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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통일을 꿈꾸는 사람을 만나다

  

 

  건강정책이론연구실 월례모임에 갔었다. 건정연은 건강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만 정책이론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어 뭔가 배워보고자 뒤늦게 가입한 조직이다. 이번 발표주제는



  부끄럽지만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에 대해서는 이 모임 공고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이 발표회에 참석한 것은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한 것이 가장 많이 작용했고 장소도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발표자는 스티븐 린튼이란 사람인데 한국 선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콤롬비아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유진벨재단 이사장으로 북한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결핵약을 나누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남북한에 대한 존중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의료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의료지원이 필요한 현장을 구석구석 돌아본다는 점에서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곳 관리들도 피하고 싶어하는 내성균 결핵환자를 만나러 산골 깊숙한 곳까지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하게 했다.

  내가 이 발표를 듣기 전에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은 이 정도였다. '80년대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경제’였고 모든 주민은 지역이든 직장이든 담당 의사가 있어 기술적 질은 높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의료는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북한경제의 심한 어려움은 주민의 건강수준을 급격하게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또 올 봄에 어머니를 모시고 금강산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만난 북측 사람들의 불량한 영양상태와 드높은 자존심을 보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한참동안 생각한 적이 있다. 

  그가 보여주는 슬라이드는 한마디로 처참했다. 시군구 단위에 하나씩 있는 인민병원의 입원실엔 환자들이 별로 없는데, 겨울엔 난방이 되지 않고 전기도 약도 없기 때문이다. 수술실은 50년전 구 소련과 동유럽에서 기증한 조명과 기구들이 고장난 채로 운영되고 있었고 소모품은 공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응급수술환자는 옷과 양말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눕혀져 정맥마취만 하고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위를 절제한다고 한다. 수술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사들이 교대로 손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모습(맨 위 사진속의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 그것이다), 엑스레이 기계가 없어서 방사선과 의사가 그냥 엑스선을 투시하여 진단하는 모습(그 결과 그들은 백혈병으로 죽어간다), 링겔병대신 소독여부가 의심스러운 맥주병이나 음료수병을 사용하는 입원실, 수십년전 고장난 현미경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실험실......평양을 한시간만 벗어나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길어도 일년 약만 꼬박 꼬박 먹으면 완치가 되는 폐결핵이 그 곳에선 약이 없어서 암처럼 무서운 병이다. 심지어 두 아이의 어머니인 한 여자는 결핵으로 입원하게 되어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심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전염이 되는 암이라니. 끔찍하지 않은가?

  린튼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활동이 북측 권력의 유지에 기여할 뿐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결핵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을 전달하는 일은 세상을 좋아지게 만든다. ... 남한과 북한이 건강한 모습으로 통일을 하기 위해서 남한에서 해야할 일이 많다. 특히 북한의 기술적인 수준은 낮지만 열성적인 의료인력에 대한 재훈련이 필요하고, 이러한 일은 북한의 현실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린튼의 믿음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슈바이쳐를 두고 건강한 노예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며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략의 첨병이었다고 말들을 한다. 빈민구제를 위한 1% 나눔에 대해서 차라리 그 돈을 빈민들의 투쟁기금으로 내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눈 앞에 제대로 된 의료기관을 두고서도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회가 더 나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 이 발표를 듣고 내가 느낀 것은 북한의 의료현실은 이런 저런 평론만 하기에는 절박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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