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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보건과학의 정치학

드디어, 번역을 끝냈다.

The  Point of Production (John wooding/ Charles Leventstein).

이 얇은 책의 1/8에 해당하는 분량을 번역하는 데 약 사흘 걸렸다. 다른 사람들이 사흘 걸린다고 하더니 정말.....

 

이 장이 왜 나에게 할당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세부연구책임자가 아무렇게나 배정한 것인가?),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1. 새로운 직업성 폐질환을 발견하고 그것을 학회에 보고한 것이 기업에 대한 비밀유지동의의 의무를 어긴 것이고, 그래서 그 기업이 후원하는 병원에서 직업보건클리닉을 폐쇄당하고 앞으로 재계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는 컨 교수의 이야기.

 

   - 흑, 정말 남의 일같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까지 기업과 함께 일하면서 명시적인 비밀유지동의서류에 서명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을'의 위치에서 '갑'인 기업에 대한 상식선의 비밀유지의 의무과 노동자및 공공의 알 권리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긴장이 있었던가?

 

  - 그러한 난관을 뚫고 용감하게 증례발표를 한 컨 박사를 보면서 한편 여러가지 이유로(주로 시간의 부족이라는 핑계로)  마땅히 진작에 보고했어야 할 사실들을 논문으로 만들어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상황에 대한 자괴감이......

 

 

2. 자본에 대한 노동의 힘이 절대적으로 약한 사회에서 전문가의 임무에 대하여

 

   이 책은 영국에서 노동진영의 힘이 약화되었을 때 대처정권에 의한 규제완화와 노동운동의 힘이 원래 미약한 미국에서 레이건 정부시절에도 살아남은 전문가 집단의 힘에 대한 비교, 전문가의 역할보다 노동자계급의 경험과 기술을 강조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실질적으로 산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무엇을 목표로 하는 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재율의 감소가 목표인가? 더 포괄적으로 정의된 건강을 유지,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인가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작업조직의 중대한 개혁만이 노동자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의 맥락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산재율이 극도로 낮은 이들 국가의 과제와 노동자 건강에 대한 법적 제도적 취약성이 두드러진 미국의 과제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조직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엄청난 산재가 은폐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문가의 임무는 다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보다 선도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전문가들이 일부 정책의 개선 등에 있어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 미국에서 COSH 운동의 의미 등 -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진보진영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는 역사를 접하는 것은 힘을 준다.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회와 같은 이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 사회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이름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이 장의 한국판에 그 역사를 정리하고 평가, 제언하는 것이 남은 숙제이다. 흑, 언제 하지?

 

4.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직업보건연구들은 그 선정과정에서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그 결과가 보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에 대하여, 심지어 노동계가 대학에 있는 그들의 친구를 구해내려는 노력에 실패하거나 마땅히 지지,옹호해야 할 세력들이 나몰라라하는 사례까지

 

  - 우리도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지만 여전히 입맛이 쓰다.  짝사랑은 오래갈 수 없는 법.

 -  노동자들은 전문가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그들을 믿을 수 없어 우려하고, 전문가들은 그 모욕을 되돌려둔다는 대목에서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노라.

 - 오, 취약한 동맹이여!!!

 

5. 직업보건연구에서 노동자의 권리  

 

 - 형식적으로 나는 조사대상에 대하여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권력관계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들의 자발적 동의를 충분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정보제공을 거부할 경우의 불이익이 없다는 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납득없는 서명에 대해서 심사숙고 해야한다. 

 

 

- 그런데, 말이지, 그 모든 과정은 충분한 시간,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직업보건에 관한 연구비를 얻는다는 것이 비현실적인 한국적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발주에 의해, 최조한 상당한 정도의 협조에 의해 일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과학계 사이의 긴장 역시 만만치 않다.

 

  하여간 작은 마침표라도 찍었으니 홀가분하다.  저녁먹고와서 숙제 하나 더 하고 가야지. 

 

  사족 1 - 짧은 영어실력으로 번역을 하면서 느끼는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피엘송에 접속해서 천지인과 젠을 엄청나게 크게 들었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   엄살피우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준 피엘송닷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족 2 - 홍실아, 다음 마감은 잘 지킬께, 언니 흉 좀 보고 다니지 말아다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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