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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중-열애중 2

혜정이 왔다. 마중나올 필요 없다며, 비디오는 주말에나 봐야지 어떻게 보냐고 해서 진은 그냥 집에서 기다렸다. 진의 집, 혜정이 고등학교에서 가까운 자신의 집을 지나쳐 중학교에 가기 전에 위치한 진의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니 처음 대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무척이나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던 걸 진은 슬며시 미소로 떠올리며 제 방 침대에 누워 잠시 쉬고 있었다. 안 가르쳐 줘도 혜정은 진의 집 주변을, 골목과 시장을 지나 비슷비슷한 지붕과 대문을 가진 단독주택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가운데서 익숙하게 찾아들어왔다. 진의 뒤를 밟기 전에 이미 동네에도 많이 와 본 듯한, 그러나 진은 짐짓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 한척 했다. 그 애의 쪽팔림을 모면하기 위해 흘리는 눈물이 무서웠다. 그 애와 이만큼 거리를 좁히는 것에도 힘들었던 6개월이었다.  도로아미타불로 만들 수는 없었다. 여름내 집에서 레즈비언과 관련된 책들을 읽다가 한낮에 훤히 드러낸 그 애의 목덜미를 보고 있는 것은 괴로웠다. 신장의 수치와 상관없이 균형잡힌 몸매를 갖고 있는 그 애는 옆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 키가 작다는 것을 얼른 알아채기 어려웠다. 8등신이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길고 가는 목은 8등신 미녀의 그것처럼 진의 눈길을 자꾸만 끌었다.

그 목덜미에 손가락을 대고 싶었다. 입술을 대고 빨아보고도 싶었다. 달콤한 맛이 느껴질까? 그 애의 가는 팔목, 작은 손아귀에 잡혀 애무를 받고 싶었다. 간지러울까? 따뜻할까? 한 품에 쏙 들어올 것 같은 어깨를 안고 눕고 싶었다. 그 애도 자신도 아무 생각 없이, 말도 하지 말고 그 피부 속에 얼굴을 묻고 느껴보고 싶었다. 그 무엇인가를.....어떤 종류의 그 감정과 감정을 분출시키는 그 촉감을. 진은 머리에 떠오르는 책에서 읽었던 그 여자들의 생각들, 성적 환상들, 판타지처럼 가면을 쓰고 다가온 남자와 정사를 하던 여자의 숨결과 표정에 취해갔다. 그 녀들, 그 녀들의 흔들리는 유방, 한 팔에 감길 것 같은 허리, 욱씬하고 느껴지는 저 깊은 곳에서의 달콤한 통증... 그런 류의 영상이 머릿 속을 떠도는 와중에 자꾸만 손이 허리 아래로 가려는 것을 진은 애써 저지하고 있었다. 혜정이 보고 싶었다.

 

약간 상기된 채 집안으로 들어온 혜정, 가방이며 짐들을 내려놓고 가뿐해 진 몸으로 식탁에 앉는다.  반쯤 담아준 카레에 밥을 비벼 먹는다. 그 노랗고 걸쭉한 것을 한 방울, 가슴 언저리 옷깃에 흘린다. 물티슈를 찾아 지워주려 했지만 잘 안 빠진다. 그 애의 봉긋한 가슴 위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손가락, 건반 위를 흝던 그 현란한 속도감을 그 녀의 가슴 위에선 완전히 까먹은 듯 느릿하기만 하다. 혜정은 얼굴을 붉힌다. 커피를 들고 방으로 자리를 옮겨 책장을 살펴본다. 그 애가 손을 뻗어 책장 아래칸에서 제 2 의 성을 빼어든다. 놀란 듯한 그 애의 옆얼굴.

 

" 좋아해 "

진은 혜정의 무릎꿇은 옆에 나란히 앉아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 책을? 아니 너를.

" 키스하고 싶어. "

정면으로 그 애의 얼굴을, 그 애의 눈을 들여다보며 진은 나지막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했다. 물빛 눈동자가 크게 벌어진다. 그 애의 대답. 같은 거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입술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 애의 입술이 조금 벌어졌던 입술이 꾹 다물어져있다. 눈을 떠보니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혜정.

'" 눈 감아...눈 감아봐..."

진은 그 애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보지 못 했지만 자신의 입술에 따라, 자신의 혀가 건들이는 데에 좇아 조금씩 벌어지는 그 애의 입술 속으로 잠겨들어갔다.

 

그 애의 목덜미, 그 애의 봉긋한 가슴, 그리고 그 애의 가랑이에 자신의 가랑이를 매듭만드는 첫 손질처럼 겹치면서 진은 두근두근 가슴속을 흔드는 격정에 힘이 겨웠다. 자신의 허리 아래, 그 애의 다리 사이 작은 애기무덤처럼 봉긋 솟아있는 클리토리스, 클리토리스가 키스를 한다. 귀엽고 어여쁜 두 아이들이 뽀뽀를 하듯 광속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세포분열처럼 온몸을 휘돌아치는 혈관이 피부를 뚫고 나올 것 같았다.

머릿속이 뻑 가는 듯, 생각을 문장이나 영상으로도 만들 수 없을 만큼 어지럽게 느껴지는 현깃증, 피아노건반 위에서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손, 손가락, 이보다 더 빠른 가속도를 느껴본 적 없었던 출렁이는 허리. 아래 쪽 외음부에서 진은 강하게 치오르는 오르가즘을 느꼈다. 진에게 자위같은 건 불필요한 연습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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