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현대·하종란·차형석의 『협동조합, 참 좋다』,김기섭의 『깨어나라! 협동조합』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10141229
자기 무덤 파는 생협, 진짜 버릴 것은? (프레시안,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2012-08-10 오후 5:30:58)
[프레시안 books] 김현대·하종란·차형석의 <협동조합, 참 좋다>
오늘날 협동조합인 가운데 이론과 이념보다는 '사업 진척을 우선하는' 경향을 가진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태도이다. 왜냐하면 모든 조직 또는 제도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들이 믿고 지지하려는 사상과 개념에 입각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알렉스 레이들로 지음, 김동희 옮김, 한국협조합연구소 펴냄, 57쪽)
20세기 초기와 같이 협동조합이 소규모 근린 조직체였을 때는 자금이 취약할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대다수 조합은 조직이 단순하고 조합원끼리 잘 알고 있어 조합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큰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었다. (…) 협동조합은 단순히 힘을 키울 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 조합과 조합원의 유대가 사업의 성장이라는 이유로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 (…) 대규모 조합을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 민주적 참여와 개인의 결합을 위한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른다.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65~66쪽)
위협적인 기업 권력 시대에 협동조합이 지금 흔히 듣고 있는 것처럼, "협동조합은 다른 기업과 같이 또 하나의 거대한 사업체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66쪽)
1980년에 발표된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은 흔히 '레이들로 보고서'로 불리며 협동조합 운동의 경전으로 여겨진다. 알렉스 레이들로는 캐나다 신용협동조합 운동의 산실이었던 노바스코샤 주의 안티고니시 출신이다. 레이들로는 자신이 직접 실천한 협동조합 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총회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운동을 전망했다.
이 레이들로 보고서는 30년이 지난 지금 읽어 보아도 날카로운 분석과 예리한 통찰력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외국의 여러 협동조합 운동의 사례를 모아 놓은 <협동조합, 참 좋다>(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푸른지식 펴냄)를 읽어 보면, 결국은 결사체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은 협동조합만이 살아남아 지속 가능하다는 단순명쾌한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은 1986년 용두동에 설치한 작은 한살림 매장을 시작으로 간난신고의 위기를 극복해 왔다. 이제 한국의 생활협동조합은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사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2011년 한살림 조합원 수는 30만에 달하고 연간 공급액은 2200억 원에 이른다. 아이쿱은 조합원 수 11만 명, 공급액은 3000억 원이 넘는다. 한국의 생활협동조합 전체를 보면 총 65만 명의 조합원에 공급액은 6500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단순 수치만 놓고 보아도 한국 생활협동조합의 성장은 눈이 부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국 생활협동조합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뼈를 깎는 각오로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 생활협동조합이 영리 업체인 주식회사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지적은 어제오늘이 일이 아니다. 협동조합은 명백히 경제 사업체이다. 당연히 사업을 안정화하고, 자본주의 영리 업체인 주식회사와 경쟁력을 갖추고 사업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똑같이 경쟁 논리를 갖고 사업을 하고, 성장의 신화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영리 업체와 달리 협동조합은 자본의 힘이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사업을 한다. 사람의 힘이란 조합원들의 연대의 힘이고, 조합원들이 연대해서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곧 지역이다.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지역 선순환의 경제가 다름 아닌 협동조합인 것이다.
그간 한국 생활협동조합에는 지역 공동체 복원이란 시각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협동조합의 원칙인 협동조합 간 협동은커녕 매장 개설을 둘러싸고 서로 제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도 불사해 왔다. 지역 사회 기여라는 협동조합 운동의 원칙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고는 사업체로서의 성장 신화에 일로매진해 왔다.
<협동조합, 참 좋다>에 언급된 서구의 수많은 협동조합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그리고 레이들로 보고서가 거듭해서 제기하고 있듯이 사업체라는 우물 안에 갇혀 성장의 꿀을 핥는 협동조합은 곧바로 협동조합 관료들이 지배하는 사업체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위기가 닥치면 곧바로 망한다. 위기 극복의 주체이자 힘인 조합원의 연대, 자유인들의 연합체로서의 결사체가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한국 협동조합 운동은 새로운 도약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 시점에 한국 생활협동 조합이 성찰할 지점은 다름 아닌 성장 신화의 과감한 포기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41451.html
이탈리아 도시 볼로냐, 부자된 비결은 협동조합 (한겨레, 한승동 기자, 2012.07.06 20:17)
협동조합, 참 좋다/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푸른지식·1만5800원
<협동조합, 참 좋다>는 협동조합에 대한 한국인 다수의 기성관념을 단박에 흔들어 놓는다. 세계 곳곳의 협동조합 현장을 취재한 현역 기자들이 쓴 이 책은 진짜 협동조합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국내에선 드문 협동조합 소개서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고, 7월 첫주는 ‘세계 협동조합 주간’이며 7일은 ‘세계 협동조합의 날’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올해 12월부터 새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협동조합 8000개가 이루는 경제가 그 지역 경제활동의 30%를 차지한다. 중심도시 볼로냐의 협동조합 경제 비중은 45%나 된다. 인구 430만인 이 주의 1인당 소득은 4만유로(5800만원)로, 유럽연합 전체에서 5대 고소득 지역에 속한다.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 지역엔 지금 이탈리아 전체 협동조합의 50%가 몰려 있다. 평균임금은 이탈리아 전체 평균의 2배이며, 실업률은 3%다. 그곳 사람들은 시장간다는 말 대신 “콥(coop: 협동조합)에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거나 집을 살 때,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때와 같은, 그들의 거의 모든 일상이 조합과 연결돼 있다.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이 있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도 그렇다. 프로축구팀 에프시 바르셀로나도 바르셀로나 주민 17만명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미국 오렌지회사 선키스트도 그렇고, 버거킹과 던킨 도너츠, 케이에프시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와 인테리어 제품들을 구입한다. 뉴질랜드의 세계 1위 유제품 수출업체 폰테라와 키위 수출업체 제스프리도 출자지분 100%를 농민들이 갖고 있는 협동조합 기업이다. 스위스 식품 소매시장의 40%를 점하는 미그로와 코프스위스, 네덜란드 3대 금융기관이자 세계 25위 은행 라보방크, 덴마크 비도우레 풍력발전소도 그렇다.
협동조합이나 협동조합 기업에는 이윤을 외부로 빼내가는 투자자들·큰손들이 따로 없다. 조합원들 자신이 바로 주인이며 충성스런 소비자고 이익의 최종 향유자다. 그 존재이유는 일반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조합원의 경제적 필요 충족과 심신의 복지 도모다. 평생 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적당히 즐기며 먹고살 수 있는 볼로냐 시민들의 부의 개념은 한국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들에겐 최고 연봉이나 명품, 백만장자를 목표로 삼아 안달하며 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승자독식을 신조로 삼는 자본주의 기업, 더 많은 보수를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한발 빠른 승진을 위해 동료의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회사가 아니다.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이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이 많은 세상, 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세상의 모습들을 <협동조합, 참 좋다>는 보여준다. 세계의 협동조합 지도자들을 인터뷰하고, 한살림의 본고장 강원도 원주를 탐방하며, 새 법률이 시행될 경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갖가지 협동조합 아이디어들을 선보인다.
12월부터 새 법이 시행되면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신고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농협·수협·신협 등 특별법에 정해진 8종 외에는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금융·보험업 외의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 없는 협동조합을 고발한다! (프레시안,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2012-05-11 오후 6:24:43)
[프레시안 books] 김기섭의 <깨어나라! 협동조합>
협동조합 경제로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세상은 늘 바뀐다. 지금의 20~30대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한국 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철저한 반공 정신병동 국가였다. 심지어는 빨간색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집권 여당의 당 색깔이 빨간색일 정도로 세상은 분명히 바뀌긴 했다. 이른바 진보 정당도 원내 진출을 했다.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시민들 사이에서 거리낌 없이 논의된다. 옛날에는 이런 발언 자체가 사형 감이었다. 참으로 세상은 무상(無常)이다.
자본주의의 유력한 극복 대안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였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도 물론 더러 있긴 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실패한 대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3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사회 경제 체제로서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 당시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한 협동조합에 대해 2009년 유엔 총회에서는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1년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올해 12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용 사업과 공제 사업을 제외하고 경제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5인 이상이 의기투합하면 협동조합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야흐로 협동조합 경제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한국 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는 일제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 됐다. 그러나 해방 이후의 협동조합 운동은 1960년대 초 신용협동조합 운동의 출발과 함께 본격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1986년 한살림 운동에서 비롯된 유기농 먹을거리 중심의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은 모심과 살림의 새로운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사는, 세계 협동조합 운동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
오늘날 한국 생활협동조합은 30년의 역사와 60만 조합원을 자랑할 만큼 성장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한 한국의 생활협동조합들이 과연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의 경제 조직으로서 새롭게 협동조합을 조직하려는 사람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인가.
김기섭의 <깨어나라! 협동조합>(들녘 펴냄)은 바로 "그렇다"라고 즉문즉설 식으로 곧바로 본질로 들어가는 흔치 않은 성찰의 기록이다.
협동조합 운동은 늘 죽비를 맞아야 한다!
김기섭은 한국 협동조합 운동이 새로운 확산과 도약을 맞이하려면 협동조합 운동의 원칙을 다시 새삼스럽게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철학과 사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조합원과 직원들 모두 생각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협동조합 운동의 성공은 불가능하며 어불성설이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당연한 지적이다. 그동안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김기섭의 지적은 그만큼 강렬한 호소력이 있다.
사실 세계 협동조합의 해에 맞추어 다투어 다양한 협동조합 관련 책이 출판되었고, 앞으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1992년 출판되어 널리 읽혔던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의 개정판이 재출판됨과 동시에 옮긴이가 직접 쓴 <몬드라곤의 기적>도 함께 선을 보였다.
<새로운 생협 운동의 미래>(신성식), <뒤영벌은 어떻게 나는가>(이바노 바르베르니),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스테파노 자마니),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기원과 전개>(김형미 외) 등의 책자들도 앞 다투어 출간되었다. 이들 책자들은 대체로 협동조합 운동에 관련된 외국 서적의 번역과 그리고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출판된 협동조합 관련 책들도 크게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김기섭의 글은 문제의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우선 확연히 구분된다. 김기섭은 다른 나라의 협동조합 운동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협동조합 운동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 현재 한국의 생활협동조합들이 어떤 구조와 철학을 갖고 운영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지금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과 즉문의 본론으로 들어가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그렇고 그런 과제와 방향 어쩌고저쩌고 하는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는 차원이 전혀 아닌 것이다.
김기섭은 곧바로 한국 생활협동조합은 지금 결사체로서의 성격을 심각하게 이탈해서 사업체로서의 성격만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심각하게 우려한다. 물론 협동조합은 결사체이자 사업체이다. 그리고 사업체로서 주식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협동조합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그간 한국의 생활협동조합은 경쟁력 강화, 소비자 주권 등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주식회사의 성장과 개발 경쟁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성장 방식을 도입하였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의 생활협동조합들은 물류를 중심으로 조직이 나뉜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매장을 늘려 나가면서 생활협동조합들끼리 바로 이웃에 매장을 설치하는 등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이는 협동조합 간 협동,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체로서의 협동조합 사업 원칙을 아예 깡그리 부정하는 일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협동조합이 말 그대로 협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망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활동의 활성화, 결사체로서의 정체성 강화, 지역 공동체의 복원, 사회의 복원 같은 협동조합의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은 그나마도 한살림 운동의 철학과 사상이라는 강한 구심력이 있었기에 그 정도가 덜했다고 평가된다.
김기섭은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 생활협동조합은 조만간 자본주의 주식회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경쟁력의 위기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김기섭은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 협동조합의 일곱 가지 원칙이 수립되기까지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이런 정체성 위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의 복원이라는 구체적인 대안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협동조합이 무엇인가를 서술한 부분과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장(협동조합을 넘어, 다시 협동조합을 향해), 2장(협동조합의 역사 : 로치데일에서 배운다), 3장(협동조합의 정의 가치 원칙), 4장(협동조합의 다양한 주체와 역할 그리고 그 관계), 5장(생활협동조합과 함께 해온 지난 시간들) 등등은 서구와 한국의 협동조합 운동 역사와 구조, 가치와 철학을 통해 협동조합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어서 6장(새로운 생협 운동을 위하여), 7장(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는 한국 협동조합 운동의 당면 과제가 무엇이며 협동조합 운동이 어떤 방향과 철학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천명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협동과 우애의 결사체이자 사업체
김기섭은 지금 시점에서 특히 한국의 협동조합 운동은 결사체의 철학과 가치를 다시금 분명히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복원, 사회의 복원을 목표로 설정하지 않는 협동조합 사업은 모래성 위의 사업체로서 협동조합 정체성을 잃고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죽비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김기섭의 분석과 진단이 돋보이는 지점은 특히 협동조합의 노동, 조합원 활동과 조합원 노동, 직원 노동 등을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과 '버내큘러 노동'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자세하게 분석하고 서술하는 부분이다. 김기섭은 자본과 노동의 소외된 임노동을 넘어서 협동조합의 노동을 그야말로 생활 자체로서의 노동으로 다시 되돌려야만 협동조합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즉문즉설'하고 있다.
김기섭의 또 다른 장점은 뚜렷하게 자신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스스로 고찰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고 그저 서구 이론가들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른바 연구자, 전문가, 박사 등등의 앵무새 이론가와는 격이 전혀 다르다. 사실 한국 협동조합 운동은 그동안 서구의 협동조합 이론을 베끼는 복사판 협동조합 운동을 해온 측면이 너무나 많다. 이런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김기섭이 보여 준다.
김기섭은 선불교와 동학, 전통 두레의 역사를 폭넓게 조망하면서 지금 한국 협동조합 운동은 두레의 전통을 살려 호혜의 원리를 바탕으로 교환의 경제를 실천하는 주체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강한 소신을 갖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야말로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협동조합 운동의 경험과 전략이다.
한국 협동조합운동은 이제 협동조합기본법 시대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모든 사람을 모래알로 흩어진 노예로 만드는 이 끔찍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 협동조합 운동은 이제 30년의 생활협동조합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열정과 발상의 전환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김기섭의 <깨어나라! 협동조합>이 한국 협동조합 운동을 강하게 후려치는 선사의 몽둥이로 작용할지 아니면 그저 그런 잔소리로 받아들여질지는 오직 독자 자신의 문제의식에 달려 있을 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