의 실버 타운을 건설함은 물론, 여성 지위 명왕성까지 향상과 전 국민 100% 대학 합격 입시 제도, 사백 만에 달하는 미취업자 전원에게! 초일류 우량 기업의 정규직을 약속한다’를 골자로 한 어머나 마스터 공약을 펼쳤으며, 질세라 야당은 여당의 모든 정책에 플러스! 야당이 당선된 모든 선거구에 잭 필드 4색 3종 선택 면바지 세트를 특별! 특별 할인가에 공급하고, Top 10 연예인 누드 포탈을 3개월! 무려 3개월 간 무료 개방한다는 필승 플랜을 내걸었다.

무려 수십 조항의 세부 항목이 포함된 이들의 공약에 비해, 개들의 공약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멍. 그리고 끝이었다. 시, 신선해. 또 그것이 의외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짓이라곤 요만큼도 느껴지지가 않아. 아아, 저건 왠지 반드시 지켜질 것 같아. 그리고 그 느낌이 그만 대세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럴수 럴수. 정치인들의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추격해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유세현장의 막판 뒤집기 공세는 그래서 뜨겁고 가열찬 것이었다. 여러분, 저 새끼는 사실 개새낍니다! 비방(글쎄 그게 비방인지는 모르겠으나)과 책략과 음해가 줄줄이 이어졌지만, 개들은 누구 하나 맞불을 놓지 않았다. 왈. 역시나 묵묵히 할 말만 하고 단상을 내려간 것이었다. 러, 럭셔리해. 그만 또 그것이, 부동표의 표심까지 흔들어 버렸다. 결국, 전국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개들이 당선된 그해의 선거는 우리 역사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개판 5분 전입니다. 이를테면 조갑자씨는 자신의 홈피에 울분의 혈서를 올린 후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으며, 패배한 여야 정치인 연합이 선거 자체의 무효 소송을 청구하기도 했으나, 또 아무튼 국회는 예정대로 돛을 올렸다. 새 국회의장에는 신임, 마리오군(君)이 선출되었다. 세인트버나드 품종의 마리오군은, 그저 척 보기에도 의장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충견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결과였기에, 국민들도 숨죽여 새 국회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하게. 그리고 개들의 국회가 시작되었다. 째각째각. 새 역사의 시간이 바투 흐르고 있었다.

개들은 짖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졸거나, 배회하거나 했다. 하지만 어떤 개도 거짓말을 하거나 편을 지어 패싸움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5분 후, 국회의장인 마리오군이 큰 몸집을 일으켜 단상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똑바로, 의사봉 바로 위에, 한 무더기의 똥을 쌌다. 세인트 버나드가 아니고선 불가능한-역대 국회의장 모두의 똥을 합쳐도 모자랄 만큼-거대한 지름의 똥이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이지 그때부터 대한민국은 좋아졌다. 국민들은 국회가 있는지 없는지 잊어 버린지 오래였고, 개뿔 당략과 당정에 국민의 혈세가 쓰이지도 않았으며, 전국 보신탕집 연합이 우려한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었고, 뇌물수수, 직권남용, 청탁인사, 이권개입, 투기의혹, 비리연루, 부정부패, 비자금갈취, 정치공작, 인권유린, 조삼모사, 정경유착, 로비파문, 룸살롱 파문, 골프관광, 삼삼오오, 철새정치, 면피정치, 학벌정치, 파벌정치, 날치기통과, 실력저지, 지역감정조장, 지역패권, 영남단합, 호남단합, 충청연합, 보수결집, 진보마찰, 개혁찬반 등이 일시에 사라지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였다.

이럴 수가! 단지 국회가 정지했을 뿐인데 이렇게 좋아질 수가! 일각에서는 변화의 쟁점에 대해 토론이 한창이었다. 속속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 우리에게 국회는 무엇이었나?> 등의 프로가 제작되었으며, 선거의 패인에 대한 각종 학술 단체와 리서치 기관, 외국의 석학들이 참가한 대규모 분석과 토론이 개최되었다. 외국의 석학들이 내린 간단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개가 아니라 돼지였어도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그랬군.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쨌거나 그날도 조갑자씨의 단식은 계속되었다. 스스로 100일 단식임을 알뜰하게 주장하긴 했지만, 뭐 그러니까 직접 본 것도 아니고 해서.

Tip : 실은, <개판>은 6.25 동란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지배적이다. 전쟁터에서 큰 가마솥에 수십 명이 먹을 수 있는 밥과 국을 끓였는데 가마솥 뚜껑을 <판>이라고 했다. 그 판을 열기 5분 전에 개(開)판 5분 전! 하고 구호를 외쳤는데 이때 모두가 술렁이고 질서가 안 잡혔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음 그렇군. 만사가 그렇듯, 진실을 알고 나면 왜 이토록 허전하고 반감이 생겨나는 걸까.

약력: 1968년生. 소설가. 디자인을 하는 여자와 결혼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으시다면 제 인생을 좀 디자인 해주세요. 그렇게, 프로프즈를 했다. 아름답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후 그녀의 디자인대로 살아왔다. 문득 회사를 관두고, 소설가가 된 것도 그녀의 디자인이었다. 출신학교나 지은 책 같은 것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않다. 디자인(Design) 저서에 사인(Sign)을 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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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길
(05-07-04, 16:57) 흐흐흐... 블로그로 퍼가는 건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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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나무
(05-07-05, 01:38) 이 사람이 혹시 "삼미 슈퍼스타스..." 쓴 소설가 인가요?
재미있군요..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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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팬
(05-07-05, 08:27) 프랑스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개가 있었다죠? 인기가 굉장했었다던데......당선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면서요. 불행히?? 떨어졌지만...

아주 황당한 얘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나...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난 어떻게 중심을 잡나..하는 걱정 하나......
복잡한 생각..우수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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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나
(05-07-05, 08:29) 사과/ 마즈 ㅋㅋㅋ 박민규 단편중엔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 라는것도 있어 ㅡㅡ;; 박민규소설의 전형이지 아죠. 그나마 덜 박민규다운 (?) 갑을고시원체류기 를 좋아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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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애비
(05-07-05, 09:17)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참 슬프네요.
어쩜 22대 국회보다 휠씬 빨리 올 것 같다는 예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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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
(05-07-05, 10:02) 새벽길/ 흐흐흐...인터넷에 올려놓고 '퍼가지마시오'라는 것도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ㅋㅋㅋ 퍼가셈 퍼가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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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풍노도★
(05-07-05, 13:21) '개들의 공약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멍. 그리고 끝이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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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부유한 국가, 불행한 국민

관련된 일 때문에 옛날 파일 뒤지다가....

벌써 이 책이 출판된 것도 작년의 일이다. 몇 권이 팔렸는지 모르겠다.

인세 받아서 부자 되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ㅜ.ㅜ

 

누구는 이 서문을 보고 "흥분체"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평상심으로 아주 차분하게 썼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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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현대사 내내 소위 “미국식 자본주의”는 우리의 “항구적 목표”로 굳게 자리를 잡아왔다. 경제 성장이라는 화두는 거의 종교적 계시의 반열에 올랐고, 모든 사회악을 치유해줄 만병통치약으로서 한 몸에 기대를 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 신발끈을 조이고 다시금 비장한 각오로 출발선에 서 있다. 여기서 잠깐만 생각해보자. 국민 소득 2만불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민 소득이 두 배로 오르면,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두 배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과연 두 배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독자들이 짐작하듯, 이 책에 제시된 각종 사례와 연구결과들은 이러한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극단적인 경제 개발 논리와 소비문화, 불평등이 팽배해 있는 미국사회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보건 전문가답게 그것이 미국인들의 건강과 안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소비사회의 진면목이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무심코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는 그야말로 의미심장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의 식별 번호에서 “번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1%”를 위한 승용차를 구입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심지어 아파트 외벽에 그려진 건설회사의 이름과 로고는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기”까지 하니, 포스트 모더니스트들로서는 경악할 일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저자들은 각종 부가 기능이 있는 299달러짜리 전화기를 보고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이미 64화음 120만 화소의 컬러 휴대폰에 익숙해진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정도 사례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면, 불평등한 소비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잠식한다. 어떤 소녀는 과연 자신에게 미래가 있기나 한걸까 의심하며 목숨을 내던지고, 또 다른 어떤 소녀는 집안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수천억대 재산가의 명단에 올라 있다. 불평등이 단지 질투와 분노만을 자아낼 뿐이라면, 그래서 담배를 조금 더 많이 피우고  술을 조금 더 많이 마시고, 그저 혈압을 조금 더 올라가게 할 뿐이라면,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를 자극하여 좀더 열심히 뛰도록 만들어준다면 우리는 그러한 불평등을 기꺼이 감내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불평등으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개인적, 사회적 비용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혹독한 것 같다. 승자 독식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쳇바퀴 위의 무한경쟁과 시간 압박은 단지 아쉬움이나 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혹은 지역 공동체의 해체, 사회적 자본의 침식, 그리고 평균 수명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선진국들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한 미국 사회의 빈곤층들이 오히려 유럽의 상위 계층보다도 사회정책에 더욱 냉담한 현상,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야 할 집단이 정치적으로 가장 소외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노동자”가 아닌 “시민”으로 생각하고,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공공 지출에도 불구하고 “복지병”을 걱정하며,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사회주의 의료”라 비난하고,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조차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은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접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우편향을 미국 사회라는 거울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가 어쩌면 이리도 충실하게 미국식 터보 자본주의를 추종해왔을까 감탄하거나 비통해하기보다, 과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 하는지, 또 다른 세계는 과연 불가능한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빈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들,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와 가족들, 끼니를 굶는 아이들, 위험한 작업 환경 때문에 건강을 잃은 노동자들... 우리 자신, 혹은 이웃들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시켜서 얻는 경제성장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우리의 몸은 예민하다.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이나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는 피트니스 센터, 높아지는 국민소득과 종합주가지수만으로는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보장할 수 없다. 이 책이 과연 다가올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한편의 묵시록이 될 것이냐, 혹은 새로운 길을 찾게끔 만드는 보물 지도가 될 것이냐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미국 바깥의 독자들이 제발 타산지석으로 삼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저자들의 염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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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원틴과 레빈스의 글 하나

* 이 글은 marishin님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오류] 에 관련된 글입니다.

딱히 관련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변증법적 생물학자"들인 두 공저자의 [과학의 상품화]에 관한 글의 일부 ...

 

"............. 과학의 상품화는 특별한 변환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의 자연스러운 일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논의하는 것은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 활동에서의 이러한 변화가 낳은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과학의 상품화 이전 시대로 되돌아가자고 호소하기 위해 과학의 상품화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트러스트를 야기했던 과거의 바로 그 상황들을 재현하고자 했던 반(反) 트러스트 법만큼이나 쓸데없는 짓이다. 우리의 의도는 이와 다르다. 과학의 상품화, 자본주의 생산 과정에의 전면적인 결합은 학술 활동을 위한 삶에서 지배적인 사실이며 과학자의 사고에 심원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연관성을 부정하는 것은 그것의 힘에 종속된 채로 남아 있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유를 향한 첫 걸음은 우리 부자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노동하는 과학자로서, 우리는 과학의 상품화가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그들 노동의 산물로부터 소외되는 일차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의 강력한 통찰력과 이에 상응하는 인류 복지의 향상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때로는 공표된 목표와 모순되는 결과들을 생산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굶주림이 지속되는 것은 식량 공급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방해하는 어떤 강력한 걸림돌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농업이 이윤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반면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과는 단지 간접적으로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보건의료 조직은 일차적으로 경제적 기업이며 사람들의 건강 필요에 의해서는 단지 부차적으로만 영향을 받는다. 과학적으로 정교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비합리성들은 지성의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집요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이는 또한 부산물로서 인간 지성을 유산시킨다.

  일부 국가들이 자본주의와 갈라서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 과학의 존재 방식이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의 구조는 자연의 섭리가 아닌 자본주의에 의해 부과된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방식을 열심히 따라할 필요는 없다. "

 

 

혹시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진보넷 메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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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과 연대 : 건강 민주화를 위한 베네수엘라의 처방

Z-net에는 작년에, Monthly Review에는 지난 달에 실린 글이다.

룰라의 시대는  去하고 바야흐로 차베스의 시대가  來 하는지, 요즘 베네수엘라만큼 인기 좋은 데가 없는 듯 싶다. 지난 달 Monthly Review에 보건의료 특집으로 세 편의 글이 나란히 실렸는데, "사회의학"에 대한 글은 지난 번에 다른 블로거께서 번역해 올리신터라 (근데, 트랙백을 하려니 주소를 찾을 수가 없네..) 주말 저녁에 잠깐 앉아서 이걸 정리해보았다. 나눔의 정신 (^^). 근데 스페인어를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과연 원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된 건지 의문..

번역에 힘을 다 쏟았더니 막상 내 하고 싶은 말은 쓸 여력이 없구만.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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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Net | Venezuela
Prevention and Solidarity
Remedies for Democratizing Health in Venezuela
by Claudia Jardim; Alia2.net; October 17, 2004

 

 

 언덕길을 반 정도 올라가면 약간 덜 완성된 소박한 집 한 채가 나온다. 실내는 시트를 이용해 치료실과 진료실로 구분되어 있다. 이곳을 찾은 환자가 스스로의 신분을 밝혀야 할 필요는 거의 없다. “Antonio씨, 좀 어떠세요. 혈압은 내려갔나요?” 53세의 베네수엘라 간호사 Carlota Núñez가 물어본다. Antonio는 진료실로 들어가고,  Las Terrazas de Oropeza Castillo, municipality Sucre, Caracas의 주민들이 조금씩 대기실을 거쳐 이동하고 있다. 
 
 진료실에서는 Barrio Adentro 보건 사업에 참여 중인 11000명의 쿠바 의사들 중 한 명인 Carlos Cordeiro가 기초적인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혈압을 재고, 천식 발작을 잠재우고, 어린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분만을 돕는 것까지 그의 업무인데, 하루 평균 25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그가 설명하기를, “우리는 예방진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개념은 사람들이 더욱 잘 사는 것을 배우게 된다면 더 이상 의약품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쿠바에서 들여온 100여 종 이상의 약품들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31세의 이 의사는 11개월 전에 가족들을 떠났으며, 이 병원 부지는 이웃 주민들이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건물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전체 지역사회가 이를 도왔지요. 어떤 이는 탁자를 가져왔고 또 어떤 사람은 들것을, 또 다른 사람들은 의자, 벽돌, 시멘트를 기부했습니다.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없이 작업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는 이 집에 있는 세 개의 방 중 하나에 산다고 했다. “저는 하루 24시간 호출 대기 상태예요. 의사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간호사인 Carlota가 저를 호출하고, 우리는 즉각 출발하게 됩니다.”

 이는 지난 2001년에 시작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협약에서 비롯된 보건 사업의 한 측면이다. 세계 4위의 석유 수출대국인 베네수엘라는 매일 5만 3천 배럴을 쿠바에 보낸다. 쿠바는 우고 차베스 정권의 문맹퇴치 캠페인을 도울 뿐 아니라 의학적 원조와  의약품을 베네수엘라에 보내고 있다.  베네수엘라 공공병원의 부족한 기술력과 부적절한 체계 때문에, 약 1만 7천여 명의 베레수엘라 국민들이 치료와 정형외과, 안과 수술을 받기 위해 쿠바로 이동하고는 했다.



* 사유화와 건강

 

 배제와 엘리트주의는 지난 수십 년간 재발해온 병리들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1990년대 남미에 몰아친 신자유주의 광풍에 의해 촉발된 공중보건 체계의 와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유화와 탈 중심화는 공공병원의 유지 가능성을 말살시켰으며, 이들은 영리 민간 의원으로 대체되었다.  한정된 금전적 자원을 가진 이들에게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두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 돈을 내고 민간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느냐(평균 3만 5천 볼리바레, 미 화 18불), 아님 차례가 되길 희망하면서 며칠씩 공공 병원의 기나긴 줄에서 기다리느냐. 사유화는 매우 완벽해서, 환자들은 공공병원에서조차 의사 면담에 소액을 내거나 의사가 사용한 소모품 값을 지불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전에는 아침 일찍 집을 출발해서 목숨을 걸고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어요. 하지만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도 허다했었지요” 77세의 Paula Páez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요즘 혈압 조절 때문에 매일 의사의 방문을 받고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갔어요. 고혈압에 걸리게 되면, 치료가 너무 늦어져서 합병증으로 심장발작이 일어났습니다.”


 

* 부유층의 질환

 

 barrios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곳에 가려면, 언덕까지 오르는 좁고 외진 길을 꾸불꾸불 돌아가는 낡고 커다란 지프를 타야한다. 밤이면 거리에 인적이 끊어지고 어떤 종류의 교통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적 보건의료 논리에 따라 “교육받은”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배제, 열악한 생활 조건, 어려운 접근성이라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꺼이 언덕길을 오르려 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의사 연맹(Venezuelan Medical Federation, FMV)의 대표인 Douglas Léon Natera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온갖 종류의 주변부 인간들이 모여 있는 그런 지역에 우리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그의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단지 청진기만 가지고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   보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4월부터 2004년 7월까지, Barrio Adentro 프로그램을 통해 총 4천 3백만 건 이상의 진료가 이루어졌으며 16,485명이 목숨을 구하고 808건의 출산이 이루어졌다.

 FMV가 정부 사업에 대한 반대를 합리화하는 논거 중 하나는, 그것이 11000명에 달하는 (Natera의 표현대로) 실업 상태, 혹은 불완전 고용된 의사들을 고용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데올로기를 배포”하는 대가로 월 750불을 벌어들이는 쿠바 의사들을 고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사업 초창기에 일어났던 쿠바 의사 추방 운동의 주요 논거는 쿠바인들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혈관에 “공산주의를 주사”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었다.  보건부에 따르면 Barrio Adentro 의사들에 대한 급여는 쿠바 정부가 지불하고 있다. 이는 쿠바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되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지에서 식비와 교통비용으로 약 42만 볼리바레(미화 210불)를 매달 지급하고 있다.

 정부 사업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실업을 선호하는 베네수엘라 의사들의 경향은 FMV 대표의 간단한 논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Natera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그러한 조건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정부는 병원과 의원에 장비를 갖추어주어야만 합니다.”  민중들 또한 공공병원에서 국가 기능이 부재함을 느낀다. 쿠바 의사들의 존재 덕에 주기적인 병원 방문이 25% 줄어들기는 했지만, 환자들이 심각한 상태에 빠지면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 곳에서 환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거기에는 의사도, 의약품도 없다.

 Caracas 지역 Barrio Adentro 프로그램의 일부인 Gestión Ciudad 사업 책임자인 Gustavo Salas는 많은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유기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사업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심각한 정치적 논쟁이다. 그는 단언하기를 “주지사와 시장이 반대편인 주에서는 병원 개혁에 대한 저항과 사보타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병원 개혁과 수리는 아직 보건사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Barrio Adentro  사업의 주요 전략은 소규모 진료소, 소위 주변부 지역의 중심에 민중 진료소를 창출하는 것이다. Salas가 설명하기를, “병원은 이들 지역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동네 밑바닥에 존재하는 진료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로의 변화

 

 베네수엘라 의사들이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예방의학 개념에 반대하는 것의 상당 부분은 신자유주의 렌즈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대중을 재교육하는 것은 제약회사와 민간 의원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상충한다.

 Barrio Adentro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8백여 명의 베네수엘라 의사들로 구성된 조직인 보건위원회의 Diana Verdi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보건 시장을 통제하려는 의사들의 저항에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면, 더 이상 그들의 서비스는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상주 의사들이 가정 방문을 하는 동안, 수백 명의 보건위원회 자원 활동가들이 barrios를 순회하며 진료소의 오후 당직을 맡고 있다. “우리에게는 가족계획, 영양, 운동 등의 보건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지역사회 건설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주변부 barrios의 핵심 지역들의 경우, 보건사업이 좀더 잘 조직되어 있으며 동질적이다.  “볼리바르 혁명”의 성과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호기심 많은 방문자들의 안내를 맡은 자원 활동가들 중 한명인 Victor Navas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기 Barrio는 잘 다듬어진 Adentro예요”. 지역사회가 건설한 언덕의 덜 완성된 진료소와는 다르지만, 이 진료소는 공식적인 외관과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에 의해 건설되고 장비가 갖춰졌다.

 언덕으로 둘러싸인 안뜰의 가운데에는 일군의 장애인들이 모래를 채운 용기로 만들어진 중량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의사가 일주일에 세 차례씩 이 활동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 새로운 “운동선수”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성인 남녀와 아이들이 치과진료를 받기 위해 작은 줄을 이루고 있다. 두 소년의 어머니인 Maria Albaron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는 두 달 전 치과의사가 도착한 다음부터 치료를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치과 치료가 없었답니다. 다른 곳에서의 진료는 너무 비싸요.”  값싼 민간 진료라 해도 한 번에 약 2만 볼리바르(미화 10불)가 든다는 것이다.

 

* 세계 은행의 처방

 

 보다 심각한 문제는, 열악한 barrios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 11000명의 의사들이 모두 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보건 문제의 겨우 절반가량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임 고등교육 장관인 Héctor Navarro는 전국적으로 2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했다. 거의 70%에 가까운 인구가 기본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의학적 원조를 정당화하며 “우리는 지금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 문제는 국가가 채택한 경제개발 체계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석유 호황의 70년대에, 베네수엘라에는 소비 상품의 수입 논리가 팽배했다. 산업/기술 개발은 “안 해도 그만”인 것으로 여겨졌으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교육 수준 향상은 불필요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Navarro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세계은행의 관점은 국가가 기술 훈련에 사용해야만 했던 자원을 대학에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지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 부족의 결과, 단지 소수의 특권 계급 사람들만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현재 베네수엘라 의사들의 절대 다수는 당시의 산물이다.

 고등교육부는 대안의 하나로 단기간에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모형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공립대학의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Héctor Navarro는 약 3년 이상이면 수술과 응급조치 영역에서 1차 진료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상황은 훈련된 의사의 존재를 요구합니다. 만일 환자에게 응급 진료가 필요하고, 그 담당 의사가 6년의 훈련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면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처럼 그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것입니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분파들은 교육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avarro는 단언했다. “질의 이러한 개념은 실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며, 이 경우는 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질과 정의는 나란히 가는 것입니다. 정의 없이는 의료의 질도 없습니다.”

 또 다른 중단기 해결 방안은 Havana에 위치한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의 졸업생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학생 7천명 이상이 재학 중이다. 이들 중 첫 번째 그룹인 5백 명의 신규 의사들이 올해 말 베네수엘라에 돌아올 것이다. Navarro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새로운 의사들이 양성됨에 따라 우리는 쿠바 의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도움에 영원히 기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  Translated by Dawn Gable and Maria Paez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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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The Impact of Inequality

 

리차드 윌킨슨의 신간이 출간되었음. 마지막 장이 "경제에서의 민주주의"인데,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Editorial Reviews
About the Author
Richard Wilkinson is Professor of Social Epidemiology at the University of Nottingham Medical School and visiting professor and Associate Director of the International Centre for Health and Society at University College London. He is the author of Unhealthy Societies, Mind the Gap, and Poverty and Progress.

Product Description:
Why does the United States, the richest country in the world, rank twenty-fifth in international life expectancy? Pioneering epidemiologist Richard Wilkinson demonstrates that inequality is socially corrosive and affects health because the quality of social relations is crucial to well-being. The poor health performance of the United States, its high rates of violence, and its low social capital all reflect how societal relations are strained to the breaking point by record levels of inequality.

In wealthy countries, health is not simply a matter of how material circumstances determine your quality of life and access to health care; it is how your social standing makes you feel. The Impact of Inequality explains why low social status—being devalued and looked down on—is so stressful and can have devastating effects on people's lives and communities. Comparing the United States with other market democracies and one state with another, this book shows why more unequal societies have poorer communal environments, and why the whole social spectrum suffers everything from higher levels of violence to more widespread depression.

The Impact of Inequality presents a radical theory of the psychosocial impact of class stratification, with particular emphasis on health and the quality of societal relations. It addresses people's experience of class and inequality and the pervasive sense that modern societies, despite material success, are social failures. At the same time, it shows that even small reductions in inequality matter, compelling us to pursue greater social and political equality to improve life for everyone.



2. Radicals in Power

 

브라질 노동자당의 최근 20년간 현장 민주주의의 실현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 이론과 주장이 아니라, 실제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술하고 있단다

 

 

Editorial Reviews

About the Author
Gianpaolo Baiocchi is Assistant Professor of Sociology, University of Pittsburgh.


Product Description:
Radicals in Power provides a rich and systematic account of the innovative redistributive democracy policies introduced in Brazil over the past 20 years by the Workers Party of Brazil (PT) at state level, in big city administrations, and medium-sized urban centers. Based on original field investigation, and with contributions both from scholars and active participants in the process, this volume provides a unique understanding of how a non-dogmatic leftwing political movement has instituted highly innovative experiments to involve ordinary citizens, especially the socially disadvantaged, in local policy choices and fiscal allocation decisions, as well as other experiments to achieve participation, social redistribution, and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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