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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정책방향

 

전력산업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정책방향
남일총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KDI정책포럼 제252호(2013-01) (2013. 1. 9)
*본고는 남일총,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 연구보고서 2012-02, 한국개발연구원, 2012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http://m.kdi.re.kr/front/diagnosis_view.jsp?pub_no=1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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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2001년 전력산업의 구조를 개편하고 경쟁을 도입하였으나 효과적인 경쟁체제를 확립하는 데 실패하였음.
○2001년 구조개편 이후 전력설비에 대한 투자와 전력생산은 발전업체 간의 경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전력산업에서 경쟁의 실질적인 효과를 결정하는 시장거래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효과적인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또한 독점으로 남아 있는 송전⋅배전⋅판매에 대한 요금규제제도와 한전 및 한전의 발전자회사의 지배구조는 구조개편 이전의 공기업 독점체제 시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전과 자회사의 내부 비효율과 전력산업 내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지속되고 있음.
○지난 수년간 발생한 만성적인 수급위기, 설비 부족 현상의 장기화, 전력 과소비,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 한전과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의 비효율적인 경영과 빈번한 사고는 구조개편 이후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 규제정책, 공기업정책이 실패한 데 기인하는 것임.
□ 전력산업을 정상화하고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을 강화하고, 요금과 공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이윤동기와 경제효율에 입각한 선진국형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함.
○ 도매전력시장은 PJM 등 미국 동부시장에서와 같이 가격상한하에서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허용하는 한편, 용량시장은 설비투자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여 현재의 스팟시장 대신 용량에 대한 선도계약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함.
○기저발전기 등 과거에 건설된 일부 발전기에 대해 경쟁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과도한 이윤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인 Vesting 계약을 도입하고, 향후 건설될 기저발전기에 대해서도 시장원리에 반하는 사전적인 초과이윤을 방지하기 위해 진입제한을 철폐하고, 입지나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진입장벽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여 초과이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함.
○송전, 배전, 판매 요금을 구분하여 각각에 대해 정상적인 투자보수율 규제를 도입한 후 조기에 가격상한규제로 전환하고,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에 대해서도 민간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이윤동기와 경영자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해야 함.
○2003년 이후 10여 년간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되어 온 현행 전력산업구조도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함.
 
1. 구조개편의 배경 및 구조개편 이후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상황
우리나라는 2001년 구조개편을 통해 전력산업을 구성하는 발전, 송전, 배전, 판매의 네 수직적 시장 중에서 발전시장을 나머지 세 시장으로부터 분리하고 경쟁을 도입하였다. 2001년 이후 한전은 송전, 배전, 판매만을 담당할 뿐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전력의 생산과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는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 SK, GS, POSCO 등 대기업집단 계열 발전회사, 그 밖에 다수의 중소 발전업체 간의 경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선진국과 대부분의 중진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전과 판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였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안정적인 경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도입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는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에 있다. 경쟁도입 이전의 독점체제에서는 한 나라가 필요로 하는 발전설비의 규모 추정, 필요한 설비의 규모 및 발전기종의 결정, 발전기 건설 및 퇴장 시점의 결정을 정부와 독점기업이 담당하는 반면, 과잉투자나 설비 부족, 비효율적인 발전기종의 선택으로 인한 투자실패의 위험은 100% 소비자에게 부담시킨다. 그러나 경쟁체제에서는 투자에 대한 결정을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경쟁에 맡기게 되며, 그 결과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도 소비자, 발전업체, 판매업체가 분담하게 된다.
경쟁을 도입한 지 11년 이상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평가해 볼 때 경쟁도입 이후 전력시장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경쟁도입 이후에 설비 부족과 기저발전기 부족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었고, 수급 위기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전력의 과소비, 한전의 막대한 누적적자,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회사의 비효율적인 경영과 빈번한 사고 등 구조개편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실패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또한 경쟁을 도입한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도매전력시장에서 도매전력가격과 발전기별 발전량이 발전업체 간의 가격경쟁에 의해 결정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도매전력시장에서는 경쟁도입 이후 11년 이상이 경과한 오늘날까지도 가격경쟁에 심각한 제한이 따르고 정부가 가격결정에 개입하는 비정상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조개편 이후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상황은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 비교할 때 매우 실망스러운데, 이는 구조개편 이후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운영방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에 존재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경쟁체제로 운영되는 도매전력시장에서 효과적인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은 저장이 불가능하고, 매 순간 생산과 소비가 거의 일치하지 않으면 시스템 붕괴가 발생하여 장기간 전력공급이 중단되며, 소매가격을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30년 이상 사용할 설비에 대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등 다른 산업에서 보기 어려운 특징을 다수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전력시장에서의 경쟁은 어느 나라에서나 정교하게 설계된 시장거래제도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부지역, 호주, 스페인 등과 같이 전력에너지시장과 용량시장으로 이원화된 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발전업체들은 생산한 전력의 판매를 통해 얻는 매출액 이외에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는다. 따라서 전력가격의 결정구조와 용량가격의 결정구조가 전력시장의 경쟁의 실질적인 효과와 투자의 효율성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장거래제도는 전력가격과 용량가격 모두 선진국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심각한 구조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도매전력시장에 대한 경쟁정책 이외에 독점부문인 송전⋅배전⋅판매에 대한 규제제도와 전력산업 내 공기업에 대한 지배구조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제도는 선진국의 제도와 크게 다르며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고 구조개편 이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편 이후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발생한 시장실패의 상당 부분은 송전⋅배전⋅판매 요금에 대한 규제제도와 전력산업 내 공기업에 대한 지배구조가 비효율적이고 도매전력시장의 경쟁체제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2. 우리나라 도매전력시장의 시장거래제도의 특징 및 주요 문제점
우리나라 도매전력시장의 시장거래제도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판매업체와 발전업체 간의 중장기 쌍방계약(bilateral contracts)을 금지하고, 전력에너지의 거래는 한 시간 간격으로 개설되는 스팟시장(spot market)만을 통해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스팟시장인 전력에너지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금지하고 발전기별 회계적인 비용에 입각한 간접적인 가격경쟁만을 허용하고 있다. 각 발전업체는 소유하고 있는 발전기별로 발전에 따른 가변비용을 전력거래소에 보고하고, 거래소는 이에 입각하여 발전기별 발전 한계비용을 추정한 뒤 각 발전기에게 추정된 한계비용과 일치하는 가격에 입찰하도록 하고 있다. 간접적인 가격경쟁에 따라 형성된 시장가격인 SMP(system marginal price)는 한전의 발전자회사 이외의 모든 발전업체에 대해 전력의 판매가격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에 대해서는 보정계수제도를 통해 SMP에 발전기별로 차등화된 할인율을 적용한 낮은 가격이 적용된다. 즉, 동일한 스팟시장에서 거래되는 동일한 상품인 전력에 대해 발전회사의 소유구조와 발전기종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용량시장도 용량에 대한 스팟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용량에 대한 시장거래제도는 한전으로 하여금 도매전력시장에서 구입한 전력에너지에 대한 대금 이외에 발전 가능 상태에 있는 모든 발전기에 대해 최대발전량인 용량에 단위(kw)당 용량가격을 곱한 금액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단위당 용량의 가격은 2001년 경쟁도입 당시 매우 특수한 방법을 통해 산정한 금액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이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2001년에 도입한 용량가격제도에서는 2001년 시점에서 가스터빈 발전기의 건설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30년 연금화 금액에 고정운영비용을 더한 금액을 스팟용량시장의 가격으로 적용하였는데, 이후에 발전기 건설비용과 고정운영비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의 변경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위에서 간략히 설명한 전력에너지시장의 입찰에 관한 제도, 도매전력가격과 용량가격의 결정구조는 그 내용과 효과 면에서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도와 크게 다르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발전업체 간의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금지하고, 추정비용을 가격으로 하여 입찰하도록 한 현행 제도는 전력에너지시장에서 발전업체 간의 경쟁을 제한한다.
둘째, 발전회사의 소유구조와 발전기종에 따라 도매전력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은 발전기 투자유인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발전회사의 소유구조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은 동일한 투자에 대해 기업에 따라 수익성을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전력설비에 대한 투자유인을 근본적으로 왜곡한다. 그 결과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경쟁시장 자체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발전기종에 따라 도매전력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은 발전업체의 발전기종 선택을 왜곡시키고 비효율적인 발전기종조합(generation mix)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현행 보정계수제도를 가솔린시장에 적용한다면 동일한 품질의 가솔린에 대해 정부가 정유회사와 정유설비 종류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격에 대한 이러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정유회사들의 수익성을 차별하고, 정유설비에 대한 정유회사들의 투자유인을 왜곡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되면 조만간 가솔린시장이 경쟁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용량가격은 스팟시장에서 발전설비의 기회비용 개념에 입각하여 산정하고 있으나 현재의 용량가격은 실제로는 스팟시장에서 발전설비의 기회비용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스팟시장에서 발전설비의 기회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01년에 도입한 용량가격제도는 2001년에 신규 가스터빈 발전기의 건설을 유도할 수 있는 30년 장기계약 중 매년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에 입각해 있는데, 이는 2001년 신규 가스터빈 발전기의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건설비용을 일시불로 지불하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이 방식에 의해 산정된 용량가격은 2001년 용량의 스팟 기회비용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2001년 용량의 기회비용에 비해 훨씬 높은 금액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02년 이후에도 용량가격은 각 연도의 용량의 기회비용과 아무 관련이 없다. 즉,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량가격은 용량의 기회비용과 아무 관련이 없고, 이를 경제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 용량가격이 발전설비 투자에 대해 적절한 유인을 제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영(零)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도매전력시장의 시장거래제도는 발전업체 간 진정한 한계비용에 입각한 가격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발전시장의 효율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발전업체들이 전력과 용량의 판매로부터 얻을 수입을 통해 발전업체들에게 발전설비에 대한 적절한 투자유인을 제공하도록 하는 데 있어서도 실패하였다. 경쟁도입 이후 나타난 설비 부족 현상, 기저발전기 부족 현상의 심화, 기저발전기 부족 현상의 심화에 따른 피크발전기 가동시간의 증가, 피크발전기의 SMP 결정시간 증가(2001년 65% → 2010년 93%) 및 이로 인한 SMP의 상승은 결국 2001년 이후 사용한 시장거래제도가 효율적인 발전설비 투자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경쟁을 도입한 지 11년 이상이 경과하였지만 전력에너지가격이 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지 못하고 정부가 계속 시장에 개입하여 업체와 발전기종에 따라 가격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도매전력시장에 효과적인 경쟁체제 도입 자체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1년 이후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에 대한 경쟁정책은 구조개편 전 수직결합독점체제에서 경쟁시장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독점체제를 철폐하고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한 이후에 독점 시기에 건설한 발전기에서 초과이윤이나 손실이 발생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기업이나 소비자 중 하나에게 피해를 발생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경쟁체제가 정착하기까지의 과도기간 중에는 기존에 건설된 발전기에서 초과이윤이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통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보정계수제도는 부분적으로 구조개편 이전에 건설된 기저발전기가 초과이윤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정계수제도는 구조개편 이전에 건설된 기저발전기뿐 아니라 구조개편 이후에 건설되었거나 미래에 건설될 발전기에도 적용된다는 점, 스팟시장 가격을 직접 조작한다는 점, 기저발전기가 아닌 가스복합 발전기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 빈번히 계수가 바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진국에서 사용해 온 과도기적 조치와는 그 형태와 경제적인 효과가 전혀 다르며, 구조개편 이후에 건설될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유인을 왜곡하는 자의적인 시장개입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3. 요금규제제도의 문제점
2001년 구조개편 이후 한전은 송전⋅배전⋅판매로 사업영역이 축소되었다.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송전⋅배전⋅판매 서비스에 대해서는 한전에 비용을 절감할 강한 유인을 제공하는 한편 한전의 이윤이 적정 이윤이 되도록 하는 요금규제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공공요금제도는 한전에 비용절감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며, 적정 이윤도 제공하지 못한다. 공공요금 규제에 관한 현행 제도는 일단 모든 가변비용, 금융비용, 감가상각비를 보상하고, 투자자본에 대해 적정 수익률을 얻도록 하는 수익률 규제제도의 원칙에 입각해 있으나 많은 예외를 허용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적정 수익률 규제제도와 사실상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다. 전력요금에 대한 적정 수익률의 산정방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본에 대한 적정 이윤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필요수입액(revenue requirement)과 적정 요금 수준을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설사 적정 수익률이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반영하여 요금을 책정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요금의 결정이 매우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송전⋅배전⋅판매 서비스에 대한 현행 요금규제제도는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인 제도로서 전력 과소비와 이로 인한 자원 낭비, 국내 산업구조의 왜곡, 한전의 막대한 적자 누적 및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한전에 대한 요금규제는 2001년 이후에는 송전⋅배전⋅판매 서비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송전⋅배전⋅판매 업체인 한전과 경쟁시장인 도매전력시장에서 활동하는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을 묶어서 규제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구조개편 이후에도 구조개편 이전 한전이 발전, 송전, 배전, 판매를 모두 독점하고 있을 때 사용하던 요금규제제도와 유사한 방식에 따라, 한전과 그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을 묶어서 마치 단일기업인 것처럼 취급하고 이 가상의 기업에 대해 요금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관행은 송전⋅배전⋅판매 서비스에 대한 요금규제제도로서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구조개편 이후 전력시장구조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도매전력시장의 경쟁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행 요금규제제도는 또한 한전에 원가절감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블필요한 비용증가와 그로 인한 가격상승요인을 발생시키고 있다.

4. 공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의 근본적인 취지는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를 이윤동기에 입각한 기업 간의 경쟁에 맡기고, 독점으로 남아 있을 부문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규제제도를 도입하여 전력시장 전반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가격도 그만큼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도매전력시장에서의 경쟁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발전업체들의 이윤극대화가 필요조건이다. 특히 설비 규모나 발전량에 있어서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한전의 발전자회사들과 이들의 모기업인 한전이 이윤동기에 입각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현행 제도는 한전과 한전의 자회사들을 상업적인 ‘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인 ‘공공기관’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이윤동기와 경영자율에 대해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한전은 민간주주가 절반 가까운 주식을 소유한 상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전 주주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회사들에 대한 경영권 행사에 대해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낮은 이윤동기와 공공기관성 지배구조는 이들의 내부 효율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도매전력시장에서 경쟁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송전⋅배전⋅판매 부문에서도 비효율의 원인이 되고 있다.
 
5. 전력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
전력산업에 대한 지금의 불안정한 경쟁체제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현재의 제도보다는 공기업 독점체제로 돌아가거나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며, 이제는 두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진국들이 경쟁도입에 성공하여 안정적인 경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공기업 독점체제로 회귀하기보다는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력산업구조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경우에도 도매전력시장의 경쟁에 관한 제도, 독점 요금에 대한 규제제도, 공기업 지배구조는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도매전력시장의 시장거래제도는 다음과 같이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스팟 도매전력시장에서의 경쟁규칙은 가격상한하에서 직접적인 가격입찰을 허용하고, 보정계수를 폐지하여 단일 가격에 전력을 거래하도록 변경해야 한다.
둘째, 스팟시장 이외에 중장기 쌍방계약을 통한 전력의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 총전력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판매업자와 발전회사 간의 중장기 계약을 통해 거래하도록 하는 것은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발전설비 투자의 위험과 미래 전력가격 변동으로부터 비롯되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효과가 크다.
셋째, 현재와 같이 용량시장을 별도로 운영하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왜곡된 용량가격제도를 폐지하고, 용량시장의 성격을 PJM 등 미국의 동부지역, 호주 일부 지역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선도계약(forward contract)시장으로 바꾸고 발전업체 간의 경쟁에 의해 선도계약조건으로 용량가격이 결정되도록 용량가격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도계약시장제도는 미래의 수요에 대한 전망에 입각하여 판매업체에게 일정한 기간 내에 미리 미래에 필요한 발전설비를 확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판매업체는 투자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발전업체 간의 경쟁을 이용하여 가급적 낮은 가격에 확보 의무가 있는 발전설비를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발전업체와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발전설비에 투자할 시간을 비교적 충분히 줌으로써 발전설비 투자시장에서 보다 더 효과적인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팟용량시장제도에 비해 우월하다.
넷째, 과거에 건설된 발전기, 특히 기저발전기들이 기저발전기 부족 현상으로 인한 초과이윤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시장지배력이 있는 발전회사들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한전과 발전회사 간에 Vesting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 Vesting 계약은 과거에 건설된 발전기들이 얻을 이윤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면서 도매전력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쌍방계약의 일종으로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구조개편 이후 과도기간 동안 사용되었고 지금도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사용되고 있다.
다섯째, 석탄발전기에 대한 투자에 진입장벽이 존재하여 미래에 건설될 석탄발전기에서도 초과이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석탄발전기에 대한 신규 건설 허가를 매각하여 초과이윤을 제거하고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건설될 신규 원자력 발전기에 대해서도 경쟁의 압력을 통해 초과이윤 제거와 비용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독점부문인 송전⋅배전⋅판매에 대한 요금규제제도는 우선 적정 수익률 보장 원칙에 입각하여 수익률 규제를 정상화한 후 가급적 조기에 가격상한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전과 한전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구조도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적인 기업의 지배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전의 지배구조는 경쟁정책과 규제정책의 제약조건하에 경영진에게 한전 주주의 경제적 가치 극대화에 입각한 자율경영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전자회사를 비롯한 모든 자회사에 대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한전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한편 한전이 이를 악용하여 담합, 가격조작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데 대해서는 경쟁에 관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과 한전 경영진에 대한 경영계약에서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금지조항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금규제와 지배구조에 대한 제도 개선은 공공요금의 규제와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령의 개정을 통해 비교적 단기간 내에 달성할 수 있다.
전력산업구조도 보다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한전은 판매회사와 송전⋅배전 회사로 분리하고, 판매회사에게는 발전단계에 대한 진출과 일부 발전자회사에 대한 완전한 소유와 통제를 허용하는 한편 나머지 발전회사들과는 소유관계를 정리하도록 하며, 판매단계에 경쟁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전회사와 배전회사의 추가 분리 여부, 배전회사의 지역별 분할 여부, 송전과 계통운영의 통합 여부 등은 추후 검토를 거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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