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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닥쳐라, 세계화



反세계화 투쟁이, 과거의 회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단지 걱정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반세계화 투쟁이 초국적자본의 착취에 대한 저항 투쟁이지 결단코 토착자본의 지역적 착취구조에 대한 지지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걱정도 걱정만 아닌 것이다.

요즘 내나름의 화두는 '국가주의'이다. 이 책은 '민족', '국가', '민족국가'에 대한 우려는 얘기한다고 나는 대략 이해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에서 '국민'이기를 거부하는 아나키스트의 절망적(?) 선택에 공감하였듯이, 소통과 연대를 줄창 주창하는 엄기호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소통과 연대가 '나'와 뜻이 맞는 또다른 '나'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말에, 서글프게도 나는 '나'와 같은 '나'의 집합인 '나들'에 있었다는 뼈아픈 각성을 하게 된다. 나는 나 아닌 '너'와는 소통도 연대도 하지 않았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소위 운동권 출신들이 다 그랬다.
민노당의 우파는 '끼리끼리' 모여 그들만의 '명박산성'을 쌓은 것처럼, 그래서 그렇게 '진보의 희망'이 무너져내렸던 것처럼, 지금 진보의 위기는 '소통과 연대'의 부족인 것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미시적인 것의 문제와 거시적인 문제를 수사적 수준에서 말하여 있어 보이게 할 수 있을 텐데, 엄기호는 시작에서 책의 끝에 이르기까지 경험과 인터뷰, 활동을 통해 '땅을 딛고' 얘기한다. 그 얘기의 자락에서 나는, 천편일률적인 하나의 잣대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엄기호의 생각이라 판단한다.
反세계화 투쟁이 '구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공간과 그 사회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그리고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사람과 기대, 또 다양한 무엇들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편견 없이!


"닥쳐라, 세계화"란 제목을 보고 우리 집 꼬마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책에 욕이 적혔다는 것이다. 욕할 수밖에 없는 '세계화'라고 말해주면서, 나 역시 갸웃거린다. 내 또래인 필자의 경험과 생각에 시샘과 더불어 고마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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