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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5
    심리묘사
    외딴방
  2. 2013/03/05
    심리묘사 2
    외딴방
  3. 2013/03/05
    심리묘사
    외딴방

심리묘사

윤은 아까부터 열람실의 6인용 탁자와 개가식 서고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한 남자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춘삼월에 털달린 외투를 입은 채 시야를 가리며 지나가더니 좀 있다 다시 와서 건너 탁자 위로 책 몇 권을 더 쌓았다. 베이지색 파카의 소맷부리엔 800이라 쓰여있는 것이 돈푼 들었음직한 거위털 파카였고 좁은 어깨 위로 풍성한 토끼털이 늘어져있어선지  흡사 여자들이 래빗 퍼 패딩을 입고 도심을 오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윤이 그나마 착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신학대에 들어있는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원생들이고 사제복을 입은 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경건 그 자체인 예배당에 고행과 구도의 수도원을 믹스해놓은 듯한 이  성스러운 면학의 공간 속에서 토끼털 파카의 남자는 왠지 무척 어설퍼보였다. 부드러워 보이는 갈색머리칼이 하얀 이마 위에 흘러내리는 데도 두 손 가득히 무거운 책들을 들어나르고 있는 남자에겐 주변의 공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힘겨운 듯 가끔 얇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것도 탁자 위에 쌓아놓은 책 뒤로 고개를 숙인 채 가벼운 날숨처럼 살짝 쉬고는 곧 두 눈을 들어 주변을 무심한 척 한 번 둘러보는 것이었다. 뭔가 자신이 실수를 해서 주의를 끄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우나 새학기를 막 시작한 여기서 낯익은 자는 없을테지하는  안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윤은 저도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이상한 오버랩은. 많아야 스물 한두살이나 되어보이는 남자의 감출 수 없는 온순함이 애써 만들고 있는 무표정 속에서도 느껴졌다. 대부분 검정 양장본의 전집도서들 옆에 얌전히 올려져 있는 제본노트와 만년필을 보면서는 더욱 학자연하는 태도로 앳된 이미지를 감해보려는 새내기들의 치기가 느껴져 속으로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칠년 전 시골에서 올라온 첫해, 고아였던 자신을 거둬주신 신부님의 추천서 한 장을 들고 입학한 신학대학의 장엄함에 눌려 몇 개월을 허둥지둥하며 보냈던 때가 생각나자 더욱 웅숭깊은 미소가 배어져나왔다. 학부의 신입생이야, 저건. 독실한 중산층 가정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다가 이제 처음으로 진지하게 인생을 독대하게 되니 아주 기가 질린 게지. 뭘 저리 많은 책을 쌓아놓나. 윤은 남자가 책더미 뒤에 숨듯이 고개를 박고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것을 무슨 진풍경이라도 되는 듯 구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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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묘사 2

형순의 고향은 경상도 하고도 낙동강 이남의 두메산골이었다. 경사 45도로 비탈진 땅 위의 문설주는 왼쪽이 오른쪽에 비해 반토막으로 짧았다. 딸 많은 집안의 둘째였던 당신에게 한번도 입성 발릴 새 옷 하나 걸리지 않았던 것에 옹이지듯 한이 남았던가, 맏아들에 쏟는 정성만큼 둘째인 딸에게 드는 편역도 보통 아니었다. 그에 비해 철딱서니 없고 이기적이기만 한 막내아들에겐 미처 신경을 쓰지 못 했다. 아니 아마도 그것은 모질고 패악스러운 남자에게 함부로 넘어뜨려진 자신의 위로 몸을 엎디어 준 것이 오직 이 여리고 작은 딸아이였기 때문이겠지...순하고 유약한 오래비와 아직 어리고 세상분간을 못 하는 남동생을 차마 비난도 못 하고 둘째는 늘 엄마의 앞을 막아서며 아비의 손찌검을 대신 받곤 하였다. 그 보들한 뺨에 붉게 도드라지는 핏줄기를 목도하고선 더이상 널부러져있을 수가 없었다. 형순은 더욱 표독스러이 입술끝으로 저주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고 정신을 놓았다.

그때문일까, 형순은 딸이 둘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한 번 두 번 병원을 내왕하고 검사도 받고 수술도 하였으나 차도가 없었다. 남편은 그제서야 혼이 나간 듯 두 눈을 희번득 거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형순은 그의 불안과 초조를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았다. 남편은 혼자 남겨질 것이 두려운 것이다. 입 속으로 웅얼거리듯 불평을 끊이지 않으나 분명히 힘을 다하여 제 허리를 부축해주는 남편의 손길을 느끼면서 형순은 한이불을 덮은 지 오십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우위에 서게 되었음을 자각하였다. 속을 끓이다 무심코 욕지기를 내고 마는 아비에게 딸은 그 어느때보다 더 표독스럽게 질타하였다. 당신이 내 엄마를 이리 만든 것이다라며, 형순은 그 말이 과하다 생각했으나 침묵했다. 남편은 두려움에 눌린 눈으로 딸과 아내를 둘러보며 입술을 옴짝거릴 뿐 말을 만들지 못 했다. 벌써 삼년이 넘어섰다. 이 새로운 구도에 형순은 휠체어에 기댄 채 속으로 고솜함을 삼키고 있다. 때로 허리의 통증은 심해지기도 하여 문 안에서의 생활을 며칠씩 길게 늘이기도 하였다. 바깥바람을 쏘이지 못 한채 어깃거리며 일상을 영위하다 보니 감기도 자주 걸렸다. 남편은 우울한 낯빛을 몇 달간 계속하더니 우리에게 돌아갈 고향도, 선산도 없으니 하고 우물거리며 공원묘지를 사 두는 게 어떻겠나 말을 내었다. 형순은 맘대로 하라 하였다. 그러고도 한참을 이리저리 묻기만 하더니 어느 햇살 바른 날 형순이 그럼 구경이나 해 보자,  미리 준비해두면 맘이야 편할 테지하고 쫓아오는 눈빛에 답을 해주니 바로 채비를 하고 나서 납골당 답사를 다녀왔다.

본시 저런 위인이니, 형순은 속으로 혀를 차며 남편의 공원묘지 구입에 힘을 실어준 후 보이는 대로 권하는 대로 다 좋다 하였다. 그런데도 달포를 두고 이리재고 저리재는 남편에게 하마 아무따나 싼 걸로 하나 사두고 말어라고 내뱉듯 말했다. 순간 분기를 참지 못 하고 또 달려들 듯 하였으나 남편은 차마 손을 올리지 못 하고 팽하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는 아비를 보며 이리저리 밀담을 나누는 듯 하더니 딸이 저만치 아비를 남겨두고 다가와 형순에게 웃어보였다.

 

" 엄마 좋아하는 볕 바르고 바람 잘 드는 곳으로 정하였어. 나중에 우리 딸들도 소풍 오듯 와서 놀다갈 수 있을테야. 돈이야 좀 들지만, 어차피 엄마아빠 고생해서 모은 돈인데 남길 게 뭐 있어, 저기가 아주 풍광도 좋지 뭐야. "

 

형순은 괜시리 눈물이 맺혔다. 딸의 딸들은 어찌나 작고 어여쁜가, 형순이 서울살이 첫해에 행상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맹물로 목만 축이고 있을 때 저 둘째는 품에 안긴 채 젖배를 곯았었다. 그래 저리 키도 안 크고 매사에 힘아리가 없는게지, 그저 눈만 크게 뜨며 앙칼지게 대어들 줄이나 알았지...형순은 딸의 손을 잡고 속삭이듯 말을 뇌었다.

 

" 내가 니게 부탁 하나 하자. "

" 응, 뭐? "

 

딸은 몇 시간을 헤매이고 있는 공원묘지 안에 아늑한 자리를 골라 어미를 앉히고 곁을 지키며 애잔하게 되물었다.

 

"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해서...내 부모가 묻힌 산자락에 뿌려다고..."

"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여기를 선산 삼자고 사고 있는데. "

" 나는 니 애비 옆은 싫다...내가 나고 자란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

 

별로 오래지 않아 딸은 나직히 뇌이듯 대답해 주었다.

 

" 걱정 마셔, 엄마 원대로 해 드릴 터이니. 나도 외갓집이 좋아. "

 

그리곤 빙긋 웃으며 뒤미쳤다.

 

" 저거 샀다가도 나중에 오빠가 받아안게 되면 아무때고 되팔 수 있어. 아님 아빠만 저기 두고 가지, 뭐.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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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묘사

재준은 짧고 굵은 손가락을 펼쳐 새로 산 중절모의 양옆을 쓸어내렸다. 먼지 하나 없었지만 정성스레 폭좁은 챙을 빙 둘러 모양을 다시 잡아보기도 했다. 검정빛 펠트의 감촉은 우단처럼 부드럽다. 하여 십수년 전에 구입했으나 아직도 충분히 태깔 좋고 뜨슷하며 품위있어 보이는 갈색 무스탕 위에 점잖게 어울려든다. 비록 공들여 빗어넘겨도 한 올 한 올 셀듯이 솎아지고 있는 염색한 검은 머리카락 사이 사이를 가려보고자 쓰기 시작한 것이나, 재준은 흡족하다. 돈 값을 하는 게지, 자신은 70 평생에 비로소 동리의 있는 집 자식같은 테를 내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궐처럼 넓은 마루를 열 걸음이나 걸어나가 현관에 다다른다. 전날 닦아놓은 검정색 에나멜 구두가 현관 위에도 달아놓은 삼파장 전구의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하다. 조심스레 발을 넣고 기다란 구두주걱을 사용해 뒤꿈치에 흠이 잡히지 않는 지 살핀다. 삼십년 전 빚을 지고 사들인 후 오년 뒤에 입주하면서 새로 깔아놓은 현관 바닥의 붉은 타일은 역시 훌륭한 선택이었다. 재준은 왕처럼 어깨를 펴고 대문을 나섰다.

차에 시동을 걸고 한참을 기다려도 여편네가 나오질 않는다. 연거푸 내 쉰 한숨이 십수번은 되었음직한데 말이다. 재준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두번쯤 내다가 결국 소리를 내고 만다. 허 참, 뭐 하느라 아직도 꾸물거린단 말이가! 이어 평소 맘에 차지 않았던 지집이며 자슥새키들의 행동거지들이 기억에 솟구치며 동시에 입으로도 내뱉어진다. 이리 중요한 일을 하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종자들인가 말이다! 아침 열시에는 출발해야 점심 전에 대인다고 몇 번을 떠들었는데! 재준은 더 무슨 말로 제 속을 쏟아내며 분을 참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 했다. 쉴 새 없이 주절거리며 운전석에 앉았다가 도로 나왔다가 차문을 열고 또 다시 닫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종자들을 한 구디기에 쓸어넣고 확 불을 싸 질러버릴라...고 또 내뱉고 있는데 처와 자식들이 지척지척 다가오고 있었다. 승질 드러운 딸년이 들었으면 또 한 마디 할까 싶어 재준은 얼른 입을 다문다. 삼년 전 아내가 혼자서는 걷지 못 하는 몸이 된 이후 재준은 딸년의 비난과 공격적인 언사에 입술 끝만 다실 뿐 제대로 받아치질 못 하고 있었다. 오늘도 친정아비의 부름에 제 집의 일들을 미뤄놓고 달려온 것은 큰 아들도 작은 아들도 아닌 저 딸이었다. 와서는 오빠도 채근을 하고 아픈 어미에게도 차로 가니 바람 쏘일 겸 같이 가자 권하였다. 재준으로서는 맘에 차는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내는 이 몸을 끌고 어델 간다고 안 갈라요. 하고 얼굴을 돌리곤 했다. 허나 지 죽을 자린데, 아니 지나 내나 죽으면 들어가 누울 자리를 보러 가는 건데 어찌 안 본다 말인가. 재준은 항시 그니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했다. 장사를 시작할 때도, 집을 살 때도 자식들을 이울때도 셋집에 들어올 오십의 날품팔이 노무자를 만나고 와서도 재준은 아내에게 어찌하면 좋겠는가를 묻곤 했었다. 그리고 제 마음이 기울고 있던 대로 답을 해주면 자신있게, 한구석 불안감을 집어 안된다 하면 왜 안 되냐구 되물으며 화를 내다가도 결국 아내의 뜻대로 끌려가곤 했다. 그후에 잘되면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 하였고 삐끄러지면 그리 조언한 아내에게 탓을 하니 그럭저럭 제 속은 편했다. 허니 오늘 이 중요한 결정에 아내의 동참은 꼭 필요했다. 그걸 알고 거들어주는 딸이 속으론 맘에 찼다. 비록 저나 내나 서로를 칭찬하는 적은 없었지만서도 말이다.

 

차는 씽씽 내달렸다. 엊그제 카센타를 가서 이것저것 손을 보고 새로 기름도 꽉 채워놓았다. 돈을 들이니 역시, 십년 넘어 탄 차가 평소엔 삭은 쭈구렁탱이마냥 쉭쉭 거렸는데 오늘은 열아홉 처녀 모냥 착착 감겨든다. 재준은 흥이 난다. 공원묘지이니 구경할 겸 가는게지 하였으나 딸자식은 제 오래비와 틀려 벌써 가족추모공원을 소개하는 안내문이며 지도 속에 표시된 구역들과 납골당의 가격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얼라들마냥 제 어미가 건네주는 빵이나 씹어먹으며 헤실거리고 있는 맏자식을 보자니 울화가 치밀지만 말해 무엇하리, 재준은 니 보기에 어떠냐? 이쪽 방면 공원묘지가 괜찮겠나? 하고 조수석에 앉은 딸에게 물었다. 경기도라지만 서울에서 가깝고 시설도 좋고 풍수로도 이름났다고 하더라는 딸은 이미 인터넷으로 한바꾸 검색해보고 온 듯 하였다. 어릴적에는 그저 대들기만 하더니 결혼하여 지 살림을 꾸리고 나선 제법 세상을 안다는 듯 아비에게 들어내버리기 어려운 충고도 하며 마뜩하니 의논상대가 되어주었다. 재준은 어쨌든 맏이와 딸과 아내가 함께 가게 된 오늘 납골당 가는길이 맘에 찼다.

 

공원문을 들어서고도 한참 걸려 지난 번에 보아둔 묘역에 다다랐다. 재준은 이 자리하고...또 저쪽 구역의 32위 봉안묘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걸어갈 만한 위치에 휴게실도 있고 꽃밭도 있고 여가 좋겠다고 대뜸 말하는 아내와 맏자식은 도대체 생각의 깊이라곤 없는 듯 하였다. 재준은 딸에게 여는 18위이고 저쪽은 32위이나 돈가격은 400만원 밖에 차질 나지 않는다고 설명을 보태었다. 딸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이쪽은 양지이고 위치가 훨 나으니 그렇지요하면서 저쪽은 길이 가파라 나중에 손주들이 따라와 보기 어렵고 그러면 성묘를 왔다가 서둘러 떠나게 될 테니...하며 말끝을 흐렸다. 재준은 입을 꾹 다물고 딸을 쳐다보았다. 절로 이마가 찡그러졌다. 그러니 니는 어떻다는 게냐고 확 내지르고 싶으나 한틈 참고 있었다. 딸은 아비를 마주 보더니 32위를 꼭 하고 싶으시면 이쪽에서 다시 골라보라고 안을 내놓는다. 지금 기천만원을 들이는 것도 재준은 몇 달을 고심하다가 몸을 일으킨 것인데 딸년은 제가 번 돈 아니라고 저리 아까운 줄을 모른다...허나 재준은 욕심이 났다. 양지쪽에도 하고 싶고 검은 빛의 대리석이 널찍하니 32위 정도는 되어야 마음이 찰 것도 같았다. 집으로 치면 이 자그만한 석판 하나로 지붕을 덮은 납골당은 열여덟평 구옥에 불과하나 바로 윗줄의 상석에 자리한 32위의 대리석으로 된 납골당은 앞쪽에 제단도 있고 돗자리 하나 깔고 앉아 쉴만치 마당도 있으니 32평 신옥주택과도 같이 보였다. 재준은 입맛을 다시며 이쪽저쪽 납골당을 둘러보고 안내문의 가격표도 다시 보고 처와 자식들을 향해 이말저말 좀더 늘어놓아도 보았다. 어찌하면 좋을 지 당췌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점심 때를 훨 넘어가는 시각에 여편네는 몸과 마음이 지쳐 그리 궁냥할끼면 내게 뭘 더 물어보느냐고 짜증을 내었다. 나중에는 아무따나 싼 거 하라고까지 말하니 확 부아가 치민다. 내가 지금 돈이 아까바서 그런 줄 아나, 이모저모 따져보고... 성질을 부리니 아들놈은 벌써 저만치 몸을 피해 달아나고 없다. 재준은 한숨을 수십번도 더 내쉬었다. 예상한 돈이 훨씬 초과되는데...그래도 확실히 양지쪽의 32위가...

 

" 돈이 좋긴 좋네요, 저기 1억원짜리는 비석도 아주 크고 멋있구...앞자리도 저리 넓으니 차일을 치고 한나절을 있다가 가도 좋겠어요. 아부지, 나중에 손주들이 자기 얘들 델구 와도 편하게 놀다도 가고 그 아니래도 엄마든 아버지든 뒤에 계신 분이랑 우리 딸들이랑 소풍 삼아 자주 와 볼 수도 있고, 저쪽으로 하시는게 어때요? "

" 치아라, 마. 저건 돈지랄 하는기지! "

 

딸년이 저리 속을 긁으니...허나 제 속을 가장 잘 밟아보는 것은 저 승질 드러운 딸자식이었다. 볕바른 양지쪽의 32위를 보면서 딸은 애들 아빠를 데릴사위 삼아주면 우리도 부모 밑으로 들어가 누울텐데요? 하며 눙치듯 말을 던졌다. 에끼...그러면야 얼마나 좋겠냐...니 딸들도 다 내 핏줄인데....재준은 눈 앞이 얼룽거렸다. 그 순간 재준은 마음의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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