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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31
    습작 - 그녀의 일상
    외딴방
  2. 2011/07/21
    둘째의 고견(1)
    외딴방
  3. 2011/07/21
    습작 - 그녀의 일상
    외딴방

습작 - 그녀의 일상

" 혜정아 ! "

 

뚝 끊어진 전화에 열이 확 뻗친다.

안 그래도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스마트폰이 터치가 잘 안되어 신경 곤두서는구만, 이 여자가 말을 하다 말고 끊고는 받지 않는다. 지 맘대로 하겠다고. 아니, 저의 뜻과 다른 것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며 상의는 커녕 통지도 않고 갔다. 양평으로. 나는 가련다. 하면서.

어찌 그러한가.

저와 함께 하지 못 하고 혹은 안하는 벗들을 두고 새로이 이웃을 만들어 지내겠다 하면서.

아이들에겐 작은 학교가 모든 것을 챙겨줄 터이니 저는 그 옆에서 손을 거들겠다 하면서.

더 이상 화내지 않으리. 바라지 않고 원망하지도 않으리니 당신들이 내게 마음 둘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면서.

 

" 혜정."

 

그녀를 안고 사랑한다 속삭였지만, 말 뿐 행동이 따르지 않으니 그녀는 배시시 웃고 만다.

그녀의 오르가즘에 동참하고 열을 받아주었지만, 짧은 쾌락이 그녀를 오래 웃게 하진 못하니.

그녀가 녹음을 보고 싶어하는 구나.

들풀 우거진 땅을 밟고 싶어하고 바람 속에 서  있고자 하며

정갈한 식탁과 테라스가 있는 집을 갖고 싶어하나 무엇으로 소원을 들어줄 것인가.

사람을 싫어하니 다만 도시가 싫다 하는 것으로 가려 덮고

경쟁이 싫다하면서 작은 학교에 기대어 숨어 살자 하면서

아이들을, 아이들만, 아직 저의 품 안에 자식이려니 팔을 안으로 굽히고

홀로 지키는 토굴 앞의 괭이처럼 눈짓을 하더니

휙 들어가버린다.

제가 나고 자란 도시를 버리고.

도시 속에 옭죄인 벗들은 그냥 두고

나는 가려니...

 

" 경기도야. "

 

그녀는 언제나처럼 시니컬하게 입술끝을 씹듯 말아올리며 말했다.

 

" 언제라도 턴 할 수 있는. "

 

그녀는 싱긋 웃으며 건너다 본다.

 

" 이 봉우리도 아닌 갑다. 싶으면 금방 돌아올꺼야. 쉽쟎아. 가기보다 오기는 더. "

 

그녀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묻지 않기에.

 

" 너는 할 일이 있지? 여기서. "

 

6개월 전엔 그리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서도 네가 할 일이 있을꺼야. 라고 말했으나.

 

" 함께 일하기로 했쟎아. "

 

힘없이, 절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봤으나 그녀는 에이. 하고 만다. 우문에 답을 하면 서로 우스워진다며.

 

" 나중에 내가 일할 자리가 생기면 그때 돌아올께. "

 

그녀에게 트릭을 썼으나 그녀는 알고 들어온 것이니, 이제 그만 나가겠다 하면서 나중에 정말로 우리가 함께 할 만 하면 그때...

전에는 그러지 않았었던 그녀가.

 

- 우리가 함께 의논해서 !

- 네가 단체에 들어온다면...

- 여기...남아서...지역에서 우리가 조직을 만들어.

 

그녀는 십년 전에는 그렇게 말했었다. 연단에서의 구호소리보다 더 크게 울릴 것같은 눈동자로.

그 깊은 안쪽에 눈물을 가득 담고, 공장 거리에 남자고. 함께 조직을 만들자고. 같은 단체에 들어가자고.

그리 할 수 없다 하는 동지에게 더 말 하지 않고 등 돌려 가는 뒷모습을 그냥 바라보면서 혼자 십년 세월을 보냈다.

곁을 맴도는 강아지처럼 아이들이 크는데 따라 이런저런 상담을 해오고 이런저런 일정들을 만들어오고 가찹든 멀든 훌쩍 와서 차 한 잔, 술 한 잔을 청하던 그녀가.

지친 어깨, 허망한 시선을 멀리 두면서 제가 가장 편한 곳으로 그냥 혼자 가겠다 한다.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며.

 

" 낯선 곳에서 뭘 해? 외로울꺼야. "

 

그녀는 무슨 소리냐는 듯, 건너다 보더니 피식 웃는다. 익숙한 이곳에서도 저는 늘 외롭다며.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그저 들판을 바라보기 위해 가는 것 뿐이라며. 재개발구역의 창을 내다보기는 무안하다며.

한 번 쯤은 제 하고픈대로 해도 되는거 아니냐며. 그도 못 하면 인생이 저물어 회환만이 남을 것이니.

아이들과 함께 나무 아래 있고 싶다 한다.

 

" 혜정아 ! "

 

" 네게 테라스를 공유하자 한다한들 ! "

 

그녀는 전화를 끊기 전, 힘주어 한마디로 쏘아붙였다.

 

" 너는 들어올 생각이 없쟎아 ! "

 

그녀가 하지 않은 한마디가 남아 울린다.

십년 전에도, 지금도 !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결혼한다 하였고 그녀를 아는 모두가 당황해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보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활동, 과거, 현재 그리고 결혼. 이어지지 않았고 그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날, 그녀의 동갑내기 친구가 말했다.

 

" 너 때문이었어. "

" 뭐? "

" 네가 결혼해서 아이와 가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

" 그게 무슨...바보같은 소리야..."

" 너와 공통의 화제를 갖기 위해서였어. 실제로 결혼 이후 다시 만나서 잘 지내오고 있쟎아. "

 

그런 여자였다. 제가 집착하는 것에 모든 것을 경사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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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고견

엄마가 딸들에게 말한다.

" 너는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것 같니? 그리고 엄마는 엄마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 같니? "

 

여덟살.

" 음...나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같애. 엄마는 못 하는 것 같애. "

 

기대했던 대답이 나오자 반색하며 엄마.

" 그래 ! 그러니까 네가 어떻게 해야 하겠어 ? "

 

가만있는 여덟살, 뒤에서 따라오던 여섯살.

"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해. "

 

오옷 !!!!!

역쉬 둘째는 천재가 틀림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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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그녀의 일상

어여쁜 그녀.

안고 싶어. 안고 싶어.

오지 말까? 하길래 오지 말라 했더니 진짜 안 온다. 아니, 전화 한 통 없다.

하루 기다려보고 이틀째 아침, 전화 했다. 그녀 없이 맞는 사무실의 아침. 정말 재미 없다.

말단신입사원 흉내를 내면서 아침마다 커피를 타 주는 걸, 거리낌 없이 받아 먹다가 홀로, 멍청히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니 슬슬 열 받는다. 이 여자는 왜 틈만 나면 꼬리를 감추나...

아이들이 방학을 했으니 천상 집에 붙잡혀있을 수 밖에, 아니 어쨌든 집에 머물러있을 터인데 통화 중의 대답이 영, 시원챦다. 예, 아니오로 끊어지는 콜드 스피치는 아니더라도 대답이 짧다. 그리고 기다린다. 뭔가 더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듯이.

 

" ...그랬어. "

" 응, 그렇구나. 하하하. 그때부터도 게임에 빠져있었어. 조합원들과 친하려고 스타크래프트 한다더니 ! 하하하. "

 

그래도...이혼했다는데, 그렇게  크게 웃을 일은 아닌것 같은데. 이 여자가 주변에서 실패한 결혼 사례를 많이 보더니?

 

" 불임이 평균 십프로이고, 이혼율도 십프로이고, 한부모가정이나 재혼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등 하면 소위 정상가정의 프로테지는 더 떨어질 것 같은데? "

" 아? 정상...? "

" 그래, 노멀한,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여타의 다양한 소수자들을 비정상이라고 밀어내는 사람들. 그들의 자기방어적인 레테르. "

 

그녀는 말을 길게 하기 싫은 듯, 얼버무리지도 않고 뚝 끊었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다른 화제를 꺼낼꺼냐는 듯. 용건이 있는 건 아닌거지? 하면서.

 

" 왜? "

" 아, 나 나가야 해. 시간 약속이 되어 있어. "

" 그래? 그럼 나중에... "

" 까칠 아줌마라, 늦으면 눈치보여. "

" 하하. 까칠아줌마? 알았어. 그럼 끊어. "

 

오후 늦게 문자가 왔다.

 

' 반론의 근거가 겨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쟎아. 라고 말하는 상대. 계속적인 대화상대가 되지 못 해. '

 

조금 있다 또 문자가 왔다.

 

' 연락 바랍니다. '

 

흠...이건 그녀의 외화가 아닌데.

아니나다를까 짦은 문자가 연달아 온다. 질문.

그녀는 몇 번인가 회의 중이라는 문자를 받으면서 통화연결에 실패한 이후, 직접 전화거는 걸 자제했다. 그리고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잘 못 찍으면서. 미싱도, 바느질도 그렇게 들여다보면서 손가락 놀리고있으면 협심증이 생기는 것 같다고. 그녀는 어린시절, 테트리스도 잘 못 해서 오락에는 당췌 흥미를 붙이지 못 했다고...대체로 그 손으로 빨리 할 수 있는 건 자판 두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게지. 후.

 

전화 걸었다. 편하고 즐겁게 받는다. 앞에 둔 듯 수다를 떨지만 그래도 되는 상황인지 파악을 못 해서 불안해하며 빠르게 지껄인다. 영화 보러 가자고. 요지는 그것인데 가능한 날짜를 찾아 한참을 말 주고 받다가 결국 못 가겠다고 대답했다.

 

" 그래, 그럼 다음에 가지, 뭐. "

 

그리고 곧 통화를 끊었다. 빨리 포기해 주고, 별 중요한 거 아니니 상관 없다는 듯이 다른 화제를 꺼내고 그렇게 상처받지 않은 양을 다 못 해서 어색하게 전화통화를 종료하는 것이다. 그녀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녀와 외출하기 위해 무리를 할 수는. 아이들을 두고 밤에 나올 수도. 일에 매여 있는 몸을 빼낼 다른 시간대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그녀가 집에 있는 오전시간을 찝어서 알바하라고 꼬셔서 사무실로 불렀겠는가...

 

오지않게 된 방학 이후의 오전 시간, 그녀도 나름대로 바빴다고 한다.

방학식을 하는 둘째네 반에 과자보따리를 만들어주느라 아침부터 일했다고, 반대표를 하는 다른 엄마들이랑.

방학한 첫날에는 즐겁고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문화센터에 접수하러 가느라 바빴다고, 땡볕에. 전업주부로서 본분을 다하여 유능한 엄마가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까칠엄마랑 손잡고.

의외로 엄마들과 잘 지내고 있는 듯.

그, 깊이 없는 사교생활 속에서 그녀는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주의할 점은 오직,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한 마디 더 하는 것만 자제하면 된다고. 그래서 결국 마음 차지 못 하여 냉소 뒤의 외로움을 절감할 수 밖에 없지만. 그녀는 니도 내게 다르지 않다. 하는 듯 말을 끊고 돌아선다. 단지...영화보러 갈 시간을 못 냈을 뿐인데.

그래도 캠핑은 같이 갈 껀데. 그녀가 남편은 못 온다 하였고 또 부르고 싶지도 않다 하였으니. 어쩌면...

아이들을 한 텐트에 몰아넣고 다른 텐트에서 그녀와 술을 마시게 될 지도. 그녀는 술을 원하나 또 다른 것도 하게 될 지도 모르지. 어여쁜 그녀를 안고 싶은 자가 대작을 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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