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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충남 노동자 건강지기 라는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자 무료 건강 상담소가 생겼다. 이 상담소의 소장은 우리 과 전공의이다. 사실 나는 그가 얼마남지 않는 전공의 시절에 좀 더 내실있게 수련을 받는 데 집중하기를 바래서 이런 활동은 전문의 따고 나서 했으면 했다.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일을 벌인다고 구박을 좀 했더니 그가 하는 말,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인데 자격있는 사람들이 안하니 저라도 해야지요"
허걱. 그 자격있는 사람들이라니, 바로 내가 아닌가? (충남엔 산업의학 전문의가 한 열 명정도 됨)
"그래도 전문가라면 어디가서 근거가 좀 있는 소리를 해야지, 너처럼 공부는 안 하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되냐?, 제발 좀 근거있는 사람이 되라"
전공의로서는 이쁜 구석보다 미운 구석이 더 많은 놈이다. 몸으로 하는 일을 우직하게 해 내는 모습을 보면 대견한데 머리써서 하는 일에 있어서는 내 속을 많이도 썩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산업의학 전문의가 되려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올해는 공부 좀 하겠다는 말을 믿어본다.
어쨌거나 충남 노동자 건강지기가 오늘 문을 열었다.
거기서 오늘 발표준비하느라 일요일에 리허설까지 했다는 금속노조 산안부장,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쓰인 투쟁조끼를 입고 온 현대차 하청노조 산안부장, 입소문으로 알고 초대장 보내달라고 해서 찾아온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 상근자 등등 맨 주먹 불끈 쥐고 모인 사람들을 보니 '자격'있는 사람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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