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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역사의 달

2월달은 African-American Heritage Month란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Carter G. Woodson (1875-1950) 라는 뛰어난 흑인 학자이자 역사가 (과거 노예의 아들)이 1915년에 [흑인의 삶과 역사 연구회 Associationfor the Study of Negro Life and History] 라는 모임을 조직했고, 1926년 2월 12일에 "흑인 역사 주간"이라는 행사를 시작하여 수 년간 2월 둘째 주에 (더글라스, 링컨의 생일과 맞추었다는군) 미 전역의 흑인들이 이를 기념했다고 한다. 1976년에 건국 2백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2월달이 "흑인 역사의 달"로 미 전역에서기념되게 되었다

(출처 : http://www.usembassy.at/en/us/black_history.htm )

 

그래서... 텔레비전 메인 채널들에서는 프로그램 중간중간마다 훌륭한 흑인 학자나 사회운동가, 심지어 연예인, 운동 선수들의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일전에 한 골동품 벼룩 시장에 구경갔을 때.... 집안 장식품, 인형들이 진열된 부스에 가니 진짜 유치찬란한 옛날 봉제 인형들 (Chucky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한 인형들도 많았음)과 도자기 인형들이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두들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귀여운 아이의 모습, 혹은 단란한 가족 풍경, 그도 아님 강아지나 고양이...

한 구석에서 발견한 .. 흑인의 모습을 한 인형(유일한!)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아주 "문명화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걸 고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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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과 연대 : 건강 민주화를 위한 베네수엘라의 처방

Z-net에는 작년에, Monthly Review에는 지난 달에 실린 글이다.

룰라의 시대는  去하고 바야흐로 차베스의 시대가  來 하는지, 요즘 베네수엘라만큼 인기 좋은 데가 없는 듯 싶다. 지난 달 Monthly Review에 보건의료 특집으로 세 편의 글이 나란히 실렸는데, "사회의학"에 대한 글은 지난 번에 다른 블로거께서 번역해 올리신터라 (근데, 트랙백을 하려니 주소를 찾을 수가 없네..) 주말 저녁에 잠깐 앉아서 이걸 정리해보았다. 나눔의 정신 (^^). 근데 스페인어를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과연 원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된 건지 의문..

번역에 힘을 다 쏟았더니 막상 내 하고 싶은 말은 쓸 여력이 없구만.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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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Net | Venezuela
Prevention and Solidarity
Remedies for Democratizing Health in Venezuela
by Claudia Jardim; Alia2.net; October 17, 2004

 

 

 언덕길을 반 정도 올라가면 약간 덜 완성된 소박한 집 한 채가 나온다. 실내는 시트를 이용해 치료실과 진료실로 구분되어 있다. 이곳을 찾은 환자가 스스로의 신분을 밝혀야 할 필요는 거의 없다. “Antonio씨, 좀 어떠세요. 혈압은 내려갔나요?” 53세의 베네수엘라 간호사 Carlota Núñez가 물어본다. Antonio는 진료실로 들어가고,  Las Terrazas de Oropeza Castillo, municipality Sucre, Caracas의 주민들이 조금씩 대기실을 거쳐 이동하고 있다. 
 
 진료실에서는 Barrio Adentro 보건 사업에 참여 중인 11000명의 쿠바 의사들 중 한 명인 Carlos Cordeiro가 기초적인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혈압을 재고, 천식 발작을 잠재우고, 어린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분만을 돕는 것까지 그의 업무인데, 하루 평균 25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그가 설명하기를, “우리는 예방진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개념은 사람들이 더욱 잘 사는 것을 배우게 된다면 더 이상 의약품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쿠바에서 들여온 100여 종 이상의 약품들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31세의 이 의사는 11개월 전에 가족들을 떠났으며, 이 병원 부지는 이웃 주민들이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건물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전체 지역사회가 이를 도왔지요. 어떤 이는 탁자를 가져왔고 또 어떤 사람은 들것을, 또 다른 사람들은 의자, 벽돌, 시멘트를 기부했습니다.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없이 작업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는 이 집에 있는 세 개의 방 중 하나에 산다고 했다. “저는 하루 24시간 호출 대기 상태예요. 의사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간호사인 Carlota가 저를 호출하고, 우리는 즉각 출발하게 됩니다.”

 이는 지난 2001년에 시작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협약에서 비롯된 보건 사업의 한 측면이다. 세계 4위의 석유 수출대국인 베네수엘라는 매일 5만 3천 배럴을 쿠바에 보낸다. 쿠바는 우고 차베스 정권의 문맹퇴치 캠페인을 도울 뿐 아니라 의학적 원조와  의약품을 베네수엘라에 보내고 있다.  베네수엘라 공공병원의 부족한 기술력과 부적절한 체계 때문에, 약 1만 7천여 명의 베레수엘라 국민들이 치료와 정형외과, 안과 수술을 받기 위해 쿠바로 이동하고는 했다.



* 사유화와 건강

 

 배제와 엘리트주의는 지난 수십 년간 재발해온 병리들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1990년대 남미에 몰아친 신자유주의 광풍에 의해 촉발된 공중보건 체계의 와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유화와 탈 중심화는 공공병원의 유지 가능성을 말살시켰으며, 이들은 영리 민간 의원으로 대체되었다.  한정된 금전적 자원을 가진 이들에게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두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 돈을 내고 민간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느냐(평균 3만 5천 볼리바레, 미 화 18불), 아님 차례가 되길 희망하면서 며칠씩 공공 병원의 기나긴 줄에서 기다리느냐. 사유화는 매우 완벽해서, 환자들은 공공병원에서조차 의사 면담에 소액을 내거나 의사가 사용한 소모품 값을 지불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전에는 아침 일찍 집을 출발해서 목숨을 걸고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어요. 하지만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도 허다했었지요” 77세의 Paula Páez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요즘 혈압 조절 때문에 매일 의사의 방문을 받고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갔어요. 고혈압에 걸리게 되면, 치료가 너무 늦어져서 합병증으로 심장발작이 일어났습니다.”


 

* 부유층의 질환

 

 barrios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곳에 가려면, 언덕까지 오르는 좁고 외진 길을 꾸불꾸불 돌아가는 낡고 커다란 지프를 타야한다. 밤이면 거리에 인적이 끊어지고 어떤 종류의 교통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적 보건의료 논리에 따라 “교육받은”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배제, 열악한 생활 조건, 어려운 접근성이라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꺼이 언덕길을 오르려 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의사 연맹(Venezuelan Medical Federation, FMV)의 대표인 Douglas Léon Natera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온갖 종류의 주변부 인간들이 모여 있는 그런 지역에 우리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그의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단지 청진기만 가지고 목숨을 구한다는 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   보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4월부터 2004년 7월까지, Barrio Adentro 프로그램을 통해 총 4천 3백만 건 이상의 진료가 이루어졌으며 16,485명이 목숨을 구하고 808건의 출산이 이루어졌다.

 FMV가 정부 사업에 대한 반대를 합리화하는 논거 중 하나는, 그것이 11000명에 달하는 (Natera의 표현대로) 실업 상태, 혹은 불완전 고용된 의사들을 고용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데올로기를 배포”하는 대가로 월 750불을 벌어들이는 쿠바 의사들을 고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사업 초창기에 일어났던 쿠바 의사 추방 운동의 주요 논거는 쿠바인들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혈관에 “공산주의를 주사”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었다.  보건부에 따르면 Barrio Adentro 의사들에 대한 급여는 쿠바 정부가 지불하고 있다. 이는 쿠바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되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지에서 식비와 교통비용으로 약 42만 볼리바레(미화 210불)를 매달 지급하고 있다.

 정부 사업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실업을 선호하는 베네수엘라 의사들의 경향은 FMV 대표의 간단한 논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Natera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그러한 조건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정부는 병원과 의원에 장비를 갖추어주어야만 합니다.”  민중들 또한 공공병원에서 국가 기능이 부재함을 느낀다. 쿠바 의사들의 존재 덕에 주기적인 병원 방문이 25% 줄어들기는 했지만, 환자들이 심각한 상태에 빠지면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 곳에서 환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거기에는 의사도, 의약품도 없다.

 Caracas 지역 Barrio Adentro 프로그램의 일부인 Gestión Ciudad 사업 책임자인 Gustavo Salas는 많은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유기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사업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심각한 정치적 논쟁이다. 그는 단언하기를 “주지사와 시장이 반대편인 주에서는 병원 개혁에 대한 저항과 사보타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병원 개혁과 수리는 아직 보건사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Barrio Adentro  사업의 주요 전략은 소규모 진료소, 소위 주변부 지역의 중심에 민중 진료소를 창출하는 것이다. Salas가 설명하기를, “병원은 이들 지역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동네 밑바닥에 존재하는 진료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로의 변화

 

 베네수엘라 의사들이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예방의학 개념에 반대하는 것의 상당 부분은 신자유주의 렌즈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대중을 재교육하는 것은 제약회사와 민간 의원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상충한다.

 Barrio Adentro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8백여 명의 베네수엘라 의사들로 구성된 조직인 보건위원회의 Diana Verdi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보건 시장을 통제하려는 의사들의 저항에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면, 더 이상 그들의 서비스는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상주 의사들이 가정 방문을 하는 동안, 수백 명의 보건위원회 자원 활동가들이 barrios를 순회하며 진료소의 오후 당직을 맡고 있다. “우리에게는 가족계획, 영양, 운동 등의 보건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지역사회 건설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주변부 barrios의 핵심 지역들의 경우, 보건사업이 좀더 잘 조직되어 있으며 동질적이다.  “볼리바르 혁명”의 성과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호기심 많은 방문자들의 안내를 맡은 자원 활동가들 중 한명인 Victor Navas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기 Barrio는 잘 다듬어진 Adentro예요”. 지역사회가 건설한 언덕의 덜 완성된 진료소와는 다르지만, 이 진료소는 공식적인 외관과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에 의해 건설되고 장비가 갖춰졌다.

 언덕으로 둘러싸인 안뜰의 가운데에는 일군의 장애인들이 모래를 채운 용기로 만들어진 중량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의사가 일주일에 세 차례씩 이 활동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 새로운 “운동선수”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성인 남녀와 아이들이 치과진료를 받기 위해 작은 줄을 이루고 있다. 두 소년의 어머니인 Maria Albaron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는 두 달 전 치과의사가 도착한 다음부터 치료를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치과 치료가 없었답니다. 다른 곳에서의 진료는 너무 비싸요.”  값싼 민간 진료라 해도 한 번에 약 2만 볼리바르(미화 10불)가 든다는 것이다.

 

* 세계 은행의 처방

 

 보다 심각한 문제는, 열악한 barrios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 11000명의 의사들이 모두 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보건 문제의 겨우 절반가량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임 고등교육 장관인 Héctor Navarro는 전국적으로 2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했다. 거의 70%에 가까운 인구가 기본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의학적 원조를 정당화하며 “우리는 지금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 문제는 국가가 채택한 경제개발 체계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석유 호황의 70년대에, 베네수엘라에는 소비 상품의 수입 논리가 팽배했다. 산업/기술 개발은 “안 해도 그만”인 것으로 여겨졌으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교육 수준 향상은 불필요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Navarro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세계은행의 관점은 국가가 기술 훈련에 사용해야만 했던 자원을 대학에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지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 부족의 결과, 단지 소수의 특권 계급 사람들만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현재 베네수엘라 의사들의 절대 다수는 당시의 산물이다.

 고등교육부는 대안의 하나로 단기간에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모형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공립대학의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Héctor Navarro는 약 3년 이상이면 수술과 응급조치 영역에서 1차 진료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상황은 훈련된 의사의 존재를 요구합니다. 만일 환자에게 응급 진료가 필요하고, 그 담당 의사가 6년의 훈련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면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처럼 그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것입니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분파들은 교육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avarro는 단언했다. “질의 이러한 개념은 실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며, 이 경우는 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질과 정의는 나란히 가는 것입니다. 정의 없이는 의료의 질도 없습니다.”

 또 다른 중단기 해결 방안은 Havana에 위치한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의 졸업생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학생 7천명 이상이 재학 중이다. 이들 중 첫 번째 그룹인 5백 명의 신규 의사들이 올해 말 베네수엘라에 돌아올 것이다. Navarro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새로운 의사들이 양성됨에 따라 우리는 쿠바 의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도움에 영원히 기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  Translated by Dawn Gable and Maria Paez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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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지기 소진증

나의 불치병...

 

소진된 호연지기를 주기적으로 보충하기 위해 (엄마 표현에 의하면) "들로 산으로" 쏘다녀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설날이 있던 주에 정말 거하게 놀다오긴 했으나, 호연지기와는 무관한 형태의 놀이였다는게 문제였던 듯.... 뭐 놀 때는 정신 못차리게 재밌었으나, 약효가 다르다는 것을 이제서야 절감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특히 겨울도 봄도 아닌 이 시즌은 나의 호연지기 소진증이 가장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때 아니던가. 아... 눈이 대충 덮혀 있던 2월의 계룡산에서 "sugar-free" 사탕을 까먹으며 배고픔과 추위에 떨던 해괴한(?) 기억, 3월 통영의 국제 음악제와 소매물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동먹고 거의 정신을 잃을 뻔한 기억..... 흑....

 

호연지기를 다시 충전하기 위해 내일은 찰즈 강가에 산책이라도 나가야겠다. 오래된 휴대폰 밧데리처럼 충전해도 약발이 얼마 안 가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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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걱정병....

지난 주 수욜이 엄마 생신이었다.

설 다음 날이라 오빠랑 새언니가 친정에서 설날을 쇠고(우리 집은 양력설) 집으로 왔단다. 이날 아침에는 거의 몇 달 만에 모처럼 집에 전화를 해서 착한 딸의 면모를 과시했다.

엄마는 맛난 것도 드시고, 함께 찜질방도 가서 재밌게 지냈다고 밝은 목소리를 들려주셨는데....

 

오늘 보내신 이메일을 보니... 뭐 그닥 좋지만은 아니셨던 거 같다.

찜질방에 갔는데(울 부모님, 오빠네 부부 + 7살/5살 조카들, 친척같은 이웃사촌 부부 + 초딩 두 명)..... 술을 좋아하시는 울 아버지. 찜질방 안에서 술 못마시게 한다고 단단히 삐치셨단다. 다시는 그런 데(!) 가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하셨다니 원....일년에 한 번 엄마 생신이라고 간 건데, 서비스다 생각하고 좀 참으시지.....

거기다 아이들의 친엄마들이 모두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울 엄마가 아이들 네 명을 쫓아다니며 건사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어서 너무 피곤하셨단다... 뭐 갓난 아기들도 아니고, 아빠들도 있는데 왜 울 엄마가?

 

상황이 어땠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지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울 엄마의 걱정병.....

몇 년 전 아빠가 편찮으셔서 입원을 준비하고 있을 때, 수속 중에 선배를 만났는데 아빠가 아닌 엄마를 환자로 착각한 일이 있었다. 너무너무 걱정을 많이 하셔서 얼굴이 까맣게 변하고 입술이 타들어가고..... 반면, 나는 수술 당일 밤 병실 빈 침대에서 지나치게 푹~ 자다가 아침 회진 도는 전공의 선배한테 야단을 맞았다. 아버지가 수술하셨는데 참으로 천하태평이라고... ㅜ.ㅜ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가 전공의 시절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내 몸 상태보다 이걸 어떻게하면 엄마에게 덜 충격적으로 전달할까 고민이 앞섰다. 작년에 귀 수술할 때도 마찬가지. 그 때는 아예 말을 하지 말고 그냥 혼자 몰래 입원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넘 처절하지 않은가..... 입원이니, 수술이니 입을 여는 순간부터 엄마가 걱정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울게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울 엄마의 근심걱정은 유명하여 내 친구들도 나의 수술 사실을 전해듣고 울 엄마 걱정을 했더랬다. 한 친구는 수술 당일 새벽에 월차를 내고 찾아왔는데, 나를 위로하러 온게 아니라 울 엄마랑 수술방 밖에서 같이 기다리려고 온 것이었다. (허나, 이 양반, 내 침대에 누워서 한 잠 늘어지게 자고, 결국 울 엄마 혼자 수술방 밖에서 전전긍긍했단다)

 

엄마는 나보구 어쩜 저렇게 성정이 고래심줄이냐고,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천하태평일 수가 있냐고 놀라시곤 한다. 내 생각에 가족들의 걱정 총량은 일정한 거 같다. 누군가 지나치게 근심걱정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책임감을 벗고 상대적으로 둔감해지는......

 

아이고... 불쌍한 울 엄마... 엄마가 그렇게 걱정근심하고 챙기고 거두지 않았으면 우리 식구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딸이 집 떠나 있는 2년 동안 얼마나 많은 밤들을 근심걱정으로 지새우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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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을 담은 연구

여기 와서 기기묘묘한 연구들을 많이 목격하다보니, (특히 방법론적으로 무척 현란하나 내용이 공허한) 좀 시큰둥해지고 있었는데, 최근 두 건의 초청강의는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미시간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David Williams가 와서 인종에 따른 건강 불평등에 대해 특강을 했다. 일단 강의를 참 잘 하더라. 적절한 자료 제시와 문제 제기, 분명한 표현과 심지어 좋은 목소리(^^)... 그 자신이 흑인이었는데,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그저 뛰어난 연구자의 방법론적으로 훌륭한 연구결과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뭐라 해야 할까... 깊은 이해와 통찰력, 그리고 공명....  본인은 별로 감정을 실어서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 상황을 무척이나 비분강개하며(항상 비분강개할 준비가 되어있다 ㅡ.ㅡ), 소수 인종의 건강 문제를 동일시할 수 있었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읽어가며, 미국사회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흑인들이 스스로 인종 이야기를 꺼내면 웬지(?) 다르게 느껴진다. 얼마전에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제이미 폭스가 수상자로 나와 "위대한 흑인 영화"를 만들어준 백인 감독에게 감사한다면서 말을 못 이루는 걸 보고 가슴이 짠하기도 했다. 이전 같으면 그저 관례적인 인사말이라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을텐데 말이다...

 

 



RWJ seminar series 에서 보스턴 대학 교수인 Deborah Belle을 초청하여 강의를 들었다. 저소득층 여성의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지가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지지, 사회 네트워크,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구들이 요즘 차고 넘쳐난다. 첨에 논문 제목을 보고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읽어보니 분위기가 영 다르다. 사회 네트워크, 사회적 지지가 건강에 보호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근데 누구에게나 다 그럴까? 이 할머니의 연구결과들은 저소득층 여성의 경우, 그들의 사회네트워크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텔레비젼 드라마에 나오듯,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오히려 이웃들과 알콩달콩하게 함께 도우며 사는 달동네 모습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난한 여성들(특히 미국은 어린 자녀가 있는 홀어머니의 문제가 심각하다. 빈곤층의 대부분이 이들)의 친구나 친적은 대개 똑같이 가난하거나 더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이들은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며 힘이 되기보다는 빈곤 여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그래서 많은 경우 그녀들 스스로가 이웃과 담을 쌓고 고립을 자초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결과이자 주변에서 많이 목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학술적으로 논증한 논문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내 학문이 짧아서일수도 있지만, 다른 연구자들도 다 그렇게 말 하더라). 하나같이 논문들은 친지와 친구가 많을수록 사회적 지지 수준이 높고, 이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 지지나 네트워크에 관한 논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문제를 개인과 가족에게로 책임지우려는 미국 사회의 반동적 성격 때문이란다. 그녀의 연구팀에 속해 있는 냉소적인 젊은 학자는 "사회적 지지"가 가장 돈이 덜 드는 처방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연구주제라고 이야기했단다. 국가에서 노동의 기회, 교육의 기회, 최소한의 사회보장 조치를 해주기보다는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알아서 지지해주고 재미나게 살아봐라... 이 할머니는 또 자신이 참가했던 심층면접 조사, 거기에서 자신이 배웠던 것- 중산층, 고학력, 백인 여성으로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던 경험들을 나즈막하게 털어놓았다. 또 최근 참가했던 전국 연구 위원회에서 모두다 우울증 유전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몹시도 암울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세미나 시리즈에는 원래사회역학 팀 스탭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펠로우들도 많이 참여해서 말들을 엄청 많이 하는데, 이 할머니가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연구 경험과 거기에서 배운 것들을 털어놓고 나니, 한 1분 가량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정말 숙연한 분위기....이런 경우는 첨이었다.

 

전문적 기술도 아니요, 동정과 연민도 아니요.. 연구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깊은 이해와 공감, 여기에서 비롯된 깊은 통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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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 6장

그저께 세미나를 하고 오니 어찌 그리도 피곤한지... 코도 막히고 머리도 띵하고 감기 기운이 있는 듯하여 기냥 자버렸다. 그랬더니....... 기억이 안 난다. 결국 논의된 내용이 아니라 각색된 내 생각을 올리게 되버렸네.

 

1.5장 Cross-national income inequality: how great is it and what can we learn from it?

 

- 3, 4장과 마찬가지로 소득 불평등의 국가간 격차를 비교하고 있음. (지니 계수와 십분위비를  사용). 그랬더니 미국이 군계일학으로 으뜸 불평등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지역에서는 형제국가 영국이 수위를 차지함

 

- 불평등이 심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부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이라도 절대 소득은 높다(크자 님의 표현을 빌자면 "미국 거지가 한국 거지보다 낫다" )은 것을 반증하기 위해 구매력 지수로 평가해보니, 미국 저소득층이 절대적 수준에서도 독일 등 유럽의 저소득층보다 못 사는 것으로 확인됨

 

- 3, 4, 5장이 비슷한 주장(trickle-down theory에 대한 반론)을 하기 위한 근거로 각기 조금씩 다른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지만, 4, 5장의  경우 방법론이 상당히 허술하여 딱히 근거로 삼기 어려울 듯. 특히 5장의 경우 각 국가의 개별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비교를 하고 있어서 직접 비교가 곤란함 (각 국가들마다 경기 순환의 주기가 달랐고, 사용한 정책이 달랐는데 이에 대한 고찰이 충분하지 못함).

 

2. 6장 Inequality as a basis for the U.S. emergence from the great stagnation

 

- 미국이 어떻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나, 기반과 그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 원대한 꿈을 가진 논문. 특히 이윤률과 관련시켜 경기 순환을 해석하려는 점은 돋보였으나.....개인적으로... 논문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

 

- 일단 이윤률 하락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대응을 정리한 대목이 상당히 허술. 이를테면 금융자본의 성장, 통화 정책, 산업구조의 재편과 대대적인 민영화,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전략, 그리고 군수산업의 과잉 해소를 가져온 제국주의 전쟁 등... 가능한 많은 설명 요인들이 빠져 있음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에 잘 정리되어 있던 내용). 또한 이러한 경제 위기, 그리고 위기 탈출이 보건의료 영역의 영리적 구조를 강화시켰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다는게 불만(!). 그래도 논문인데 간단한 숫자라도 갈쳐줘야, 어찌 된 건지 이해를 할 거 아녀...

 

- 반동적인 불황 탈출 전략이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것 또한 선언적 기술에 그치고 있음. 

 

- 원저도 아니요, 리뷰도 아니요, 정책 분석 논문도 아니요...정체 불명일세. 허나,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이것이 부적절한 기술이라는 것을 판단할 수는 있되, 그렇담 어떻게 "적절하게" 기술할지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직 정리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 경제, 정책 등 비전문 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이를 직접 분석에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동 연구가 필요함 ㅡ.ㅡ 손오공도 아닌데 어찌 수많은 타 전문 분야를 알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하려고 하다가는 결국 가랑이만 찢어지고 말 것이 분명...

 

3. 1부를 마치며...

 

- 딱히 지식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또 함께 읽은 논문이 모두 훌륭한 것들이라고도 할 수 없으나...

- 좀더 근본적인 건강결정요인으로서 macrosocial factor 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됨. 한국사회에 이런 류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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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불러내기 붐

* 이 글은 행인님의 [죽은 자들과 가까이 하지 마라...] 에 관련된 글입니다.

별게 다 붐이다.  

 

부시가 민영화를 골짜로 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반대가 장난이 아니다. 이걸 실행시키려면 상원에서의 지지,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당적을 초월한 지지가 정치적으로 꼭 필요한데 여태까지 단 한 명의 지지자도 찾지 못했단다. 어찌하면 지지자를 찾을 수 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샅샅이 뒤지던 중... 오홋. 쾌재라.... "Bush finds a backer in Moynihan, Who's not talking" (부시가 드뎌 모이니한이라는 후원자를 찾았는데, 그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름도 희안한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기반이 두터운 원로 정치인이자, 부시가 지난 1기 집권 때인 2001년 사회보장 프로그램 개혁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었고, 민영화 방향을 지지했다고 한다. 근데, 이 양반 2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ㅡ.ㅡ  부시와 그 각료들은 요즘에 신이 나서, 사회보장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양반 이름을 빼놓지 않고 들먹인단다. 허나.... 당시 위원회 회의록과 기록물들을 보면, 모이니한 이라는 할배가 부시의 방향에 전적으로 찬성했던 것은 아니란다. 유가족들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가족 모두가 민주당 지지자인데, 부시가 남편, 아버지 이름을 들먹이며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터지겠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또 옛 동료들도 모이니한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고 반론을 펴고는 있지만...... 어쩌랴...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것을.... 부시, 멍청해 보여도,  실제로는 곰의 탈을  쓴 여우다.  

 

 

근데, 이 놈의 사회보장 땜시 부시가 또다른 설화에 시달리고 있다. 흑인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부디 이 프로그램을 지지해주십사 부탁한 자리에서 진짜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다. 흑인들의 평균 수명이 짧으니, 사회보장 기금을 내도 백인보다 혜택을 덜 받게 되므로, 이걸 개인 구좌 중심으로 민영화시켜야 훨씬 득이 된다는 요지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어느 날 아침 튀어나온게 아니라, 지난 수년간 민영화론자들이 거듭 주창해온거란다. 폴 크루그만 (언젠가 molot은 이 아저씨도 "천천히 신자유주의자"일뿐이라고 비판했지만, 그래도 가끔 글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은 이거야 말로 정말 두배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팩트가 아닌 것을 이용했다는 것 하나, 두번째는 현존하는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노력은 못할 망정 그걸 가지고 민영화 논의에 이용해 먹었다는 점이다. 크루그만이 조리 있게 반박했듯, 흑인 남성의 평균 수명이 68.8세라는 것은, 흑인들이 평균적으로 이 나이에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출생시의 기대 여명이 이렇다는 뜻이다. 흑인의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은 아동기, 특히 영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영아 사망률은 거의 두 배).기대 여명은 "특정 시점까지 생존한다고 했을 때"를 가정하는 조건부 확률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65세가 된 흑인들이 평균 3.8년 사회보장 혜택을 받다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흑인 14.6년, 백인은 16.6년(그래도 백인이 길다)으로, 부시가 주장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뭐 계산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흑인들의 평균 수명 짧은 것을 가지고 흥정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흑인 지도자(아, 거슬리는 표현)들 모아놓고 말이다....

 

에구.. 속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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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픈 조카

효경이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울 엄마 표현에 의하면 김씨 집안의 유일한 인간인 효경이.... (아빠, 오빠, 언니, 나, 둘째 조카는 인간도 아니다 ㅜ.ㅜ )

 

어찌나 보고 싶은지...... 앞니 빠져 있을때 실컷 놀려줘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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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보고싶어.
나 초등학교 1학년 7반 됐어.
고모 사랑해.
고모 미국가서 같이 놀자.
나 이 2개 빠졌어.
윗니 2개 더 빠지면 밥알이 빠질것 같아.
고모는 지금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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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 영화제에 다녀와서...

오늘 Human Right Watch 국제 영화제가 보스턴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영화 [송환]을 비롯하야 5일에 걸쳐 12편의 영화들이 매일 한 두 차례 상영된다.

 

Boston Fine Art Museum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Born into brothel]을 보고 왔다. "brothel"은 홍등가, 집창촌... 영어사전을 보면 이보다 노골적으로 "매음굴"이라고 나온다. (영화를 보면 후자의 표현이 좀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 미국의 사진 작가는 수년간 그곳을 드나들며 사진을 가르쳐주었고, 아이들은 놀라운 재능을 보이며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의 "진실"을 찍어나간다. 그리고 또다른 다큐 작가는 이 과정들을 담담한(?) 화면에 담았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슴이 정말 답답했다. "내 인생에 과연 희망이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낮은 목소리, 엄마가 포주에게 불에 타 죽질 않나, 아빠는 하루 종일 마약을 태우며 눈이 게슴츠레 풀려 있질 않나, 친척들은 빨리 일 나가라고 어린 소녀를 재촉해대고.... 그래도 깔깔거리며 사진찍기를 재밌어하는 아이들, 사진을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쳐줬을 뿐 아니라 동분서주 그들을 학교에까지 보내주었던 백인 여성 사진작가......

 뭐가 그리 불편했던가. 이 사진작가한테 잘못이 있느냐? 그건 아니다. 이 작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 진심어린 애정과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이를테면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를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환경, 작은 희망, "착한 사람들"의 선량한 의지, 절대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접근 .... 시놉시스에 보면 사진이 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나와있는다. 아이들의 사진이 뉴욕에서 전시되고, 소더비 경매장에 나오고, 방송 인터뷰도 하고, 사진찍기 위해 멀리 여행을 가기도 하고...... 하지만 그 후 어떤 아이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해버리고, 어떤 아이는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학교를 자퇴해버리고, 또 어떤 아이는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 "그냥" 거기에서 살고 있다. 그럼 러브하우스에서처럼 어디서 장학금이라도 걷어다가 이 아이들을 모두 "구출"했어야 내 맘이 편할까? 그건 아니다. 아니면, 주민운동을 조직해서 근본적인 개혁 운동을 벌였어야? 이것도 아닌디...

 

영화는 중간중간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스틸화면으로 보여준다. 남루하기 그지없는, 하지만 색상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그 동네의 구석구석과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영화로 보는 우리에게는 이국적이고 생동감있지만(내셔널 지오그래픽스 류), 과연 저기 사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까? 

 

모르겠다. 서구인의 눈에 비친 지지리도 가난한 동방의 어느 나라 이야기라는 설정이 기분나쁜건지, 짐승만도 못하게 살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의 삶에 화가 나는 건지, 감동을 주는 영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아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이 어처구니 없는건지, 도대체 저 생지옥 같은 곳이 과연 바뀔 수 있기나 한건지 암울한 전망에 우울한 것인지.....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공영방송(PBS)에서 제작한 만화에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한다고 생 난리를 치는 학부모들의 아이, 이스라엘의 "targeted hit"에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아이, 새벽부터 술심부름을 하며 얇은 커튼 뒤에서 엄마가 "일"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아이... 모두 똑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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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The Impact of Inequality

 

리차드 윌킨슨의 신간이 출간되었음. 마지막 장이 "경제에서의 민주주의"인데,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Editorial Reviews
About the Author
Richard Wilkinson is Professor of Social Epidemiology at the University of Nottingham Medical School and visiting professor and Associate Director of the International Centre for Health and Society at University College London. He is the author of Unhealthy Societies, Mind the Gap, and Poverty and Progress.

Product Description:
Why does the United States, the richest country in the world, rank twenty-fifth in international life expectancy? Pioneering epidemiologist Richard Wilkinson demonstrates that inequality is socially corrosive and affects health because the quality of social relations is crucial to well-being. The poor health performance of the United States, its high rates of violence, and its low social capital all reflect how societal relations are strained to the breaking point by record levels of inequality.

In wealthy countries, health is not simply a matter of how material circumstances determine your quality of life and access to health care; it is how your social standing makes you feel. The Impact of Inequality explains why low social status—being devalued and looked down on—is so stressful and can have devastating effects on people's lives and communities. Comparing the United States with other market democracies and one state with another, this book shows why more unequal societies have poorer communal environments, and why the whole social spectrum suffers everything from higher levels of violence to more widespread depression.

The Impact of Inequality presents a radical theory of the psychosocial impact of class stratification, with particular emphasis on health and the quality of societal relations. It addresses people's experience of class and inequality and the pervasive sense that modern societies, despite material success, are social failures. At the same time, it shows that even small reductions in inequality matter, compelling us to pursue greater social and political equality to improve life for everyone.



2. Radicals in Power

 

브라질 노동자당의 최근 20년간 현장 민주주의의 실현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 이론과 주장이 아니라, 실제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술하고 있단다

 

 

Editorial Reviews

About the Author
Gianpaolo Baiocchi is Assistant Professor of Sociology, University of Pittsburgh.


Product Description:
Radicals in Power provides a rich and systematic account of the innovative redistributive democracy policies introduced in Brazil over the past 20 years by the Workers Party of Brazil (PT) at state level, in big city administrations, and medium-sized urban centers. Based on original field investigation, and with contributions both from scholars and active participants in the process, this volume provides a unique understanding of how a non-dogmatic leftwing political movement has instituted highly innovative experiments to involve ordinary citizens, especially the socially disadvantaged, in local policy choices and fiscal allocation decisions, as well as other experiments to achieve participation, social redistribution, and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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