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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연구실에 앉아 지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교학과 직원이다. 블라인드 상태랑 도색상태 점검하러 왔단다. 오호, 방에 새로 페인트 칠을 해주니 신청하란다. 안 그래도 벽면이 지저분해서 새로 칠을 좀 했으면 했는데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한편 새로 칠하면 한동안 그 냄새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내 방이 있는 층에 해부학 실습실이 있는데 해마다 봄 철이면 포르말린 냄새과 페놀냄새가 진동을 한다. 작년에는 너무 심해서 알아보니 실습실 환풍기가 고장이 났는데 수리를 안 해주어서 그렇단다. 그래서 해부학 교수한테 전화를 해서 환경측정을 좀 하고 근거자료를 만들어서 제출하면 좀 낫지 않겠느냐 했더니 알았다 하더라. 그 후로 본과 1학년 학생들 수업할 때도 비싼 등록금 내고 발암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되는 황당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내년에 너희들이 학생회하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해놓았다. 시간이 좀 지나서 지나다가 만난 해부학 교수가 교학과에서 올 겨울엔 꼭 수리해 준대요,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해부학 교수가 전화를 했더라. 이제 핸펀이 완전 맛이 가서 직접 연락은 못 받았기에 무슨 일이시냐 물 어보러 들었더니 마침 노과장이랑 한참 이야기중이었다. 환기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고, 카데바(해부용 시체)에 페놀과 포르말린을 주입하는 학교직원이 최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 직원은 설명안되는 두통과 피로 등 증상 때문에 엠알아이까지 사비를 들여 찍어보았지만 별 다른 이상소견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괴로와했다. 그는 그 어떤 환기장치도 없는 곳에서 호흡용 보호구도 없이 주입작업을 해왔다. 우리가 페놀과 포르말린의 독성에 대해서 설명하자 아무것도 모르고 일해 온 것에 대해서 많이 속상해했고, 최근에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기한테는 별 영향이 없냐고 물었다. 그 직원이 바로 오늘 내 방을 노크한 사람이다.
결국 노과장이 애를 써서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관리를 건의하는 공문을 해부학교실에서 내보냈는데, 어제 교학과에서 아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직원과 학생들의 건강진단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주된 이유이고 그렇게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면 졸업생까지 다 건강진단해야겠네 하면서 반대했다.
그 직원은 이번 주내로 우리 과에 와서 사비를 들여 특수건강진단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검사를 받을 예정이고 아직까지 증상이 화학물질때문이라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들이 이렇게 어렵게 꼬이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하기만 하다. 제조업의 산업보건도 잘 되는 건 아니지만 겉으로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직장에서도 누군가가 무지와 몰이해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여간 내 방은 새로 페인트 칠을 하기로 했는데, 그러면서 그 직원한테 말했다. 작업할 때 환기잘하고 호흡용 보호구 잘 쓰고 일할 수 있도록 용역업체에 잘 이야기해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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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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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 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이랑 얼굴 붉히기도 그렇고, 또 어느정도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나도 거기에 젖어 바꾸는 게 이상한 것 같고.통통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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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지식산업(?)근처 노동자들의 문제는 의외로 무시되는 것 같아서요.병원에서도 그런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