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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상

bar 는 작고 좁다랗다. 카운터 옆으로 내츄럴풍의 화장실이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장점이다. 이층엔 더 많은 테이블이 있다지만 예인은 올라가 본 적 없다.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본 적 없는 이층이 왠지 음흉해 보인다고 예인은 생각하며 땅값 비싼 동네에서 혼자 술 장사하기 힘들어. 야. 하면서 투정부리는 친구를 좋게 볼려고 애썼다.

" 우리가 친했나요? "

" 말 놓지. "

" 선배, 웃겨. 내가 먼저 말 놓으라고 해야 하는 거였는데? "

" 내 맘대로 놓아서 화나면 너도 놓으라구. 대학때 한두학번 차이가 뭐 대수라고. "

" 하긴 나이로 치면 내가 더 빠르지 않나? 선배,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지? "

" 사주 보니..."

예인은 어쨌든 서류를 검토하게 되는 사장 입장이었다. 당연 선배의 나이를 알고 있었다. 한살 연하였다. 황당하게시리...그럼 그녀하고는 어떻게 되는 거냐....예인은 연상연하커플이네. 하고 혼자 웃고 말았다. 어쩐지 선배가 맨날 잡혀있는 것 같더라니. 하면서. 질투와 시샘으로 스무살의 연정을 끌고 가기에 우리들의 사십대는 너무 무겁다.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도. 결혼하여 가정사에 지친 그녀가 열정을 잃고 있기 때문일까. 여전히 싱글이 선배도, 예인도 새삼 연애를 하기엔 뭔가 홀가분하지 않은 것이다. 왜...

" 유 선생님, 시나리오 작업하시는 거 귀찮아하셔. "

선배는 뜽금없이 말한다. 아니, 아까 하다 만 얘기인가 보다.

" 그래? "

예인은 더 해 보라는 듯 가볍게 받으면서 병맥주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병도 작은데 따라 먹긴 좀 우습구만. 우리 선배, 갈수록 멋대가리 없어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예인은 떠올리고 있었다.

" 혜정...이 작가한테 소설 넘기시면서 작업해달라고 하셨어. "

" 그래? 언제부터? 촬영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쟎아. 대본 다 된 거 저번에 확인했는데? "

" 반년 전부터. "

예인은 어이가 없다. 이런 걸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하는 거다.

" 그럼 울회사랑 계약하기 전부터 작업하고 있었다는 거 아냐? 왜 말 안했어. 누가 유 선생님 각본 아니면 안 찍을까봐? 유선생님 그렇게 인지도 없어. 특히 영화판에선. 아님 조금이라도 작가료 더 받을라구? 이작가님, 유선생님하구 그정도로 세밀한 각본 짜긴 그림이 좀 안 나오는데... "

선배는 맥주잔을 안 비운다. 심각한 상황인가, 지금이...예인은 주

 

 

선배가 작가들을 싫어한다는 걸 예인은 처음 알았다. 그럼 여지껏 드라마는 어떻게 찍었나...

" 유선생님, 혜정이 고등학교때 선생님이야. 담임도 했던...국어선생. "

" 그래요? 대단한 인연이네? 고교시절 선생님이랑 지금까지? "

" 유선생님이 문단 데뷔해서 알게 된거야. 것도 한참 뒤에. "

" 그렇구나. 근데 왜 선배는 불만스러워 보이지? "

그렇다. 불만스러워보인다. 선배는 유현경 선생의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에 처음부터 반대였다. 작품에 대해 실컷 토론 다 해놓고 막상 영화화한다니깐.

"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 "

" 무슨 소리야. 선배. 당근 각본 새로 짜지. 편집 감독도 붙고. 지금껏 소설..."

" 유선생, 그딴 거 안 해. "

" 선배? "

예인은 감독이 작가들 인맥 많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선배가 누군가를 그토록 싫어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 왜 그래? "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그 여자를 싫어할까. 이혜정의 고등학교때 선생이라서? 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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