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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7
    혜정의 모놀로그
    외딴방
  2. 2013/03/07
    데믈랭의 모놀로그
    외딴방

혜정의 모놀로그

당신의 앞에 오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만 노년의 자유를 갖고 싶다. 늙고 싶다, 빠르게. 더욱 빠르게.

 

- 퇴임하고 싶은 갈망의 오후

 

당신이 보이고 또 가르친대로 살기 위해 애써왔다. 밀어내진 채의 가슴에 식은 열정을 안고.

아무 소득없이 빈 손으로 돌아왔다.

가슴은 식은 열정 마저 없이 텅 비었다.

빈 껍데기의 골뱅이처럼 당신의 무릎 아래 꿇어앉는다. 발끝으로 꾹꾹 누르다가 이윽고 손을 내밀어 내

단단한 껍질을 벗겨주길... 나는 언제나 속을 털어 내보일 준비가 되어있다.

손가락을 밀어넣어보라 나는 반대편의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당신의 손가락을 보게 할 것이다.

당신이 보이고 또 가르치는 대로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당신의 피그마리온,

하지만 숨을 불어넣진 말아주길, 다시한번 삶을 살아낼 자신은 없으니.

 

마흔, 마흔 하나, 마흔 둘, 마흔 셋, 마흔 넷, 마흔 다섯! 사사오입으로 오십. 다시 사사오입하여 백.

이제 생의 뒤켠에서 있고 싶다.

무릎 관절염이 도져요, 선생님. 당신이 옆에서 늙고 싶다는 게 내 유일한 소망이에요.

 

당신의 앞으로 돌아오기 위해 살아왔다.

이젠 함께 죽고 싶다. 죽은 듯이 살터이니 제발, 밀어내지 말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번엔 진짜로 죽어버릴테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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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믈랭의 모놀로그

그가 나를 죽였다. 지금까지 숱하게 보아왔다. 나의 사랑하는 그가 위령의 손을 든 6월 이후 잘려진 머리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군중을 향해 내보여지는 것을. 공포로 확장된 동공에서 흐르는 피는 희고 가는 손가락 사이로 뚝뚝 떨어졌다. 죽은 자의 공포는 죽이는 자들을 향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9월의 학살은 복수의 칼을 가는 죄수들을 향해 행해졌다. 그들이 외적을 불러들였다! 조국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는 더욱 대담해져야 한다!! 크고 퉁퉁한 얼굴의 집정관이 부르짖었고 나의 사랑하는 그도 동의했다. 마르고 피삽한 얼굴로 그의 왼편에 서 있던 벗의 죽음에 의해 그것은 더욱 합당함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아는가 나의 벗 나의 사랑하는 친우여, 그대의 순결한 영혼이 또한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대의 죽음을 보고 있다. 제발 그 전에 나를 죽여주길!

 

- 데믈랭, 1793년 4월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단두대로 보내지다. 이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같은 곳에서 까미유의 루이루그랑 학원시절의 동급생이었던 그, 나의 막심은 재판도 없이 처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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