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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에 눈이 부셔

여기 사람들이 오바질에는 일가견이 있기에, 방송에서 웬만큼 호들갑 떨고 이야기해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프로그램 중간 홈쇼핑 광고를 보면 amazing, incredible, oh my god 이 한 10초 간격으로 나온다.

 

하여... 평생 본 적 없는 눈폭풍 snow storm (blizzard)이 온다고 각 쇼핑센터와 비디오가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뉴스를 보면서, 저인간들 또 시작이네.. 시큰둥 했었다.

그.러.나....  장난이 아니었다. 토욜 오후부터 엄청난 바람과 함께 날리기 시작한 눈발은 일요일 점심 무렵까지 지속되었다. 일욜 오후에는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방송에서 "really dangerous"라고 겁을 주면서 제발 집에 있으라고 하길래 충실히 따른 셈 ㅎㅎ

 

한국에 있을 때는 눈이 정말 싫었다. 우선 서울 집은 가파른 산동네라 출퇴근 길이 정말 악몽이었다. 어려서는 연탄재들도 많이 뿌렸는데, 요즘은 연탄 떼는 집도 없는 데다가 어중간한 상태에서 사람들이 차를 움직이는 바람에 녹고, 다져지고, 얼고.... 조금만 날이 추우면 온 동네가 얼음 미끄럼틀로 변해버렸다. 넘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눈이 오면 한숨부터 나오는게 일이었다. 대전은? 정말 기억도 하기 싫다. 대전은 생태적 관점에 충실하여, 눈들이 제풀에 지쳐 녹을 때까지 시에서 그냥 방치한다. 작년 초 폭설이 내렸을 때, 가장 놀라운 것은 버스가 다니질 않았다는 거다. 그만큼 눈이 쌓였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 큰 도로조차 제설 작업을 안 해주니까 눈길 경험 없는 버스들은 그냥 운행을 중단해버리고, SUV 차량을 가진 사람들만 신나서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나머지 사람들은? 걸어 다녔다. 두 시간 걸려 눈+얼음+물의 난코스를 퇴근하고 걸린 심한 감기 끝에 오늘날 한 쪽 귀가 이지경이 된 것이다.

 

이런 안 좋은 추억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출근길 문밖을 나서는데 수북이 쌓인 눈더미들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염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보니, 눈 색깔도 순백색 그대로고,  날이 쌀쌀해서 질척거리며 녹지도 않고, 또 한국 눈과 다르게 질감이 포실포실하다보니......미로를 찾듯 눈길을 헤치며 인도와 도로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이 재미있기까지 했다. 눈 치우는 동네 사람 붙들고 같이 눈싸움이라도 하고 싶었다. 눈이 오려면 모름지기 이 정도는 와야지 어디서 명함이라도 내미는 거 아닌가.. 음하하하.... 눈길 헤치고 출근해야 하는 절박함이 없고, 산동네 미끄러운 얼음길 걱정 없고.... 환경의 변화는 사람의 취향까지도 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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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통계 수식들

오늘 오후에 센터에서 초청 특강이 있었다. 제목은 "Tactical Prevention of Suicide Bombing in Israel"

도대체 넘 궁금하지 않은가. 무슨 소리를 할지...

내가 예상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어떤 특정 정책, 혹은 이-팔 간의 정치적 환경 변화, 하다못해 propaganda 의 영향... 중 어떤 것들이 갈등을 완화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뭐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슬라이드가 한 장씩 올라갈 때마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으니...

 

발표자는 텍사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고, 이 연구과제로 국제정치학 분야의 distinguished researcher 어쩌구 이런 기금도 받고 있단다. 세계 각지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counter measure 가 어떤게 있을지 찾아보고자 했고, 샘플 사이즈가 가장 충분하고(3년간 120건의 자살폭탄이 있었단다 ㅜ.ㅜ) 자료의 질이 높기 때문에 (이를테면 자살공격단의 비디오, 가담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조직 현황 등등) 이스라엘의 경우를 대상으로 삼았단다.

 

그럼 어떻게 분석을 했느냐...........

 

- 결과변수 : 월별 자살폭탄 발생 건수

- 영향요인(예방전략) : 1) "targeted hit", 2) arrest

- 통계 : poisson distribution 가정 하에 regression analysis, likelihood fuction - 시점의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sensitivity analysis 병행

 

여기서 targeted hit 이란 이스라엘군의 "테러 분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반격"을 말한다. arrest 란 정보기관의 공작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전에 주모자나 가담자를 체포해버리는 것이다. 똑같은 폭탄 공격인데, 한쪽은 suicide "bombing"이고 다른 하나는 왜 targeted "hit"이라고 부르냐 물어봤더니만, 질문 자체를 신기해했다 (ㅜ.ㅜ)

 

beta coefficient, theta coefficient, constant, likelihood, p-value....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엇길래 저런 황당무개한 수식을 봐야하나...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담 결과는 무엇?

그렇게 3년 자료 분석해보니, targeted hit은 오히려 자살공격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arrest는 유의하게 공격을 감소시킨단다....... 아.......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태연자약, 나도 그 방식 그대로, 다른 요인들(이를테면 정치적 환경의 변화, 새로운 정책 등등)을 "보정"했는지 점잖게 물어봤다. 그랬더니만, 그 3년 동안 별 일이 없었단다. 젠장할, 별 일이 없긴... 너네가 금긋고 벽 쌓았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나중에 덧붙이길, 벽을 쌓고 나서 벽이 없는 지역(텔아비브, 예루살렘 등)의 공격이 더 늘어난게 문제란다. 그러면서 이게 결코 WALL 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둥만 콘크리트 WALL이고 나머지는 그냥 FENCE란다. 근데, 그 "그냥" 펜스에 고압전기가 흐른단다. (이 인간이 누구 약올리나)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한 법인데, 왜 자살까지 결심하게 되었을까, 무엇이 사람들을 이 상황으로 몰고 갔을까.. 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 현란한 수식 어디에도 인간의 온기는 흐르지 않았다.

심지어 decision analysis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개인의 성향을 집어넣으면 얼마나 suicide bomber 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패턴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었다고 시연도 해보였다.

 

눈이 있어도 못 본척, 귀가 있어도 못 들은척.. 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 눈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이게 미국사회 "주류학문"의 존재방식이고, 그 "과학성"을 무기로 전세계에서 강력한 프로퍼갠더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질 듯하다. 내가 이럴진데...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어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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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4장

세미나 끝나고 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뒤로 미루면 홀라당 까먹을까봐, 집에 오자마자 바로 해야하니 말이다. 세미나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대화들도 메모를 보고 막상 글로 옮기려고 보면 일관성이 없거나, 혹은 중간 부분이 빠져서 맥락이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태반.. 이런 거 보면 백발 성성한 나이에도 학문에 정진하는 노학자들이 존경스럽다. 나이 30대에 어쩜 이렇게 돌아서면 까먹는지....

 

1.제 3장. Inequality in the social consequences of illness: how well do people with long-term illness fare in the British and Swedish labor market?

 

1) 그동안 우리 보건학 분야는  "노동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주로(? 얼마나) 집중해온데 비해, "건강이 노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함 -- 그러나, 농업이나 혹은 제조업 처럼 육체노동 산업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건강이 노동 퍼포먼스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을지는 의문...

 

2)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스웨덴과 영국의 사례를 대비시킨 이 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고금의 진리처럼 떠받을어지는 "신고전주의" 담론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줌.

 

3) 스웨덴 사회의 강력한 사민주의적 전통이 가능한 배경이 궁금.. 노조 조직률 96% (남한 노동운동이 경제의 발목을 잡네 어쩌네 해도 조직률은 12%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말야.. 미국이 17%),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강력한 고수, 이를 통한 기업의  구조조정(구조조정=인력 감축이 아니라, 노동자 임금 수준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방식으로 구조 조정을 했다니 원.)...... 이런게 어찌 가능하냐구...

 

4) 개념에 대한 이해 : job security vs employment security, incidence vs prevalence

 

5) 한국사회 적용 가능성

- 영국이나 스웨덴처럼 큰 표본 규모의 패널 데이터는 없지만, 기존의 노동패널 연구 같은 종적 자료, 사회통계조사나 국민건강영양조사 같은  반복단면조사 자료들을 활용하여 기본적인 통계 결과들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특히 노동패널 자료의 경우 건강문제와 노동시장 재진입의 시간적 속발성을 확인할 수 있고, 고용특성(정규/비정규)까지 함께 파악하다는 점에서 유용할 것 -- 산재 노동자의 재취업 혹은 업무 복귀에 대한 자료가 가용하다면 이것도 유용할 것

-  우리 사회의 "공식적인" 실업률 수준은 유럽 등 외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라 이를 가지고 무언가 비교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 비정규직의 문제도, 용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불안정 고용이 늘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이미 80년대부터 직업 이동과 비정규 성격을 갖는 노동 시장의  규모가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악화되고 있지 않은가 -- 비정규 노동, 불완전 고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통계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미국사회에서 말하는 temporary work, 혹은 contract 개념과는 분명 다르다고 봐야 한다. 요즘 일자리 중에 "계약" 아닌게 어딨나. 우리사회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근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과 완전 다른 의미다 -- incidence vs prevalence 측면에서 볼 때, 노동의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보면 계속 사람이 들고 나면서 불완전 고용 증대에 따른  incidence 가 늘어나는 것이지  취업의 prevalence 는 일정한 것 아니냐

-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비슷한 연구를 기획한다면, 취업률과 경제활동 참가율.. 같은 지표보다는 (이런 지표들은 공식적으로 양호하게 나타나니) 불완전 고용, 비정규 문제 쪽에서 접근하는게 바람직하지 않겠나 -- 그동안 정규/비정규 노동의 건강 영향에 대한 접근은 비정규 노동자의 건강 수준이 더 나쁘다 (노동 조건도 열악하고, 보호규제도 빈약하고 등등), 그래서 비정규 미워.  하는 방식이었지만, 딱히 만족스런 연구결과를 보인 경우는 드물다 -- 비정규 노동의 영향이 나타날만한 타임프레임이 문제일 수 있다 -- 단기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비정규 노동의 증가는 결국 전체 고용의 불안정으로 이어져 정규직에서도 노동강도 강화와 안전규제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규/비정규 모두에게 해로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나거나 표본 숫자가 커진다고 해서 분명한 통계적 차이가 드러날 것 같지는 않다  -- 건강 수준이 고용의 질, 혹은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을 때, 개인의 건강수준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의 불완전고용 수준이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나 (다수준 분석이 필요하다 ^^)

 

 



2. Economic growth, inequality, and the economic position of the poor in 1985-1995: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1) 연구방법론이 다소 허술해보임. 이를테면 생태학적 분석틀에다 일부 국가들을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뀌는 점 --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단점이 trickle-down을 일반화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결론을 가능케 함 

 

2) 그런데, 그림 2에 제시된 결과는 성장우선주의를 제대로 반증하지 못하고 있음. 일단 economic growth 가 아닌 economic prosperity 를 사용한 것부터가 문제. 미국거지가 한국거지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절대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빈곤층의 절대 소득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  -- 그림 2의 결과는,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빈곤층의 지위가 높고(상관계수 0.8), 불평등이 심할수록 빈곤층의 지위 낮고(상관계수 -0.5), 사회보장이 잘 될수록 불평등이 덜하다(상관계수 -0.45)인데, 이것만 놓고 본다면 어쨌든 전체적인 부가 증가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냐는 trickle-down theory를 지지하는 결과(본래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로 해석할 수 있다.  

 

3) John Rawls의 정의론이 trickle-down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글쎄올시다...

 

4) 좌파적 관점을,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사용해온 계량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설명하려 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 (주류 경제학과 좌파 경제학의 프레임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 아닌가)

 

* 이 책에 제시된 연구사례들을 벤치마킹하면서, 가용한 자료와 한국사회에 적절한 연구주제들을 차곡차곡 리스트업하여..나중에 이것을 가지고 우선순위와 기획을 마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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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졸업 후 첨으로 교회에...

어제는 마틴 루터 킹 데이였다. 원래 1월 15일이 그 양반 생신이라 기념했었는데, 1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졌단다. 우리는 연휴가 하나만 있어도 복권 당첨이라도 된 양 좋아하는데, 여기는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럽다 ㅜ.ㅜ

 

하여간... 학교 교회 (Memorial Church)에서 기념 행사가 있다고 하여 크자님과 함께 구경을 갔더랬다. 나 원 참.. 국민학교 때 여름 성경학교 갔던 거 빼놓고 교회에 가보기는 첨이었다 (물론, 유럽에 갔을 때 관광차 교회 건물에 들어가보기는 했지만).

그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을 한 여학생이 나와서 낭송했는데, 우리네 집회 문화 공연의 선동 못지 않더라. 나도 모르게 막 감동이 되려고 했다 ㅎㅎㅎ

그리고 메인 행사로는, Mass 주 전직 판사가 나와서 킹 목사의 정신과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끝나지 않은 아젠더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최 측의 소개 후에 등장한 연설자가 흑인 여성이라 잠시 놀랐다. 주 법원의 판사라고 해서 무의식 중에 당연히 남자일 것으로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이 분은 지역 사회 흑인 민권 신장을 위해, 특히 사법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법원 안팎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단다. 주된 연설 내용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성별, 계급 차별,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아직도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즉, 루터 킹 목사가 제시했던 아젠더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뭐 익히 짐작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사례의 상당 부분이, 건강 불평등, 그리고 보건의료 서비스의 불평등(특히 의료보험) 문제였다는 점이다.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의 영아 사망률이 몇 배, 천식 입원률이 몇 배,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몇 배.. 등등등...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정의의 척도로써, 기본권으로서 건강에 관한 담론들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터 킹 목사의 노력, 그리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본인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한 교회 안에서 이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식으로야 알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절절한 문제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 따르면, 흑인에 대한 차별과 인종주의가 계급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아주 처음 노예로 수입해왔을 때에는, 백인 하인들과 대접이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단다. 그러나 착취가 심화되면서, 이에 견디지 못해 백인 하인들과 흑인 노예들이 함께 도주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심지어 함께 반역(?)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본격적인 분리와 차별 정책이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샛길로...

연설 끝나고 성가대의 공연까지 잘 감상했는데, 마지막에 목사로 추정되는 인물(맞겠지)이 나와서 기도하고 끝에 "아멘" 해서 좀 짜증이 났다. 예배도 아닌데 뭔 기도여...  (근데, 교회에서 목사가 기도했다고 짜증내는게 이치에 맞는 일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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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의 보람 ^^

며칠 전부터 요란하게 광고를 때리더니만, 어제 저녁에 두 시간 동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강타한 쓰나미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 공연(?)이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뭐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켜 놓은 텔레비젼이었는데... 여러 모로 특이한 점들이 있었다.

 

우선,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하는 짓이라 별로 탐탁치는 않지만 (오지랍도 넓다) 어쨌든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는 거 자체가 솔직하게 좀 부럽기는 했다. 물론, 한쪽으로는 이라크에서 그칠 줄 모르는 쓰나미를 만들어내고는 있고, 부시 취임식 비용이면 쓰나미 피해 지역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보도를 보면 화가 나기는 한다. 

 

둘째, 두 시간 동안 광고가 없었다.

미국 텔레비전에서는 10~15분만에 한 번씩 꼭 중간 광고가 나온다. 심지어 30분짜리 "The Simpsons"에도 중간 광고나 두 번이나 있는데, 미국내 올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이 프로에 광고가 없다니... 프로그램 도입부에 MSNBC 사장이 직접 나와서 "광고도 없이" 라는 말을 강조할만 했다. 그만큼 비영리적 성격을 팍팍 강조해준 것이다. 

 

셋째, 그동안 텔레비전으로 접할 수 없었던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가요프로그램이 있는게 아니라서, 가수가 노래하는 걸 보거나 들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가수가 각종 운동회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ㅎㅎㅎ 결국 공연장을 직접 찾거나 MTV를 통해 뮤직 비디오를 봐야하는데, 나한테야 뭐 언감생심... 그런데!! 어제는 줄줄이 가수들이 나와서 직접(!) 노래를 불렀다. 좀 감동먹었다. 마돈나가 첫 무대에 올라 Imagine을 불렀는데, 그 느낌 정말 기묘했다. 이어 줄줄이 노라 존스, 쉐릴 크로, 샤라 멕클란, 글로리아 에스테판, 넬리 등등등... 아, 그리고 에릭 크랩톤의 기타 연주까지... 노라존스 얼굴은 사실 어제 첨으로 봤다. 생각보다 무척 젊었다. 조명발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소박한 무대에서 기타 혹은 피아노, 기껏해야 세 네 명의 소규모 밴드와 함께 진지하게 열창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떼거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라 보람있게(^^) 여겨졌다.

 

넷째, 가수들은 노래를 했지만, 배우들은 기상천외한 서비스를 했다. 일단 공연 중간에 나와서 쓰나미 현지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자료들을 전하면서 기부에 동참하라는 멘트를 날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두 시간 동안 텔레마케터처럼 그 자리에 지키고 앉아 기부 전화를 직접 받았다. 어떤 인물들이었느냐 하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니콜라스 케이지, 르네 젤위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할 베리, 나탈리 포트만, 팀 로빈스, 맷 데이먼, 제이미 폭스, 벤 에플릭(바야바처럼 수염을 기르고 나와 깜짝 놀랬음 ㅜ.ㅜ),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 등등등.... 세상에 제일 바쁘다는 이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말이다. 미국 사람들이 연예인이라면 껌뻑 죽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가 끝나고 그들이 사용했던 전화기는 연예인들의 싸인을 해서 3천불에 팔린다고 했다 ㅎㅎㅎ  이러한 연예인들의 참여가 일부는 개인적인 선의에서, 또 상당부분은 연예기획사의 매니지먼트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최근 개봉작 배우들이 주로 참여한 걸 보면), 어쨌든 그들로서는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여한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 와서 20불짜리 텔레비전을 바꾸고 가장 보람있는 저녁이 아니었나 싶다. 배우들 본 거야 뭐 좋을 것도 없지만,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좋은 음악을 한꺼번에 그렇게 감상할 수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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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자가 되어볼까나..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고, 모순이 극대화되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세상 이치...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을 이렇게 해석하기로 "결심"했다.

마치 네그리와 하트가 전지구적 자본주의 "제국"에서 전지구적 저항의 희망을 보았듯이 말이다. 흑.. 이게 과연 말이 되는 해석인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들은 있다. 

 

1. 과거 주사계열 (자칭) 활동가들이 뉴라이트 라는 기기묘묘한 이름으로 귀순 용사 생쑈를 펼치는 바람에, 운동권 내부에서나 알려져 있던 그들의 지난 활동 작풍들이 만방에 공개되고 있다. (한겨레 21 한홍구의 역사 이야기 : '뉴라이트'는 품성을 갖춰라)

 

 

2. 민주노동당에서 일어난 상식에 반하는 일련의 사건들 (편의상, 최고위원 선거부터 정리해보자)

 

1) 듣도보도 못한 최고위원 셋팅 선거 : 아.. 나는 정말 놀랐다. 특히 여성위원 4명이 단체로 고스란히 당선되는 걸 보고, 그들의 "통큰 단결"에 일종의 두려움을 느꼈다.

2)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국보법 투쟁 : 질병과 굶주림 때문에 OECD 국가에서 어린이가 죽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싸웠건만, 최고위원들은 보안법 철폐(? 과연) 단식 농성에 좀더 열심이었다. 거창한 당위성 말고, 그들이 왜 그리고 보안법 철폐에 매달리는지 본심을 보여주었으면 싶었다. 거기다 당원 게시판이 그리도 뜨거운데 사무총장은 왜 거기에 답변 안하고 생뚱맞게 오마이뉴스에 "의원단에게 섭섭하다"는 인터뷰는 했는지.. 한동안 당 소식은 오마이뉴스에서 제일 먼저 알려주더라. 

3) 이론과 실천 편집장 교체를 둘러싼 잡음 : 편집장이야 바뀔 수도 있는거지. 하지만 교체 사유라는 것이 참으로 많은 상식있는 인간들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나는 정말 저들의 어줍잖은 "지도" 관점이 맘에 안 든다. 뭘 안다고 당원들에게 "올바른 지도"를 하려 하는지...

4) 여성당직자 폭행자들에 대한 중앙 당기위의 징계 철회 소문(?) : 이 또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중 백미라 할 수 있다. 음주운전하다 걸린 교수가 그동안 사회에 기여한게 많다고 풀려나는 거나, 운동권에 헌신해왔다고 당기위에서 제명을 철회해주는 거나... 똑같이 웃긴 일이다. 당이야말로 관습법에 얽매이지 말고, 실정법에 근거에서 이 사건을 처리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5) 출근부 논란 : 기왕이면 퇴근부도 만들어서 시간외 근무수당도 챙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들이 학교 일 안하고 연구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고, "근태 철저" 공문을 연신 내려보내는 나의 일터가 그래도 당보다는 나을까? 

6) 비정규직철폐본부 설치 부결 : 작금... 이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민주"와 "노동"을 말하는 당에서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운동, 철학, 진보 뭐 이런 거창한 용어를 떠나 "상식"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사코 "정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속내를 감춰왔지만, 이제 감춰지지 않는 상황이 왔다. 정파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희안한 상황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원들의 위기 의식은 거의 임계점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역시나 승리적 관점에서 이러한 당원들의 반발을 "종파적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말이다. 

 

 

그리하야...

지난 최고 위원 선거 후, 오히려 잘 되었다. 이 기회를 냉정한 평가와 심판의 기회로 삼자...며 나를 위로(?)했던 후배의 말대로, 나도 "승리적 관점"을 지니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휴거가 이르기도 전에 이들의 전횡 때문에 애꿎은 평당원과 민중들만 상처 입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무척이나 아프다. 이미 내 손을 벗어난(??) 부시의 만행을 지켜보는 것보다, 소위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여겼던 당의 이러한 행로를 지켜보는 것은 훨씬 더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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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으로 연상되는 것

1. 청년학생

2. 한민족

3. 통큰 단결

4. 불패의 신화

5. 반미

6.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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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에일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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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계산이 깔끔한 부시

부시, 공화당 진영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로비를 벌이는 사람들은 참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돈만 덥썩 받아가고 아무 것도 안 해주면 그 피같은 돈을 아까와서 어쩔까나... 행정부 각료들을 선임하면서 기부금 많이 낸 사람들 한 자리씩 준 것을 보고, 야.. 정말 저만큼 확실한 투자가 없구나 생각했었더랬다.

 

어제 밥을 먹다보니 부시가 흰가운 입은 의사들한테 둘러쌓여 연설을 하고 그 의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에서 의료 사고(?) 소송이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의사의 보험료가 높아지고, 소송이 많은 동네를 기피하게 되고, 과다한 방어진료를 벌이게 된다. 그러면 그 피해는 의사는 물론 환자에게도 돌아가며, 미국 의료비 증가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기인하고 있단다.... 일견... 맞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는 맞다.

근데 국민건강과 의사들의 숭고한 인술(부시는 "의사들이 소송과 싸우는게 아니라 질병과 싸워야한다"는 감동적인 멘트까지 날렸다)을 노심초사 기원하는 부시는 하고 많은 과제 중에 이걸 꺼내들었을까 .... 

여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우리의 부시.. 실망시키지 않고 보너스를 하나 더 날렸다.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집단 소송들, 이를테면 수십개의 기업을 파산에 빠뜨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석면 피해보상에 관한 소송도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겠단다.

  

이해집단의 정치기부금 순위를 살펴보면, 2위를 제외한 1~8위까지는 민주당에 기부된 것인데, 대개 노동조합연맹(노동조합들이 돈도 참 많네...)이고 4위가 법정 변호사협회다. 9위이자, 공화당 기부 1위는 미국 의사협회다...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한 변호사들한테 보복도 하고, 공화당에 기부한 의사들한테 도움도 주고... 이런걸 일석이조라 하는가 ㅎㅎㅎ

 

이러한 법률 제정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이러한 법률을 통해 의료비용 절감과 의사의 소신진료(ㅎㅎ 많이 듣던 용어)를 도모할 수 있다고 해도, 엄연히 현존하는 malpractice, 의약품과 의료 기기 등에 의한 폐해는 어떻게 보호하겠다는 건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 혜택은 시민들보다 결국 의료계, 제약자본, HMO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미국에서 나온 이야기라면 금과옥조인 양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풍토를 볼 때, 석면 피해보상에 대한 제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석면 소송 때문에 기업이 파산한 건 안타깝고, 바로 그 석면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고, 지금도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것은 눈에 뵈지 않나보다.

 

 

* 관련 기사 :

Bush Begins Drive to Limit Malpractice Suit Awards ( http://www.nytimes.com/2005/01/06/politics/06bush.html )

 

Top All-Time Donor Profiles

(http://www.opensecrets.org/orgs/list.asp?orde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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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님 의견에 대한 댓글

* 이 글은 최용준님의 [나바로 문태너 편저 읽기 제1장] 에 관련된 글입니다.

보스턴 그룹과 생각이 다르다.. 음...

지난 세미나에 관한 요약이 좀 후졌나봐요.. ㅜ.ㅜ 

이 때 이야기되었던 핵심 기조는... 나바로의 이론, 최종심급에서의 계급결정론이 매우 타당한 분석임은 동의하지만, 여기에 항상 "so what?" 이라는 딜레마가 존재하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중재를 할 것인가 막막하다는 거죠. 한편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출현하는 것이 특정 사회적 결정요인, 특정 경로 등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 경우 또 전체적 조망을 하지 못한채 (이론을 갖지 못한 채) 미시적인 요인에만 집중하게 되는 우려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센의 주장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gender empowerment 가 중요하다고 지적할 뿐 gender empowerment에 차이를 낳는 요인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잖아요.  

 

우리의 목표가 학술 평론가가 아닌 바에야, 구체적인 연구 주제와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이러한 근본적 원인(fundamental cause or root cause)와 구체적인 근위부 원인(proximal cause) 중 어떤 상황에서, 어느 지점을 진입 지점으로 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이 됩니다.

우리 학술 영역이 실천의 무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론적 투쟁, 기존의 성장 이데올로기, 혹은 자유주의적 경제발전 이론과의 맞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론적 엄밀성과 구체성이 매우 중요할텐데, 나바로의 근본주의적 접근은 이 부분에서 다소 취약하지 않은가 싶어요. 이를테면, 우리 사회의 상황은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어느 수준까지는 절대 소득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은 확대될지언정 절대 건강 수준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데 브라질의 경우는 절대 수준마저 악화되는 다소 예외적인 상황이거든요. 우리 사회의 경우 현상만을 놓고 본다면 경제가 발전(?)하면서 보리밥 먹던 사람이 쌀밥 먹고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 갖게 되었잖아요 (ㅎㅎㅎ, 전형적인 trickle down). 이런데도, 개발독재, 혹은 국가독점 자본주의가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을 입증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의 임무가 막중하다고 (^^) 생각합니다.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잖아요. 엄정한 당파성, 이론, 그리고 과학적 방법론까지 무장하고 함 가봐야죠. (허나, 무장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까봐 걱정입니다 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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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1장 + 2장

1. 불가피한 사정으로 JY이 결석(?)하여 4명이 2시간에 걸쳐 간단한 발제, 토론, 점심식사

 

2. 코멘트, 문제 제기

 

(1) 서문 Toward an integrated political, economic, and cultural understanding of health inequalities - Vincent Navarro & Carles Muntaner

 

*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다루는 것이 본래 "역학" 의 영역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 굳이 Discipline 을 구분하고 자기 영역과 한계를 구분 지으려는 현재의 학문적 경향이 맘에 안 든다. 특히 한국은 역학도 세분화하여 심혈관 역학, 암 역학.. 등등  ----  분야를 갈라 자기 것만 하려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저것 하려는 것도 문제다. 

 

* 미국사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본인의 관심분야에 주력하여 한 가지를 파고 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은 연구비 분포에 따라 좌우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1장 Development and quality of life: a critique of Amartya Sen's DEVELOPMENT AS FREEDOM - Vincent Navarro

 

* 센의 논리에 대한 나바로의 지적은 적절하다고 생각되나, 그래서? (so what?)  모든 문제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체계, 계급 역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환원주의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의 연구들이 불평등의 기전(mechanism)을 강조하는 쪽으로 치중되는 것 또한 문제...

 

* 논리 전개 방식, 이를테면 일반적 논리(경제개발이 반드시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와 그에 적절한 예(브라질봐라, 국민소득 높아졌지만 불평등 심화되고 영아사망률 더 높아졌다)를 제시하는 방식 자체가 갖는 단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대개 극단적인 예를 제시하기 마련이지만 이에 대한 반증이 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 중국과 인도를 비교했는데, 과연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뿐일까? 이를테면 역사, 유교적 문화도 상당한 역할을 했지 않겠는가.

 

* 한국의 경우, 개발론자들이 말하는 trickle down, 소위 파이 이론이 상당부분 들어맞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고전적 시장주의 방식이 아닌 국가 주도의 개발독재 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한국이 고도 경제 개발을 했던 시기 동안 브라질처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는가? 건강 수준의 격차가 더 커졌는가? 낮은 사회계층의 절대 건강 수준이 악화되었는가? 그동안의 자료들을 보면, 경제 개발이 되는 와중에 지니 계수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했었고, 90년대 말 경제 위기 전까지는 오히려 지니 계수가 감소했다. 또한 평균수명과 영아사망률이 호전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로서, 절대적인 경제 수준의 상승이 긍정적 건강영향을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일정 시기의 사회적 상황이 건강에 실제로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잠복기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테면 경제 위기 이후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것이 아직 건강 불평등의 객관적 지표로는 관찰할 수 없지 않은가.  어쨌든 한국의 경제개발과 이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건강 수준의  경향성을 시계열로 살펴보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자료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과 지표를 개발해낼 "천재"가 등장해주어야 한다 ㅎㅎㅎ)

 

 

(3) 2장 Gender equity and the population problem - Amartya Sen

 

* freedom of women 을 여성의 자유.. 라고 하면 뭔가 어색하다. 여성해방이라고 해야 더 잘 어울린다.

 

* 여성의 교육이 무엇보다(심지어 종교보다)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는데, 토끼님의 분석 경험에서도 여성의 정치적 권한, 경제 활동, 교육 수준 중 여성의 기대 여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변수는 교육 수준...

 

*  센의 관점이 하버드식의 "pragmatism"인 것은 아닌가.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 여성 자신은 물론 남성, 어린이, 심지어 지구 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까지 도움이 되니, 여성의 지위 높이자. 이런 논리.. 건강에 투자하면 경제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Bloom 의 논리와 비슷하다. ----  원래 Sen의 주장은 그러한 pragmatism 을 경계하고 있으며,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인권의 측면에서 건강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 인도와 중국, 인도 중에서도 Karela의 예를 들었는데, 우리 사회는 좀 다른게 아닐까. 이를테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 점, 국가 주도의 가족계획 사업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 같다. --- 인공유산의 접근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 사회적 담론과 문화(적게 낳는 것이 사회적 규범이 된 점)도 역시 중요하지 않았을까 --- 도시로 올라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아이를 적게 낳았을지도? --- 당시에는 사교육비가 별로 안 들어서 그런 고려는 별로 했을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딸을 많이 낳아 돈 벌어오게 해서 아들 교육을 시켰을 수도 있다 ㅎㅎㅎ -  여성 교육 수준 상승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60년대 후반, 70년대에 여성들이 산업 노동자로 진출하면서 결혼 시기가 지연된 것이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출산률 저하의 눈부신 업적에도 불구하고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성의 지위와 어떤 관련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고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마도 출산력 조사 자료 등을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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