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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청 파업 공무원 승진취소 판결 관련 글

 

이갑용 전구청장에 대한 사법부의 시대착오적 판결

이갑용 전 울산동구청장의 대선출마가 좌절되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사법행위에 의해서이다. 
대법원은 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에 대해서는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에 참가한 공무원 중에서 가당 정도가 중한 대상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그 정도가 가벼운 대상자는 훈계처분을 지시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정당한 직무 수행 방식이라고 믿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임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 취지의 결정을 하였으며,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입장과 자신의 개인적 소신에 따라 파업에 참가한 소속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의결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행자부의 압력에 따르지 않은 이갑용 전 울산동구청장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노조의 결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을 가하는 등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에게 징계를 주지 않는다고 구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에 대법원은 주민의 손으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에 개입하여 행자부의 부당한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 박탈한 결정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며,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침해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대립하면서 자신들이 분권화의 화신인 양 행세해왔던 한나라당 지배의 울산광역시는 행정부시장을 통해 구청장들을 고발함으로써 지방정부 스스로의 자율권을 부정하는 짓을 저질렸다.   
이럴 바엔 지방자치제를 왜 하는 것인가. 그렇게 고분고분한 단체장을 원한다면 차라리 임명제로 돌아가는 게 낫다.  
더구나 올해 7월 1일을 기해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판결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함에도 행자부의 시대착오적인 지침을 사법처리의 잣대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大法, '전공노 파업' 참가자 미징계 (세계일보, 김귀수 기자, 2007.07.13 (금) 08:42)
이상범 前울산북구청장 무죄, 이갑용 前동구청장은 유죄 
대법원 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에 참가한 공무원을 중징계하라는 행정자치부의 처리지침을 지키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기소된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재판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갑용 전 울산 동구청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상범 전 구청장에 대해 “피고인으로서는 행자부 지침에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가담 정도가 중한 대상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그 정도가 가벼운 대상자는 훈계처분을 지시한 이상, 피고인은 자신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정당한 직무 수행 방식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같은 조치가 단지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갑용 전 구청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개인적 소신을 이유로 파업에 참가한 소속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의결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범 전 구청장은 2004년 8월 전공노의 총파업에 참여한 공무원을 중징계하라는 행자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중징계하지 않은 혐의, 이갑용 전 구청장은 징계 자체를 보류한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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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갑용 전구청장에 대한 사법부의 시대착오적 판결 (2007월 7월 12일, 민주노동당 대변인 김형탁)
대법원이 민주노동당 전 이갑용 울산 동구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갑용 전 구청장은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과 함께 공무원노동조합의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에 대해 징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유기로 불구속 기소되었으며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주노동당은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이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노동자들의 자주적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노조의 결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을 가하는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모습을 반복해 왔다. 급기야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에게 징계를 주지 않는다고 구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왕조시대의 하급 관리나 또는 꼭두각시로 여기지 않는다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소행이다.
그런데도 사법부가 행자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사법부는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의 손으로 선출된 기관장이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을 행정자치부의 부당한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를 박탈한다면 차라리 지방자치단체장을 임명하지 선출할 이유가 무엇인가.
자치단체장도 사법처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주민들이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행자부의 지침을 사법처리의 잣대로 삼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부당한 행자부의 조치와 사법부의 판단은 지방자치를 한 걸음 더 전진시키기는커녕 권위주의 정부시절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민주노동당의 단체장은 앞으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하더라도 파업참가를 이유로 조합원을 징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상고가 기각되었으나 구청장으로서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던 이갑용 전 구청장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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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용·이상범 전 구청장 “지방자치의 위기” (울산종합뉴스, 정필문기자, 2007-07-13 15:41:57)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전공노 파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징계하지 않아 기소됐던 이갑용 전 동구청장과 이상범 전 북구청장이 대법판결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자율권을 침해한 지방자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이갑용·이상범 전 구청장은 13일 오후 시 프레스센터에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광역시의 고발에서 대법원 판결까지의 과정은,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지방자치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지방자치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규정한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에서 원심이 확정된 이갑용 전 동구청장은 지방자치의 침해를 지적한 뒤 “지금까지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 당과 협의해 공무원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상범 전 북구청장은 “이번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은 것으로 어느정도 명예회복이 이뤄졌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소신과 신념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지난 일에 대한 후회가 전혀 없을뿐더러 혹시 처벌 수위를 고려해 소신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무죄판결을 고려한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아직까진 거취를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중앙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지역주민들이 선출한 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에 개입해 지역주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며 “특히 이갑용 전 동구청장에 대한 유죄확정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에 대해 최소한 유권자들이 판단할 기회마저 박탈한 사법적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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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용 전동구청장, 이상범 전북구청장 관련 대법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문 (2007년 7월 13일, 민주노동당 울산광역시당)
민주노동당 울산광역시당은, 울산광역시의 고발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과정을,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지방자치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지방자치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규정합니다.
지금의 사태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습니다. 관선시대를 능가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에 젖어  행정적 재정적 압박을 통해 지자체를 통제하고 간섭하려는 중앙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지역주민들이 선출한 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에 개입함으로써 지역주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습니다.
또한 행정부시장을 통해 구청장들을 고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스스로의 자율권을 부정한 울산광역시의 행위 또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를 중앙정부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리고서는  이후 지역 주민들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낼 것입니까? 
대법원이 비극적인 ‘시대 역행극’을 마무리 했습니다. 
행자부의 징계지시에 대한 수행정도를 판결의 근거로 삼음으로써 지방자치 침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비껴나간 채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대의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말았습니다.  대법원이 앞장서서 지방자치 길들이기에 나선 꼴입니다. 특히 이갑용 전 동구청장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에 대해 최소한 유권자들이 판단할 기회마저 박탈한 사법적 살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 역행극’ 세 주인공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 비극을 불러온 행자부의 ‘공무원노조 파업 중징계 지침’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자부의 지침으로 해직된 455명의 공무원 노동자들은 대부분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일터로 돌아가고 있으며 행자부 중징계 지침의 승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455명 중 350명 이상의 해직 공무원 노동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거나, 다시 돌아가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대 역행극’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지방분권을 화두로 삼았던 열린우리당 참여정부에서 지방자치를 목 죄었던 대표적인 사례로서 남을 것입니다. 또한 산업수도를 자임하던 한나라당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던 수치스런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울산시민 여러분!
부조리한 공직사회 개혁을 주창했던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과 지방자치를 지켜내기 위해 고통을 겪었던 이갑용, 이상범 전 구청장들의 노력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민주노동당은 두 전구청장들이 지방자치를 지키기 위해 겪었던 고통을 우리의 긍지로 안고 더욱 열심히 울산의 진보적 변화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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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헌법재판소 판결마저도 거부한 이갑용前구청장에 대한 대법원의 기각결정을 규탄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07-07-13)
7. 12일 대법원은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참가자 614명에 대한 징계거부와 관련하여 지난 2005.12.22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최종 판결에서 이상범 前구청장의 판결에 대하여는 파기환경, 이갑용 前구청장의 판결에 대하여는 기각을 결정하였다.
행정자치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결성과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해 탈퇴시킬 것을 강요하고 징계 압력을 행사하면서 이 같은 지시에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지방교부금 삭감, 부단체장 징계등의 부당한 간섭과 월권행위를 일삼아 왔다.
2004.11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 이하 공무원노조)의 총파업과 관련하여 행정자치부의 ‘전공노 총파업관련징계업무처리지침’을 거부하고 총파업참가자에 대한 징계를 거부한 민주노동당 소속 이갑용 울산 동구청장과 이상범 북구청장에게 2005년 11월 24일 울산지법은 직무유기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두 구청장은 직무가 정지됐다. 사법부는 사실상 민주노조운동과 지방자치제 사망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12.22일 행정자치부장관의 울산광역시 동구등에 대한 「징계업무처리지침」및「병ㆍ연가불허지시」등의 조치가 법적으로 규제하는 강제적 명령적인 조치와는 무관한 업무연락 또는 단순한 견해의 표명 등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여 징계권과 조례권등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지난 6월 15일 ILO에서는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자주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측의 개입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특히 탄압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
공무원노조를 둘러싼 국내외 여론을 무시하고 7.12 대법원의 최종판결 결과 유죄로 결정나면서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어 지방자치제를 말살하고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를 압살하는 사법부의 만행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한편 민주노동당내 일각에서 이갑용 전 구청장을 대선후보 경선 후보로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사법결정이 나왔다는 점에서 금번 판결이 갖고 있는 의미는 매우 심각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고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금번 판결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행정부 및 사법부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오만불손한 권위적인 행태를 규탄하면서 노동자의 자주적인 권리가 인정되고 실질적 민주주의가 세워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

 


 

중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에서 분석을 했다.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중요한 논점이 들어있고, 지방자치법 157조에 대한 해석과 관련하여 행정법상으로도 의미있는 논의이다.  
    
대법관들 치열한 법리논쟁 (한겨레, 고나무 기자, 2007-03-22 오후 10:16:54)
울산 북구청 파업 공무원 승진취소 판결 
일부선 “지방자치 본질 침해”…다른쪽선 “법질서 붕괴 우려”
민주노동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전국공무원노조 파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승진시키자 한나라당 소속의 광역자치단체장이 이를 취소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승진을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이 일제히 반대의견을 내고, 이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등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22일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이 “상급 지자체가 부당하게 하급 지자체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박맹우 울산광역시장을 상대로 낸 승진임용 직권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7명의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시·군·구 장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승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게 이뤄진 경우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취소,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며 “(파업에 참여한)울산 북구 공무원들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징계의결 요구 의무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데, 구청장이 울산시장의 징계의결 지시를 무시한 채 오히려 승진임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홍훈, 박시환, 김지형, 김영란, 전수안 대법관은 “국가와 지자체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지방자치의 본질상 당해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지자체의 의사가 우선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국가나 상급 지자체가 하급 지자체와의 견해 차이를 법령 위반이라고 단정해 자치단체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승태 대법관은 “반대의견은 정략에 따른 자치단체장의 개인적인 권한이 법의 상위에 위치해 헌법 질서의 일각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견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홍훈 대법관은 “지자체의 자치권은 주권재민의 원칙에 터잡아 종래의 중앙집권체제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얻어지게 된 천부적 권리이므로, 국가나 상급 지자체가 함부로 침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울산 북구청은 지난 2004년 11월 전국공무원노조의 총파업에 참가한 213명 가운데 승진 대상인 허아무개씨 등 7급 공무원 3명과 9급 공무원 3명을 2005년 2월 승진시켰으나, 울산시는 같은해 6월 이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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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가" (프레시안, 이상범/前울산북구청장, 2007-03-27 오전 9:20:25)
[기고]자치단체의 자율권인가, 중앙의 통제권인가  
지난 2004년 기초지방자치단체장(울산 북구청장)이 전국공무원노조 파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승진시키자 광역자치단체장(울산 광역시장)이 이를 취소한 사건이 있었다. 양측의 갈등은 법원으로 갔다. 2년 4개월을 끌어 온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2일 소송을 제기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7명의 대법관은 "임용권자의 징계의결 지시를 무시한 승진임용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5명의 대법관은 "국가와 지자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지방자치의 본질상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지자체의 의사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관들 내에서도 격론이 오간 셈이다. 핵심 쟁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과 중앙정부의 통제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였다. 대법원의 판결은 끝난 일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자는 여론도 일고 있다. <편집자>

사건의 발단
지난 3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용담 대법관)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사(史)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그러나 지방자치권을 매우 심각하게 침해하는 판결을 내렸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재판의 내용은 행정심판으로서 기초자치단체장이 소속 공무원에게 행한 승진임용을 광역단체장이 직권으로 취소 처분한 것에 대한 다툼이었다. 즉 울산 북구청장이 행한 승진 임용에 대해 울산광역시장이 지방자치법 157조 1항을 근거로 직권취소처분을 하였는데 당시 북구청장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울산시장의 직권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 내용이 길더라도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4년 이른바 공무원노조 파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공무원노조 파업에 울산지역은 '노동운동의 메카' 답게 공무원들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었다. 당시 필자는 울산 북구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북구청 공무원 213명이 이 파업에 참가했다.
중앙정부와 각 광역자치단체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각종 지침을 시달했다. 그러나 끝내 파업이 이루어지자 사후조치로 파업참가자 전원에 대해 배제징계(해임 파면)를 하겠다며 파업에 참가한 사실 확인서만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가 중심이 된 중앙정부의 각종 지침은 관선 시대를 능가할 정도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처벌 수준이 강화되어 내려올 정도였다.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는 "절대로 연가를 허용하지 말라", "연가를 허용하거나 파업 참가자가 많은 자치단체는 책임을 묻겠다"는 등의 엄포를 놓았고 그럼에도 파업이 결행되자 관계장관 담화 형태로 "참가자 전원을 배제징계 하라", "지침에 따르지 않는 자치단체는 인사 및 재정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표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중앙정부의 부당한 지침 거부로 비롯된 대립과 갈등
과연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파업 참가 공무원이 있는 자치단체장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행자부 지침대로 따르자니 너무 가혹하고, 거스르자니 인사, 감사, 사법, 예산권 등을 틀어 쥔 중앙정부의 협박과 후환이 두려웠던 것이다.
너나없이 눈치 보기 급급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당원인 울산 동구청장과 북구청장(필자)이 행자부 지침은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지나친 간섭과 월권이므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필자는 213명 전원을 배제징계에 해당하는 중징계 상신을 울산광역시로 올리라는 지침과 권고를 거부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부여받은 자치단체장의 인사 및 징계권한을 가지고 적극가담자 8명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위 회부를 하되 사안이 경미한 단순가담자(205명)에 대해서는 구두경고 및 훈계처리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 인해 기초단체(동구청과 북구청)와 광역단체(울산광역시), 자치단체와 중앙정부(행자부) 간에 심각한 갈등이 형성되고 이 사안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며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기초단체장 승진임용에 대한 광역시장의 직권취소 처분
이러한 갈등 속에 해가 바뀌어 2005년 2월 북구청에서 정기 승진인사가 있었다. 행자부 및 울산광역시에서 요구하는 중징계 대상에 포함된 직원 6명이 자체 인사위 심사를 거쳐 승진에 포함됐다. 이에 행자부와 울산광역시는 더욱 발끈하여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직권취소 처분을 하기에 이르렀다.
행자부와 울산광역시는 중징계대상 직원을 승진시킨 것을 국법질서 문란(?)으로 규정하여 필자와 동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고, 승진 임용자에 대해서는 직권취소 처분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기준으로 보아 단순 가담자에 불과한 대다수 직원들이 승진을 제한받아야 할 만큼의 중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당시 북구청 직원이 행자부에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직원을 승진에서 제외시킬 근거가 없다는 회신을 받은 상태였다. 따라서 울산시장의 직권취소 처분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이번 판결에 이른 것이다.
대법원 행정소송 제기와 핵심 쟁점
이 사건의 발단이나 과정에서부터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핵심 쟁점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인 자율권과 중앙정부의 권한인 통제권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에 대한 월권 및 부당한 간섭으로 본 반면, 중앙정부는 관선시대와 같은 획일성과 통일성, 일사 분란한 지휘계통에 대한 불복, 나아가 국법질서와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이는 대법관들이 판결과정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라진 쟁점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법관들의 다수 의견은 "(파업에 참여한) 울산 북구 공무원들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징계의결 요구 의무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데, 구청장이 울산시장의 징계의결 지시를 무시한 채 오히려 승진 임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잠시 미뤄두자.
이에 대해 소수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은 "국가와 지자체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지방자치의 본질상 당해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지자체의 의사가 우선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국가나 상급 지자체가 하급 지자체와의 견해 차이를 법령 위반이라고 단정해 자치단체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언론에 소개된 부분만 보아도 견해차이가 첨예하다. 이 판결의 결과가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대법관들의 법리논쟁이 치열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소수 의견에 대하여 다수 의견 측에 선 양승태 대법관은 "반대의견은 정략에 따른 자치단체장의 개인적인 권한이 법의 상위에 위치해 헌법 질서의 일각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견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대법관들이 내린 판결에 대한 반론
대법관들이 벌이는 법리 논쟁에 당사자로서 끼어들기가 난처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의문 두 가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헌정질서가, '불문경고'로 끝날 공무원에 대해 해임 파면 상신하라는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하여 그 일각이 무너질 만큼 허약한 상태인가?  이 사건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비롯된 통제와 월권과 간섭에 대항하여 지방자치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것을 오직 항명과 국법질서 문란으로 볼 만큼 대법관들은 수구적인가?
필자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면서 발전해 가야 할 바를 양심과 소신에 따라 소수의견으로 낸 대법관들도 5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감사와 더불어 이 땅에 정의와 희망이 살아 있음을 발견하고 위안을 삼는다.
양승태 대법관의 반론에 대해 소수의견에 선 이 이홍훈 대법관의 재반론이야말로 이 논쟁에서 압권이리라.
"지자체의 자치권은 주권재민의 원칙에 터 잡아 종래의 중앙집권체제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얻어지게 된 천부적 권리이므로, 국가나 상급 지자체가 함부로 침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얼마나 멋지고 명쾌한가! 더 이상 무슨 해석이 필요하랴.
필자는 행위 당사자이면서 소송 당사자였던 입장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주심을 맡은 이용담 대법관 등의 다수 의견은 매우 유감이며 따라서 상식에 기초한 반론을 제기한다.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행위가 승진을 제한받아야 할 만큼 무거운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당사자들에 대해 확정된 징계 결과를 보면 명쾌하게 입증된다.
행자부 및 울산광역시 지침대로 한다면 전원 해임 파면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았어야 할 213 명에 대한 징계 및 소청심사까지 종결된 결과를 보자. 해임 3명, 감봉 8명, 견책 30명, 나머지 172명은 '불문경고'로 처리됐다. 더욱이 2005년 2월 3일자로 승진 임용되었다가 울산광역시장에 의해 직권취소처분 대상이 되었던 6명은 전원 '불문경고'로 확정됐다. 승진을 제한받거나 취소처분 되어야 할 대상이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사안이 이처럼 명약관화 하건만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단체장의 징계의결 요구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를 원고 패소의 이유로 삼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사건에서 승진을 시킨 것이 정당한지 혹은 부당한지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판단해야 할 요소는 '징계의뢰'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승진제한을 당할 만큼의 잘못을 했는지의 여부여야 하지 않는가?
요컨대 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단체장의 징계의결 요구 의무보다 우선하면서 또한 중요한 것은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불법성 정도가 과연 승진에서 제외되는 중징계에 해당되는 사안이냐는 객관적 기준일 게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징계는커녕 경징계에도 해당되지 않고, 인사상 불이익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문경고'로 끝났다는 사실을 대법관들이 간과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중앙집권 사고에 젖은 행정-사법 합작에 숨 막히는 지방자치
이 사건의 전말과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보수적인 중앙정부 관료들과 대법관들의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대한 천박한 인식수준이 드러난다. 중앙정부와 상급자치단체의 월권과 간섭과 통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만천하에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다.
만약 서구 지방자치 선진국이었다면 중앙부처 장관들이 합동으로 "연가 허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을 비롯해 "연가 허용 및 파업 참가자가 많은 자치단체에 불이익을 준다"거나 "파업참가자 전원에 대한 배제징계 지침을 시달하고 따르지 않는 자치단체에게는 문책과 예산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사항을 관계 장관 담화문으로 발표한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장관 총리가 나서서 전원 배제징계를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파업참가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결과, 95% 이상이 '경징계'로 끝난 사실은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대한민국의 특수한 지방자치가 아니고서야 이처럼 국민을 상대로 한 공개적인 협박과 사기극이 통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협박을 대동한 중앙정부의 서슬 퍼런 지침에 따라 각 자치단체에서 행한 징계위원회 및 소청심사의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러한 결과는 당시 북구청장이었던 필자가 밝혔던 '적극 가담자 8명 징계 회부, 단순가담자는 구두경고'를 하겠다는 방침이 합리적이었음을 만천하에 입증시켜 준 셈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돌아 온 것은 행정부에 의한 '직무유기죄' 형사고발과 사법부에 의한 유죄판결로 직무정지 및 사실상 피선거권 제한이었다. 대법원에 상고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언제 판결을 내려줄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번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은 관선시대를 능가할 정도로 기초자치단체의 숨통을 옥죄는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로 하여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마음껏 통제하고 간섭하라고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격이다.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활짝 필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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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내가 판사라면] 행정자치부(시장)와 구청장, 누구 손을 들어 주어야 할까요?
울산 북구청장의 파업참가 공무원 승진 임용이 재량권 남용이라 한 대법원 판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2007-06-26)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법원의 주요 판결에 대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법원의 판결을 법률 전문가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멀고 어려운 것이라고 느껴왔다면 이제, 그 생각을 버리십시오. 참여연대는 판결에 대해 당당하게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판결이라면 고쳐야 하고 잘된 판결이라면 모범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참여연대가 이번에 주목한 판결은, 정부의 불허방침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여한 구청 공무원들을 구청장이 징계하지 않고 승진 임용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로서 상급자인 시장이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고 한 지난 3월 22일의 대법원 판결입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와 징계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거스르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앙정부의 불허지침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가한 구청 공무원에 대해 해당 구청장이 징계하지 않고 승진시킨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법령을 위반하였으므로 상급기관인 시장이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와 징계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거스르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과 중앙정부의 통제권이 충돌할 때,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함께 토론해 봅시다.
◎사건따라잡기  
판결문: http://blog.peoplepower21.org/Judiciary/attachment/1137243830.pdf

  
[판결비평-판결읽기1] "2할 자치"의 사법적 정당화 논리
지방자치법의 해석과정에 헌법의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다수의견
이국운 교수(한동대 법학, 사법감시센터실행위원) 2007-06-27 
" 2할(割) 자치!!!”
오랫동안 지방자치분야를 연구해 온 학자들에게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문의하면 단박에 돌아오는 한 마디가 있다. “2할(割) 자치!!!”
지방자치의 본래적 의미에 비추어 보자면, 겨우 20% 정도의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결정권(決定權)도, 세원(稅源)도, 인재(人才)도, 여전히 중앙집권적 ‘국가’의 독차지인 상황이므로, 지방정부로서는 굴욕스럽더라도 분배권한을 움켜 쥔 중앙정부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그냥 허울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2007년 3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고한 2005추62 ‘승진임용직권취소처분취소청구’ 판결은 ‘2할 자치’의 현실을 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분쟁의 핵심은 이렇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불법집단행동에 가담한 울산광역시 북구청 소속의 하급 공무원들에 대하여 이 사건의 원고인 북구청장은 피고인 울산광역시장이 거듭 요청한 해당자들에 대한 징계의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승진시켰다. 그러자 울산광역시장은 관계법령에 의하여 마땅히 징계의결요구가 되어야 할 징계대상자들을 승진시킨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면서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동 승진임용처분을 직권취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울산광역시 북구청장이 그 승진임용직권취소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일단 이 사건에서 울산광역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이고, 북구청장은 민주노동당 소속이라는 점 등은 괄호 안에 넣어 두기로 하자. 법적 분석에선 이 둘을 바꾸어 놓아도 결론은 마찬가지이며, 정당 문제를 빼놓더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견해대립은 피할 수 없는 것인 까닭이다(정당이 개입되면 세계관적 대립이 정치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의 승진임용처분을 직권취소한 광역자치단체장은 행정자치부장관과 법무부장관으로 대표되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으나, 승진임용처분을 취소당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자신을 선출해 준 울산 북구의 유권자들과 사법부 외에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처지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 두기로 하자. 이것이 바로 이 북구청장이 대법원을 찾아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담겨있는 지방자치의 취지는 어디로
잘 알려져 있듯이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중 8명(이용훈(재판장), 고현철, 김용담(주심), 양승태, 김황식, 박일환, 김능환, 안대희)이 가담한 다수의견으로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장으로 이어진 이 사건 피고 측의 승소를 결정했다. 이 결론을 정당화한 논리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前略)...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은 국가통치질서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는 국가법질서의 한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 지방자치행정의 국가법질서에 대한 위반은 통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통제의 일환으로 피고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위와 같은 위법행위를 한 공무원들에 대하여 징계의결을 요구하라고 계속 촉구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관할구역 안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준수할 것인 점...(後略)”(밑줄은 비평자) 이것은 한 마디로 지방자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전제로 가능한 것이므로 국가법질서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국가가 법률로 정했다면 2할 자치는 당연한 것이고, 심지어는 1할 자치나 그 이하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논리다.
대단히 흥미로운 것은 다수의견의 간단명료한 논리 속에 대한민국 헌법이 별개의 장(제8장)을 두어 지방자치를 명(命)하고 있다는 점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하여 5명의 대법관(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이 제시한 반대의견은 헌법해석에서부터 반대논리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대단히 이채롭다.
“(前略)...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後略)”(밑줄은 비평자) 이런 견지에서 반대의견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국가 또는 상급지방자치단체의 관여 및 통제를 규정한 지방자치법이 ‘위임사무’와 ‘자치사무’를 구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위임사무’에 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될 때’에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 비하여 ‘자치사무’에 관해서는 오로지 그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할 때’에 한하여 같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법문의 구조상 이 두 규정은 서로 연계하여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에 따르면 ‘자치사무’에 관련된 ‘법령위반’의 의미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야말로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을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결국 반대의견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 후문의 ‘자치사무’에 관한 ‘법령위반’의 의미 속에 ‘재량의 일탈ㆍ남용’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뒤, 이 사건에서 울산북구청장의 승진임용처분은 ‘자치사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엄격한 의미의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동 승진임용처분을 직권취소한 울산광역시장의 처분이 오히려 위법이라는 것이다(1).
요컨대, 이 사건의 반대의견은 지방자치를 명(命)한 헌법의 취지를 지방자치법의 해석과정에 적극적으로 투영시키면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다수의견의 맹점을 지적한 점에 중요한 공로가 있다. 다만, 그와 같은 헌법해석이 지방자치법을 입법한 대한민국 국회에 의하여 명백하게 선언되고 있는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항상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사법적(司法的) 해석에 치중한 점은 결정적인 한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반대의견의 도전에 직면한 다수의견이 두 개의 보충의견을 통하여 거듭 지적하고 있는 것도 결국 그 부분이다.
우선 첫 번째 보충의견(김용담(주심), 김황식)은 반대의견의 요지를 경청하면서도 현행 헌법 제117조 제1항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밑줄은 비평자)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정신이 지방자치법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치가 중요한 것은 헌법적으로 명백하지만, 다시 그 자치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는 것도 헌법적으로 명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지방자치법)이 ‘법령위반’으로 규정한 것을 사법부가 일방적으로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을 제외한 법령위반’이라고 바꾸어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2).
사법적 (초)국가주의의 시국선언문 !
이에 비하여 두 번째 보충의견(양승태)은 반대의견을 공박한다는 목표는 앞의 보충의견과 동일하지만 사법부의 최종적 권위를 열렬하게 옹호한다는 관점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제기한다. 이에 따르면, 자치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최종적인 권위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오로지 대법원에 있다. 하급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 또는 상급지방자치단체의 감독권한 행사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그 분쟁은 대법원에서 해결되며 그 판단기준은 헌법 제11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에 내포된 비(比)사법적 함의를 맹렬하게 공격한다. 반대의견은 법치주의, 곧 대법원의 사법적 통제권마저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다음의 문장은 가히 사법적 (초)국가주의의 시국선언문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나는 이러한 사건에서 국가의 부당한 간섭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 일탈ㆍ남용을 방치하는 것을 훨씬 더 걱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전자의 경우에는 이를 시정할 방법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국가나 상급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없이는 유효ㆍ적절한 시정방법이 없어 결과적으로 정치ㆍ정략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인적인 권한이 법의 상위에 위치할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법질서가 훼손될 것이고, 이는 종국적으로 법치주의라는 기본적인 헌법질서의 일각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의견의 논거는 이 점에서 우리 헌법과 조화될 수 없는 위험한 견해라고 생각한다.”(밑줄은 비평자)
다수의견에 대한 이 두 번째 보충의견은 결국 헌법 제8장의 ‘지방자치’를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한 마디를 제외하고 모두 삭제해 버리자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反헌법적 논리에 대하여 결국 소수의견은 그 스스로가 지향하는 정치적 전망을 맞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홍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국가의 통치권의 일부가 위임된 것으로 보는 다수의 견해를 19세기 법실증주의의 영향으로 일축한 뒤, 보다 본격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주권재민의 원칙에 터 잡아 종래의 중앙집권체제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얻어지게 된 국민들의 천부적 권리로서의 고유적 권리라는 역사성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침해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 따르면, 국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기본적으로 상호 대등한 협력관계에 놓여 있고,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 곧 고유사무에 관해서는 국가나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기본적으로 간여할 수 없는 것이 헌법적 원칙이다. 그리고 이 헌법적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부득이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을 소수의견처럼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을 문제 삼는 국가 또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개입으로 인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 곧 고유사무가 형해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3).
소수의견의 공헌
이 판결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사이의 권한다툼에 있어서 기준이 될만한 다수의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논쟁을 전면에 끌어낸 것은 단연 소수의견의 공헌이다. 이를 중심으로 몇 가지 비평을 제기해 보자.
첫째, 이 판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 대한 상반되는 두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수직적인 관계(다수의견)고 다른 하나는 수평적인 관계(소수의견)다. 하지만, 민주정치를 ‘자치’로 보는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와 같은 자치로서의 민주정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정치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세 번째 주장이 제기될 수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흔히 보충성의 원칙’으로 지칭되는 이 주장은 국가 또한 자치의 한 단위로 보면서, 자치는 가능하면 작은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민주정치의 전통에 충실하고자 한다. 따라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직접적인 자치의 단위가 되어야 하며, 상급지방자치단체나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치가 불가능하거나 자치가 적절치 않은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필요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세 번째 주장을 따를 경우, 본 사건은 정반대로 논의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의 헌법적 정당성은 그것을 기초로 기초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개입하려는 국가가 위의 ‘보충적 필요’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정당화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개입이 원칙이 아니라 예외가 되므로, 예외를 주장하는 측이 원고가 되어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판결의 소수의견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것은 사실상 서로 다른 두 개의 수직적 관계이론, 즉 국가주의와 자치주의의 모순적 길항관계를 전제로 양자의 균형점을 찾자는 논의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법령의 범위 안’에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이 그처럼 언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대통령이나 행정 각 부 장관의 명령에 의해서 제한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헌법개정 시에는 반드시 ‘법률의 범위안에서’라고 바꾸어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4).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적 오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행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그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법령의 범위 안’으로 제한하는 것은 합헌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 ‘법령’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입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령’의 내용적 제한 또는 내용적 한계가 헌법에 의해 선언된 상황이라면, 결국 이 사건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 등이 그와 같은 헌법적 제한 및 한계를 충족시키고 있는지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 마땅했다.
다시 말해, 국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입법재량권을 헌법적 제한 및 한계 속에서 행사했는지의 여부가 논의의 초점이 되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의 해석에 있어서 ‘법령위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투는 좁은 의미의 해석문제로 시종했다. 이것은 소수의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한계이며, 크게 보면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사법과정에서 헌법적 논증의 일반화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의 한계에서 유래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실 이 판결의 소수의견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제시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했을 내용이 아닌가?
셋째, 이 판결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그토록 애써 다투고 있는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의 법리’에 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이 확립된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의 법리를 왜곡시켜 법문상의 ‘법령위반’을 과도하게 축소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의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을 살펴보라. 거기 어디에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이라는 개념이 제시되어 있는가? 주지하듯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의 법리’는 행정법 일반이론에서 소위 자유재량이론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던 논리이다. 따라서 그것은 출발점에서부터 법문에 없는 내용을 덧붙이는 일종의 해석법학 일반조항의 논리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와 같은 해석법학적 일반조항의 논리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것은 배척되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의 법리’가 일반화되고, 그리하여 입법자가 이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부가 그와 같은 해석법학적 일반조항을 기초로 판결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법문이 ‘법령위반’이라고 하고 있는데, 굳이 “그 내용은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을 제외하는 것이다”라고 해석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오히려 그 내용에 ‘재량권의 일탈ㆍ남용’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이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는 소수의견 역시 해석법학 중심주의의 틀 속에서는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판결에서 시민들이 목도하게 되는 것은 ‘2할 자치’의 사법적 정당화 논리일 뿐이다. 대법원은 여전히 국가를 원칙으로 자치를 예외로 이해하면서, 법령을 위반할 경우 그마저도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단지, 그 엄혹한 초집권주의의 논리에 자치의 헌장인 헌법의 이름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소수의견이 해석법학적 일반조항의 논리 속에서나마 희망을 주고 있다고나 할까? 그 점에서 이 판결의 최대의 성과는 나름대로 애국심을 담고 있는 사법적 초국가주의의 시국선언문(양승태)을 시대착오적으로 읽을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 준 것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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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판결읽기2] 지방자치의 주인은 지역주민인가, 중앙정부인가?

시대를 역행하는 대법원의 판결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국장) 2007-06-27   
사건의 발단과 결과  
지난 3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 공무원의 승진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울산북구청(이하 북구청)이 울산광역시장(이하 울산시장)을 상대로 낸 승진임용직권최소처분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하였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했을 때 국가의 효율적인 통제를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권위주의적 판결이다.
이 소송의 발단은 북구청 소속의 파업참여 공무원에 대한 울산시장의 징계의결을 북구청장이 거부한 것부터이다. 2004년 11월 15일 공무원노조 파업 때 북구청 소속 공무원은 213명이 참가하였다. 행자부와 울산광역시는 가담자 전원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세우고, 북구청에 중징계 상신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당시 이상범 북구청장은 “행자부와 울산시의 요구가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지나친 간섭과 월권이므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치단체장의 인사 및 징계권한을 가지고 행위 정도에 따라 노조간부 8명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위에 회부하고, 나머지 단순 가담자 205명에 대해서는 구두 경고 및 훈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05년 2월 3일 정기인사에서 북구청은 파업에 참가했으나 사안이 경미한 단순가담자 일부를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진 임용하였다. 이들이 울산시에서 요구하는 중징계대상자로 분류되기는 하나 그 정도가 경미하여 승진임용에 결격사유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지 않은 승진 후보자들을 제외시킬만한 법적 근거도 없었고, 당시 북구청 담당 공무원이 행자부에 질의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상태라면 승진임용 제외 사유가 아니라는 회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구청에서의 승진임용 사실이 알려지자, 행자부와 울산광역시는 징계상신을 거부하고 승진시킨 것은 고의적인 항명이고, 법질서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간주하여 즉각 임용 취소를 요구하였다. 북구청이 요구를 따르지 않자 지방자치법 제157조 1항(2007년 5월17일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에 의해 관련조항이 169조로 변경되었으나 판결문 등 관련 자료에 157조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글에서는 편의상 157조로 하겠다)을 근거로 울산광역시장이 직권취소 처분을 내렸고, 북구청이 이에 직권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하였다.
관선시대를 능가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에 젖은 중앙정부
먼저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공무원 파업을 둘러싼 중앙정부의 행위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수준이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앙부처 장관들이 합동으로 연가 허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연가 허용 및 파업참가자가 많은 자치단체에 불이익을 준다”거나 “파업참가자 전원에 대해 배제징계 지침을 시달하고 따르지 않는 자치단체에게는 문책과 예산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자치단체에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도록 강제하였다.
지침을 거부한 울산 북구청과 동구청에 대해서 실제 예산상의 불이익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울산시 조정교부금 배분이나 국ㆍ시비의 지원에서 계속 논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과연 중앙정부가 지역주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된 자치단체의 예산을 담보로 입장이 다른 자치단체장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부가 잘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정부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역주민을 볼모로 삼아도 된다는 것인가?
이와 같은 정부의 행위는 공무원 노조의 파업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과거 관선시대와 권위주의 시대에 시ㆍ도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과 통제에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는 인사와 예산을 무기로 언제든지 자치단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중앙정부 관료의 권위주의적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대법원의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상급 지자체장이나 주무부장관이 시정명령이나 취소,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하여 북구청장의 북구청소속 공무원 승진이라는 자치사무를 임용권자인 울산시장이 감독권을 행사해 취소하는 것이 적법하느냐 하는 것이다.
판결문에서 다수의견은 “지방자치행정은 국가통치질서 내에서 인정되고 국가법질서에 대한 위반은 통제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불법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징계의결요구 의무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데 원고(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가 오히려 승진임용시킨 것은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고” 따라서 “승진처분을 취소한 것은 지방자치법 157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자치사무에 관한 지방자치의 본질상 당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 받은 지자체의 의사가 우선해야한다”며“그럼에도 국가나 상급지자체가 하급지자체와의 견해 차이를 법령위반이라고 단정해 자치단체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법 157조 1항에서 말하는 ‘법령 위반’의 의미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다수와 소수의견이 7:5로 팽팽하게 맞설 정도로 매우 치열한 사건임에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론적으로 법리논쟁에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상식적인 차원에서 과도한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해 지방자치가 제한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명백하게 실증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번 사건의 경우 지방자치법 157조 1항을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에 동의가 간다.
또한 관선시대도 아닌데 지방자치단체의 위법에 대한 판단을 상급지방자치단체나 주무부서에서 하고 자치단체의 행정행위를 취소시킬 수 있는 것은 과도하게 지방자치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한시법이긴 하나 지방분권특별법 12조 제2항에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및 정원에 관하여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만을 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운영과 인력관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는 조항과도 충돌하고 있다.
징계결과에 비추어 봐도 대법원의 판결은 부당하다 .
또한 이 판결이 정당한가를 알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견처럼 울산시에 의해 승진이 취소된 공무원들의 행위가 승진을 제한받아야 할 위법한 행위인지 살펴봐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북구청에서 당시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은 총 213명이었다. 당시 행자부 및 울산시의 지침에서는 파업참가 전원이 배제 징계에 해당된다고 했지만 실제 징계 및 소청심사까지 종결된 결과를 보면 해임 3명, 감봉 8명, 견책 30명, 불문경고 172명으로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승진이 제한될 정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특히 2005년 2월 3일자로 승진 임용되었다가 울산시장에 의해 직권취소처분 대상이 되었던 6명은 전원 '불문경고'로 결정되어 승진을 제한 받거나 취소 처분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는 울산시가 행자부의 지침에 따라 강력하게 징계를 적용했을 것을 감안하면 당시 이상범 북구청장이 밝힌 자체징계 방침이 합리적이었음을 입증하고 또한 그것과 연관된 승진 또한 상식적이고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단지 행자부와 울산광역시의 지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은 중앙정부 못지않게 사법부도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이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민주노동당 이갑용 전 동구청장, 이상범 전 북구청장의 직무유기 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공무원 노조 파업 사건과 관련해서 중앙정부와 울산시에 의해 구청장은 직무유기로 고발되어 직무가 정지되었고 관련된 자치행정은 모두 취소되었다. 그리고 법원은 차례대로 중앙정부와 울산시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북구주민이다. 나와 주민들이 정당하게 북구청장에게 위임한 민주적 권리가 중앙정부와 울산시에 의해 제한되고 권위적인 사법부에 의해 훼손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민주적 권리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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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판결읽기3] 정치와 법치 그리고 자치

중앙정부의 간섭과 사법적 통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김광수 교수 (명지대 법과대학) 2007-07-04 
정치논리와 자치논리 그리고 법치의 논리가 착종된 사안
신자유주의의 조류 속에서 사람들의 행위는 경제적 동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즉, 현대인은 자기에게 얼마만큼의 현실적인 경제적인 이득이 보장되는가를 기준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또한 사람은 규범적인 존재이다. 사람의 행위는 사회가 요구하는 일반적 질서에 합치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가 복잡하게 발전할수록 생활관계에 따라서 요구되는 규범이 다를 수 있으며, 서로 상충ㆍ모순될 수 있는 점이다.
 
이번 광장에 나온 판결례는 우리 사회에 서로 갈등관계에 있는 정치논리와 자치논리 그리고 법치의 논리가 착종하는 점에서 큰 흥미를 자아낸다. 이에 관하여 이국운 교수가 비평을 요령있게 한 바 있다. 이 글은 이교수의 비평과 관련하여 행정법적인 측면에서 판결이 가지는 의의를 나름대로 설명하기 위하여 정리하였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인 것이고, 정치와 자치가 서로 연결ㆍ보완되는 일이 세계 각국의 보편적인 현상이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지방자치에 대한 정치에 대한 관여(특히 정당공천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까지 정당이 공천함으로써,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되었다. 지방 가운데는 한 정당에서 단체장과 의회의 다수를 점하게 되면서 서로간의 견제에 따른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정치가 자치에 영향을 미치면 지방의 공무원들도 지방정치권력의 향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작 주민의 복리는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공무원노조 설립에 관련된 이번 사안은 얼마간 이런 경향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하면, 구청장과 시장(그리고 정부)간의 공무원노조의 설립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지방자치 행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치와 법치 사이의 지방자치
헌법은 제117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방자치법 제15조에서도 같은 의미의 조례제정권의 범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두고 주민자치를 주장하는 입장과 단체자치를 주장하는 입장이 서로 나뉘어져 있다. 주민자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자 한다. 반면 단체자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지방자치에 대한 법적 위임과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본 대상 판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상급단체장이나 주무부장관이 시정조치를 명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시장이 파업에 참여한 공무원에 대하여 징계를 하도록 요구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당해 공무원을 승진시키자 광역시장이 승진처분을 취소하였는데, 이 조치가 적법한 것인지의 여부가 소송으로 다투어졌다.
자치에 관한 법적 통제의 범위
지방자치법에서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에 있어서는 법령에 위반하는 것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는”것에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이 포함되는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관 8인이 가담한 다수설은 자치사무에 관하여도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으면 취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이 사안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집회에 참석한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고 승진 임용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관 5인이 지지한 소수설은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은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취소의 대상이 되는 “법령의 위반”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소수설의 보충의견을 낸 이홍훈 대법관은 개인의 권리구제에 이용되는 재량통제론이 자치사무에 관한 사법적 통제의 논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유력한 견해를 내놓았다.
그런데 필자는 법령의 위반을 이렇게 좁게 해석할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법적인 통제범위가 현저히 좁아지며, 결국 자치사무에 대한 사법적 통제권은 완전히 상실될 수 있으므로, 재량의 일탈과 남용 또한 법령위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승진 대상이 된 공무원은 아직 징계요구가 되지 않았으므로 정기인사에 누락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승진 대상이 된 다른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끼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인사권 행사에 있어서 “재량의 일탈과 남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중앙정부의 간섭과 사법적 통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정치와 자치 그리고 법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질서이다. 자치는 지방의 주민이 자율적인 의사에 의하여 공동체의 복지를 추구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의 간섭과 사법적 통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특히 자치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사법부도 예외적인 범위에서만 이에 대한 통제를 하여야 한다. 지방자치가 정치논리에 막혀서 오랜 기간 억제되었다가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에 주민의 손에 다시 쥐어진 역사를 되돌아보면, 어떠한 이유로든 자치를 통제하고 제한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도 국가 법질서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 제도와 권한의 범위 안에서 의결행위와 법집행행위를 할 수 있다. 자치사무는 주민의 복리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져 있다. 자치사무 수행 공과의 법적 통제는 법의 취지상 “법령의 위반”이 있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자치사무의 수행에 관한 일, 즉 자치재량의 행사에 있어서도 그 일탈과 남용이 있는 경우는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 참고로 행정법학에서 재량의 일탈은 재량권의 법적인 범위를 넘은 것이고, 남용은 재량권 부여의 목적이나 취지를 왜곡하여 다른 목적에 이용한 것은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재량의 일탈과 남용은 재량권 행사의 당부당을 넘은 법위반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은 사법부의 관점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당해 사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판단의 근거가 된 제반 기록을 토대로 재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안에서는 구청장)이 사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논리와 판단으로 처분을 하였다면 그에 대하여 사법부는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이를 위법으로 평가한다든지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자치사무의 사법적 판단 범위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판단의 구조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하는 바이다. 즉, 구청장의 소외 공무원 승진임용 행위에 재량권 행사의 일탈 남용이 있었다는 다수 대법관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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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좌담회] “지방자치에 대해 전복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

“아쉽지만 지방자치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이해한 소수의견이 나왔음에 주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2007-07-03
[편집자 주 : 지난 6월 27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울산 북구청 공무원 승진임용 직권취소처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되짚고, 지방자치의 현실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지방 기초단체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과 권한의 한계를 결정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곱씹어본 자리였다. 참석자들의 주요 좌담내용을 소개한다]
○ 장소 및 일시 : 참여연대 강당, 2007년 6월 27일 오후 7시30분부터
○ 사회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학)
○ 토론 : 이국운 교수(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법학), 김광수 교수(명지대 법학), 이은우 공동대표(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심재옥 최고위원(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장)

한상희(사회자): 공무원 노조설립을 위해 파업에 참가했던 공무원들을 징계조치하라는 행정자치부와 울산광역시의 지시를 거부하고, 이후 정기인사에서 이들을 승진시킨 울산 북구청장의 인사처분이 문제되었습니다. 상급관청인 울산광역시는 이러한 울산 북구청의 승진조치를 취소하였는데, 다시 울산 북구청이 이에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소송을 냄으로써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대법관들은 이 사건이 본질적으로 기초자치단체 자치권의 침해인지, 혹은 상급행정기관이 갖는 지휘감독권의 정당한 행사인지를 두고 논란을 벌였습니다.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력했던 우리의 국가주의 체제에서 생활정치, 지방자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의 행정 체제와 미래의 체제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국운 :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 상황을 소위 ‘2할자치’라고들 합니다.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본뜻에 비출 때, 재정에 있어서나, 결정권과 자율권에 있어 20% 정도의 자치만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20%가 점점 늘어나면서 100%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20%도 지켜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죠. 참여정부가 지방자치를 국정의 제1목표로 내걸었지만, 중앙이 나눠준 이권을 가지고 지방 정부와 시민, 대학 등을 경쟁시킴으로써, 자치와 혁신이 오히려 뒷걸음치는 것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8대 5로 중앙정부의 권한이 기초단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결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2할자치’의 지방자치 현실을 사법적으로 정당화해준 판결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섯 명이나 되는 대법관들이 소수의견을 통해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와 정반대되는 주장을 단단한 법적 논리 속에서 세웠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다만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그리고 중앙정부의 당적이 다르다는 점은 떼어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번과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법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판결에서 8명의 다수의견은, 지방자치행정이 국가 통치질서의 한계 내에서만 허용되며, 그 한계를 벗어났다면 국가의 법질서에 의한 통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소수의견은, 지방자치를 국가의 통치권, 입법권, 행정권의 잉여에 국한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국민주권의 원리에서 나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법률에 의거한 권리가 아니라 주권재민의 원리라는 정치적 기본권에서 곧바로 도출되는 고유한 권리로 보는 것이죠.
문제가 된 지방자치법 157조 1항은 두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은 ‘위임사무’에 대한 규정이고, 후문에 ‘자치사무’를 규정합니다. 핵심은 ‘법령위반’과 관련해 ‘자치사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겁니다. 소수의견은 ‘법령위반’의 범위를 ‘재량권의 일탈, 남용’과 관련시켜 해석합니다. 좁은 의미의 법령위반이 있을 때만 국가가 기초단체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치사무는 헌법에 보장된 주권재민의 원칙에 기초한, 주민의 고유 권리이기 때문에, 이를 국가가 가능한 침해하지 못하도록 지방자치법 157조에 위임사무와 구분하여 규정해 놓았다는 논리입니다. 헌법의 시각에서 157조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다수의견은 보충의견을 통해, 소수의견이 ‘법령위반’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지방자치는 어디까지나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보장된다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보충의견에도 만족하지 못한 분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양승태 대법관은 국가도 잘못할 수 있고, 지방기초단체도 잘못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럴 경우는 재판을 통해 시정될 수 있는데, ‘소수의견의 논리를 따르면 대법원에서 판결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 그래서 이는 매우 위험한 견해’라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법적 초집권주의’라고 봅니다. 국가의 사무가 행정이나 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재판을 통해, 사법을 통해 관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양승태 대법관은 ‘국가가 부당한 간섭을 할 경우’에는 이를 시정할 방법이 있지만, ‘지자체장의 재량권 일탈, 남용’이 있을 때엔 적절한 시정방법이 없기에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합니다만, 저는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것이라 봅니다. 양승태 대법관의 주장과 달리, 시정할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통해, 그리고 최근 통과된 주민소환제나 주민투표제를 통해 시정할 수 있는데, 어째서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다수의견은 법리적으로도 문제있어"
김광수 : 우선 지방자치법 157조의 ‘법령의 범위 안’이라는 조문의 위헌인지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이라고 결정했으나, 대다수의 학자들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위임사무’와 ‘자치사무’를 구분하고 있는데요, 자치사무에 관한 상급기관의 통제는 위법에 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량의 문제를 지방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위법이 일반적인 의미의 법령위반인지 여부가 다시 문제되겠지요. 많은 행정법학자들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도 위법에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행정소송법에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 있을 시에는 법원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위법의 범위 내로 두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견해가 나옵니다. 바로 이번 판결에서 소수 보충의견을 내놓은 이홍훈 대법관의 견해인데요, ’재량권 일탈, 남용이 전통적으로 위법의 범위 안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자치사무에 대한 통제문제와 관련, 국민이 국가로부터 기본권을 침해받고 이를 시정해달라고 청구했을 때에는 다르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때에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경우, 이를 취소해야겠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치사무에 있어 재량을 일탈, 남용했을 혐의가 있을 경우에는 그 혐의가 명백하지 않는 한 통제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다음으로 이번 울산 북구청 사건이 ‘재량의 일탈, 남용’논리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입니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울산광역시장이 징계를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계대상자를 정기인사 때 승진임용한 것이 인사권의 일탈, 남용이라는 것인데, 이를 문제 삼으려면 ‘징계권의 불행사’를 문제 삼았어야 합니다. 다수의견의 논리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이번 승진 대상자 여섯 명에게는 아직 징계가 행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울산광역시와 대법원은 먼저 징계권의 행사부터 문제 삼았어야 했습니다.
또한 징계의 발단이었던 공무원 노조 파업 참가가 없다는 가정에서 이들 여섯 명의 인사고과 등 사실관계를 대법원이 충분히 참고했는지 여부입니다. 문제의 사건이 없었다면 이들이 정기인사에서 승진할 인사고과가 없었는데 단지 구청장의 정치적 견해를 순종함으로써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들의 승진임용으로 다른 직원들이 불이익을 보았는지 여부가 판단에 선행되었어야 했는데, 다수의견에는 이런 것이 없어 논리적으로 미흡하다 할 것입니다.
"지방정부를 중앙정책의 집행기관 정도로 이해하는 시각이 문제"
한상희 : 미국 수정헌법 2조는 국민들이 총기를 보유할 권한을 규정해 놓았는데요,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를 연방정부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기를 소지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헌법의 규정대로라면, 미국민들이 소유한 총구의 끝이 향하는 곳은 소련이나 북한이 아니라 연방정부라는 겁니다. 우리 헌법 1조 2항에서도 ‘모든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지방자치는 ‘자기지배의 원칙’에 입각해 이해할 수 있으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우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국운 : 이번 판결에서 이홍훈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국가와 사법이 상위에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그 아래 위치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헌법을 꼼꼼히 보면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는 수평의 관계이며, 서로의 분명한 영역이 있다는 것이죠. 지방자치법의 해석도 헌법적 틀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헌법적 이해입니다.
이은우 : 이는 비단 울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국가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자치권을 왜소화시켜왔습니다. 그것이 제도적이지 않더라도 각종 개발계획이나, 재정지원으로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스스로 중앙정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입은 자의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평택에선 얼마 전 개인비리로 징계를 당한 공무원을 승진시킨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러한 일탈행위를 한 공무원의 인사에 울산에서와 같은 국가와 광역의 개입은 없었습니다. 반면 부단체장의 인사에 대해선 광역과 중앙은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경북과 충남에서는 부단체장을 기초단체장이 임명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한상희 : 이런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만일 기초단체장이 부하직원에게 뇌물을 받고 부당한 인사를 일삼을 때 광역과 중앙은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느냐는 건데요, 이것이 양승태 대법관을 비롯한 다수의견의 우려라고 생각됩니다.
"지방자치를 위해 기초단체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심재옥 : 이번 판결이 우리 지방자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자치행정권을 얼마나 제약할 것인지, 중앙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를 얼마나 정당화할 것인지 우려합니다. 법령에 의해 만들어진 사무가 약 4만개인데,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약 1만개 정도입니다. 또한 중앙정부와 예산 비율도 8대2정도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데 행정 권한이나 예산 재량에 있어 중앙정부의 허락이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렇듯 지방은 중앙에 거의 장악되어 있고, 실제 자치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자치입법권이라 해서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허용함으로써 실제로 법이 위임하는 사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조례를 만들 수 없다는 태도가 만연해 있습니다. 법률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기에, 법률이 금지하고 있지 않은 영역에서 얼마든지 지방자치조례를 만들 수 있음에도, 현재의 여건은 이를 공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지방자치의 경우 단체장의 권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지방자치의 3주체로 단체장, 의회, 주민을 꼽을 수 있는데, 단체장의 독선과 전횡을 제어하기에 의회와 주민의 힘이 미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으로 지방의회가 채워져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회와 주민이 단체장의 잘못을 바로잡을 만큼 성숙한다면, 중앙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지침을 내릴 필요 또한 사라지겠죠.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법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행자부장관이 공무원노조 파업에 대해 지침을 내리고, 울산광역시가 이를 근거로 징계하라는 요구한 것이 정당한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법률에 터 잡은 것이 아니라, 장관의 ‘지침’에 의해 이루어진 부당한 간섭입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부당한 행태를 대법원이 사법적으로 정당화한 판결이라 생각합니다.
이은우 : 지역의 경우 수많은 조례 입법 청원들이 법령과 지침의 제약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지역의 특색, 문화와 복지에 터 잡은 조례의 다양성이 행자부가 요구하는 기준 아래에서 표준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판결이 정책의 획일화, 인사의 획일화를 불러오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 봅니다.
중앙정부는 간섭뿐만 여러 회유책도 동시에 사용합니다. 평택이나 새만금의 예에서 보듯이 지방 조직에 현장기구를 늘려서 공무원들의 승진기회를 확대해줍니다. 이를 통해 지방 공무원들이 중앙정책의 하위 전달자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심재옥 : 이처럼 지방과 중앙이 갈등을 빚을 때, 중요한 것은 지자체장의 의지입니다. 행정수도이전의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서울특별시는 수년 간의 투쟁 끝에 헌재의 승소를 받아냈죠. 정책과 법령으로 강제하는 것도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지방 정부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조직화된 저항이 미약한 실정입니다.
이은우 : 그것은 광역과 기초에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역은 예산이나, 조직, 재량권에서 저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초는 현실적으로 예산이나 지도감독권 때문에 저항이 불가능합니다.
이국운 : 누구나 기초에서 살지만, 저처럼 수도권 이남의 광역도 아닌 기초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야 됩니다. 서울특별시는 지방자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자치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상희 : 서울민국 대한시라는 말도 있죠.
김광수 : 이국운 교수가 언급한 ‘보충성의 원리’는 인간의 자율성에 기초한 원칙입니다. 인간은 자유가 주어지고 내적인 동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활발하고 창의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합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인간의 자율성에 기반한 것이 지방자치제이죠.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중앙의 간섭과 통제와 간여를 억제하고 지방의 활동을 보장한 것입니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개발의 문제도 지방자치를 살릴 때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상희 : 이런 말도 있습니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도록 한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에 이양하려고 해도 지방에서 이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푸념도 들립니다.
이국운 : 그 문제는 지방의 시각에서 보면 다릅니다. 권한은 주는데, 그 권한을 집행할 수 있는 돈과 인원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제주도의 사례를 들어보죠.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됐지만, 재정지원의 면에서 나아진 것이 전혀 없어서, 버림받은 느낌이라는 푸념도 들립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집권주의의 논리를 전복시켜,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 국가의 틀을 새로 짜자’는 논의가 나와야 해결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승태 대법관의 보충의견을 보면 구국의 일념이나 가부장적 사고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체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한다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입니다.
지방을 통제하기만 하는 행자부의 존폐여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있어
한상희 : 신자유주의 체제로 편입되면서 중앙정부는, 한편으로 자치를 내세우면서 지방자치단체를 시장에 던져놓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개발을 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무한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만, 결국에는 중앙정부를 찾아가 보조금과 지원을 더 받아가려는 노력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죠. ‘자치, 자율’을 허용해준다면서 지역을 시장에 던져놓고는 다시 중앙정부에 종속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사실 있을 이유가 없는 대표적인 부처가 행자부일 것입니다. 우리가 자치이념에 충실하다면 행자부는 중앙정부의 공무원 관리를 맡는 ‘행정자치국’정도에 그쳐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심재옥 : 지방자치가 꽃을 피우려면, 예산을 골고루 분배해서 자치재정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공동세를 신설해서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하는 것도 좋은 경우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 행자부는 지방교부세 분배를 통해 지방을 통제하면서 여러 불법적인 지침을 남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행정자치부를 해체하려는 과감한 노력이 있어야 지방자치가 존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행자부의 지방자치국장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요, 지방정부에 대한 행자부의 고루한 시각을 알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방침을 이행하는 수직적인 하부구조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행자부와 사법부는 공통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해 매우 중앙집권적인 정치논리를 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지역이 자립기반을 만들고 정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은 의미있다고 봅니다. 나아가 기초의회에도 정당공천제를 실시해서 책임정치가 가능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폐지된 지구당 복원도 이러한 논리의 연장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김광수 : 기초단체선거에마저 개입하는 중앙정당 공천제도 지방자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중앙정당의 공천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5년 지방자치특위에서 통과되어서인데요. 이는 정당을 매개로 한 중앙정부의 개입을 확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번씩 선거바람이 불때마다 지방의 시민단체는 완전히 와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지방선거의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정당에서는 중앙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왔어요. 그래서는 매니페스토, 즉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것이죠. 지방선거에서는 중앙공약이 나오고,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지역개발공약이 나오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실제 한 선거구에서 두 명씩 뽑는 중선거구제 때문에 주요 2당 외 소수정당이 발붙일 틈이 없습니다. 지역에서마저 풀뿌리 정당은 존립하기 어려운 형편이죠. 정당공천의 문제는 지역 행정에서도 나타납니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조장해서, 공무원들이 지역민을 보면서 공무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만을 바라본다는 것이죠. 지방자치의 본래취지가 퇴색되는 것입니다.
중앙과 지방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한 때
이국운 : 저는 다수의견이 취하고 있는 수직적 관계, 그리고 소수의견이 취하는 수평적 관계를 넘는 또 다른 형태의 수직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충성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기초자치단체가 가장 중요한 단위라는 것이죠. 기초자치단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기위해 광역단체가 필요하며, 광역이 할 수 없는 것을 하기위해 중앙정부가 있는 것입니다. 지방자치가 먼저고 지방자치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중앙정부가 존재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친 것이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행 헌법을 그렇게 읽을 수 있는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보충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자치를 기본권으로 생각하는 헌법의 이해가 나와야 국가주의와 자치주의 간에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헌법 117조에서 문제되는 ‘법령의 범위 안’에 지방자치 단체의 자치권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법률 외 행정부 수장과 장관들의 명령도 ‘법령’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점에서 이번 판결의 소수의견이 ‘법령의 범위’라는 문제를 제쳐놓고 ‘재량권 일탈, 남용’에만 천착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재량권 일탈, 남용’의 법리는 법문에 쓰여진 조항이 아니라, 해석법학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동원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해석법학 중심주의 아닌가하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자치 단위의 문제라고 봅니다. 플라톤은 철인국가, 이상국가를 얘기하면서 정원을 분명하게 언급합니다. 자치가 가능한 단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우리 정도의 규모를 가진 선진국가의 예를 살피면, 500만정도로 준국가 형태의 자치단위를 설정해 국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연방의 형태를 취하는 독일과, 미국, 그보다는 느슨한 2단계 행정구조를 갖고 있는 프랑스와 일본이 그 사례입니다. 국가는 광역을 관리하고, 광역은 다시 중앙의 눈치를 보며 기초를 경쟁시키는 우리의 3단계 행정구조로는 풀뿌리 지방자치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이미 김영삼정부시절 최형우 내무부장관이 이미 구상했던 문제입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자치 단위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 법에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섯 명이나 되는 대법관들의 소수의견이 가능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방자치라는 것이 중앙정부의 선물 정도가 아니라, 시민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비록 소수의견으로나마 천명한 것이죠. 이러한 소수의견을 다수화하기 위한 투쟁과 설득의 과정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상희 :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결정하는, 자기지배의 문제입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자치의 권리인데, 우리 국가체제는 이를 부인해왔던 것이죠. 이번 판결은 우리가 갖고 있던 부당한 통념에 충격을 주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변혁의 동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로 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의 논의들이 풀뿌리 지방자치를 일궈내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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