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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2

 오랜만에 가는 70명 규모의 특수필름제조회사. 입구에 들어서면 유기용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기초조사결과에 따른 증상자 면담이 잡혀있어서 진찰과 상담을 하다보니 작업자들이 좀 멍한데다 여름이면 약 2주간 배앓이를 하고 설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는 보니 400ppm이 노출기준이 에틸아세테이트가 340ppm으로 검출되었다. 그건 6시간 포집한 시료이니 실제 근무시간이 10시간임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농도에 노출되는 것이다. 기가 막혀 2004년도 2003년도 측정결과를 보았더니 몇년째 그렇다. 그런데 왜 나는 이제야 그 심각성을  '인지'했을까?



그래서 지난 2년간 특수건강진단할때마다 의사가 와서 유기용제 중독 예방교육도 했었고 산업위생파트에서 말해서 국소배기시설도 좀 고쳤다. 그러나 작업자가  유기용제 발생원인 장비 코앞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이동하면서 하기 때문에 노출량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작업장 순회점검때 다들 괜찮다고들해서, 노출되는 유기용제가 비교적 독성이 강하여 법이 정한 필수 모니터링 유기용제 7종에 해당하지 않아서, 2003년 7월이후 근골격계 질환 예방활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일년에 한 두번 오니까, 작업환경관리는 산업위생사가 알아서 잘 하려니 .......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에틸아세테이트에 대해 근로자 건강진단 실무지침에 이렇게 쓰여있다. " 만성적 효과가 보고된 바 없으며, 자극 효과때문에 고농도에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20명의 작업자들은' 방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고농도에서 수년씩 방치되고 있었고 나는 이제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 몇년째 특수건강진단을 할 때 취급량이 적은 톨루엔의 대사물인 마뇨산만 열심히 측정하고 나서 괜찮다고 한 것이다.

 

일단 함께 간 산업위생사와 정확한 노출평가계획을 세웠다.  원래 작업환경측정은 개인별로 시료를 채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는 에틸 아세테이트가 연도별로 거의 검출안되거나 노출기준에 육박하게 검출되고 있어 작업량과 동선에 따라 노출이 변동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이번에는 지역시료를 여러개 추가해서 평가에 활용하기로 했다. 유기용제의 중추신경계 독성을 평가하는 검사를 20명 전원에 대해 실시하기로 했다.

 

돌아와서 다시 자료를 읽고 생각해보니 위장관 증상에 대한 조사와 폐기능 검사를 추가해야 겠다. 설사병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작업자들은 여름철에 유기용제 휘발성이 더 높아져 높은 농도에 노출되고 피부를 통한 노출도 증가하기 때문에 그런 증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용제가 점막자극이 심하기 때문에 이 정도 농도면 섭취를 통해 위점막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지만 설사를 유발한다는 건 좀 이해가 안간다. 더 찾아봐야겠다.

 

안일함 가운데 생긴 구멍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알았던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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